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경섭!”최연준의 눈빛은 그늘져 있었고 몸에서는 살벌하고 위협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죽고 싶어요?”“어, 겁먹었네요?”최연준이 갑자기 손을 들어 멱살을 잡았다!육경섭은 깜짝 놀랐다. 목을 누르는 힘이 점점 커지더니 숨을 쉬기 힘들었다.“당신...”최연준의 가늘게 뜬 눈빛과 일거수일투족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잔인함은 육경섭이 봤던 조폭들과 다를 바 없었다.육경섭은 힘겹게 손을 들어 그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그때 문이 열리면서 강서연이 그 광경을 보게 되였다.“현수 씨!”그녀는 깜짝 놀라며 달려와서 그의 팔을 잡았다.“뭐 하는 거예요?”최연준은 정신을 차리고 손을 풀었다.육경섭은 격렬하게 기침을 했는데 상처가 터질까 봐 제대로 크게 하지 못하면서도 최연준을 노려보았다.강서연은 병상에 누워 있는 부상당한 육경섭은 완전히 무시한 채 오로지 최연준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현수 씨, 괜찮아요?”“어머 서연 씨, 들어오면서 못 봤어요. 서연 씨 남편이 저의 목을 조였어요.”육경섭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만해요. 내 남편은 내가 알아요. 경섭 씨가 건드리지 않았다면 왜 경섭 씨 목을 조였겠어요?”강서연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방금 무슨 말로 자극했는데요? 당신 같은 사람은 구해주는 게 아니었어요.”강서연은 콧방귀를 뀌며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최연준을 위로했다.“현수 씨, 이런 사람과 화내지 말아요. 지금 다쳤으니까 한번 봐줘요.”최연준의 얼굴이 조금 풀리더니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강서연이 웃으며 계속 말했다.“현수 씨, 이 사람이 상처가 나으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요. 우리 그때 복수해요.”“알았어. 당신 말대로 해.”최연준은 겨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서연은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만지며 웃었다.두 사람은 칼을 맞고 병상에 누워있는 남자를 완전히 무시했다.육경섭은 어이가 없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런... 이 정도로 감싸다니! 미친 짓이야!’“콕콕!”그는 두 번 크게 기침을 했다.최
강서연은 어이가 없었다.그녀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할 때 최연준이 침울한 얼굴로 나섰다.“제가 돌봐줄게요.”육경섭은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아니요, 당신을 얘기한 거 아니에요...”“여기 우리 서연 씨 빼면 나밖에 더 있어요?”“이봐요, 희철이를 불러줘요.”육경섭이 말했다.“그 친구도 다쳐서 붕대 감고 있어요. 그냥 쉬게 해요.”육경섭이 말을 잇지 못했다.“괜찮아요. 제가 할게요.”최연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강서연이 입을 가리고 킥킥거리자 육경섭은 얼굴을 찡그렸다.그녀는 도시락을 최연준에게 건네며 말했다.“현수 씨, 나 이제 가게로 돌아갈게요. 저녁밥도 가져올 거니까, 경섭 씨 잘 돌봐줘요.”최연준이 강서연과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육경섭은 처음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다.강서연이 병실을 나가서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안에서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아니에요. 먹여주지 않아도 돼요.”“우리 서연 씨 요리 실력을 오래전부터 궁금해했잖아요. 오늘 만족시켜 줄게요.”“나 혼자 밥 먹을 수 있어요! 이봐요, 이봐요, 아... 데어 죽일 거예요?”...육경섭은 몸 상태가 워낙 좋아서 회복이 빨랐고, 일주일 만에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최연준은 아직 육경섭을 완전히 친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제 더 이상 적은 아니었다.육경섭이 자신의 정체를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적이 아니라고 확신했다.최연준은 휠체어를 밀고 육경섭을 데리고 햇볕을 쬐러 밖으로 나갔다.최연준은 햇볕을 쬐며 칼륨을 보충하라는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며 육경섭을 데리고 나와서 한여름 햇볕에 땀을 뻘뻘 흘리게 했다.이것은 고의적인 것이 분명했다.육경섭은 햇빛에 눈을 뜨지 못한 채 물었다.“이봐요, 이제 돌아가죠?”최연준은 천천히 손을 들어 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아직 시간이 안 됐어요.”“당신...”“육경섭 씨, 만족해요. 내가 직접 데리고 나
