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금 또...윤아는 잔깐동안 자신이 뭘 말하려 했든지 잊어버렸다. 그저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이 말을 듣자, 머리가 더 어지러웠다.윤아는 작은 얼굴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날 돕는다고?”선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 널 돕는 김에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진수현과 강소영 두 사람 이어주려고.”서로에게 마음이 있다는 소리에 윤아는 가슴 속이 찌릿 아파 났다. 너무 아픈 나머지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머릿속은 아직도 엉망진창이었으나 선우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소리를 듣자 마음이 놓였다.“너희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공동의 목적을 달성한 후, 선우는 드디어 윤아에게 상황에 관해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수현이 매일 너랑 함께 지내면서 어떻게 네가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몰라?”윤아는 저도 모르게 손을 꼭 쥐었다.“알고 있어.”이 말을 듣자, 안경 뒤에 숨겨진 선우의 눈동자엔 서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심지어 말투도 차갑게 변했다.“알고 있다고?”“응.”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에게 보낸 후 아무 답장도 없던 메시지를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귓가에 있던 잔머리를 쓸어내리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 아이를 원하지 않거든.”여기까지 듣자, 선우는 알만 했다.수현은 윤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또 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아는 그와 달랐다. 그녀는 이 아이를 낳고 싶었다. 그래서 수현이 몰래 지금까지 아이를 숨겨온 것이다.어쩐지 윤아가 식당에 갈 때 조심스러운 기색이더라니.“그래서 진수현은 지금 네가 유산했다고 여긴 거야?”“아마도.”윤아의 창백한 안색과 간신히 자리 잡은 웃음을 보자 선우는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왜 이렇게 바보 같아...너 정말 혼자 애 키울 생각한 거야?”“안 돼?”윤아는 고개를 들어 선우와 눈을 맞췄다.“혼자
머리카락은 예전의 단정함은 어디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헝클어졌고 얼굴엔 긴장하고 초조했다는 흔적이 가득 남아있었으며 몸 주위엔 한기가 맴돌았다. 지금 수현의 모습이었다.겉으로 보기엔 자신을 위해 달려온 것 같았지만 윤아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오기 전 아마 오랫동안 밖에서 소영을 찾아다녔다는 것을.심지어 자신의 전화를 받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는 것을. 그렇지 않다면 받을 상황이 되지 않았겠지.그 이유에 대해서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그러기 때문에 달려온 수현을 봤을 때 윤아는 별로 감동하지 않았다.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도 겉으로 드러나는 균형이 필요했기에 윤아는 속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었다.“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그녀의 말투는 매우 침착했는데 마치 이번 일로 하여 조금도 놀라지 않았고 또 수현이 전화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추호의 실망도 하지 않은 듯했다.하지만 지금의 수현도 이런 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허리를 굽혀 윤아를 안았다.순간 느껴지는 무중력감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수현의 목을 끌어안으려 했으나 손을 움직인 순간 링거 바늘이 당겨지면서 찌릿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는 움직이려는 동작을 멈췄다.윤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선우가 먼저 말을 걸었다.“진수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수현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검사받으러.”“이미 다 받았어.”침착하게 입을 여는 선우.“전신 검사 받을 거야.”선우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윤아 손에 꽂은 링거 바늘 못 봤어?”이 말을 듣자, 수현은 멈칫했다. 급한 마음에 윤아가 아직 링거를 맞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정신을 차린 후, 아까 그녀를 들어 올릴 때 아팠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수현은 윤아를 재빨리 침대에 눕혔다.“다쳤어?”그는 부드럽게 물었다.다시 병실 침대로 돌아간 윤아는 귓가에서 울리는 수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어이 없을 정도 웃겼다. 필요할 땐 전화 한 통도 받지 않으면서 지금
