“내가... 방해한 건 아니죠?”강서연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우리 남편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이 넘치는가 보네.’남자 셋 중에 누구 하나 밝은 표정이 없었다. 특히 최연준은 마치 원수를 쳐다보듯 양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둘이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요!”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와이프가 온 게 안 보여요?”두 사람은 동시에 움찔했다.신석훈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강서연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알아서 자리를 떠났다. 육경섭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최연준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이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두 사람이 나간 후에야 강서연이 마음 놓고 크게 웃었다.“왜 웃어?”최연준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박력 넘치는 남성미가 그녀를 덮쳤다. 강서연은 그의 품에 살포시 기댄 채 손가락으로 가슴팍을 쓱 어루만졌다.“동성끼리야말로 진짜 사랑이라던데... 어휴, 아무래도 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세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건 아니죠?”최연준은 그녀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확 덮쳐버리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게 밀려왔다.“난 그런 취향이 아니야.”그가 얼굴을 가까이 대자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앞으로 또 그런 소리를 했다간 벌을 내릴 거야!”“벌이요?”최연준이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그녀의 빨개진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강서연은 쑥스러운 듯 주먹으로 그를 마구 두드렸다. 두 볼이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발그스름해졌고 넋이 나간 눈빛으로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가게 문 앞의 종이 딸랑하고 울리면서 두 여학생이 까르르 웃으며 들어왔다.강서연은 재빨리 그를 밀쳐내고 손님을 맞이하러 갔다. 최연준은 얼굴을 움켜쥔 채 한숨만 연달아 쉬었다.지금, 이 순간 그는 누구보다도 이 가게가 문을 닫길 바랐다. 문을 닫으면 두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카운터로 돌아온 강서연은 화끈거리는 볼
잠시 후, 웨딩드레스를 갈아입은 그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최연준은 레드카펫의 한끝에 서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햇살이 알록달록한 유리창을 뚫고 강서연의 아름다운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 그녀는 활짝 웃는 얼굴로 최연준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성스러운 오르간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지자, 신부는 행복한 걸음을 내디디며 평생을 약속한 신랑에게로 사뿐사뿐 걸어갔다.최연준의 두 눈에 강서연의 웃는 모습만 비쳤다. 갑자기 만감이 교차한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왜 그래요?”강서연이 그의 앞에 다가가 물었다.“멍 때리지 말아요!”최연준은 정신을 가다듬고 배시시 웃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예쁜 모습에 넋이 나갈 뻔했다. 그는 강서연의 손을 잡고 나란히 선 채 신께 맹세했다. 강서연은 그와 평생 함께할 하나뿐인 아내이고 가난하든 잘 살든, 몸이 아프든 건강하든,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그의 진지한 눈빛과 마주한 강서연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당신은?”최연준이 다정하게 물었다.“나랑 평생 함께할래?”강서연은 울컥한 마음을 억누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여보.”최연준이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그윽하게 쳐다보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날 떠나지 않을 거지?”“당연하죠!”“만약 어느 날 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그래도 날 남편으로 생각할 거야?”강서연이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무슨 말이지? 결혼 서약을 이런 식으로 하나?’하지만 의혹도 잠시 그녀는 최연준을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너무 떨려서 횡설수설하는 것일 수도 있어.’“당신도 참, 현수 씨 혹시 변신도 할 줄 알아요?”그녀가 뒤꿈치를 들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현수 씨는 내 남편이에요.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맞든,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하든, 당신만이 내 남편이에요.”“만약... 내가 이름을 바꾼다면?”그녀는 그가 농담하는 줄 알고 별다른 생각