훤칠한 비율의 소유자가 그의 눈에 들어오자, 육경섭은 저도 모르게 휠체어 손잡이를 세게 잡았다.“임우정은 왜 데리고 왔어요?”최연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방금까지 오해가 있으면 담아두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면서요.”“그건 당신한테 하는 말이었고!”육경섭이 노려보며 말했고 최연준은 쓴웃음을 짓고서는 강서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면서 손짓했다.임우정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그에게 다가왔다.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지난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안색이 어두워진 육경섭이 바로 등을 돌리려 했고, 휠체어를 움직이다가 엉겁결에 목걸이가 환자복 위로 드러났다.임우정은 뜨끔했다. 그녀의 목에 똑같은 목걸이가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자세히 말해 목걸이가 아니라 그냥 목걸이 줄에 반지를 걸어놓은 것이었다. 반지도 비싸 보이지 않았고 목걸이 줄도 색이 다 바래져 검게 변했다.임우정은 본인이 우격다짐으로 육경섭한테 선물했던 목걸이라 기억에 남았다.16살이 되던 해, 학교 앞 편의점에서 3일 동안이나 굶어가며 모은 돈으로 반지 한 쌍을 골랐다. 설렘이란 감정을 알기 시작한 임우정에 비해 그는 너무나 숙맥이었다. 그녀를 좋아하면서도 표현 방법이 서툴러 괴롭히기 일쑤였다.임우정이 화가나 울기 직전이었어도 꿋꿋이 반지를 그의 손에 쥐어 줬었다. “이게 뭐야?”그가 얼굴이 빨개지며 물었다.“그게... 이제는 괴롭히지 말고 나한테 잘하라고!”“쳇, 이게 무슨 반지야, 은도 아니고 그냥 쇠고리네!”“육경섭, 갖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안 가진다고는 안 했어, 없기보다는 낫지! 그... 임우정!”속으로 좋아서 날뛸 것 같아도 말은 달랐다.“네가 산 반지 너무 별로라 내가 이제 큰돈 벌게 되면, 다이아몬드가 박힌 진짜 반지 사줄게!”... 임우정은 천천히 쇄골 쪽을 만지며 바지를 손에 꼭 쥐었다. 그의 부와 명예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지만, 그때의 약속을 잊은 것은 아닐까?육경섭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그녀를 등지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육경
냉담한 척하는 그의 태도, 그녀에게 솔직하지 않은 모습, 사랑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그가 선택한 가장 바보 같은 방식은 그녀에게 증오로 다가왔다!육경섭은 순간 움찔하며 상처가 욱신거렸다. 땡볕 아래 오래 머물렀던 터라 기운이 빠져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최연준은 금세 다가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상처가 덧난 탓에 상처를 감싸고 있던 붕대가 빨갛게 피로 물들여졌다. 강서연은 서둘러 간호사를 찾아 나섰다. 임우정은 당황해하며 그의 앞에 웅크려 앉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경섭아... 왜 그래? 너... 더 심각해진 거야?”솔직히 육경섭은 이보다 더한 총상도 여러 차례 입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 정도의 상처는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임우정이 그에게 한 말과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육경섭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그는 어떤 말을 해야만 그녀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지 몰랐고 용서했다 한들 그녀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확신도 없었다. “경섭아!”육경섭이 대답이 없자 심각성을 느낀 임우정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강서연이 불러온 몇몇 간호사들은 서둘러 육경섭을 병실로 옮겼고 즉시 상처를 확인한 후 처치해 주었다. 처치가 진행되는 동안 임우정은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시선은 그를 향해 있었고 한시도 그의 옆을 떠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연준과 강서연은 서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현수 씨.”강서연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무래도 우정 언니는 오늘 병원에 머물 것 같으니 내가 가서 생필품이랑 먹거리를 챙겨올게요. 그리고 함께 집으로 가요.”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서연이 나간 후 간호사가 임우정한테 물었다. “환자 보호자 되십니까?”어리둥절해하던 임우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침대에 누워있던 육경섭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간호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무더운 날씨에 환자를 땡볕에 놔두면 어떡합
