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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많은 사람 앞에서 ‘바람이 사는 거리’를 연주한 적이 없었고 부모님이 돌아간 후에 이 곡을 건드린 적도 없었다. 용기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

오늘이 어쩌면 마지막 수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곡을 가르치고 싶었다. 내 마음속에서 가장 소중했던 것을 학생들에게 주면서 앞으로도 날 기억하길 바랐다.

바람이 사는 거리의 선율이 퍼져나갔다.

악보가 기억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사람이 연주하는 걸 몇 번 듣기도 했다. 나는 과거와 얼마 전에 교실에서 듣던 연주곡, 그리고 꼬마 아가씨라 부르던 그 목소리를 추억하면서 연주했다. 피아노 소리가 전해졌고 심금을 울렸다.

바람이 사는 거리... 사실 바람은 이곳에 살지도 남아있지도 않았고 그냥 스쳐 지나갔다.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의 시간을 가져갔고 고현성은 바람이 지나간 뒤 이곳을 떠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바람은 이미 지나갔고 거리에는 낙엽만이 가득했다. 어렴풋했던 화면들이 점점 희미해지다가 마지막에는 보이지 않았다. 뒷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한 사람의 추억만 남았다.

모두 내 곁을 떠났고 이젠 나 혼자만 남았다...

나는 웃고 있었지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연주를 멈추자 학생들이 왜 우냐고 물었다.

“그건 선생님의 비밀이야.”

수업이 끝난 후 나는 가방을 챙기고 교실을 나가다가 멈칫하고 말았다.

‘고현성이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내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고현성은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고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가 입술을 깨물면서 덤덤하게 물었다.

“방금 왜 울었어?”

내가 웃으며 물었다.

“그게 현성 씨랑 무슨 상관이죠?”

고현성은 말문이 막힌 나머지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계속 끈질기게 물었다.

“비밀이 뭔데?”

결국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말귀 못 알아들어요?”

비밀이라는 게 바로 그해의 그 사람이었다. 눈앞의 고현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고현성과 이곳에서 싸우고 싶지 않아 이 말을 던지고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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