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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작가: 동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30 10:31:49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고현성은 끝까지 계속 빤히 쳐다보았다.

버스가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나는 황급히 버스에서 내렸고 고현성은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택시를 타고 다시 아까 그곳으로 돌아가 차를 가지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커다란 별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머릿속에 고현성이 했던 그 한마디가 계속 맴돌았다.

“지혜한테 결혼식을 올려주기로 했어.”

자세히 생각해보면 임지혜에게 결혼식을 빚진 건 사실이었다. 3년 전에 임지혜가 고현성을 포기했고 고현성도 임지혜를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임지혜가 6억 원을 받지 않고 운성시를 떠나지 않았더라도 고현성은 그녀와 헤어지려 했을 것이다.

사랑 속에서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고 할 수 있겠는가?

성대한 결혼식을 3년 전에 임지혜에게 줬어야 했다. 나는 그저 우연히 기회가 생겨 그 자리를 차지했고 이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최희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최희연은 몇 안 되는 나의 절친이었고 운성시에서 고양이 카페를 운영했다.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고양이들이 여유롭게 걸어 다녔다. 그나저나 카페는 항상 적자 상태였고 지금까지 내가 투자한 덕에 겨우 살아남았다.

나는 휴대전화를 귓가에 대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최희연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음악 센터가 있잖아. 저녁에 피아노 공연이 있는데 미국에서 온 연주가래. 너 피아노 좋아하지? 지금 이리 와. 저녁에 같이 공연 보러 가자.”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 공연은 단지 고현성이 연주하는 피아노였다.

고개를 살짝 수그리자 테이블 위에 놓인 10억짜리 은행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길거리를 거닐며 사랑을 사려 한 바람에 미친 사람 취급당했고 고현성에게 초라한 모습마저 보여주고 말았다.

돈이 있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 차라리 최희연에게 카페 운영 자금으로 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최희연과 공연을 보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해.”

나는 방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 욕실로 가서 메이크업을 지운 다음 다시 정교하게 메이크업했다. 언제 어디서든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파란 코트를 입고 택시를 타고 카페로 향했다. 밖에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아무렇지 않은 척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최희연은 나를 보자마자 재빨리 찻잔을 내려놓고 달려와서 끌어안았다.

“요즘 뭐 했길래 통 가게로 오지 않았어?”

나는 아무 거짓말이나 지어냈다.

“일 때문에 바빴어.”

설명을 듣고서야 최희연이 풀어주었다.

“커피 한잔 가져다주라고 할 테니까 먼저 앉아 있어. 일 끝나고 올게.”

나는 조용한 창가 쪽 자리를 찾아 하얀색 고양이를 안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차들을 멍하니 보았다. 이보다 더 평온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훤칠한 키의 누군가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고 뒷모습이 이상하리만큼 외로워 보였다.

나는 순간 멈칫했다. 웬일인지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렸을 적 그를 따라다녔던 때처럼 모든 게 익숙했고 나의 추억을 끌어냈다.

내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바람에 고양이도 놀라서 도망갔다. 커피숍을 뛰쳐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인파 속에서 그 뒷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달려 나온 나를 본 최희연이 다급하게 따라 나왔다.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엉엉 울자 걱정스럽게 물었다.

“수아야, 왜 울어?”

그 사람을 본 것 같았다...

처음으로 그 뒷모습이 이렇게도 인상이 깊었다. 드디어 그때 그 따뜻했던 남자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짜 고현성이었을까? 근데 고현성 말고 나한테 이런 느낌을 줬던 남자는 없었어. 고현성이 아니면 누구지?’

문득 고민영이 말했던 음악 콘서트가 떠올랐다.

‘여길 말하던 거였나? 고현성도 지금 여기 있다고?’

나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 시선을 거두었다. 그런데 최희연도 울고 있었다.

“희연아, 넌 왜 울어?”

“넌 왜 항상 그리 슬퍼 보여?”

최희연은 두 팔을 벌려 나를 꽉 껴안고 울먹거렸다.

“넌 자꾸 아무 이유 없이 울어. 근데 그 사람 3년 전에 네 것이 됐잖아.”

그녀가 말한 그는 바로 고현성이었다. 아직 내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최희연에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눈이 너무 차가워서 그랬나 봐.”

그녀와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온 나는 조금 전 놀라서 도망친 그 하얀색 고양이를 찾아 품에 안았다.

