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서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얼어붙은 또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최지용이었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자, 최지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백인서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고 그들 사이에서 자신이 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이, 최지용.”소녀는 다가가 그의 등을 툭 쳤다.“왜 그러고 있어? 나 몰라보겠어?... 이봐, 왜 고개를 숙이는 거야?” 최지용은 소녀를 피하며 계속 백인서를 향해 눈길을 돌리고 있었다. “대체 너 왜 그래?”소녀는 당황해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나 배윤아. 너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알아, 알아.”최지용은 죽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여기서 만날 줄이야. “이 예쁜 언니랑 같이 있는 거야? 소개 안 해줘?” 백인서는 잠시 멍하니 소녀를 바라보았다. 배윤아는 전통적인 미인과는 조금 달랐다. 갸름한 얼굴형은 아니었고, 책에서 말하는 둥근 얼굴처럼 볼살이 통통하고 매우 귀여웠다. 하얀 피부에 짙은 눈썹과 큰 눈, 웃을 때 생기는 작은 보조개 두 개가 매력적이었다. 딱 봐도 부잣집에서 자란 소녀 같았다. 하지만... 백인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최지용과 꽤 친해 보였는데, 왜 최지용은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을까? 말할 가치가 없었던 건가, 아니면 감히 말하지 못했던 건가? 백인서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술을 깨물며 최지용을 바라보고 억지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어냈다. “그래, 지용아, 왜 소개 안 해줘?” “응?”최지용은 마치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지용? 지금 누구를 부르는 거지? 나를? 평소에는 그냥 야 혹은 저기라고 부르지 않았나? “지용아.”백인서는 더 자연스럽게 불렀다.“두 사람 아는 사이야?” 최지용은 멍하니 있다가, 그때 소녀가 먼저 나서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배윤아예요. 진실 윤, 맑은 아예요
“백인서.”최지용은 솔직히 말했다.“나, 나 사실 배윤아를 알아. 배씨 집안의 막내딸이고, 아버지는 배경원, 어머니는 임수정이셔. 배씨 집안과 최씨 가문은 대대로 친분이 있었어.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나는 군형, 군성이랑 같이 윤아랑 자주 놀았어.” “그래.”백인서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핵심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있어.”최지용은 모두 털어놓았다.“예전에. 그러니까 예전에는... 최씨 가문에서 배씨 집안과 결혼을 시키려고 했어. 결혼 상대는 나와 배윤아였어.... 하지만 내 말을 들어봐, 이건 어른들의 생각일 뿐, 나랑은 상관이 없어.” “응.” 비록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백인서의 눈에는 점차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백인서, 내가 전에 배윤아를 말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최지용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백인서가 오해할까 봐 두려웠다고 말해야 할까? 그건 좀 부적절한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면 백인서가 자신이 벌써 백인서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될 텐데. 말할 가치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조금 전에 배윤아는 어릴 적부터 그들과 함께 놀았다고 말했는데. 최지용이 한숨을 쉬는 사이, 백인서는 면을 다 먹고 벌떡 일어섰다. “백인서.” “왜?”백인서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했다.“지난번에 내가 너한테 뭐라고 부르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응?” “그리고...”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면 다 안 먹었잖아, 음식 낭비하지 마.” 최지용의 머릿속이 하얘졌고 이내 멍청하게 웃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후루룩 소고기 국수를 모두 삼켜버렸다.가게 주인 아저씨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야, 너, 너무 뜨거운 거 아니냐.” “진짜로 바보가 된 거야? 이렇게 뜨거운 면을 꿀꺽꿀꺽 삼키다니.” ...주말이 되자 최군형은 강소아와 함께 크고 작은 짐들을 들고 육씨 가문을 방문했다. 그는 훌륭한 사위로서 매번 방문할 때
"늦었으니 그만 쉬자."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저… 저도 씻고 올게요."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강서연은 머리가 텅 비는 것만 같았다.뜨거운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아왔고, 그의 뜨거운 심장 박동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팔다리가 뻣뻣하여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남자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내가 누군지 알아?"강서연은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남편이고, 오늘이 신혼 첫날밤이기도 하니,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당연하다는 건가?강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알고 있어요… 구현수 씨잖아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구현수라...'내가 진짜 구현수는 아니라는 걸 알까? 하지만 뭐 그녀도 진짜 강서연은 아니잖아.'사실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강서연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 씨네 아가씨의 성격으로는 이런 시골뜨기에게 시집올 리가 없다.하지만 상관없었다, 둘 다 사기 결혼인 셈이니..."구현수씨..."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보니 사슴같이 무고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수줍고 부드러운 표정은 그의 마음속 어딘가를 움켜잡는 듯하였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작고 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구현수 씨는 이제 제 남편이니… 이런 일은 당연한 거죠, 그럼, 우리 시작해요."그녀의 앙증맞은 코끝에서 땀방울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서툰 동작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온몸을 떨면서 말이다.구현수는 살짝 설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작은 손을 잡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강서연은 달아오른 멍한 얼굴로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됐어. 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구현수 씨, 저...""너에게도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봐."그는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서연의 귓가
강서연이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오자, 아침 운동을 하는 구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상의를 벗고 두 손으로 아령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있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마치 태양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강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일찍이네요."구현수는 고개를 돌려 표정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강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에는 샌드백, 권투 장갑, 야구 방망이, 아령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평소에 싸움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하다.이 남자의 성격은 어떨까?듣자니 이곳 사람들은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걸음으로 다가가 긴장한 듯 물었다."저기… 아침 식사는 하였나요?""아직이야."남자가 차갑게 몇 마디 내뱉었다."네가 가서 차려봐."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평소 일을 많이 하던 탓이라 손이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쌀죽 한 가마에 계란전도 부쳤고, 장조림도 한 그릇 담아 구현수 앞에 차려놓았다.