사건의 경과가 알고 싶었던 수현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선우가 말을 끝내자,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이번 일 저지른 놈은?”“잡았어.”“누구야?”수현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원수도 없는 윤아에게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누구냐고 묻는 수현의 말에 선우는 오히려 침묵했다.이를 본 수현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이선우?”그러자 선우는 다시 수현과 눈을 맞추며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정말 알고 싶어?”이 물음에 수현은 어리둥절했다.겉으로 보기엔 윤아에게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지만 납치와 같은 엄중한 사건이 발생했고 더욱이 그녀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도 있는데 그가 어떻게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까.선우는 다시 안경을 끼고는 정색하며 말했다.“아마 네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일 거야. 그러니까 우선 먼저 마음의 준비부터 해. 누굴 포기하고 선택할지는 네가 잘 생각해 둬.”마지막 말을 듣자, 수현의 마음속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솟아올랐다.아니나 다를까, 그가 다시 묻기 전에 선우는 먼저 입을 열었다.“강소영 쪽 사람이야.”이 말에 수현의 표정은 순간 차가워졌다.“이름은 이미 알아냈어. 직접 봐.”선우는 핸드폰은 수현에게 건넸다.핸드폰을 받은 수현은 그 속의 사진을 훑어보았는데 한눈에 알아보았다. 저번 환영식에서 윤아와 다투다가 다시는 강소영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그에게 한 소리 들은 사람이었다.그리고 그 옆에 양아치 모습을 하고 있던 남자는 제법 생소했다.“소영이랑 아는 사이야?”그는 준태의 사진을 짚으며 물었다.“자료에 따르면 예전에 강소영과 같은 학교 친구였대. 그리고 강소영 구애자기도 했지. 왜, 서로에게 마음 있으면서 네 사랑 구애자도 몰라?”서로에게 마음 있다는 소리를 듣자, 수현은 내키지 않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그는 선우를 보았다. 마치 어떤 상황에도 화를 내지 않는 듯한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그와 함께 이렇게 오랫동안 밖에 서 있었으면서 선우의 입가엔 계속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분명 예
순간,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어릴 때부터 선우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윤아랑 가깝게 지냈고 또 그녀의 머리를 만지기 좋아하면서 땅꼬맹이라고 불렀다.하지만 선우는 늘 윤아가 아직 어린애 같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선우가 윤아를 동생으로만 여긴다고 생각했다.비록 이렇게 생각하고는 있으나 마음속 깊은 곳은 조금 수상하다 느꼈다.이런 수상함은 선우가 출국하면서 연락을 끊었을 때 사라졌다.하지만 오늘...선우가 인정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빠르게 말이다.“어, 그렇게 놀라운 일이야?”선우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윤아 좋아하는 거 어릴 때부터 티 나지 않았어? 난 네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금방 알았나 보네. 괜찮아, 늦지 않았으니까.”뭘 떠올린 듯 선우는 말을 이었다.“강소영 쪽은 어떻게 처리할 셈이야?”“뭐?”수현의 머릿속엔 온통 선우가 윤아를 좋아한다는 것뿐이었다. 다른 일은 지금 생각할 기분이 아니었다.선우는 완곡하게 말했다.“내가 들은데 의하면 누가 너에게 소영이가 사라졌다고 메시지를 보냈다며? 그래서 네가 중도에 병원을 떠났던 거고.”둘은 머리가 좋았다. 선우가 이렇게 말하자 수현은 순간 그 뜻을 알아챘다.의심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우연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목숨을 걸고 강에 뛰어들어 자신을 구한 소영을 떠올리면 이번 일이 그녀가 사주한 거라고 믿기지 않았다.침묵한 수현을 보자 선우는 답을 알 것 같았다.“우리 생각은 좀 다른가 봐. 그렇다면 친구로서 미리 말해둘게. 난 땅꼬맹이를 괴롭힌 거 절대 용납 못해. 만약 이번 일이 소영과 연관이 있다면 난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수현은 눈썹을 추켜세웠다.“무슨 소리야? 소영이가 사주한 거라고 벌써 확신했냐?”“결과를 기다릴 뿐이야. 넌 알고 싶지 않아? 네가 소영이에게 이만저만한 검정이 아니니 먼저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거야. 만약 정말 걔와 연관이 있다면 어떻게 할지.”-윤아가 입원한 병원을