오성의 프라이빗 클럽하우스.최진혁은 차를 조금씩 홀짝이며 눈앞의 구현수를 힐끔거렸다. 그의 흉악한 얼굴에 경멸이 가득 섞여 있었다.최지한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빠, 제 아이디어 어때요? 이 사람만 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최연준을 처리할 수 있어요. 이 사람은 우리의 꼭두각시가 될 거고 아빠는 최상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허허.”최진혁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구현수를 내보내라고 손짓했다.“네가 쟤를 잡아 온 걸 또 누가 알아?”“다 제 밑의 사람이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최지한이 밀랍 구슬을 만지며 다리를 꼬았다. 최진혁은 그의 이런 안하무인인 모습을 가장 싫어했다. 사람은 오만하면 큰코다치는 법이니까. 최씨 가문에서는 잠자코 있어야 한자리를 꿰찰 수 있고 없애고 싶은 사람을 없앨 기회가 생긴다.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최진혁은 지팡이로 최지한의 다리를 냅다 두들겨 팼다.“똑바로 앉아!”그가 두 눈을 부릅떴다.“감히 내 앞에서 시건방을 떨어?”최지한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자세를 고쳐 앉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왜 또 이러세요?”‘이거 잘못했다간 나한테 분풀이하시겠는데?’“또?”최진혁이 그를 무섭게 노려보았다.“네가 너무 어리석어서 속이 타서 그래!”“저...”“지한아, 네 할아버지 눈과 귀도 멀쩡하시고 그 연세에 나보다 더 건강하신데 가짜 최연준을 데려와서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최진혁은 땅이 꺼지라 한숨을 푹 쉬었다.“최연준을 없애야 하는 건 맞지만 이 방법으로는 안 돼! 반드시 그럴듯한 명분이...”“비행기 추락 같은 거요?”최지한이 코웃음을 쳤다.“아빠, 지난번에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도 버젓이 살아남은 자식이에요. 그 자식 목숨이 어지간히 질긴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킬러를 보내서 완전히 없애야 한다니까요.”“하지만 네 할아버지 쪽은...”최지한이 술술 말했다.“할아버지도 함께 보내면 되죠.”최진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최연준의 눈은 강서연의 요염한 모습으로 가득 찼다.강서연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작은 얼굴로 애원했다.“현수 씨, 이러지 말아요!”최연준의 가늘게 뜬 눈에서 음흉이 보였다.불같은 열정이 방 안에 퍼졌다. 달빛은 방바닥을 통해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비췄고, 커다란 침대 위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도 비추었다....이른 아침, 천천히 눈을 뜬 최연준은 여전히 자신의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강서연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을 했다.그는 조심스럽게 팔을 빼고 침대에서 일어나 프런트에 전화해서 조식을 룸서비스로 시켰다.강서연은 큰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다가 빈 옆자리 때문에 순식간에 잠을 깼다.“현수 씨?”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맨발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베란다에서 들어오는 최연준을 보고는 그의 품에 달려들었다.“왜 그래?”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날 찾았어?”강서연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베란다에 담배 피러 갔어요?”최연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여보, 나 이젠 담배 적게 피워. 당신이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거 알아...”“담배 연기가 싫은 게 아니라 흡연은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강서연은 매우 진지하게 훈계했고 최연준 역시 진지하게 훈계를 받았다.“그리고 담배를 한번에 끊으라는 얘기 아니잖아요. 끊기 힘들다는 걸 알아요. 천천히 조금씩 끊어요!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담배를 피우지는 마요. 어찌 됐든 담배를 많이 피면 건강에 안 좋아요!”강서연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그래?”최연준이 의미심장하게 되물었다.강서연은 문득 이 남자의 눈빛이 괴이하다는 걸 느꼈다.최연준은 가까이에 오더니 그녀의 허리를 당겨 움직일 수 없게 품에 꼭 안았다.“그래서 날 의심하는 거야...”“아니에요!”강서연은 황급히 머리를 저었다.강서연은 상황이 불리하다는 걸 느끼고 도망치려 했지만 순식간에 최연준한테 안겨서 큰 침대에 쓰러졌다....강서연은 이제 완전히 지쳐
