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화

요즘은 운성시에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렸다. 휴대전화를 귓가에 대자 고현성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폭우가 쏟아져서 옷이 다 젖었는데 계속 문 열어주지 않을 거야?”

말투에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속상함이 살짝 묻어있었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물었다.

“무슨 일로 왔어요?”

“연수아, 내가 지금 네 남자 친구라는 거 잊은 건 아니지?”

‘기억하고 있었구나...’

“난 당신이 후회한 줄 알았어요.”

내가 말했다.

“며칠 동안 연락 안 해서?”

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다고 했다. 말투에 속상함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 바보야, 내가 말했잖아. 회사 일 처리해야 한다고. 앞으로 두 달 동안 회사에 급한 일이 없는 이상 쭉 네 옆에 있을 거야.”

고현성은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다정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널 옆에 데리고 다닐게.”

그의 말에 나는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고현성이 나에게 이토록 다정하고 친절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그에게 매달리기만 하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들었어?”

내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자 고현성이 물었다.

“현성 씨.”

“응?”

“문 열어줄게요.”

나는 전화를 끊은 후 안방에 뒀던 진통제를 숨겼다. 그리고 전에 바닥에 넘어지면서 생긴 흉터를 가리려고 메이크업도 했다.

얼굴에 상처가 났을 때 손톱으로 세게 긁은 적이 있었다. 분풀이이자 고현성이 나에게 준 상처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는 짓이었다. 자신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됐었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자마자 고현성은 손가락으로 이마에 딱밤을 때리면서 장난을 쳤다. 화들짝 놀란 나를 보며 고현성이 덤덤하게 웃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얼어 죽을 뻔했다고.”

나는 아무 거짓말이나 했다.

“화장실 다녀왔어요.”

고현성이 나를 힐끗 보더니 갑자기 물었다.

“방금 화장했어?”

나는 무심코 부인했다.

“아니요.”

그런데 고현성이 끈질기게 캐물었다.

“날 위해 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