“내버려두라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화낸다고 바뀌는 건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천천히 해요.”“천천히 해라고요? 이 지경이 됐는데 어떻게 천천히 해요? 당신 아들은 당신이 직접 말리면 되겠네요. 난 앞으로 관여하지 않을게요.”태범은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여보, 알잖아요. 난 당신 말만 따른다는 거. 그리고 수현이 문제는... 만약 당신이 수현이라면 어쩌겠어요. 생명의 은인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수술실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 있어요?”선희는 침묵했다.“이렇게 어려운 일을 수현이더러 어떻게 선택하라겠어요.”“찾으러 가지 말라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가야겠어요? 윤아도... 선우가 발견해서 다행이에요. 아니면 윤아 정말 어떻게 됐을지도 몰라요. 아무리 선택하기 어렵다 해도 뭐 어쩌겠어요.”“그러게요. 선우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당신도 수현이를 그만 나무라요. 저 녀석도 속으론 힘들 거예요.”“힘들어야죠. 진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기 전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걸 알아차려야 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까 뺨을 맞은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소 가버린 아들을 생각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 아팠다.저 녀석도 괴로울 것이다.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누굴 택하든 그에겐 고통일 것이다.어휴... 부모인 그들도 소영을 함부러 뭐라 하지 못했다. 자칫하면 은혜도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될 테니까.인간으로 된 자로서 은혜는 꼭 명기해야 했다.많은 일은 동시에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윤아만 불쌍했다.이렇게 생각한 선희는 윤아가 너무 안쓰러워졌다. 오늘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다고 생각하면 정말 용납하기 어려웠다.그녀는 윤아가 어떻게 참았을지 생각하기 끔찍했다.수현은 병원 관찰실 밖에서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저 나갔다 올게요.”아까 선희에게 뺨을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가기 전에 그들에게 알렸다.선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눈썹을 찌푸렸다.“이 시간에 나가는 거니?”“네. 처리해
그를 보자마자 소영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가 기쁨으로 가득찬 웃음을 지으며 병실 침대에서 내려가 수현을 향해 걸어갔다.“수현 씨, 왜 갑자기 찾아왔어? 할머님 병세는 어떻게 되셨어? 수술은 잘 됐지?”하지만 수현과 가까워질수록 그의 굳은 얼굴과 서늘한 시선이 눈에 들어왔다.주연과 준태 일을 떠올리자, 소영은 심장이 후들후들 떨렸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절대 당황하면 안 된다. 더 침착해져야만 빈틈없어 보일 것이다.절대 수현이 그 어떤 것도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된다.“할머니는 괜찮으셔. 너는?”그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다.“뭐?”잘못 들은 줄 알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날 물어본 거야?’“네 친구는?”수현은 병실을 한 바퀴 훑어보고는 말을 이었다.“어디 갔는지 알아?”“모르겠어.”소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내가 아까 나간 바람에 날 찾으러 갔나 봐.”“그래?”소영은 수현이 도대체 뭘 말하려는지 잘 몰랐다. 폭로된 줄 알았지만, 수현은 아까 그 두 글자를 말한 후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소영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처음이었다. 전에 알던 그가 아닌 것 같은 적은.이렇게 의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줄 몰랐다.안돼...어떻게 이럴 수가...심장이 찌르는 듯 아파 났다.수현이 이런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게 너무 괴로웠던 소영은 어쩔 수 없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수현 씨,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미안해. 내가 몰래 할머님 뵈러 가서 화났어?”말을 마친 뒤, 그녀는 손을 뻗어 수현의 옷자락을 가볍게 끌어당기면서 나긋나긋하게 말을 이었다.“수현 씨, 화내지 마. 응?”수현은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옷자락에 닿은 손을 보고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손이 허전해진 것이 느껴지자, 소영은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제대로 서 있지 못 할 뻔했다.“다시 물을게. 너 정말 네 친구들이 어디 갔는지 몰라?”“정말 몰라.”소영은 고개