“미안. 아까 많이 놀랐지?”

야옹 하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는 머리를 나의 손등에 비볐다. 너무도 고분고분하고 귀여운 모습에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 예뻐.”

그렇게 저녁까지 카페에 있었다. 최희연은 갑자기 일이 생겨 공연에 갈 수가 없다면서 티켓을 나에게 건넨 후 휙 가버렸다.

나는 은행 카드를 컴퓨터 옆에 놓고 옆의 음악 센터로 향했다.

음악 센터가 사람들로 붐볐고 나는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옆에 커플이 앉았는데 두 사람은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언제 나랑 결혼할 거야?”

그러자 남자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른이 되면.”

고개를 돌려 보니 고작 열네 살, 열다섯 살쯤 돼 보였다.

이 나이쯤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예를 들어 최희연이 그러했다.

최희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불량배를 좋아하게 되었다. 남자는 가진 게 없어 그녀에게 안정된 삶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최희연은 그 남자를 미친 듯이 사랑했었고 그 남자 때문에 자살까지 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 세상에서 그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몇 년 전에 최희연이 이런 말을 했었다.

“그 남자... 겉으로는 건달 같아도 영혼은 참 맑았어. 나약하고 예민할 때도 있었고 사랑 때문에 모든 걸 다 포기할 수도 있는 남자였어. 수아야, 그 사람 그때 네가 알던 고현성보다 부족하지 않아. 심지어 자기 생각이 있고 패기가 있어.”

그렇다. 그 남자애는 목숨 말고 가진 게 없었다. 그런데 최희연을 위해 기꺼이 목숨도 바치는 그런 남자였다.

최희연이 고3 때 남자애는 그녀 대신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남자애는 세상을 떠났고 최희연의 마음도 그와 함께 떠났다.

그 후로 지금까지 그녀는 쭉 혼자 살아왔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이 나이 때의 소년 소녀들이 원하는 바가 다 뜻대로 되길 축복했다.

...

시간이 1분 1초 지나갔지만 공연은 여전히 너무 지루했다.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익숙한 멜로디가 귀에 들어왔다.

나의 눈가가 순식간에 촉촉해졌고 경악한 눈빛으로 무대 위를 쳐다보았다. 피아노 건반 위에 예쁜 손 한 쌍이 놓여있었다.

‘바람이 사는 거리... 현성 씨는 기억하고 있을까?’

고현성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 참으로 부드럽고 멋졌다. 몇 년 전 따뜻했던 고현성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듯했다.

곡이 끝나고 나는 황급히 무대 뒤로 달려가 그를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그 사람이 떠날까 봐, 내일이 지나면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내가 누군지 알려주고 싶었다.

무대 뒤에서 한참이나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실망 가득한 얼굴로 음악 센터를 나왔다.

하늘은 이미 어둑해졌고 눈이 더 세게 내렸다.

나는 하이힐을 신은 채 길거리를 천천히 거닐었다. 가로등이 눈길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런데 그때 앞에 비스듬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눈앞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남자는 네이비색 롱코트에 안에는 검은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고 베이지색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 오후에 봤던 그 뒷모습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이었다.

‘아까 카페에서 봤던 남자가 진짜 이 사람이었구나...’

그에게 왜 하필 ‘바람이 사는 거리’를 연주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묻기도 전에 그가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물었다.

“꼬마 아가씨, 또 날 따라오네?”

나는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꼬마 아가씨... 날 기억하나?’

그러고는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현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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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6화

