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암 손등에서 갑자기 아픔이 전해오더니, 그는 아파서 심지어 비녀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쟁쟁한 소리와 함께 비녀와 동그란 돌이 같이 바닥에 떨어졌다.이것은...주위가 모두 조용해지더니, 말발굽 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모든 사람이 소리를 따라가 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마차 한 대가 태부댁을 향해 오고 있었다.소 씨네 마차다!김단은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정암의 손을 꼭 잡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소한이 어떻게 왔지?마차가 태부댁 앞에 멈춰서더니, 하얗고 긴 손이 발을 들더니 맑은 목소리가 전해져 나왔다.“구태부님, 오래간만이오.”김단은 또 놀랐다. 소한의 목소리가 아니다!그녀는 그제야 마차를 바라봤는데, 차 발을 올린 사람의 얼굴은 병적으로 하얗다. 수척한 얼굴은 차갑고 엄숙해 보여서 대장군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소하였다!정암 역시 소하가 올 줄 모르고 놀라서 불렀다.“장군님!”그는 소하 밑에서 3년 동안 선봉을 했었고, 직접 죽은 사람 무더기에서 소하를 구했다.하지만, 그 후로 소하가 다리를 다쳐서 좌절하고 분발하지 못해 평소에 문밖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그는 자주 소하를 보러 갔지만, 그저 가끔 만날 수 있었다.하지만, 소하는 오늘 집에서 나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태부댁까지 왔다.그는 소하가 자기 때문에 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누가 그의 일을 소하에게 알렸는가?구태부도 매우 놀라서 급히 앞으로 다가갔다.“소하장군께서 어찌 오셨소?”구태부가 이렇게 격동되는 것은 5년 전에 다섯 원군의 병란 때 소하가 그를 구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소하가 다친 이후, 구태부는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소하는 누구도 만나주지 않아, 결국 5년 동안 소하를 볼 수 없었다. 구태부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 이렇게 수척해진 모습을 보고, 마음속 깊이 아픔을 느꼈다.소하는 부드러운 모습으로 구태부에게 웃음을.지었다.“정암은 전에 나의 선봉이었소. 나랑 몇 년 동안 위험을 같이 무릅쓰던 사람이었소. 오늘 정암이 예의 없이 병사를 거느
소하의 마차가 멀리 떠나서야 정암은 손을 휘저으면서 뒤에 있는 병사들에게 철수하라고 명령했다.그리고 정암은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비녀를 주워, 김단의 뒤로 돌아가 그녀를 위해 간단하게 머리를 묶어주려 했지만, 그제야 자신의 오른손이 아직도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소하가 비록 5년 동안 줄곧 집에만 있었는데도 무예는 여전히 훌륭하다고 생각하자, 정암은 참지 못하고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정암이 진심으로 웃는 것을 보자, 김단은 의아했다.“왜 그러시는데요?”정암은 그제야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아무것도 아닙니다.”그는 말하면서 태부댁의 간판을 한번 보고는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말했다.“먼저 집으로 모실게요.”김단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집으로 돌아가야지.얼마 지나지 않아, 김단은 진산군댁으로 돌아갔다.마침, 집을 나서는 진산군과 임학을 마주했다.김단과 정암을 보니, 진산군과 임학은 놀랐다.그들은 태부댁에 가려 했는데, 김단이 먼저 돌아올 줄 몰랐다.진산군이 먼저 반응하더니 화내며 말했다.“정암, 네가 감히 사적으로 병사를 호출해? 넌 그게 머리 잘리는 일인지 알아?”정암은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제 일입니다.”진산군이 관계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진산군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어 정암을 흘겨보고는 김단을 향해 소리 질렀다.“빨리 들어가지 않고 뭐해?”김단은 냉담하게 진산군을 보고는 머리를 돌려 정암을 바라봤다.“먼저 가요.”정암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김단은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갔다.진산군도 따라서 들어갔다.임학도 들어가려 하자, 정암은 그를 불렀다.“단이는 오늘 많이 놀랐을 것입니다. 두 분께서 제발 싸우지 마십시오.”임학은 화가 솟구쳐서 정암에게 김단이 자기 동생이고, 자기가 동생을 어떻게 교육하던 정엄과 관계없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암이 갑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갑자기 정암이 오늘 종사관의 신분으로 태부댁을 둘러싼 게 얼마나 간 큰 짓인지 인식
