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서의 입가가 약간 부풀어 올라와 있었고, 얼굴에는 뚜렷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강소아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부드럽고 약해 보이던 육연우가 이렇게 강하게 때릴 줄은 몰랐고 그것도 한 번에 매끄럽게 해냈다니.게다가 백인서는 피하지 않았다.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강소아는 백인서에게 얼음찜질을 해주며 백인서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백인서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아직도 아파?”백인서는 고개를 저었다.강소아는 화가 나서 말했다.“연우가 평소 집에서도 너한테 이렇게 대하는 거야?”“그런 일 없어요.”백인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저를 잘 대해줘요. 방금은 제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으니까 제가 잘못 한거예요.” “인서야.”“됐어요, 가서 육연우씨를 좀 챙겨줘요.”백인서는 진심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피부가 두꺼워서 한 대 맞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육연우씨는 마음이 다쳤으니 더 위로를 받아야 해요.”강소아는 말없이 입술을 움직였다가 간신히 말했다.“인서야, 너는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구나.”“육연우씨를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백인서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낮게 말했다.“제가 엄마를 잃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니까요.”강소아는 백인서를 꼭 안았다. 너무 말라서 안쓰러웠고 성숙함에도 안타까웠다. ... 육씨 가문에서 돌아오는 길 내내 강소아는 계속 근심에 빠져 있었다. 최군형은 강소아의 걱정을 알아채고 살며시 끌어안으며 자신의 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여주었다.육연우가 올린 게시물이었다. 여러 각도에서 찍은 하얀 작은 핸드백 사진 몇 장이었고 언니한테 미안하다는 글이라고 적혀 있었다.강소아는 마음이 뭉클해졌고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연우는 여전히 언니인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지금은 잠시 오해가 생겼을 뿐이고 그 오해가 풀리고 마음의 먹구름이 걷히면 여전히 자신이 알던 그 순수하고 착한 연우일 것이다.강소아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보았다. 그들의
강소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체 채팅방에 확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랫동안 아무 말도 없던 육연우도 확인 답장을 보냈다. 강소아와 최군형은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고 최군형은 강소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모든 게 잘 풀릴 거야.” “그러길 바래.” “그런데...”최군형이 말을 계속했다.“이번 일. 백인서는 참석하지 않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강소아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러나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건 사대 가문의 친척들 간의 연회였고, 심지어 육경섭과 임우정도 초대받지 못했다. 자신도 최씨 가문의 며느리로서 참석하는 것이었다. 백인서가 따라오는 건 확실히 맞지 않았다. 연우는 최군성과 약혼했으니, 반쯤은 최씨 가문의 사람이 되었고 앞으로 있을 여러 자리를 대비해서라도 이런 친척들을 만나야 했다. “사실, 지용도 참석하지 않아.”최군형이 웃으며 말했다.“이제는 백인서가 없는 곳에서 지용이를 찾을 수가 없거든. 그날 아마 백인서과 함께 소풍을 갈 거야. 둘만의 시간을 즐기면 좋지 않겠어?” “응, 맞아.”강소아는 미소 지었다.“그럼 돌아가면 초대 손님 명단을 빨리 보여줘. 미리 준비해서 당황하는 일 없게.” “하명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 곧 주말이 되었다. 임씨 가문의 돌잔치는 매우 활기차게 열렸는데 쌍둥이 형제를 얻은 덕에 분위기가 두 배로 더 들떴다. 배경원은 젊었을 때부터 사교 능력이 뛰어났지만 아들은 그 재능을 많이 물려받지 못했다. 반면 최씨 가문의 둘째 아들은 그와 죽이 잘 맞았다. 두 명의 사교의 달인이 만나니 연회장의 온도가 한층 더 올라갔다. 원래는 임씨 가문이 주최한 연회였으나, 어느새 배경원과 최군성의 무대가 되어버렸다. 최연준은 더 이상 볼 수 없겠다며, 최군형을 불러 동생을 빨리 데려가라고 했다. 그리고 최연준은 자신의 오랜 친구를 데리고 한쪽에서 술을 몇 잔 더 마시며 여유를
“배윤진!” “하하하. 정말 배윤진이네. 오랜만이다. 하하하.” 최군성은 달려가 안아버렸고 호탕한 웃음소리가 작은 방을 가득 채워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남자는 최군성에게 꽉 껴안겨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고 힘껏 몇 번이나 최군성을 쳤다. 최군형이 두 사람을 떼어놓고, 남자에게 정상적인 포옹을 했다. 두 사람은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약간의 연민을 느끼는 듯했다. “이봐, 더 단단해졌네?”배윤진은 최군형의 팔을 만지며 말했다.“결혼 후에 운동을 그만뒀을 줄 알았는데, 계속 운동하고 있네?” “당연하지.”최군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언젠가 너랑 시합할 거거든.” “그래!”배윤진은 최군성을 향해 다시 말했다.“너, 이 녀석. 또 내 별명을 바꿨어.” 최군성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네 여동생 이름이 배윤아잖아, 그래서 너는 당연히 배윤진이지. 하하하.” 배윤아도 옆에서 함께 웃었다. 배윤아는 피부가 희고, 웃을 때 쉽게 얼굴이 붉어졌다. 볼에 맺힌 두 개의 붉은 홍조는 마치 활짝 핀 복숭아꽃처럼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었다. “그만해.”