    고현성이 밖에서 2분 정도 전화를 받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고 달리 방법이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내가 가볍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고현성이 한숨을 내쉬었다.“이따가 나가야 하는데 너도 같이 갈래?”나는 알면서도 물었다.“임지혜 씨 때문이에요?”고현성이 두 눈을 감았다.“교통사고 당해서 다쳤대.”나는 계속하여 인내심 있게 물었다.“그래서 지금 보살펴주러 가려고요?”고현성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떠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떠나기 전 나는 그에게 귀띔했다.“우리 전에 했던 약속 기억해요? 연애하는 동안에는 임지혜 씨를 만나선 안 된다고 했었어요.”고현성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억해. 그래서...”‘내 의견을 물으려고? 뭘 믿고 내가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현성 씨, 지금 가면 이 게임 중지할 겁니다.”나는 영화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현성 씨가 가겠다고 하면 막지는 않을게요. 가면 약속을 어긴 거로 생각하겠어요. 현성 씨, 사실 난 현성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해심 많은 여자가 아니에요.”고현성은 날 묵묵히 바라보다가 결국 나가버렸다. 창문 앞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내려다보았는데 아주 단호했다.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침대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초저녁쯤 고현성의 어머니가 밥 먹으러 내려오라고 하자 나는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캐리어를 끌면서 거실로 내려갔다. 마당에 눈이 소복이 쌓이기 시작했다.고현성의 어머니는 나를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가려고?”“네. 비행기 시간이 곧 돼서요. 그동안 실례 많았습니다.”“실례는 무슨. 내 며느리인데 뭘 그런 예의를 차리고 그래.”“어머님, 저랑 현성 씨 이혼한 지 좀 됐어요.”고현성의 어머니가 아무 말이 없자 내가 웃으며 물었다.“눈사람 만들어도 돼요?”“당연하지. 내가 도와줄까?”“괜찮아요. 다 만들면 갈게요.”나는 눈이 두껍게 쌓인 곳을 찾아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 부모님과 만들어본 적이 있어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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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7화

    고현성은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2년 전 낙태 수술이 뭘 빼앗아 갔다고?”그가 정확히 들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다시 반복할 이유가 없었다.“희연이 풀어줘요. 사랑하는 사람이 희연이를 기다리고 있다고요. 굳이 탓하겠다면 사고나 치고 다니는 임지혜 씨를 탓해요. 조사해보면 임지혜 씨가 8년 전에 뭔 짓을 했는지 알 거예요. 그 사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쳤어요. 희연이는 지금 그때 당한 거 그대로 갚아줬을 뿐이고 차로 친 것도 임지혜 씨가 모진 말을 해서 홧김에 그런 거예요. 현성 씨 그 약혼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요.”나는 말하다가 잠시 멈칫하고 비웃었다.“아, 내가 잘못 말했네요. 당신은 못 하는 게 없는 고현성이죠, 정말. 남이 무슨 짓을 하든 다 아는데. 지금은 단지 임지혜 씨의 잘못도 눈감아주고 있는 거고요.”고현성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이 일은 내가 제대로 조사할 거야. 근데 2년 전 그 일은 제대로 설명해. 아이를 지운 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무슨 일? 다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의사가 수술을 했지만 자궁 소파술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궁이 감염되고 말았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고현성과 관계를 가졌다.내가 싸늘하게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아이를 지운 후에 몸이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어요. 의사가 내가 앞으로 아이를 가지기 어려울 거라고 하더라고요. 안 그러면 내가 왜 선양 그룹을 현성 씨한테 줬겠어요? 그동안 선양 그룹을 혼자서 경영하느라 너무 힘들었고 후계자도 없어서 준 거죠.”한참이 지나서야 고현성이 말했다.“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어?”“현성아, 지금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병실 안의 임지혜가 고현성을 부르자 나는 싸늘하게 웃고는 다시 경찰서로 갔다.최희연을 보석으로 나오게 하고 싶었지만 지금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권력을 내 손으로 직접 고현성에게 갖다 바쳤고 고현성은 그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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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5화

