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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동과
고현성이 화를 내면서 전화를 확 끊어버렸다.

내가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나가려던 그때 가장 만나기 싫었던 그 사람을 만났다. 바로 고현성이 지금까지 사랑하고 있는 여자 임지혜.

나는 임지혜에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고 그냥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임지혜가 나지막하게 나를 불렀다.

“고씨 가문 사모님 맞죠?”

순간 멈칫한 나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왜 그러시죠?”

“사모님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좋아요?”

임지혜의 도발에 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옅은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지만 립스틱은 진한 레드색을 발랐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도 얇은 롱원피스에 하얀색 코트로 가녀린 몸을 가리고 있었다.

‘예쁘긴 하네. 이러니까 현성 씨가 그렇게 좋아하지.’

연적끼리 만나봤자 좋을 일이 없었다. 나는 임지혜를 무시하고 그냥 가려 했지만 그녀가 나를 비웃었다.

“내 자리를 빼앗아 갔는데 편할 리가 없겠죠. 현성이가 수아 씨를 사랑해요? 귓가에 대고 달콤한 얘기를 해주던가요? 밥도 해준 적 없죠? 특별한 날에 선물 사주던가요? 한 번도 그런 적 없죠? 현성이는 절대 수아 씨한테 해주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그저 선양 그룹 대표라는 이유로 사모님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에요.”

임지혜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그녀가 한 말들은 전부 고현성이 그녀에게 해줬던 것들이었다. 질투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질투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사모님 자리도 지키지 못하게 생겼는데...

나는 덤덤하게 웃으며 맞받아쳤다.

“그럼 지혜 씨는요? 3년 전에 난 지혜 씨한테 기회를 줬었어요. 지금 인정하든 안 하든 현성 씨 와이프는 나예요. 그리고 지혜 씨 말이 맞아요. 난 선양 그룹 대표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현성 씨한테 결혼을 강요했어요. 근데 당신은...”

절대 남에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내가 아니었다. 상대가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가만히 있지만 건드린다면 그대로 갚아주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고현성은 이런 나를 3년이나 모욕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난 돈이 많아서 고씨 가문에 많은 돈을 줄 수 있지만 지혜 씨는요? 돈도 없고 권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면서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의 말에 임지혜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어찌나 가여운지 남자들이 봤더라면 아마 무척이나 마음 아파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되레 싸늘하게 웃었다.

“내 앞에서는 가여운 척하지 말아요. 현성 씨한테는 먹히겠지만 나한테는 전혀 통하지 않아요.”

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누군가 임지혜를 뒤로 감쌌다. 고현성이 널찍한 어깨로 그녀를 지켜주었고 검은색 코트가 오늘따라 더 차갑게 느껴졌다.

고현성은 눈살을 찌푸린 채 나를 냉랭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임지혜를 괴롭히기라도 할까 봐 잔뜩 경계한 모습이었다.

내가 조금 전에 한 얘기를 분명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현성은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니었다. 고현성이 실눈을 뜨면서 덤덤하게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친구랑 만나기로 했는데 왜요?”

나는 뒤에 있는 임지혜를 보며 말했다.

“현성 씨, 나 몰래 옛 애인을 만나고 있었어요?”

임지혜를 옛 애인이라고 말하자 고현성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별장에 돌아가서 기다려. 저녁에 들어갈게.”

말투가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집으로 돌아오는 게 나에게 베푸는 엄청난 은혜인 것처럼 말이다.

‘내 신세가 이 정도로 가여워졌나? 게다가 전 여자 친구의 앞에서...’

나는 자신을 비웃었다.

“집에 갈 겁니다. 근데 한마디만 할게요. 난 지혜 씨 존재를 신경 쓰지 않지만 아버님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고현성이 아무 말이 없자 임지혜가 앞으로 나와서 내 손목을 잡더니 가여운 척하며 설명했다.

“수아 씨, 오해하지 말아요...”