최군형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소개를 할게. 여기는 배윤아, 배 아저씨의 막내딸이야. 소아야, 너희는 예전 연회에서 한두 번 봤을 거야.” 강소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윤아에게 조용히 인사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배윤진이 아니고...”최군형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배현진이야. 지금 바쁜 사람이지만 오늘 잠시 시간을 내서 귀국했으니, 우리가 절대 그를 놓치면 안 돼.” “좋아.”최군성은 탁자를 탁 치며 말했다.“오늘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 이름을 거꾸로 쓸 거야.” “아니, 아니.”배현진은 황급히 손을 저었다.“그건 안 돼. 오늘 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하고, 할 일이 많아.” “흥을 깨지 마.” “정말로 안 돼.”배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최군형처럼 강한 인상은 아니었고 최군성처럼 대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늦었으니 그만 쉬자."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저… 저도 씻고 올게요."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강서연은 머리가 텅 비는 것만 같았다.뜨거운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아왔고, 그의 뜨거운 심장 박동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팔다리가 뻣뻣하여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남자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내가 누군지 알아?"강서연은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남편이고, 오늘이 신혼 첫날밤이기도 하니,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당연하다는 건가?강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알고 있어요… 구현수 씨잖아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구현수라...'내가 진짜 구현수는 아니라는 걸 알까? 하지만 뭐 그녀도 진짜 강서연은 아니잖아.'사실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강서연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 씨네 아가씨의 성격으로는 이런 시골뜨기에게 시집올 리가 없다.하지만 상관없었다, 둘 다 사기 결혼인 셈이니..."구현수씨..."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보니 사슴같이 무고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수줍고 부드러운 표정은 그의 마음속 어딘가를 움켜잡는 듯하였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작고 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구현수 씨는 이제 제 남편이니… 이런 일은 당연한 거죠, 그럼, 우리 시작해요."그녀의 앙증맞은 코끝에서 땀방울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서툰 동작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온몸을 떨면서 말이다.구현수는 살짝 설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작은 손을 잡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강서연은 달아오른 멍한 얼굴로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됐어. 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구현수 씨, 저...""너에게도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봐."그는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서연의 귓가
강서연이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오자, 아침 운동을 하는 구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상의를 벗고 두 손으로 아령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있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마치 태양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강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일찍이네요."구현수는 고개를 돌려 표정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강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에는 샌드백, 권투 장갑, 야구 방망이, 아령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평소에 싸움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하다.이 남자의 성격은 어떨까?듣자니 이곳 사람들은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걸음으로 다가가 긴장한 듯 물었다."저기… 아침 식사는 하였나요?""아직이야."남자가 차갑게 몇 마디 내뱉었다."네가 가서 차려봐."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평소 일을 많이 하던 탓이라 손이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쌀죽 한 가마에 계란전도 부쳤고, 장조림도 한 그릇 담아 구현수 앞에 차려놓았다.구현수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구현수는 소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가져다 놓았다.강서연은 어리둥절하며 사양하려다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네..."