김단의 말투는 매우 담담했지만, 임학은 엄청나게 화났다.“꼼수? 김단, 네까짓 게 뭔데? 아버님, 어머님이 아직도 너를 딸이라 생각해서 네 혼사에 신경 쓰는 것이야, 연을 끊으면, 진산군댁에서 너를 관계할 것 같아?”이 말을 듣자, 김단은 오히려 웃었다.“그래서 연을 끊는 것입니다.”임학이 말한 것이 김단이 연을 끊겠다는 이유다.임학은 멍했다.그는 김단이 귀신에 씌었다고 생각했다.어떻게 해야 그녀를 정신 차리게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김단이 먼저 입을 열었다.“대감마님께서는 인장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보셨습니까?”그녀의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워서 화난 티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마치 이 일이 아주 평범하고 그녀와 관계없는 일 같았다.이 말은 임학과 임씨 부인의 눈썹을 찌푸리게 했다.“가짜 인장이라니? 태부의 인장이 가짜였다고?”김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하게 진산군을 쳐다봤다.진산군은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말투가 강경했다.“태부의 인장이었어! 가짜는 무슨!”김단은 고개를 숙이고 씁쓸하게 웃었다.“하지만 구서가 인장이 비틀어지게 박혔다고, 태부와 오랫동안 일한 진산군이 모를 일이 없다고 하던데요.”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으면 그저 지나갔을 텐데, 천하의 나쁜 놈인 구서가 말했으니!진산군은 마음이 덜컥하더니 더 이상 발뺌하지 못했다.“알아봤으면 뭐? 너도 오늘 봤을테야, 태부가 얼마나 자기 가족을 보호하는지. 구서도 태부가 계속 보호해 줘서 이렇게 막무가내야. 태부는 구서 같은 인간쓰레기도 보호할 수 있는데, 나중에 네가 태부댁으로 시집가면 태부도 반드시 너를 아낄 것이야! 태부의 보호가 있으면 아무 걱정 없어도 된다.”진산군은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임씨 부인이 김단에게 명정대군을 소개해준 것도, 임학이 그녀를 소하의 침대로 보낸 것도, 그들은 모두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들은 그녀를 위한다는 핑계로 계속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김단 입가의 웃음은 하마터면 내려앉을 뻔했다.다행히도 그녀는
김단은 절하고는 일어서더니, 밖에 있는 머슴애를 불렀다.“가서 종이와 붓을 가져오거라!”머슴애는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난처한 눈빛으로 진산군을 바라봤다.진산군은 화가 나서 숨을 헐떡이고 있고, 임씨 부인은 계속 눈물만 흐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임학만 말할 수 있었다.“김단, 잘 생각했어? 진산군댁이 없으면...”“잘 생각했어요.”김단은 담담하게 임학의 말을 끊고는 조용히 진산군을 바라보면서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이렇게 계속 회피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진산군댁에서 제가 없으면 안 되는 걸로 보이네요.”진산군댁에서 계속 그녀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이 말을 듣자, 진산군은 드디어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다.“종이와 붓을 가져오느라!”진산군댁이 그녀가 없으면 안 된다니!무슨 우스갯소리야!진산군이 아무리 쇠약해졌다고 해도 김단을 의지할 처지는 아니다.그는 계속 그녀의 앞날을 생각해 주고 있지만, 그녀는 감사하게 여기기는커녕 이렇게 조롱하다니! 만약에 정말로 진산군댁에서 놔주지 않는다면 진짜로 그녀가 말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머슴애가 명을 받고 떠나자, 임씨 부인은 울어서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임학도 미간을 계속 찌푸리면서 화가 나 있는 진산군을 한 번 보고, 또 담담하고 소외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듣지 않는 김단을 보고 누구를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머슴애가 종이와 붓을 가지고 왔다.진산군은 받아서 종이를 탁자에 피고 붓을 들고 쓰려는데 자기도 모르게 멈칫하더니 천천히 머리를 들고 김단을 봤다. 그녀가 혹시라도 후회하면 기회를 주고 싶었다.하지만, 김단은 진산군의 눈빛을 보고 그저 눈썹을 치켜올렸다. 왜 아직도 쓰지 않는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계속 주저한다면 오히려 웃음거리로 남을 뿐이다!진산군은 화가 나서 ‘단친서’ 세글자를 쓰고는 격한 감정에 북받쳐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김단의 모든 죄명을 다 쓰고 싶은 듯했다.김단은 그 위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 관심이 없고, 그저 진산군이