강서연은 필요한 물품을 사 들고 바로 돌아왔다. 육경섭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임우정을 보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강서연은 임우정에게 몇 마디 당부를 전하고는 최연준을 데리고 병실을 나갔다. 마음의 짐을 덜어낸 그녀는 집으로 가는 내내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비록 임우정과 신석훈이 인연이 닿기를 바랐던 그녀지만 임우정이 어떤 선택을 하든 무조건 응원할 것이다!“현수 씨.”강서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경섭 씨와 자주 마주칠 것 같은데 지나간 일은 덮어두고 잘 지내기를 바라요!”“그래.”사실 그 둘 사이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최연준은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발걸음을 멈췄다.지금의 그녀는 기분이 몹시 좋아 보여서 그가 어떤 얘기를 털어놓든 다 들어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까?최연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그녀의 맑은 눈을 바라보았다. “현수 씨, 왜 그래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당신한테 할 얘기가 있어.”강서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마침 저도 할 얘기가 있던 참이었는데!”“응? 뭔데?”그의 눈빛이 흔들렸다.“제가 신 의사님한테 가서 검사했는데...”최연준은 깜짝 놀랐다.“왜? 어디 불편해?”강서연은 부끄러워하며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저... 이번 달 안 왔어요.”최연준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저 입술만 머뭇거릴 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뭐? 뭐라고?”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당신 말은... 임신이라는 거야?!”“확실한 건 아니에요.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요!”강서연은 미소를 짓고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최연준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 자신이 할 얘기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파도와 같은 기쁨이 몰려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현수 씨, 이제 내려줘요!”강서연도 너무나 기뻤으나 사람이 오가는 길거리라 민망했다. 최연준은 바보
강서연은 병원에 혼자 있는 임우정이 마음에 걸려 문병 갔더니 마침 육경섭에게 밥을 떠먹여 주는 임우정을 보았다.매사에 덤벙대던 임우정인데, 국물 한 숟가락 떠먹여 주는데도 육경섭이 데일까 여러 번 불어서 식혀서 주었다.하지만 병실 침대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남자가 두 날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재활치료를 받았다고 누가 믿겠는가?강서연은 갑자기 그 사람이 떠올라 웃었다.모르는 사람한테는 어두운 안색으로 ‘오지 마!’ 하는 표정을 하던 사람이었다.하지만 만났다 하면 그녀한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왔어요?”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서연이 뒤돌아보자, 신석훈이 다가오고 있었다. 신석훈이 병실 쪽을 보고 정색하다 금세 밝은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했다.“경섭 씨가 회복이 빠르네요. 조만간 완쾌하시겠어요.”“신 의사님, 고맙습니다.”강서연이 어색해하며 말했다.처음에는 임우정과 엮어주려 했건만...“고마워 할 필요 없어요. 아픈 사람 치료해 주는 게 의사의 천직인데요.”신석훈은 웃으며 답했다.“석훈 씨는 참 좋은 의사예요.”그녀가 보기에도 이 말은 빈말 같았다.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손수 라이벌을 치료한 것도 모자라 좋아하는 사람한테 보냈었다. 그는 골치 아플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 항상 남을 치료만 했지, 정작 자신의 상처는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사실... 나도 우정 씨가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는 걸 원해요.”그가 웃으며 병실을 쳐다보았지만, 눈에는 미련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우정 씨가 경섭 씨 곁에 있을 때만 더없이 환하게 웃는 것 같아요.”신석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석훈 씨...”강서연의 마음은 복잡미묘했다.“석훈 씨가 좋은 사람인데 꼭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허, 나한테는 원래 좋은 일만 있었어요!”신석훈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제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줬어요. 집이 그렇게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족함 없이 컸고 덕분에 의