남이 내 몸에 손을 대는 걸 싫어했던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뿌리쳤다. 고현성은 내가 임지혜를 때리는 줄로 착각하고 임지혜를 잡아당겨 품에 끌어안았다.

그의 힘이 어찌나 센지 나는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바닥에 넘어지면서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부딪치고 말았다.

나는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고현성이 임지혜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다정하게 다독이고 있었다.

“지혜야, 괜찮아.”

‘지혜야, 괜찮아? 저 여자가 무슨 일이 있겠어?’

나는 따끔거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했었던 나를 비웃었다.

내가 웃음을 터트리자 고현성이 싸늘하게 물었다.

“왜 웃어?”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현성 씨, 나 다쳤어요.”

나약한 말투에 고현성은 잠깐 흠칫하더니 비서에게 날 병원에 데려다주라고 한 다음 임지혜와 함께 떠나버렸다.

떠나기 전에 임지혜는 나를 보면서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고현성의 비서가 나를 부축하고 병원에 데려다주려 하자 나는 거절하고 직접 운전하여 별장으로 돌아온 다음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

얼굴이 계속 따끔거렸지만 마음은 아무 느낌이 없었다. 심지어 뾰족한 손톱으로 상처를 꽉 꼬집기도 했다.

고현성이 임지혜에게 잘해줄수록 나만 더 가여워 보였다.

나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가 일어나서 이혼 합의서를 작성한 후 진지하게 사인까지 마치고 서랍에 넣었다.

그러고는 주방에 가서 한상 가득 요리를 한 다음 거실에서 고현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고현성은 저녁에 집으로 들어오겠다고 했었고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

새벽 3시,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현관문 쪽을 쳐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고현성이 더듬거리며 불을 켰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더니 웬일로 먼저 물었다.

“아직 안 잤어?”

나는 그에게 다가가 겉옷을 받았다. 위에 차가운 눈꽃이 묻어있었고 낮에 임지혜를 안다가 배인 옅은 향수 냄새까지 남아있었다.

내가 옆에 가만히 서 있자 고현성은 나를 확 잡아당겼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내 몸을 만지려 했다. 차가운 손바닥이 내 몸에 닿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내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현성 씨, 나 아직 저녁 안 먹었어요.”

나는 그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늘 다정하게 말했던 이유는 예전의 따뜻했던 고현성에게 차마 심한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지금의 그가 예전의 고현성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고현성은 잠깐 멈칫하더니 손을 내려놓고 빤히 쳐다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연수아, 너 어제부터 좀 이상했어.”