수 나인은 너무 흐느껴서 말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큰..., 큰 마님이 아씨와 대감마님이 연을 끊겠다는 것을 듣고 저한테 물으셨는데, 제가 감히 말하지 못하자, 큰 마님께서 또 이 망할 것들한테 물었습니다...”“큰 마님은 아씨와 대감마님이 연을 끊겠다는 것 외에도 아씨가 전에 명정대군께 맞아서 죽을 뻔한 것과, 도련님이 아씨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다 알아버렸습니다. 그래서...”수 나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단 역시 화가 나서 온몸이 후들거렸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시녀들에게 걸어갔다.시녀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마음이 조여서 감히 김단을 보지 못했다.김단은 화가 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그렇게 내 일을 큰 마님께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건만, 너희가 어찌 감히 안채에서 내 말을 꺼내?”시녀들은 무서워서 계속 울면서 절했다.“잘 못했어요! 아씨,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잘 못 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김단의 시선은 그중 한 시녀에게 끌렸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소리로 명령했다.“고개를 들라!”다른 시녀들은 모두 머리를 들었지만, 한 시녀만 여전히 절하는 자세를 하면서 감히 김단을 보지 못했다.몸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떨었다.김단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더 크게 말했다.“고개를 들라 하지 않았더냐!”그 시녀는 놀라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김단을 바라봤다.김단은 숨이 멎고 주먹을 꽉 쥐었다.“네가 어찌 안채에 있는 것이냐?”이 시녀는 임원의 하인이다!시녀는 감히 말하지 못하고 다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김단은 발로 그 시녀의 가슴을 찼다.시녀는 넘어져 일어나기도 전에 김단에게 밟혔다.김단은 화가 나서 마치 저승에서 온 악귀처럼 그 시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네 입을 찢을 것이다!”그 시녀는 바로 울면서 말했다.“우우, 큰 아씨 살려주세요. 둘째 아씨께서 보냈습니다.”김단은 이를 갈았다!그녀가 임원을 너무 깔봤다!
매화당의 대문은 꼭 잠겨져 있었다.김단은 대문을 차고 매화당으로 들어갔다.매화당에 있는 하인들은 김단이 올 줄 알고 단단히 준비했지만, 김단이 검을 들고 올 줄 몰랐다.그들은 김단의 흉악한 모습은 봤던 적이 있지만, 그녀가 사람 죽이는 것을 본 적이 없어, 그저 김단이 그들에게 겁을 주려는 줄 생각했다.간이 큰 머슴애가 다가가서 설득했다.“큰 아씨, 노여움 푸시고 어리석은 짓 하지 마십시오. 대감마님께서 오시면..., 악!”머슴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단은 검을 휘둘러 그의 팔을 찔렀다. 머슴애 팔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김단은 두 눈이 시뻘게졌고, 크게 소리쳤다.“임원, 기가 나와!”그러고는 계속 그녀를 막고 있는 하인들을 보면서 차갑게 소리 질렀다.“누가 감히 날 막나 보자!”겁을 먹은 하인들은 황급히 달아났지만, 간이 큰 사람은 여전히 김단 앞에서 그녀를 막았다.“큰 아씨, 침착하게 생각해 보세요. 진짜로 둘째 아씨를 죽인다면 대감마님께서 큰 아씨를 가만히 놔두시겠어요?”김단은 그 머슴애를 뚫어지게 보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죽으려고 작정했구나!”검을 앞으로 뻗더니 순식간에 머슴애의 견갑골을 찔렀다.머슴애의 비명을 듣고, 누구도 더는 감히 나서지 못했다.김단은 검을 회수하고 머슴애를 옆으로 걷어차고는 임원의 침실로 향했다.방 앞에도 두 명의 시녀가 지키고 있었다.김단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가지고 걸어오는 것을 보자, 두 명의 시녀는 다리에 힘이 풀어지더니 무릎을 꿇었다. 설득하고 싶고, 구해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체 그저 울었다.“큰 아씨, 큰 아씨...”“꺼져!”김단은 차갑게 꾸짖었다.시녀들은 허겁지겁 달아났다.김단은 그제야 방문을 찼다. 임원이 놀라서 탁자 다리에 걸려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김단은 임원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의 노여움이 더 커졌다.그녀는 검을 들고 임원을 향해 걸어갔다. 임원은 오히려 김단을 향해 무릎을 꿇으면서 기어갔다.“언니, 제가 잘 못
이때, 그림자 하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김단과 부딪히는 바람에 검이 임원의 가슴팍을 스쳤다.결국 그녀의 가슴에 상처가 나고 말았다.임학은 깜짝 놀라 서둘러 임원을 안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김단이 미친듯이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그리고 손에 든 검으로 임학의 등을 향해 휘둘렀다.마저 피하지 못한 바람에 길게 상처가 났다.그는 두 손에 힘이 풀려 임원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곧이어 뒤따라오던 진산군이 김단의 두 손을 낚아챘다.“미쳤어?!”만약 김단에게 검을 빼앗긴 호위병이 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그의 자식들은 모두 김단에게 죽었을 것이다.진산군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김단은 정신이 나간 것처럼 소리쳤다.