그래서 소영은 주연의 이런 점을 보아 계속 곁에 둔 것이다.하지만 정말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올 줄은 몰랐다.그리고 최준태는 그녀를 그렇게 좋아했으니, 그녀를 대신해 이 정도 고생쯤 하는 건 아주 달가워할 것이라 여겼다.“모르겠어?”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손으로 소영의 턱을 잡았다.“소영아,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래서 지금까지 난 늘 너를 믿었고 아주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함부로 거짓말할 수 있는 건 아니야.”그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소영도 선명한 아픔이 느껴졌다.이 순간, 턱에 닿은 차가운 그의 손 외에 그녀는 수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악한 기운을 느꼈다.예전에 한 번도 없었던 거다.그가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날 제일 믿었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래? 왜 이렇게 된 건데...’가슴이 찌릿 아파 나면서 뜨거운 눈물이 소영의 눈에서 흘러넘쳤다.오 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그녀는 이미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듯, 세상이 그녀를 버린 듯 말이다.“수현 씨,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흑, 내가 언제 거짓말 했다는 거야? 또 어떤 거짓말했다는 건데. 수현 씨 허락 없이 몰래 할머님 뵈러 간 거 말하는 거라면 이미 사과했잖아. 그리고 그땐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 그래서 나갈 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거야. 몰래 뵙고 돌아온 것도 안 돼? 수현 씨,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제발 알려줘...흑흑.”소영은 입술을 깨물며 비오듯 눈물을 흘렸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자 수현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설마 오해했나?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소영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는 주연과 준태가 저지른 일을 담담하게 말했다.소영은 원래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했다고 질책해 괴로워하던 중, 그가 한 말을 들은 후 제자리에 멍해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무슨 소리야?아직 검사받지 않았다니?그렇다는 건 멀쩡하다는 소리잖아! 아무 이상이 없으니, 검사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를 유산하면 분명 피를 흘렸을 거고 상황이 위태로웠을 테니까.“검사받았어.”수현의 목소리는 그녀를 현실로 끌어당겼다.등골이 오싹해 났다.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면 그건 수현이 윤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뜻한다.그럼 그녀가 몰래 메시지를 삭제하고 윤아와 사적으로 합의한 일도 알지 않았을까?정말 그렇다면 그는 분명 자신에게...모든 열기를 뺏긴 듯 몸이 차가워지면서 얼음덩이로 된 것 같았다.수현은 소영의 표정 속에 담긴 감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검사받았다는 소리에 그녀는 분명 이상하게 반응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는데, 마치 뱀이 먹잇감을 노리는 것 같았다.“왜? 검사 안 받았다니까 걱정돼?”이 말을 듣자, 소영은 정신을 차리고는 간신히 입꼬리를 올렸다.“당연하지. 어쨌든 이번 일은 주연이와 준태가 짜고 벌인 거잖아. 평소에 나랑 가깝게 지내는 친군데 나도 책임 있어.”안된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비록 검사받긴 했지만 임신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을 수 있다.적어도 수현이 그녀에게 사형 신고를 내리기 전까지 차분해져야 했다.“그래. 너도 책임 있어. 내가 저번에 황주연보고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했잖아.”강소영: “...”“잊었어?”젠장.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였다.주연이 수현에게 밉보인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현이 올 때 최대한 나타나지 말게끔 했다.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수현이 아예 병원에 오질 않으니, 소영은 주연을 오고 싶을 때 오게 했다. 이용할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수현 씨, 미안해...잊은 건 아닌데 그냥 주연이를 거절할 수 없었어.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한 정도 있고 또 내가 다쳤다니까 병문안 오겠다는데 어떻게 막아.”“그리고 주연이가 성격이 조금 급하잖아. 난 그저 그날 윤아 씨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