“현성 씨한테 할 얘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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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성시에 눈이 며칠 동안 끊임없이 내린 바람에 도시 전체가 흰 눈으로 뒤덮였다. 우리 둘은 좁고 긴 골목에 마주하여 서 있었고 옅은 가로등 불빛이 그를 비춰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으며 마치 만화에서 나온 남자 같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살짝 놀라는가 싶더니 빤히 보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꼬마 아가씨, 어디 살아?”“연씨 별장...”고현성이 연씨 별장에 가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 허둥지둥 주소를 말했다. 그러자 고현성은 환하게 웃으면서 목도리를 풀어 나에게 둘러주었다. 그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었다.고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자. 집에 데려다줄게.”‘웃을 때 참 예쁘네...’그림을 찢고 나온 듯한 얼굴이었고 또 무척이나 다정했다.나는 그의 옆에서 걸으면서 손을 살며시 잡았다. 고현성이 살짝 멈칫했지만 거절하지 않고 내 손을 더 꽉 잡고 집 쪽으로 걸어갔다.가는 길 내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그렇게 별장 문 앞에 도착해서야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현성 씨, 들어가서 차 한잔하고 갈래요?”고현성이 웃으면서 거절했다.“시간이 늦었어.”밤이 늦은 건 사실이었다. 나는 발끝을 들어 고현성의 옷에 소복이 쌓인 눈을 털어주었다.“그럼 다음에 봐요.”그는 약속하지도 않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순간 오늘 저녁의 모든 게 다 나의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면 이 사람은 임지혜의 신랑이 될 텐데.고현성은 임지혜에게 결혼식을 올려줘야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난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사람이고.‘난 대체 뭘 기대하는 거야?’나는 어두운 얼굴로 별장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통유리 쪽으로 다가가 아래층의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변함없는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무심한 듯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나는 얼굴을 창문에 기댄 채 나지막하게 인사를 건넸다.‘잘 가요, 현성 씨. 다신 보지 말아요. 이번 생에 당신이 원하는 걸 다 이루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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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연애를 하고 싶었고 사랑받는 게 어떤 건지 느껴보고 싶었다. 설령 그게 진심이 아니더라도. 왜냐하면 나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 속상한 일 같은 건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나는 실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랑 상관없는 일이에요.”차를 몰고 가려는데 고현성이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너무나도 위험한 행동에 나는 차를 멈추고 욕했다.“미쳤어요?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요!”고현성의 얼굴에는 두려움이라곤 없었고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냥 쫓아내려는데 그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아직도 날 사랑해?”질문이면서도 긍정의 한마디였다.3개월 후면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된다는 사람이 지금 이런 소리를 했다. 자신이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따지고 보면 그에게 이런 기회를 준 것도 나였다. 나의 나약한 모습을 그에게 완전히 보여주고 말았다.‘굳이 탓하려면 확고한 내 사랑을 탓해야지. 내가 현성 씨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정도로 확고하니까.’“그래요. 사랑해요. 그래서 싫어요?”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홧김에 한 말인 것도 사실이었다. 고현성은 실눈을 뜬 채 운전에 집중하라고 했다.“연씨 별장으로 가.”“현성 씨는?”나의 질문에 그가 덤덤하게 대답했다.“나도 같이 가야지.”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됐어요. 난 현성 씨를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지 않아요.”“그럼 고씨 별장으로 가.”나는 차를 운전하여 고씨 별장에 도착했다. 고현성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내 손목을 잡고 별장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누가 정리했는지 매우 깨끗했고 소파도 흰 천으로 뒤덮어놓은 게 사람 사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고현성은 손목을 내려놓고 흰 천을 치웠다. 나는 소파에 앉았고 그는 주방으로 들어가 따뜻한 물 한 잔을 떠다 주었다.따뜻한 물을 들고 있는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오후 시간이라 창밖의 햇살이 나의 몸을 비춰 너무도 따뜻했다. 고현성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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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15화

    나는 최욱현이 담현아의 말처럼 무섭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새해 때도 그는 소년처럼 우리 집에 눌러앉아서 설을 쇨 정도였으니까. 그때는 딱히 과한 행동도 안 했고 나름 잘 지냈다.하지만 담현아의 걱정하는 모습에 그냥 따라 나가기로 했다. 콘서트장 출구에 다다랐을 때, 우리에게로 한 줄기 빛이 쏟아졌다. 동시에 최욱현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분, 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저와 함께 게임을 하시겠어요?”스태프가 마이크를 건넸다. 담현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바로 가 봐야 해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할게요.”담현아는 나를 잡아끌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욱현은 그냥 철없는 애야. 그렇게 무서워할 것 없어.”담현아는 동의하며 말했다.“무섭진 않죠. 그냥 미친놈이니까!”담현아는 최욱현에 대해 좋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궁금해서 웃으며 물었다.“혹시 욱현이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한 적이 있어?”그 말에 담현아는 침묵했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한겨울에 담현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최욱현이 사람을 죽이는 걸 봤어요. 그것도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수아 언니, 그 녀석은 순진한 척하는 게 특기예요. 그래서 업계 사람들은 다 그를 싫어하죠! 지금까지 프랑스 왕실의 비호가 없었다면 그는 진작에 제멋대로인 성격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그러니 언니도 그 인간과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담현아의 표정을 보니 정말 최욱현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최욱현과 나 사이의 미묘한 관계는 말하지 않았다.굳이 설명하자면 같은 어머니를 뒀다는 것뿐이었다.나와 담현아가 헬기를 타려고 할 때, 최욱현이 뒤쫓아 왔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수아야, 어디 가?”담현아는 내 팔을 꽉 잡았다.나는 헬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14화