“예, 미쳤습니다! 저 계집이 사람을 시켜 조모께 망언을 하지 아니하였더면, 조모께서도 아무런 일이 없으셨을 겁니다! 지금 당장 저 계집의 혀를 베어버려야 합니다! 그리하면 다시는 조모님을 괴롭히지 못할 겁니다!"진산군은 그제야 임원이 한 짓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 같은 표정이다.그리고 경악을 감추지 못한 채 임원을 바라보았다.임원은 바닥에 엎드렸다.피를 토하며 훌쩍 거리기 시작했다.“소, 소녀는 그저 누이와 아버지가 절연하는 것이 싫어서… 소, 소녀는 누이를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진산군은 그녀의 가여운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김단은 임원의 가식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힘을 주어 검을 다시 임원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진산군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그 바람에 팔에 큰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진산군이 아파하기도 전에 김단이 다시 임원에게 다가갔다.그는 그 모습을 보고 김단의 등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김단은 결국 바닥으로 날아가더니 피를 토했다.그는 김단이 조용해진 줄 알고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의원이 네 조모를 치료하는 중이다,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다! 헌데 왜 이리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것이냐, 어린 누이한테 검을 들이밀다니!”하지만 김단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저 임원을 죽일 듯
김단은 뛰면서 입가의 혈흔을 닦아냈다.자신이 피를 토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되었다.조모의 방 앞에 도착했을 때, 수 나인과 의원이 방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곧이어 김단을 보고 의원이 예의를 갖추었다.“큰 마님께서는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입을 열었다.“큰 아씨, 큰 마님의 몸이 좋지 않습니다. 침을 통하여 큰 마님의 심맥을 안정시켰사옵니다만, 열흘도 못 버티실 겁니다.”김단이 자리에 얼어 붙었다.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아닙니다. 수 나인께서는 조모의 상태가 좋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침대에서 일어나실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어찌하여 열흘도 못 버티시는 걸까.수 나인은 눈물을 훔칠 뿐 이다.의원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만약 충격을 받지 않았더라면, 두 달은 더 버티셨을 겁니다.”그의 말에 김단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순간 숨도 쉬기 어려워졌다.결국 자신의 일 때문에 조모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김단은 임원을 죽이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수 나인은 서둘러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리고 다정한 말투로 달랬다.“아씨, 큰 마님께서 아직 깨어 계십니다. 들어가셔서 큰 마님을 찾아뵈시지요, 이제 그만 우세요.김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슬픔을 억눌렀다.또한 얼굴에 혈흔이 있을까 봐 얼굴을 닦았다.눈물을 닦고 진정하고 나서야 방 문을 열었다.방 안은 썩은 듯한 기운이 감돌았다.마치 죽음을 암시하는 냄새 같았다.김단은 또 다시 눈물이 차올랐지만 있는 힘을 다해 억눌렀다.다시 심호흡을 하고 조모의 곁으로 다가갔다.조모는 잠에 든 것 같이 보였다.김단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침상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조모는 인기척을 느낀 듯이 천천히 눈을 떴다.“단이냐?”김단은 무엇인가 자신을 때린 것 같이 코 끝이 찡해졌다.곧이어 부드러운 말투로 답했다.“예, 단이 여기 있습니다!”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이때,