최연준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다.“지금 문밖에 경찰이 있어서 안전해.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잠깐 나갔다가 금방 올게.”방금 그는 복도에서 경찰뿐만 아니라 그가 방한서한테 시켜서 강서연을 보호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도 봤었다.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연준한테 조심하라고 말했고 그가 나간 후에는 문 자물쇠를 다시 확인하고 안전 체인을 문에 다시 걸었다.호텔 구조에 익숙한 최연준은 인파를 쉽게 피하고 어두컴컴한 통로를 통해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그의 예상대로 희미한 불빛 사이로 계단의 핏자국이 보였다.최연준은 안색이 변하며 뛰어 올라갔다. 핏자국이 간간이 없어지자 그는 걸음을 늦추고 사방을 경계하며 허리춤에 있는 작은 권총을 만졌다.바로 그때 도움을 요청하는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야?”최연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실루엣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쫓아가 보니 육경섭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육경섭의 옆에는 가벼운 부상을 입은 부하가 있었는데 최연준을 보자마자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자세를 취했다.최연준은 그의 손목을 붙잡고 비수를 빼앗아 버렸다!“희철아, 이리 와!”육경섭이 낮게 소리쳤다.최연준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옆에 웅크린 채 차갑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육경섭의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최연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병원에 데려다줄게요.”“안 돼요!”희철이라는 부하가 말했다.“호텔에는 경찰들이 깔려있고 또 그놈들도 분명히 아직 호텔 밖에 잠복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 나가면 우리는 죽어요!”“그놈들?”최연준이 의아해했다.“원래 조직의 보스가 형님을 죽이려고 해요. 그 사람들이 어젯밤에 형님한테 오늘 여기서 협상하자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덫을 놓은 거예요. 비열한 놈들!”육경섭은 피를 많이 흘려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며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다.최연준은 심호흡을 했다. 비록 이 녀석과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육경섭이
강서연은 겁이 났지만 금세 진정하고 잠시 생각하더니 뒤돌아서서 옷장에서 자신의 옷을 꺼냈다.최연준은 그녀가 뭘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좋은 생각이 있어요.”강서연이 속삭이듯 말했다.“현수 씨, 이걸로 갈아입혀요. 여자로 둔갑시켜서 데리고 나가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최연준은 육경섭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여장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강서연이 침실에서 나오자 안에 있던 사람들은 재빨리 일을 처리했다.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육경섭은 이미 강서연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육경섭이 비록 체구가 크긴 하지만 다행히 강서연의 옷이 널찍한 치마이기에 괜찮아 보였다. 강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가방에서 예쁜 머리핀을 꺼내서 그의 머리에 끼워주었다.“머리를 조금 앞으로 해서 얼굴을 가려요!”이제 그럴듯해 보였다.최연준이 희철이한테 육경섭을 부축하라고 하자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나갔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열애 중의 커플 같았다.“두 사람은 호텔 뒷문으로 나가요. 그쪽은 사람도 적고 감시 카메라도 없으니 안전할 거예요.”최연준이 말하면서 간단하게 그린 지도와 명함을 건넸다.“나가면 여기 병원으로 가요. 나도 금방 따라갈 거예요!”강서연이 의아해하며 최연준을 바라보았다.이 호텔은 그도 몇 번 와본 적 없을 텐데 어디에 사람이 적고 어디에 감시 카메라가 없는 건 어떻게 아는 거지?게다가 평면도까지 그려주다니, 어떻게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익숙할 수가 있지?“여보, 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에요.”강서연이 대답했다.“다행히 여분의 옷을 가져왔어. 당신도 빨리 갈아입어, 우리도 체크아웃하고 나가자.”“그런데 이 방에...”그녀는 찢어진 이불과 핏자국을 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최연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책상 서랍에서 빨간 잉크를 꺼내 흘렸다.강서연이 의아해했다.“현수 씨, 서랍에 빨간 잉크가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보통 이런 스위트룸에는 다 있어. 빨강, 검정, 파란색 잉크는