    예를 들면 지금 최현욱은 나를 데리고 이 얼어붙은 설원을 벗어나고 있었다.대략 두세 시간을 더 걸었을까 최현욱은 지친 기색으로 나를 눈밭에 내려놓으며 투덜댔다.“너 진짜 무거워.”나는 고집스럽게 말했다.“나 진짜 50킬로도 안 돼.”나의 몸무게는 50킬로가 안 되긴 했지만 최현욱이 나를 업고 이렇게 오래 걸었으니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나는 일어나며 말했다.“내가 조금 더 걸어볼게.”그러자 최현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그쳤다.“서둘러야 해. 우리 지금 떠난 지 네다섯 시간이나 됐어. 저들이 네가 도망친 걸 눈치챘을 거야. 빨리 도시로 들어가지 않으면 우리 둘 다 붙잡힐 거라고.”최현욱의 말투는 상당히 긴박했다. 나는 얼른 앞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최현욱은 뒤에서 웃으며 쫓아왔다.“빨리 좀 가. 꾸물거리지 말고.”우리는 그렇게 거의 뛰는 수준으로 걸었다. 나는 30분도 채 못 가 기운이 빠졌지만 억지로 버티며 30분을 더 걸었다.그러다 결국 나머지 거리는 최현욱이 다시 나를 업고 걸었다.새벽 12시가 가까워졌을 때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다.나는 얼른 최현욱의 등에서 뛰어내려 그 불빛을 향해 달려갔다.최현욱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넘어지지 마.”“얼른 핸드폰부터 구해서 전화해야 해.”지금 최희연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어 나는 마음이 초조했다.우리는 마침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도시는 번화했고 작은 상점들이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었다. 길가의 큰 가게들도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나는 놀란 얼굴로 최현욱에게 물었다.“다들 아직 문을 안 닫았네?”최현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아마 너를 위해 열어둔 걸지도 모르지.”당시 나는 방금 큰 저택 안의 사람들도 이 도시의 사람들도 전부 최현욱이 거액을 써서 매수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몰랐다.이유는 아주 간단했다.최현욱은 나를 알고 싶어 했다. 그것도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말이다.하지만 그 외국인은 석지훈에게 진짜 원한이 있었고 최현욱은 그 복수심을 교묘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4화

    “난 너한테 기대한 적 없거든?”“네가 나한테 기대 안 하면 누구한테 기대할 건데?”최현욱은 잠시 멈추더니 물었다.“네 남편?”“나 남편 없어.”“석지훈이 네 남편 아니야?”“우린 아직 결혼 안 했어.”최현욱의 정교한 알굴이 밤하늘 아래에서 바로 내 앞에 있었다.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나는 숨이 멎는 듯해 고개를 돌렸다. 최현욱은 이내 매력적으로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거네?”“네가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잖아. 무슨 헛소리야.”최현욱은 추궁하듯 물었다.“설마 내가 널 좋아하면 기회가 있는 거야?”나는 살짝 두통이 오는 듯한 기분에 서둘러 설명했다.“내 뜻은 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데 굳이 분위기를 망치는 말을 하지 말라는 거야. 게다가 네가 날 좋아한다고 해도 소용없어. 난 널 안 좋아할 테니까.”최현욱은 비꼬듯이 말했다.“자기 잘난 멋에 사는구나.”나는 이 순간 우리 대화가 다소 애매한 분위기를 풍기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쩌면 몸이 추위에 너무 굳어버려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결국 나는 최현욱이 나를 등에 업도록 내버려두었다. 그가 나를 업자 내가 품에 안고 있던 사과가 땅에 떨어져 버렸다.최현욱은 떨어진 사과를 주워 내게 건네며 말했다.“배고프면 먹어.”나는 배고프지 않았지만 그냥 지쳤을 뿐이다.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최현욱은 겉보기엔 연약해 보였지만 몸이 꽤 단단했다. 등에 업히니 최현욱의 옷 아래로 느껴지는 근육에 나는 무심코 그를 칭찬했다.“평소에 운동 많이 했나 보네.”최현욱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당연하지. 나 어릴 땐 몸이 약했지만 힘은 꽤 있었어. 커서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고.”나는 그냥 아하고 감탄하며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최현욱은 갑자기 흥미로운 듯 물었다.“너랑 석지훈은 사이가 깊어?”나와 석지훈의 사이는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도 나를 사랑했다.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세상에 있을까?“내가 지훈 오빠를 정말 사랑해. 가끔 무섭기도 하지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3화