김단은 길에서 위험한 일이 생겨 숙희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벌써 많은 사람을 헤쳤다.더는 숙희를 그녀 옆에 둬서는 안 된다.하지만, 숙희는 받아들일 수 없어 온 얼굴에 벌써 눈물 자국이 범벅 했다.“아씨께서 집 지킬 사람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사람을 찾을게요. 제발 저도 같이 데리고 가세요. 아씨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숙희가 이렇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김단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 숙희가 더는 마음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돌렸다.“그럼, 이 일은 나중에 다시 하고, 너 지금 먼저 기성복 가게에 가서 남자 옷 두 벌을 사와.”밖에서 돌아다니려면 남장하는 것이 편리하다.숙희는 그제야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빨리 갔다 올게요. 아씨, 집에서 기다시고 계세요.”“알았어.”김단이 대답하자, 숙희는 눈물 닦으면서 나갔다.그녀는 그제야 방으로 들어가 간단한 짐을 싸려고 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편지를 봤다. 정암이 소하에게 쓴 편지다.그녀는 하마터면 이 일을 잊어버릴 뻔했다!한양을 떠나기 전에 이 편지를 소하에게 줘야 한다.이렇게 생각하자, 김단은 편지를 들고 집을 나섰다.소하를 만난 것은 벌써 한 시간 뒤의 일이다.소하는 나무로 만든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안색이 창백했고 이마에도 땀이 얇게 한 층 맺혔다. 무슨 재난을 겪은 것처럼 허약해 보였다.김단은 걱정이 됐다.“소하 오라버니, 괜찮으세요?”소하는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담담한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어 김단을 보더니, 수척해진 그녀의 모습을 보고 천천히 말했다.“슬퍼하지 마시오.”큰 마님을 놓고 한 말이기도 하고 정암을 가리키는 것도 있었다.김단은 마음이 씁쓸했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상황을 보자, 소하는 김단에게 물을 따라주고는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오늘 나를 찾으러 온 게 무슨 일 때문이지오?”김단은 그제야 반응하
7일 후.숙희가 김단 방에 들어왔을 때, 김단은 방 안에 앉아서 바깥의 작은 마당을 보면서 넋을 놓고 있었다.벌써 연거푸 7일째다.김단은 매일 일어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넋만 놓고, 얼굴은 점점 수척해지고 있다.숙희는 큰 마님과 정암의 죽음이 회오리처럼 아씨를 가장 어두운 심연 속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지금 아씨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다.이렇게 생각하자, 숙희는 앞으로 다가가 김단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아씨, 저랑 갈 때가 있어요!”숙희는 원래 힘이 커서 김단은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멈췄다.숙희는 김단을 데리고 화원에 갔다.지금은 오월이라 여러 가지 꽃이 폈고 햇빛 아래의 화원은 생기발랄했다.하지만 이런 생기는 김단을 조금도 감동하게 하지 못했다.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숙희의 호의를 저버리기 싫었지만, 그녀는 정말로 방에만 있고 싶었다.숙희는 갑자기 한 곳으로 뛰어가더니 김단을 불렀다.“아씨, 여기 봐요. 이것이 무엇입니까?”숙희는 자기 옆에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물었다.그 나무는 잎사귀 하나 없이 민숭민숭했다. 화원의 꽃과 비교하니 완전히 칙칙했다.하지만, 이 민숭민숭한 나무가 김단의 마음을 되살아나게 했다.매화나무다.김단이 알아본 것을 보자, 숙희는 또 김단에게 웃었다.“종사관님이 심은 것입니다! 겨울이 되면 이 나무에서 빨간 매화꽃이 가득 피어서 매우 고울 것 같습니다!”김단은 매화를 좋아한다. 특히 빨간 매화를 좋아한다.그러나 전에 진산군댁에서 그녀를 위해 심었던 매화나무는 결국에 모두 임원의 것으로 됐다.하지만, 이 매화나무만큼은 정암이 직접 심은 것이라 영원히 그녀의 것이다!정암이 그녀를 위해 한 일은 너무도 많다.마음 한 구석에서 따뜻함이 전해지더니 마음속의 어둠을 깨버렸다.그러나 김단의 코끝은 여전히 찡했고 눈물도 따라서 흘러내렸다.정암이 그녀에게 한 것에 비하면 그녀는 정암을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김단이 다시 울
그러나 시간이 오래된 탓인지, 아니면 정암처럼 관에 석회를 뿌리지 않아서인지, 이 팔에서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주상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막더니 불쾌해서 물었다.“뭘 보여주려는 것이오?”“주상전하께서는 이 팔에 새겨진 자청이 눈에 익으십니까?”소한의 말을 듣자, 주상은 다시 보더니, 팔에 새겨진 자청이 호랑이 머리였다!“전에 명정대군을 죽인 산적의 몸에도 똑같은 자청이 있었는데, 저는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당우리에 있는 산적들을 만나 보니 무예가 뛰어난 사람들 몸에는 죄다 호랑이 머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주상은 소한의 말을 듣고는 탁상에서 돌아서 내려와 쭈그려서 자세히 그 팔을 봤다.소한의 귀신처럼 으스스한 소리가 또 들려왔다.“주상전하께서도 이것이 예전의 호랑이군이라 생각하시나요?”‘호랑이군’이란 말을 듣자, 주상은 놀라서 땅에 주저앉았다.옆에 있던 내시도 놀라서 급히 다가가 주상을 부축하려 했는데, 주상이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 주상은 그 팔을 뚫어지게 보고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평양원군의 호랑이군 말이오? 자청만 봤을 때 확실히 비슷하오!”소한의 깊은 눈동자가 더 어두워졌다.