그녀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구현수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젯밤 일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혼부부 사이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그가 강요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하여 말이다.또한,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 이제 부부가 된 이상 함께 앞날을 계획하는 것은 응당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거 깨끗이 세탁하였으니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아이고, 세탁했다고요?"점원은 차갑게 비웃었다."하루만 빌리고 왜 세탁했어요? 결혼용으로 빌린 거 아니에요? 설마 입고 농사지으러 간 건 아니겠죠?"낯가죽이 얇은 강서연은 점원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가 결혼하던 날의 상황은 농사짓는 것보다 별로 더 낫지는 않았다. 큰비를 맞으며 진흙탕 시골길을 걸었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웨딩 신발도 모두 더러워졌으며 발도 다 까지고 말았다.점원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따금 그녀에게 불쾌하다는 눈길을 보냈다."서연 씨, 이런 웨딩드레스는 세탁하더라도 손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해요! 드라이클리닝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점원은 강서연의 성격이 만만한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했다. "어휴,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후로 웨딩드레스를 팔기만 하였지 이렇게 임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쯧쯧, 웨딩드레스 한 벌도 못 사면서 무슨 결혼을 해요?""웨딩드레스를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 한다... 이게 어느 법률에라도 적혀있어?"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돌아섰는데, 구현수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점원을 바라보았다."저렇게 '웨딩드레스 대여' 라고 크게 써놓고서, 모두를 눈먼 사람 취급하는 거야?""아니...""게다가 이렇게 스타일도 별로고, 품질도 그저 그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점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사면 못 산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이렇게 허물 잡는 게 아니라... 저희 가게에는 특별히 디자인된 고급 드레스도 있다고요!"구현수는 홀 정중앙에 있는 웨딩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머메이드 핏으로 몸매를 잘 드러내고 은은한 금실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다.비교적 뛰
가게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바닥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다른 사람들은 그 점원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점원의 안색은 이미 보기 나쁘게 변해있었다. 이때 매니저가 다가와 그녀에게 눈짓하였는데, 비싼 웨딩드레스이니 손님의 뜻에 따르라는 뜻이었다.이를 지켜보는 구현수는 기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강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구현수의 손을 꼭 쥐었다."괜찮아요, 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그녀는 나지막이 그에게 속삭였다."이 드레스는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앞으로 따로 입을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이 카드로 결제해."구현수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결국 매니저와 디자이너가 함께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했다.구현수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안에서 사이즈를 재고 있는 강서연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빈정거리지 못했고, 전에 그 점원은 매니저에게 호통 받고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강서연의 몸매가 좋다고 연달아 칭찬했고, 매니저도 그녀를 귀빈으로 모시며 차를 대접하고 물을 따라주며 조심스럽게 시중들었다.한참 뒤에서야 웨딩숍을 나선 강서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시무룩했다.그 웨딩드레스는 600만 원이 넘었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현수 씨."그녀는 오랫동안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 현수 씨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구현수는 걸음을 멈췄다.어린 여인은 검은 포도처럼 검고 큰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아까… 현수 씨가 너무 충동한 것 같아요.""뭐?""그러니까 아까 웨딩숍에서 말인데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 비싼 웨딩드레스를 샀어요? 600만 원이면 우리 둘이 얼마나 오래 먹고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봐요."구현수는 확실히 이 금액의 가치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예전의 그에게 이 금액은 아마 한 끼의 밥값으로도 부족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