    [네. 위치 보낼게요.]담현아는 내 휴대폰으로 주소를 보냈다. 에르크 시내에 위치한 곳으로 오후에 석지훈과 함께 쇼핑몰에 갔던 곳 근처였다. 차로 가면 두세 시간은 걸릴 거리였다.솔직히, 요 며칠 나는 계속 이동 중이었다. 길 위에 있거나 길을 떠날 준비를 하거나. 난 이런 이동에 정말 진절머리가 났다.그래서 현정우에게 헬기를 준비시켰다.30분 후, 나는 현정우와 함께 시내에 도착했다. 담현아는 이미 와 있었지만 한민수는 아직이었다. 담현아가 단톡방에 문자를 보내 물어보자 그의 답장이 왔다.[가는 중이야. 차로 한 시간 더 걸릴 듯. 너희 먼저 놀고 있어. 도착하면 연락할게.][OK.]담현아가 답장을 보내자 원태웅이 문자를 보고 물었다.[너희 어디서 노는데?]담현아가 답했다.[저 수아 언니랑 콘서트 보러 왔어요.]담현아는 폰을 집어넣고 나를 콘서트장 안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입구에서 LED 토끼 귀 헤어밴드 두 개를 사서 각자 하나씩 썼다. 나는 신이 나서 말했다.“나는 정재 씨의 음악회밖에 못 가봤어. 이건 내 생애 첫 콘서트야.”고정재 이야기를 꺼내자 담현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나는 그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새해 이후로 연락이 없었어요.”고정재는 아마도 한민수가 새해 첫날 담현아를 핀란드에 데려간 일 때문에 여전히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고정재에게 담현아가 일 때문에 갔다고 설명했었다.나는 문득 고정재가 담현아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에게 설명하지 않고 혼자 속앓이를 하게 만든 것에 화가 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정재는 아마 지쳤을 것이다.이 관계에서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었으니까.나는 담현아에게 물었다.“실망했어?”콘서트장은 현란한 조명과 사람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담현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나도 신경 쓰이나 봐요.”그 말은 고정재의 마음이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라는 뜻이었다.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둘 사이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현아야,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13화

    현정우는 잘생긴 외모에 말이 없을 때는 차가워 보였다. 게다가 경호원이라는 직업은 큰 안정감을 주었다. 키도 190cm에 가까웠고 건장하면서도 군살 없는 몸매는 석지훈 못지않게 완벽해서 이런 남자라면 여자들이 줄을 서서 따라다닐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스스로를 겨우 목숨이나 파는 경호원이라고 낮추며 말 한마디마다 자기비하가 가득했다.그 모습을 보니 내 기분까지 가라앉았다.그는 내 사람인데, 내 사람이 이렇게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는 건 내 탓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느 집 귀한 아가씨이기에 그가 이렇게까지 비참한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싶었다.나는 다시 물었다.“이름이라도 알려 줄 수 있어요?”현정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아꼈다.“저에게는 너무 높은 분이라 그냥 마음속에 간직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나는 자조적인 그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약속했다.“좋아한다면 내가 중매를 서 줄 수도 있어요. 어쨌든 지금 저는 석씨 가문의 대표이니까. 내가...”현정우는 입술을 깨물더니 부드럽게 내 말을 가로막았다.“가주님, 그녀는 눈부신 별과 같은 사람입니다. 석 대표님 같은 남자가 어울리죠. 저는 그저 바닥의 진흙일 뿐이니 가주님이 나서준다 해도 그녀는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니 그녀와 제 마음은 그저 가슴속에 묻어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요.”현정우가 그렇게 말하니 더 이상 묻기가 어려웠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중요한 건 좋아하는 마음이에요. 나도 9년 동안 한 사람을 좋아했었어요... 뭔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은 제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으니까요.”“네. 저도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나는 약속했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요.”“가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훨씬 뒤에야 나는 현정우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정말 그의 마음속 깊이 묻어둔 너무나 멀고 높은 별이었다.그리고 그 별 때문에 그는 깊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강가에서 잠시 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12화