“평양원군은 8년 전에 사라졌고, 당우리의 산적은 6, 7년 전에 창궐해졌습니다. 시간상으로 봤을 때 맞물립니다.”“아닐 것이오!”주상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열넷째는 절대로 그런 악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오!”평양원군의 이름은 최지습이고 주상의 열네 번째 남동생이고, 지금까지 살아 있는 유일한 남동생이기도 하다.그해, 주상이 아직 세자였을 때, 후궁이 난잡해서 많은 대군이 죽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대군은 그를 포함해서 일곱 명이다.그리고 주상이 왕위를 승계받고 나머지 여섯 명을 원군으로 책봉할 때, 그중 다섯 명이 결탁하여 주상을 끌어내려 했다. 평양원군은 혼자서 결탁한 다섯 명의 원군을 모두 주살했다.그리고 다섯 원군의 반란을 평정하고 평양원군과 그가 거느리던 호랑이군도 함께 사라졌다.호랑이군은 열 명밖에 없었
김단은 방으로 돌아갔을 때까지도 마음속의 분노와 슬픔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전생에 임학에게 피맺힌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고서야 그녀가 생활이 좋아졌다고 느낄 때마다, 임학의 한마디로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명정대군도 그렇고 정암 역시 피할 수 없었다!그러나 만약에 그녀가 전생에 정말 임학에게 빚을 졌다면 그녀가 갚으면 되지 왜 정암까지 연루하는가?김단의 눈물은 도무지 멈추지 않았다.숙희는 옆에서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뭔가 갑자기 생각나듯 탁상 위의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아씨, 그게 뭐죠? 봐 봐요.”숙희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보자 김단은 편지 한 통을 봤다.봉투에는 ‘소하친전’이라고 크게 쓰여 있었다.그녀에게 준 것이 아니다.김단은 좀 실망했다.“왜 편지 한 통 밖에 없지? 정유이는 분명히 정암이 자기에게 물건을 남겼다고 했는데!”그저 이 편지를 소하에게 전해라는 것인가?김단의 울음이 다시 터졌다. 숙희는 갑자기 뭔가 생각나서 말했다.“며칠 전에 정 낭자가 종사관이 세상 떴다는 소식을 듣고는 저를 데리고 취향각 주방에 가서 이씨 주방장님한테서 돼지대창 볶음을 배우라고 했어요!”“그리고 정 낭자는 또 저를 데리고 성동의 산림에 갔어요. 매년 시월에서 십이월 사이에 거기서 산사가 달린다고 했어요. 그리고 산사를 따고 말려서 보존하는 방법도 알려 줬어요.”“종사관님은 확실히 아씨에게 무언가를 남겼어요. 그는 이 세상에서 아씨에게 가장 잘해주는 사람을 아씨 곁에 남겨 줬잖아요!”숙희는 김단을 위로하려 했는데, 이 말을 듣자, 김단은 더 비통한 심정을 억제하지 못해 숙희와 부둥켜안고 울었다.조모도 세상 떴고, 정암도 죽었다.이후로, 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숙희밖에 없다!숙희는 마음이 아파 김단과 함께 울면서 계속 말했다.“아씨, 저는 영원히 아씨 곁에 있을 겁니다. 영원히 아씨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영원히 그녀 옆에 있겠다고?김단은 머리를 숙희의 목에 기대며 살짝
김단은 임씨 부인이 그녀를 위로해 주러 왔는지 안다.그러나 위로의 말치고는 너무 듣기 싫다.사람마다 제명이 있다는 게 뭐지?정암은 죽어도 마땅하다는 것인가?그녀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들과 논쟁할 힘도 없어서 그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말했다.“저는 이미 진산군댁과 연을 끊었습니다. 제게 무슨 일이 있어도 진산군댁과 연관 없으니, 두 분께서 앞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마십시오.”그녀는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임학은 예상했던 데로 그녀의 뒤에서 고함쳤다.“김단! 사리 분별은 해야지! 어머님께서 평소에 집 밖으로도 안 나가는데, 네가 걱정돼서 친히 발걸음 하신 거야!”김단은 멈칫하더니 살짝 주먹을 쥐고는 임학에게 물었다.“도련님은요?”임학은 멍하더니 김단이 왜 이렇게 묻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김단은 갑자기 몸을 돌려 심사와 책문이 담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도련님은 왜 오셨는데요? 걱정돼서? 아니면 찔려서인가요?”그녀는 사실 여태까지 이해하지 못한 일이 있다.분명히 그날 정암이 그녀를 진산군댁에 데려다줄 때까지만 해도 공훈을 세우겠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그녀를 위해 공을 세우겠다고 한 걸까? 심지어 그녀에게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급하게 밤중에 한양을 떠났는가?그녀는 무조건 누군가 정암에게 무슨 소리를 했다고 생각한다.소한과 임학 외에 그녀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임학의 당황한 눈빛은 그녀에게 답을 줬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한이 넘쳤다.“정말 너였어!”임학은 확실히 가슴이 찔렸다. 김단이 꼭 정암이랑 함께하겠다고 하니, 그날 그는 좋은 뜻으로 정암에게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니, 임학은 오히려 분노했다.“내가 그랬으면 뭐? 네가 마음먹고 아버지와 연을 끊겠다고 하니, 내가 출로를 찾아 줬을 뿐이야! 난 다 너희를 위해서인데, 내가 뭘 찔릴 게 있다고? 원망하고 싶으면 정암이 명 짧고 복이 없다는 것을 원망해!”“임학!”김단은 엄하게 소리 질렀다. 분노에 잠긴 목소리는 심
