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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거의 죽을 때가 되니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는지 내가 웃으며 말했다.

“네. 용서할게요.”

“연수아, 너 왜 그래?”

내가 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

“네?”

“너 뭔가 이상해.”

“아무 일 없어요.”

“집이야? 지금 너희 집 밑이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다음 방바닥에 떨어진 진통제를 치웠다. 그러고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메이크업까지 했다. 준비하는 사이 고현성이 전화가 와도 받질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고현성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1227, 바로 12월 27일이었다.

고현성과 연애하기로 한 날에 알려줬었다. 그때 고현성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었다.

“왜 1227이야?”

나는 대충 둘러댔다.

“그냥 아무 번호나 설정한 거예요.”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립스틱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고현성은 왠지 예전과 다른 모습이었고 상의는 흰 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

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이렇게 얇게 입었어요?”

그러자 고현성이 피식 웃었다.

“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

내가 흘겨보자 고현성은 나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동안 계속 생각했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내가 가볍게 물었다.

“그래서 누군지 알았어요?”

“응. 내가 예전에 역겨워했던 그 여자더라고.”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고 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억울했다. 전혀 기쁘지 않았고 억울하기만 했다.

내가 덤덤하게 물었다.

“그래요?”

흔들림 없는 나와 달리 되레 고현성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나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런데 배가 너무 아파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고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아야,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줄래?”

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무슨 기회요?”

“내 아내가 되어줘. 우리 재결합하자.”

나는 정신이 흐리멍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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