    석나은도 석지훈을 자신의 개인 소유물로 생각했다.그의 주변엔 여자가 많았고 하나같이 그에게 깊이 빠져 있었다.하지만 그는 능숙하게 상황을 처리했고 누구에게도 헛된 희망을 주지 않았다.나는 석지훈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걱정스럽게 물었다.“한씨 가문은 오빠를 계속 사윗감으로 생각하는데 우리 관계를 알면 어르신께서 오빠한테서 등을 돌리지 않을까요?”석지훈은 태연하게 말했다.“아니. 설령 나한테 등을 돌린다 해도 상관없어. 난 애초에 남 눈치 보면서 살지 않으니까.”석지훈은 사람과 일에 대해 항상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나 때문에 오빠가 곤란해지는 건 싫어요.”석지훈은 갑자기 달래듯 말했다.“착하지, 조금만 자자.”그는 대화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남자였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잠들지 못하고 그의 체취를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이렇게만 있어도 충분히 안심이 되었다.석지훈은 피곤했는지 나보다 먼저 잠들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눈썹뼈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그의 눈썹뼈는 정말 아름다웠다.단단하고 하얀 것이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었다.나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그의 눈썹뼈에 입을 맞췄다. 간지러운 느낌에 그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자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석지훈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안 자?”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다.나는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에 애정 어린 입맞춤을 했다. 석지훈은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껌딱지.”그는 항상 나를 껌딱지라고 불렀다. 하지만 나는 정말 매 순간 그에게 붙어 있고 싶었고 그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감정은 고현성에게서는 느껴본 적 없는 것으로 내 마음은 온통 그로 가득했다.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좀 더 자요.”석지훈이 눈을 감자 나는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 앉아 나는 휴대폰으로 현정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현정우는 의사를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왔다. 치료가 끝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11화

    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 서 있었다. 석지훈은 이불 커버를 침대에 내려놓더니 갑자기 내 손에서 컵을 가져갔다.그러고는 방을 나갔다.설마 물을 떠다 주려는 건가?나는 서둘러 젖은 이불 밑에서 진통제를 꺼내 가방에 숨겼다. 잠시 후, 그는 따뜻한 물 한 컵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나는 물컵을 받아들고 그의 옆에 서 있었고 남자는 능숙하게 이불 커버를 갈았다. 내가 자연스레 침대에 걸터앉자 그는 손을 뻗어 내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한숨 자고 나서 한씨 가문에 가자. 운성은 내일 아침에 돌아가고.”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석지훈은 내 손에서 컵을 가져가고는 방을 나갔다. 나는 침대에 누워 배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피가 조금 배어 나왔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눕자 몸이 훨씬 편해졌다. 아래층에서 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한민영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석지훈, 시간 좀 있어?”석지훈은 차갑게 대답했다.“없어.”“정말 나와 인연을 끊겠다는 거야?”“가.”석지훈이 말했다.“석지훈, 내가 안 가면 개라도 풀어서 물게 할 거야?”이번에 석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래층은 잠시 조용해졌다. 일어나 발코니로 나가보니 한민영이 별장 입구에 서 있었다. 그녀는 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한민수가 보낸 개들이 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한민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석지훈, 난 잘못한 게 없어.”석지훈과 한민영 사이에는 10미터 남짓한 자갈길이 있었고 한민영 앞에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는 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가 버티고 서 있었다.석지훈이 나지막이 말했다.“조용히 좀 해.”한민영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물었다.“왜?”석지훈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아가 자고 있어.”그 말에 한민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녀가 왜 여기 있어?”석지훈이 되물었다.“밖에 있는 사람들 다 그녀 사람인 거 안 보여?”한민영은 곧바로 대답했다.“안 보여.”이렇게 석지훈에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10화