강서연은 더욱 의구심이 들었다.“혼인 증명서로 뭐하게요?”최연준은 순간 입술이 마르고 목이 메어 무슨 변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강서연이 집에 없는 틈을 타 혼인 증명서를 찾아냈다. 아니나 다를까 위의 이름은 구현수였다... 강서연이 강유빈 대신 시집을 갈 때, 강씨 집안에서는 인맥을 이용해서 구현수의 민증을 사용했었다.애초에 강서연한테 이렇게 빠질 줄 알았더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직접 혼인신고 하러 갔을 최연준이었다. 이름 고치려면 좀 힘들겠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유찬혁이 그에게 알려줬었다.하지만 최연준이 혼인 증명서를 챙겨 가려 할 때 마침 강서연한테 들켜 버렸다.“현수 씨, 왜 그래요?”그가 넋을 놓고 있자 내심 걱정되었다.“현수 씨... 혼인 증명서 찾자고 집을 이렇게 어지럽혔다고요? 뭐하게요?”최연준은 억지로 입을 삐죽거리며 한참 동안 뜸 들이다 입을 열었다.“그냥... 찾아보느라.”“뭐 볼 거 있다고요?”눈이 휘둥그레진 강서연은 어떠한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그러고는 그의 손에서 혼인 증명서를 가져와 서랍에 넣었다.최연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마치 잘못이라도 저지른 아이처럼 멍하니 그녀 앞에 서 있는 최연준이다. 큰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그녀 앞에서 그가 고개를 숙이고 말을 아낄 때마다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강서연은 어이없는 듯 웃어 보이며 작은 두 손으로 그의 볼을 감싸고는 맑은 눈으로 그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현수 씨, 오늘 좀 이상한데. 요즘 힘든 일 있었어요?”
“혹시 모르잖아요! 진짜 아기가 생긴다면 아이를 위해서도 생각해 봐야죠. 그렇지만 이 보험은 내가 현수 씨한테 들어주고 싶은 거예요.”그녀는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그를 향해 따뜻하게 웃어 보였고 그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움이 섞인 확고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세상은 온통 눈앞의 남자였다. “현수 씨... 나, 임신은 처음이라 긴장이 되긴 해서 며칠 맘카페 같은 데서 정보를 많이 찾아봤어요. 진짜 게시글처럼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최연준은 안색이 어두워서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서연아,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그럴 일 없을 거야!”강서연은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내 말은 만약에, 만약에 급한 상황이 생기면 이 돈을 꺼내라는 거죠.”“만약은 없어! 그럴 일도 없을 거고!”최연준은 중저음으로 그녀를 혼내듯 말했고, 그의 화난 표정에 강서연도 꽤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멍하니 그를 보았고 심장이 쿵쾅 뛰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깔끔하게 보험 서류를 갈기갈기 찢어버렸고 순간 공기는 싸해졌다. 최연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서운 분위기에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현수 씨...”최연준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고 본인이 놀라게 했다는 생각에 그녀를 품에 와락 안고는 미안해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한테 화를 낸 게 아니야. 단지 그럴 일 없을 것이라는 걸 말해 주고 싶었을 뿐이야. 당신한테 일이 생겨도 난... 아이보단 당신이 먼저야.”최연준은 강단 있는 눈빛을 하고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토해냈다. 강서연은 마음 한편이 뭉클했고 코끝이 시큰거렸다.“현수 씨 바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우리 둘의 결실인데, 어찌 그래요.”“아니!”최연준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고 강서연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녀는 얇은 손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큰 눈망울은 별빛처럼 빛이 뿜어졌다. 그의 표정과 모습은 꽤 엄숙하고 진지해서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겁을 먹었을 건데, 강서연은 그가 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