“복부를 찌른 칼이 간을 찌를 뻔했습니다. 상처가 깊기는 했지만 봉합 수술을 했습니다.”강서연은 그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떨려서 무의식중에 최연준의 손을 꼭 잡았다.“생명에 지장 없으니 이제 걱정 안 해도 됩니다. 환자는 관찰실로 옮길 건데 돌봐줄 사람이 있어야 됩니다. 만약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제가 2차로 응급처리를 할 겁니다.”“수고했어요.”최연준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사실 육경섭을 신석훈한테 데려오기가 미안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일반 병원으로 가면 육경섭의 신분이 폭로되기 마련이고 또 일반 개인 병원으로 가기에는 거기 의사들 의술을 믿을 수가 없었다.이때 간호사가 육경섭을 병실로 데려왔다.평소 건방지고 제멋대로이던 남자가 지금은 침대 시트만큼이나 창백한 얼굴로 수많은 붕대를 온몸에 감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생명의 연약함은 한순간에 드러나는 법이다.강서연은 유리창 너머로 그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언제 깨어날 수 있을까요?”최연준은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팔로 감쌌다.그는 호텔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다른 여자였다면 피투성이가 된 폭력배를 안고 있는 남편을 보면 겁을 먹었을 건데 이 여인은 영리하고 침착하고 재빠르게 반응했을 뿐만 아니라 육경섭을 내보내기 위해 여자 옷을 갈아입히는 방법까지 생각해냈다.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고 눈빛은 온화한 기쁨으로 가득했다.그런데... 바로 그녀가 너무 총명해서, 붉은 잉크로 문제를 발견했다.최연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면서 그녀에게 자신의 정체를 고백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현수 씨?”그녀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물었다.“왜 그렇게 멍해 있어요?”“아무것도 아니야.”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신 의사님이 말씀하기를 누군가 여기서 돌봐줘야 한다는데... 지금 상황에서 육경섭 씨가 눈을 뜨자마자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우리 둘은 아닐 것 같은데요?”강서연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나도 남자라 지금 경섭 씨가 어
“왜 그래요?”최연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 귀한 몸이 직접 얼굴을 닦아주는데 이 죽을 표정은 뭐지?’“아무것도 아니에요.”육경섭은 입꼬리를 간신히 잡아당겼다.“상처가 꽤 깊어요. 한동안 잘 치료해야 돼요. 상처가 다시 벌어질 수 있으니 움직이지 말고요.”“여기는 어디예요?”“신석훈 씨의 병원이요.”“뭐라고요?”육경섭은 흥분한 나머지 벌떡 일어나려다가 상처를 다쳐 고통스러움에 얼굴을 찡그렸다.최연준은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다른 데로 보낼 수 없어서 그랬어요. 신석훈 씨는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요. 경섭 씨 목숨은 석훈 씨가 살려준 거예요. 고마워해야 해요.”육경섭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기억이 맞는다면...”그는 최연준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최연준 씨 목숨도 그 사람이 구해준 거죠?”최연준의 얼굴이 갑자기 변하더니 눈빛이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미간이 찌푸려졌다.“뭐라고요?”병실 안의 분위기는 영하로 떨어진 기온처럼 심하게 얼어붙었다.두 사람은 레슬링을 앞둔 두 사자처럼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다.오랜 침묵이 흐른 뒤 육경섭이 먼저 말을 꺼냈다.“사실 저의 목숨은 최연준 씨가 살려준 거죠. 옥상에서 저를 발견하고 모른 체하지 않았잖아요. 저는 조폭이라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인간이에요. 저는 오래전에 당신이 누구인지 알았어요.”육경섭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당신은 최씨 가문의 셋째 최연준이죠!”최연준은 차가운 눈길로 육경섭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한꺼번에 많은 말을 한 육경섭은 부상 때문에 많이 피곤해 보였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계속 말을 했다.“최지한이 구현수를 찾았어요. 언제든지 최연준 씨를 죽이고 구현수로 당신을 대체하려고 할 거예요. 빨리 준비하는 게 좋을 거예요.”최연준의 눈썹이 일그러지고 눈 밑에 차가운 빛이 흘렀다.“그럼 경섭 씨도 최지한의 사람인가요?”육경섭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자기 밑에서 일해 달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