    나는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왜요?”그러자 그가 말했다.“한 모금 더 마셔 봐.”시키는 대로 살짝 마시자 그제야 버터처럼 부드러운 크림 향이 샴페인의 톡 쏘는 맛과 어우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제 입맛에 딱이네요.”나는 웃으며 말했다.석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조금만 마셔.”수술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사실 술은 금물이었다. 그래서 나는 겨우 두 모금만 맛보고 조심스럽게 잔을 그에게 건넸다.“왜? 입에 안 맞아?”그의 눈빛에 의아함이 스쳤다.예전의 석지훈이라면 내가 좋아하는지 묻지도 않았을 텐데, 뭔가 떠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나를 건드리지 않는 건 뭔가 꺼리는 게 있는 걸까? 설마 내가 수술받은 걸 아는 건 아니겠지? 분명 비밀로 하라고 지시했는데.’마음속에 의문이 가득 차 이따 현정우한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에요. 그냥 마시고 싶지 않아서요.”어설픈 변명이었지만 내가 싫다고 하니 석지훈도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그는 나를 쇼핑몰로 데려갔다.석지훈은 와인 두 병을 고르더니 망설임 없이 계산대로 향했다.“더 안 사도 돼요?”내가 묻자 남자는 간단히 대답했다.“됐어.”그리고는 나한테 물어봤다.“갖고 싶은 거 있어?”“없어요.”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옷이나 화장품, 액세서리는 부족한 적이 없었으니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었고 이제는 그런 것들에 별로 감흥이 없었다.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건 뭐든 살 수 있었으니까.내 말에 석지훈은 나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고 쇼핑몰을 나섰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배에 있는 수술 자국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나는 통증을 참으며 간신히 차에 올라탔다. 창백해진 내 얼굴을 본 석지훈은 손을 뻗어 이마를 짚었다.“어디 아파?”“좀 피곤하네요.”내가 대답했다.지금 당장 진통제가 먹고 싶었다.석지훈은 한 씨 저택으로 가지 않고 차를 몰고 곧장 별장으로 데려왔다. 난 궁금해서 물었다.“어르신을 뵈러 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9화

    나는 석지훈과 한씨 가문의 어르신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는 나에게 위층으로 올라가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방으로 돌아가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여자 옷이 많이 있었다. 나는 먼저 따뜻한 내복을 입고 그 위에 흰색 스웨터를 입었다. 마지막으로 코트를 걸치고 따뜻한 목도리를 했다.나는 추위를 많이 탔다. 최근에 생긴 일이었다.아마도 몸이 예전보다 약해져서 그런 것 같았다.나는 연한 립스틱을 바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석지훈은 현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신발을 신으며 물었다.“선물 사 갈까요?”석지훈은 대답했다.우리가 별장을 나서며 보니 현정우는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담배를 끄고 달려와 공손한 말투로 불렀다.“가주님, 석 대표님, 나가십니까?”석지훈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차 키 주세요.”현정우는 순순히 차 키를 건넸다.석지훈은 현정우가 가리키는 차를 찾아갔다. 내가 조수석에 앉고 나서야 그는 운전석에 앉았다.현정우와 경호원들은 동행하지 않은 채 나와 석지훈은 단둘이 별장을 떠났다. 그는 나를 에르크 중심가로 데려갔다. 에르크에는 큰 눈이 내리고 있어 길이 미끄러웠다. 석지훈은 안전하게 운전했지만 속도는 느렸다. 시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2~3시였다.선물부터 사러 갈 줄 알았는데 그는 나를 근처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건네주자 난 대충 훑어보고 느끼하지 않은 음식 몇 개와 케이크 두 조각, 요구르트 과일 플래터를 주문했다.그리고 석지훈에게 물었다.“오빠는 뭐 먹고 싶어요?”“스테이크 주세요. 미디엄 레어로.”잠시 멈추더니 종업원에게 말했다.“그리고 딸기 주스 한 잔 주세요. 따뜻하게 데워서 설탕을 좀 넣어 주시고요. 샴페인도 한 병 주세요.”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가자 나는 맞은편에 앉은 석지훈에게 물었다. “오빠, 딸기 주스는 저 마시라고 시킨 거예요?”석지훈은 나를 보며 대답했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8화