네 식구만 조용히 돌아가고 싶다.소한도 없고, 김단도 없이...지금부터, 한양에 있는 귀인들은 더 이상 그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소한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는 정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더는 강렬히 요구하지 않았다.김단도 알아들었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울어서 힘이 빠진 정암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서 손목에 있는 옥팔찌를 뺐다.“제가 이 팔찌를 가질 자격이...”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암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눌렀다. 정암 어머니의 얼굴은 아주 힘들어 보였지만, 여전히 김단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당신에게 줬으면 당신의 것입니다. 내게 돌려주는 것이 오히려 정암을 아프게 하는 것입니다.”김단은 멍하니 정암 어머니를 바라봤다.그녀에게 이 옥팔찌를 남긴다는 것은 그녀를 아직 정씨 집안의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그녀는 이런 일이 있어도 정씨 집안의 가족이 여전히 그녀를 인정할 줄 몰랐다.마음속에 씁쓸함이 솟아오르자, 김단은 더는 참을 수 없어 정암 어머니를 꼭 껴안았다. 감격도 있고 미안함도 있었다.정암 어머니는 가볍게 김단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유감하기도 했다.정암 아버지는 이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말했다.“됐어. 늦었다. 어서 가자!”이 말을 듣자, 김단은 정암 어머니를 놔주었고, 숙희도 다가와서 그녀를 부축해서 옆으로 물러섰다.정암 부모님은 마차에 앉아 정암을 데리고 고향으로 갔다.정유이도 따라가면서 김단 옆을 지날 때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방에 오라버니가 남긴 물건이 있어요.”김단은 멍하니 서 있었고, 다시 뭔가 묻고 싶었지만, 정유이는 이미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다.정암을 데리고 가는 대열이 작은 점처럼 보일 때쯤에, 김단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뒤돌아서니, 소한은 아직 성문에 있었다.김단이 돌아보자, 소한은 그제야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집까지 데려다 주겠소.”김단은 얼굴에 못다 마른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됐어요.
그녀 때문에 정암 부모님은 아들을 잃고 정유이는 오라버니를 잃었다.모두 그녀의 잘못이다.그러나 정유이가 더 비통하게 울더니 말했다.“그러나 오라버니께서 내가 당신을 탓하는 것을 보면 내게 화낼 것 같아요...”이 한마디는 칼처럼 김단의 마음속에 단단히 꽂혔다.김단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정유이를 바라보았다. 정유이는 눈물로 말문이 막혔지만, 간신히 입을 열었다.“오라버니가 떠날 때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번 생엔 어떤 여자도 당신처럼 그의 마음에 두지 않았다고, 그저 당신이 평안하고 기쁘면 된다고, 목숨을 바쳐도 상관없다고 했어요.”“김단, 내 오라버니가 정말 목숨을 바쳤으니, 당신은 무조건 평안하고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아니면, 나는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이것은 그녀 오라버니의 마지막 소원이었다.정유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더는 한 글자도 내뱉지 못했다.그녀는 왜 이 세상에서 누군가 자기의 목숨으로 다른 한 사람의 평안과 기쁨을 바꿀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 오라버니가 한 말이니, 그녀는 거역할 수 없다.숙희는 급히 다가가서 정유이를 안았고, 정유이도 그녀를 안으면서 땅이 꺼질 듯 울었다.이 말들이 김단 마음에 적중했는지 그녀는 무기력하게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그녀는 그제야 그날 정유이가 왜 그렇게 울었는지 이해했다.정암은 떠나기 전에 이미 가장 나쁜 결과를 예상했던 것인가?그는 분명히 당우리 산적들이 얼마나 흉악한지 알고, 이번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 것인가?왜?왜 그렇게 어리석은 거야?그가 아무런 공훈을 세우지 않아도 그녀는 계속 그의 곁에 지키고 있을 것이다.그녀가 중히 여기는 것은 그가 얼마나 많은 공을 세운 것이 아니라 정암 그 자체다!끊임없이 밀려 오는 슬픔이 순간 김단 몸에 있는 모든 힘을 빼앗았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넘어졌는데 정암 아버지가 그녀를 부축했다.김단은 멍하니 고개를 돌려 정암 아버지를 보더니 눈물이 또 쏟아졌다.“