    최현욱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최현욱을 노려보며 말했다.“아까 하녀한테 물어봤는데 여기서 도시까지 70에서 80킬로미터는 된다던데요. 우리 이렇게 걸어가면 며칠이나 걸려?”게다가 지금 날씨는 이렇게 춥고 언제든 눈이 내릴 것 같은 징조가 보였다.밤이 다가오면 기온이 더 떨어질 텐데 이런 얼어붙은 눈밭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됐다.순간 나는 저택을 떠나온 걸 후회했다. 차라리 돌아가고 싶었지만 석지훈에게까지 피해를 줄까 봐 차마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다.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빨라 가자.”“꼬마 아가씨,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그래?”최현욱은 내 옆으로 다가오며 짓궂게 웃더니 말했다.“겨우 70에서 80킬로미터잖아. 난 걸어서 반나절이면 가. 그리고 마침 네 몸도 좀 단련할 수 있겠네.”나는 최현욱을 무시하고 무거운 유럽식 전통 드레스를 질질 끌며 앞으로 걸어갔다. 대략 30분쯤 걸었을 때 최현욱이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참, 한 가지 알려줄 게 있어.”나는 속으로 울분을 참으며 물었다.“뭔데?”“우리 길을 잘못 들었어.”최현욱의 말은 맑은 하늘에 벼락이 내리치는 듯했다. 나는 귀가 멍해져서 최현욱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추위에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꼬마 아가씨, 우리 원래 길로 돌아가야 해.”그런데 최현욱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태도로 귀엽게 말했다.이에 나는 돌아서서 최현욱의 얼굴을 한 대 갈기고 싶었지만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손을 거둬들이고 속에서 울컥하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앞장서서 길 안내 좀 제대로 해.”이번에는 최현욱이 앞장섰다.최현욱은 내가 추워하는 걸 느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말했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30분이면 돌아올게.”비록 최현욱이 답답하게 굴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 눈밭에 나 혼자 남겨질까 봐 불안했다. 그래서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최현욱을 바라보며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가 떠나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2화

    나와 최현욱의 거리는 약 3미터 정도였다. 솔직히 뛰어내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입고 있는 복잡한 전통 드레스 때문에 움직이기도 불편했다.만약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석지훈이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가장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석지훈이라는 걸 깨달았다.석지훈이 떠난 8개월 동안 그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그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걸 이제는 이해했다. 내가 그를 모른 척해선 안 됐다.실망과 죄책감에 휩싸여 그를 멀리했던 나의 잘못이었다.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나는 어떻게 토라질 수 있었던 걸까?내가 한숨을 쉬자 최현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뛰어내릴 거야, 말 거야?”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드디어 뛰어내렸다. 충격이 꽤 컸는지 최현욱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나를 안전하게 받아냈다.나는 순간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손으로 두드렸다. 이를 보고 최현욱은 내 귓가에 감미롭게 속삭였다.“언제까지 내 품에 안겨 있을 거야?”나는 재빨리 최현욱의 품에서 뛰어나왔다. 최현욱은 옷을 정리하며 중얼거렸다.“보기엔 마른 것 같더니 은근히 무겁네.”“나 몸무게 50킬로도 안 돼.”“몸무게 50킬로 안 넘는 애들은 대부분 가슴이 없거나 키가 작더라.”최현욱은 내가 입은 드레스를 힐끗 보며 말했다.“옷은 정말 예쁘네. 영화 속 디즈니 공주 같아. 근데 너 머리가 너무 길어.”내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왔다. 나도 너무 길다는 느낌이 들어 언젠가 잘라야겠다고 늘 마음먹었지만 매번 까먹었다.나는 최현욱을 흘겨보며 말했다.“그쪽 머리도 아닌데 왜 신경 써요?”“꼬마 아가씨가 입이 왜 이렇게 독해?”최현욱은 말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그러던 중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최현욱은 내 손목을 붙자고 화단 뒤로 날 숨었다.“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고양이들이 낸 소리겠지.”“그럼 가자. 너무 춥네.”발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최현욱은 내 손목을 잡고 당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1화

    최현욱은 순순히 대답했다.“그러면 여기서 기다릴게.”최현욱은 아래에서 들킬까 봐 걱정도 안 하는 듯 여유롭게 고양이와 놀고 있었다. 잠시 후 하녀가 방으로 들어왔다.그녀가 창가로 다가오며 나를 부르려 하자 나는 다급히 그녀를 막으며 물었다.“내 친구는 어떻게 됐어요? 지금 병원으로 가고 있나요?”“네, 이제 막 떠나려는 중이에요.”하녀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했다. 나는 일부러 무심한 척하며 그녀에게 물었다.“여기서 시내까지 얼마나 멀어요?”하녀는 영어로 천천히 대답했다.“여긴 아주 외진 곳이에요. 시내까지는 70에서 80킬로미터 정도 될 거예요. 아마 더 멀지도 몰라요. 사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이 저택을 떠난 적이 없거든요.”이 여자가 나를 부러워했던 이유를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나는 외부에서 온 사람이고 그녀는 이 안에 갇힌 사람이다. 이 저택은 마치 그녀를 평생 가둔 감옥 같았다.나는 궁금해서 물었다.“왜 여길 떠나지 않는 거예요?”“이 저택을 지키는 게 내 사명이에요.”그녀의 말에서 엄청난 신념이 느껴졌다. 그녀를 설득해 이곳을 떠나라고 하는 건 허황한 꿈일 것이다.나는 굳이 그녀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이 저택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만큼 아마 이곳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해 많이 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최현욱을 알아요?”그녀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죠.”“그 사람은 누구예요?”그녀는 순진했기에 숨기지 않고 말했다.“우리 업계 사람들은 그를 최 사장님이라고 불러요. 최현욱은 나이가 많지 않지만 일 처리는 아주 냉혹하죠.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안젤리나, 보스가 널 찾는다.”밖에서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말을 멈추고서는 서둘러 떠났다.나는 창가로 가서 아래를 보았다. 최현욱은 여전히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자 아까 헬기 안에서 최현욱의 동료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최현욱, 너 또 착한 척하려고 그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0화