구현수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구현수는 소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가져다 놓았다.강서연은 어리둥절하며 사양하려다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네..."그녀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구현수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젯밤 일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혼부부 사이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그가 강요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하여 말이다.또한,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 이제 부부가 된 이상 함께 앞날을 계획하는 것은 응당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거 깨끗이 세탁하였으니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아이고, 세탁했다고요?"점원은 차갑게 비웃었다."하루만 빌리고 왜 세탁했어요? 결혼용으로 빌린 거 아니에요? 설마 입고 농사지으러 간 건 아니겠죠?"낯가죽이 얇은 강서연은 점원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가 결혼하던 날의 상황은 농사짓는 것보다 별로 더 낫지는 않았다. 큰비를 맞으며 진흙탕 시골길을 걸었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웨딩 신발도 모두 더러워졌으며 발도 다 까지고 말았다.점원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따금 그녀에게 불쾌하다는 눈길을 보냈다."서연 씨, 이런 웨딩드레스는 세탁하더라도 손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해요! 드라이클리닝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점원은 강서연의 성격이 만만한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했다. "어휴,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후로 웨딩드레스를 팔기만 하였지 이렇게 임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쯧쯧, 웨딩드레스 한 벌도 못 사면서 무슨 결혼을 해요?""웨딩드레스를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 한다... 이게 어느 법률에라도 적혀있어?"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돌아섰는데, 구현수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점원을 바라보았다."저렇게 '웨딩드레스 대여' 라고 크게 써놓고서, 모두를 눈먼 사람 취급하는 거야?""아니...""게다가 이렇게 스타일도 별로고, 품질도 그저 그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점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사면 못 산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이렇게 허물 잡는 게 아니라... 저희 가게에는 특별히 디자인된 고급 드레스도 있다고요!"구현수는 홀 정중앙에 있는 웨딩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머메이드 핏으로 몸매를 잘 드러내고 은은한 금실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다.비교적 뛰
가게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바닥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다른 사람들은 그 점원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점원의 안색은 이미 보기 나쁘게 변해있었다. 이때 매니저가 다가와 그녀에게 눈짓하였는데, 비싼 웨딩드레스이니 손님의 뜻에 따르라는 뜻이었다.이를 지켜보는 구현수는 기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강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구현수의 손을 꼭 쥐었다."괜찮아요, 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그녀는 나지막이 그에게 속삭였다."이 드레스는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앞으로 따로 입을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이 카드로 결제해."구현수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결국 매니저와 디자이너가 함께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했다.구현수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안에서 사이즈를 재고 있는 강서연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빈정거리지 못했고, 전에 그 점원은 매니저에게 호통 받고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강서연의 몸매가 좋다고 연달아 칭찬했고, 매니저도 그녀를 귀빈으로 모시며 차를 대접하고 물을 따라주며 조심스럽게 시중들었다.한참 뒤에서야 웨딩숍을 나선 강서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시무룩했다.그 웨딩드레스는 600만 원이 넘었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현수 씨."그녀는 오랫동안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 현수 씨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구현수는 걸음을 멈췄다.어린 여인은 검은 포도처럼 검고 큰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아까… 현수 씨가 너무 충동한 것 같아요.""뭐?""그러니까 아까 웨딩숍에서 말인데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 비싼 웨딩드레스를 샀어요? 600만 원이면 우리 둘이 얼마나 오래 먹고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봐요."구현수는 확실히 이 금액의 가치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예전의 그에게 이 금액은 아마 한 끼의 밥값으로도 부족했을 것이다.
구현수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문지르더니 심호흡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오성에 다녀오기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지금 돌아가면, 구현수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다시 말썽을 일으키며 더 악랄한 방법을 생각해 내 그를 해칠 것이다!"캐러멜과 바닐라 중 어느 쪽이에요?"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돌려 보니 반짝이는 큰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를 향해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은 그녀의 손에 든 밀크티처럼 달콤했다."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아요...""괜찮아."다른 사람에게 들통나는 느낌은 정말 좋지 않았다.구현수은 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말했다."혼자 먹어, 난 이런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강서연은 밀크티 두 잔을 손에 들고 그 자리에 한창이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입술을 깨물며 쫓아갔다.그녀는 그의 뒤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며 따라갔다. 그의 넓은 등은 차가운 벽과 같았다. 그 벽 너머에는 그만의 세계였고, 그녀는 비록 그의 가까이에 있지만, 도저히 그 벽을 넘어갈 수 없었다....신혼 다음 날은 평소와 다름없었다.구현수는 강서연에게 침대를 내주고 자신은 밖에 있는 소파에서 잤다. 이불도 하나뿐이어서 강서연에게 양보한 뒤 낡은 시트로 몸을 감쌌다. 강서연은 미안한 마음에 침실 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어서 가서 쉬어!"구현수의 말에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침대로 돌아갔다.구현수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아직 자신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하였다.강서연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가볍게 웃었다.소문에 따르면 구현수는 성격이 차갑고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않으며 싸움에 매우 익숙하다고 한다. 하지만 강서연은 그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적어도 그녀를 충분히 존중하고 배려해 주고 있다.현지 습속에 따르면 셋째 날에는 신부 쪽 집을 방문해야 한다.강서연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셋째 날에는 보통 남편과 함께 떡 같은 걸 준비하여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