김단은 멍하더니 어젯밤에 산적이 한 말을 떠올렸다. 만약 소한이 사람을 보내 그녀와 함께 가지 않았더라면 산적은 관에 있는 사람이 정암인지 몰랐을 것이다.그럼, 어젯밤의 전투도 없을 것이고 지금쯤이면 그녀는 벌써 당우리를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소한의 탓인가?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를 탓하면 안 된다.소한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누구도 산적을 만날 거라 생각 못 했다.더군다나, 이번 일은 산적이 흉악해서 온 마을의 백성, 심지어 갓난아이까지 도살해서 일어난 것이다.그러지 않으면 주상이 밤늦게 파병할 일도 없고 이 모든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모두 일어났다.정암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죽었다.그녀는 평온하게 ‘당신 탓 아니야’라고 할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이 일에 관한 모든 사람을 탓하고 있었다.제일 많이 탓하는 것은 그녀다.그래서 그녀는 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산적이 다시 와서 난리를 칠까 봐, 두 사람은 노상이 파견한 원군을 기다렸고, 대열은 하루 종일 지연되다 저녁이 되어 다시 길을 떠났다.김단과 소한은 길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정암이 죽은 지 12일째 되는 오전에 드디어 한양에 도착했다.아직 성문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김단은 벌써 성문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몇 사람을 봤다.가슴이 갑자기 빨리 뛰었다.정암의 가족이다.소한은 이미 정암이 죽었다는 소식을 한양에 전했다. 그래서 정암의 가족이 지금 성문에서 정암을 데리고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대열은 멈추지 않았고 김단은 마차에 앉아 안절부절못했다.김단은 돌아오는 내내 정암 부모님을 보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그러나, 내내 고민했어도 그녀는 여전히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그들의 아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는데,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변명하는가?그녀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몸도 마음과 같이 떨고 있었다.심지어 그녀는 마차에서 뛰어내려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했다.그러나 그녀는 도망가면 안 된다는
김단의 귓가에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면서 경각심이 가득한 소리로 말했다.“다가오지 마!”그러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김단은 당황해서 손에 쥔 검을 휘둘렀다.소한은 김단이 그를 향해 검을 휘두르거라 생각 못 하고 급히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검은 그의 소매를 그었다.김단은 자기가 상대방을 찌르지 못했다고 느껴서 또다시 휘둘렀지만, 상대방이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걱정하지 마, 나야!”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김단이 버티던 동작을 갑자기 멈추게 했다.그녀는 몸이 경직되면서 떠보듯 물었다.“소한?”“그래, 나야!”소한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다 끝났어!”끝났다고?김단의 경직된 몸이 드디어 힘이 풀리는가 싶더니, 바로 소한의 옷으로 눈앞의 피를 닦고, 그를 떠밀어 산림 밖으로 뛰어갔다.관의 뚜껑이 열려 있었다!김단은 놀라서 마차 위로 기어올랐다. 정암의 시신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고서야 이번에는 정말 힘이 풀려서 서 있기도 힘들었다.그녀는 관에 기대어 앉아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시신들을 봤다. 그녀는 멍했다. 모두 병사들의 시신이었다.그들은 그녀와 이틀의 여정을 함께 했는데, 지금 모두 여기에서 죽었다. 바짝 긴장한 마음의 끈이 순식간에 끊어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한양으로 가지 않았다면 이 젋은 병사들은 여기에서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역시 정암처럼 그녀를 만나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을 텐데...미안함이 밀려오면서 무수한 손이 그녀의 심장을 찢는 듯했다.김단은 소리 내어 울며, 심지어 마지막에는 숨을 쉴 수 없어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쓰러졌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눈부신 빛이 그녀를 강하게 자극해 몇 번이나 시도한 끝에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마차는 아직 제자리였지만, 병사들의 시신은 모두 사라졌다.김단은 놀라서 일어나보니 관 뚜껑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