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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9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말을 들은 강소아와 최군형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최군형은 어릴 적 종종 변 할아버지가 일하던 서재에서 놀곤 했다. 변덕수는 추리 소설 작가로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병이 바로 해리성 정체감 장애였다.

그 당시 최군형은 아직 어렸기에 이 병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변 할아버니는 최군형에게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이건 정신 질환 중 하나란다.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환상을 가지게 돼. 성격도 극적으로 변하고 하는 행동 역시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

최군형은 이 병이 그저 소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군형은 얼굴을 찌푸리며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호정길이 김 할머니를 납치했던 그날 밤, 그렇게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가진 최씨 집안에 호정길이 총을 들고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딘가 이상했다.

조사 끝에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감시 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연회 당일에 날씬한 체형의 여자가 수상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후드티에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은 체형을 근거로 성소월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확신을 갖지 못했다. 최군형의 동생인 최군성과 육연우의 혼약이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성소월을 의심하면 두 집안의 관계에 상처를 입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여자는 틀림없이 성소월이었다.

또 다른 인격을 가진 성소월일 가능성이 높았다.

*

이른 아침, 배인서는 이미 마당을 오가며 걷고 있었다.

상처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인서는 한 번도 운동을 멈춘 적이 없었다. 배인서는 ‘건강은 운동에서 온다’는 믿음으로 많이 움직일수록 회복이 빨라진다고 여겼다.

최지용은 그런 이론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놀랍게도 배인서에게는 그 이론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 듯했다.

지금 배인서는 더 이상 목발에 의존하지 않고도 꽤 안정적으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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