    “꼬마 아가씨, 내가 구하러 왔지.”그는 해맑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내가 날 이곳으로 데려온 장본임이 그인 것을 몰랐다면 그의 말을 믿을 뻔했다.나는 냉소적으로 말했다.“난 널 못 믿겠어.”창밖은 끝없이 펼쳐진 얼음과 눈의 세계가 펼쳐졌고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정원에는 몇 마리 고양이가 느긋하게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 옆에 미소를 띤 채 나를 올려다보는 최현욱이 서 있었다.최현욱은 내가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는 걸 보더니 분석하듯 설명했다.“나는 이런 일을 업으로 삼고 있어. 그들이 널 원했으니 어쩔 수 없이 잡아 왔지만 지금 이렇게 그 사람들이 없을 때 몰래 구해줄 수도 있잖아.”“그 사람들이 없다고?”최현욱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뒷마당에는 없지.”최현욱은 아까 나에게 코트를 벗어줬기에 지금은 얇은 옷만 입고 있었다. 이제서야 나는 최현욱이 계속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마치 콘서트 가수들이 이용하는 것처럼 핑크빛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화려한 이어폰이었는데 최현욱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나는 걱정스레 물었다.“내 친구는 어딨어?”“네 친구는 약간의 뇌진탕 증상이 있는 것 같아. 아까 또다시 기절했어. 그 사람들이 네 친구를 병원으로 따로 데려가려는 모양이야.”최현욱의 설명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오히려 의심이 드러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그쪽은 어떻게 아는 거야?”최현욱은 솔직하게 말했다.“방금 엿들었지.”나는 말문이 막혔다.창밖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한 뒤 최현욱의 얇은 가죽 코트를 집어 창문 밖으로 던졌다. 최현욱은 민첩하게 몇 발짝 움직여 코트를 받았다.최현욱은 코트를 입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나랑 같이 떠날래? 병원에서 네 친구를 찾는 게 탈출하기 훨씬 쉬울 거야.”최현욱은 아무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위험한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나는 의심스레 물었다.“왜 날 돕는 거야?”“너도 나처럼 예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89화

    최현욱의 표정은 마치 나와 역할이 바뀐 것 같았고 오히려 내가 그를 납치한 사람처럼 느껴졌다.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스스로에게 침착하라고 경고했다.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서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최희연을 바라보았다. 최희연의 관자놀이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걱정스레 물었다.“내 친구 괜찮겠지?”“걱정하지 마.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거야.”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최현욱은 갑자기 일어나 앞으로 가더니 아까 그 사람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세 시간이 지나 우리는 러국 국경에 도착했다. 헬기에서 내린 나는 추위에 온몸이 떨렸다.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다. 이때 최현욱이 이를 눈치채고서는 자기가 입고 있던 안감이 부드러운 가죽 코트를 벗어 내 어깨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내가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건 인정하지?”“최현욱, 또 아무 데서나 끼 부리지 마.”최현욱은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 곁으로 돌아갔다.우리는 약 5분 정도 걸었고 눈앞에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20명에서 30명 정도의 무장한 외국인들이 서 있었다.최현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을 데려왔습니다.”반대편에 있던 보스 격의 인물은 최현욱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농담을 건넸다.“그 유명한 최현욱이 이렇게 젊을 줄이야.”그는 외국인이었지만 완벽한 한국어를 사용했다.최현욱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칭찬할 거면 잘생겼다고 해줘.”“좋아, 여기 황금 두 상자다.”최현욱은 황금을 받은 뒤 떠나려 했다. 그는 내 옆을 지나가다 낮은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난 이제 떠나야 해. 우리 집 어르신 생일 파티에 가야 하거든. 걱정하지 마. 내가 석지훈에게 연락해서 너희를 구하러 오게 할 테니까.”최현욱은 정말 채찍질하고 나서 사탕을 주는 사람 같았다.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최현욱은 단호하게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나는 마음속으로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88화