    “좋아해요.”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럼 네가 이름을 지어줘.”그가 말했다.“정말요? 얘들 데리고 있을 거예요?”내가 기뻐하며 묻자 그가 대답했다.“좋아한다면서?”“난 이름 잘 못 짓는데.”내 말에 석지훈은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으니까.나는 그의 차가운 손을 잡고 궁금한 듯 물었다.“오빠, 사별의 이름을 왜 윤아라고 지었어요?”석지훈이 가볍게 말했다.“네가 처음에 그 이름으로 날 속였잖아. 그 이름은 나에게 의미가 있어. 넌 윤아고 사별이는 작은 윤아고, 둘 다 내 아가야.”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달콤한 말을 하다니, 그는 정말 심쿵하게 만드는 남자였다.나는 그를 넋을 잃고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윤민이는요?”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냥 아무렇게나 지은 거야.”나: “...”‘앞으로는 윤민이를 더 예뻐해 줘야겠다.’나는 웃으며 발꿈치를 들고 석지훈의 뺨에 입을 맞췄다. 순간 그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낮게 잠긴 목소리로 경고했다.“적당히 해.”나는 그때 석지훈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가 오랫동안 금욕했다는 사실을 잊은채 더욱 들이대며 말했다.“오빠는 내 남자인데 뽀뽀하는 게 뭐 어때서요? 난 오빠가 좋은걸.”...침대에서 뒤척이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아래층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발코니로 나가 보니 인부들이 개집을 짓고 있었다. 옆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놀이터도 만들고 있었다.한민수는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별장 마당에서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석지훈은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무언가를 처리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집 밖으로 나갔다.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는 나를 보고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나는 그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물었다.“배고파?”그리고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때 인부가 말했다.“배고픈 것 같지는 않은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07화

    내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석지훈은 나를 꽉 껴안더니 손바닥으로 내 허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나는 그가 뭔가를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자, 내가 옆에 있잖아.”나는 멍하니 대답했다. “네.”오랜만에 느끼는 그의 품이었다. 나는 그의 향기에 취해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 이미 정오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일어나 보니 밖에는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었다.아래층에 내려가 봤지만 석지훈은 없었다. 다시 위층 서재로 갔지만 그곳에도 없었다. 어디로 간 거지?나는 서재에서 그가 어제 쓴 글씨를 보았다. 마지막에 ‘자경’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설마 이게 그의 호인가?석씨 가문은 명문가였으니 석지훈에게도 당연히 호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몰랐다.자경,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걸까?내가 손가락으로 그 글자를 가볍게 만지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급히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한민수가 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를 힘겹게 끌고 오고 있었고 석지훈은 처마 밑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민수와 그의 개들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었다.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는 아주 건장했고 말을 잘 듣지 않았다. 한민수는 힘겹게 개들을 끌며 웃으면서 말했다.“왜 인상 쓰고 있어? 너희 집 지키라고 경비견을 데려온 거야. 이상한 사람들이 자꾸 집에 들락거리지 않게 말이야.”이상한 사람들...한민수는 누구를 말하는 걸까?석지훈은 거절했다.“너나 데리고 있어.”“안돼. 멀리서부터 데려왔단 말이야.”한민수는 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를 마당의 나무에 묶고 뻔뻔하게 말했다.“여기 묶어둘게. 이따가 사람이 와서 개집을 설치할 거야. 걱정 마, 네가 먹이를 줄 필요 없어. 내가 사람을 시켜서 매일 정기적으로 밥 주고 정기적으로 애견 삽에 데려가서 목욕도 시키도록 할 테니까.”석지훈: “...”그는 한민수에게 대꾸도 않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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