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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조민수는 운성시를 떠나기 싫어했지만 내가 계속 다그쳤다. 나를 집에 데려다준 후에도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버티고 있자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

“꼭 날 내쫓아야겠어?”

이제 내 옆에 남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최희연마저 감옥에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민수를 보내기 아쉬웠다. 그런데 요즘 그에게 자주 전화가 오는 사람이 있었다. 조민수에게도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 그의 시간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혼자 있을 시간을 좀 줘.”

“9년이나 혼자 있었는데 부족해?”

나는 순간 멈칫했다. 부모님이 돌아간 지 올해도 9년이었다.

9년이라는 시간을 바삐 보낸 탓에 날 위해서 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했던 선택이 내 인생의 가장 잘못된 결정이 되고 말았다.

만약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고현성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동안 챙겨줘서 고마워, 오빠.”

나의 결정을 바꿀 수 없자 조민수가 알겠다고 했다. 그는 방으로 들어와 직접 메이크업을 지워주었다. 서툴긴 했지만 그래도 인내심 있고 꼼꼼하게 지워주었다. 얼굴에 생긴 옅은 흉터를 본 순간 조민수는 더 속상해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또 무슨 흉터야?”

나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고현성이 임지혜를 지키려고 날 밀어버린 바람에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고현성에게 나도 아프다고 분명히 얘기했었지만 그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후에도 이 상처에 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실수로 넘어진 거야.”

“아무리 넘어져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넘어져?”

조민수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지만 내가 말하길 꺼리자 더는 캐묻지 않았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고씨 가문과의 계약을 취소하면 조씨 가문에 손해가 커?”

나도 줄곧 사업을 해온 사람이라 조민수는 나에게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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