    “어머나. 이건 완전 뜨거운 감자잖아. 윗선에선 우리한테 사람만 잡으라고 했지 누구를 잡는지는 말도 없었잖아. 윗선에서 이 두 여자만 데려가면 운성에는 우리만 남게 될 텐데. 이러다간 우리가 희생양이 되는 거 아니야?”귀 옆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빨리 사람들을 넘기자. 가는 길에 신호를 남기면 그 사람들이 따라올 거야. 안 그럼 두 남자가 사람을 못 찾으면 우리에게 칼을 들이밀 거야. 윗선이 우리를 이용해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면 우리가 먼저 그들을 이용해야지.”“두 남자? 왜 갑자기 두 남자야?”한 남자가 대답했다.“석지훈과 진유겸.”나와 최희연은 순식간에 차로 옮겨졌다. 연주회는 한참 동안 끝나지 않을 테니 경호원들은 우리가 납치된 걸 금방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이 사람들이 가는 길에 신호를 남긴다고 했으니 희망은 있었다.게다가 내가 늘 사용하는 건 석씨 가문의 핸드폰이었다. 경호원들이 우리가 없다는 걸 알아차리면 금방 위치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몇 분 뒤 나는 헬기 소리를 들었다. 나와 최희연은 헬기로 옮겨졌고 잠시 후 누군가 내 몸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내 핸드폰을 가져가는 것이 느껴졌다.“하, 위치 추적이 켜져 있네.”옆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우리는 이미 들켰어.”“일단 국경으로 가자.”헬기는 그렇게 이륙했고 나는 차가운 손이 내 복부를 만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순간 싸늘한 혐오감이 들었다.나는 눈을 번쩍 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 남자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옆 사람에게 말했다.“봐, 내가 이 여자가 기절한 척하는 거라고 말했지? 넌 안 믿더라?”내 앞에 있는 남자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잘생겼다. 느낌상 한민수보다 더 매력적이었다.그는 긴 눈꼬리가 특징인 한 쌍의 또렷한 눈매를 가졌는데 마치 영혼을 사로잡는 요정 같았다.나는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침착하게 물었다.“당신들은 누구죠?”지난 1년 반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나는 이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강철 같은 심장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87화

    고정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다. 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에서 앞으로 걸어가더니 무대 위로 올라갔다.고정재는 피아노 앞에 앉아 우아하게 연주를 시작했고 나는 다시 바람이 머무는 거리라는 곡을 들을 수 있었다.정말 오랜만이었다.고정재는 왜 또 이 곡을 연주하는 걸까?담현아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내게 말했다.“유치한 아저씨예요.”나는 놀라며 물었다.“왜?”담현아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한참 후에야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정재가 바람이 머무는 거리를 연주한 건 담현아를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서였다.고정재는 이 어린 소녀가 질투하길 바란 것이다.이전에 나와 고정재가 함께 찍힌 영상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었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고정재가 이 곡을 연주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담현아는 단번에 고정재의 의도를 간파했다.담현안는 고정재가 이 곡을 자신에게 들려주려고 일부러 연주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고개를 저으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능이 높은 사람과 함께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었다.심지어 작은 속마음까지 전부 들켜버리니 말이다.예를 들어 담현아가 방금 말했던 유치한 아저씨라는 말처럼 말이다.최희연이 도착했을 때 고정재의 솔로 연주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최희연은 내 옆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수아야, 네가 갑자기 고정재의 연주회를 보러 오다니. 웬일이야?”나는 낮은 목소리로 최희연에게 설명했다.“내 옆에 있는 소녀가 보고 싶어 해서. 현아는 고정재의 음악을 좋아해. 나름 충성한 팬이야.”최희연은 아무렇게나 추측하며 말했다.“저 소녀가 고정재를 좋아하나 보네?”담현아가 들을까 봐 나는 최희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아니야,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최희연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너, 나한테 장난치는 거지?”나는 웃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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