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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5화

“너...”

동혜림은 말문이 막히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백인서를 한 번 노려보고는 확 돌아섰지만 하이힐이 너무 높아서 몇 발짝 휘청거리다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다.

“아악.”

동혜림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휘청거려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주변을 지나가던 동료들은 웃음을 참으며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백인서는 조용히 이 장면을 지켜보며 고개를 저었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녀에게 경멸의 눈빛을 던졌다.

“백인서!”

동혜림은 균형을 잡은 후 백인서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두고 봐!”

백인서는 등을 돌린 채 손을 흔들며 유유히 걸어 나갔다.

사실 이 여자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싶었다.

과거 사회의 밑바닥에서 고군분투하던 시절, 종종 불쾌한 사람들을 마주쳤고 가운뎃손가락을 들며 욕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기술이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백 명의 동혜림도 백인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 그 순간, 백인서는 동혜림을 혼내주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지금 백인서는 육자 그룹에 소속되어 있었고 강소아에게 민망한 일을 만들 수 없었다.

그리고 방금 그 순간, 백인서는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만약 자신이 욕하며 가운뎃손가락을 드는 모습을 본다면, 자신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

그 사람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아마 밥그릇 안에 더 이상 하트 모양의 달걀 프라이는 없을 것이다.

백인서는 복도를 돌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빠르게 자리에 앉아 모든 불쾌한 감정을 잊고 일에 전념했다.

퇴근 후, 백인서는 회사 건물 아래에서 또다시 최지용을 보게 되었다.

백인서는 최지용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최지용은 마치 황제의 명을 받은 듯 백인서의 뒤를 따랐다. 회사에서 한참 떨어진 거리까지 걸어간 후에야 최지용은 백인서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용기를 냈다.

백인서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마음속에서는 밝은 햇살이 내리비쳤다.

“저기...”

최지용은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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