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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문을 열지 않아 고현성의 얼굴에 나타난 기대를 보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요?”

“수아야, 나랑 다시 만나.”

내가 거절하려던 그때 고현성은 전화 한 통을 받고 가버렸다. 나는 통유리 앞에 서서 고현성을 내려다보았다.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나를 등진 뒷모습은 몇 년 전에 좋아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다급하게 차를 몰고 떠났다.

나는 다시 돌아서서 침대에 앉았다. 그때 조민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그냥 예전이 그리워서 가끔 떠오르긴 해. 민수 오빠, 희연이 말고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은 게 있는데 오빠가 내 얘기 들어볼래?”

조민수가 다정하게 말했다.

“응. 말해주면 나야 좋지.”

“현성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난 14살이었어. 현성 씨가 연주한 첫 곡이 ‘바람이 사는 거리’였는데 그 곡은 엄마가 생전에 나한테 연주해준 마지막 곡이었거든. 그렇게 그 사람이 내 마음속에 들어왔고 지금까지 속상한 일이 있어도 다 괜찮다고 생각했어.”

“수아야,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오빠, 나 때문에 고씨 가문과 맞서지 마.”

조민수는 멈칫하다가 속상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 네 마음이 어떤지 알겠어.”

‘내 마음이라...’

나는 한결같이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고마워, 오빠.”

“수아야, 며칠 후면 설이야.”

내가 부탁했다.

“운성에는 오지 마.”

내가 죽는 모습을 조민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수아야...”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침대에서 그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지금일 수도 있고 내일 혹은 모레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요 이틀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세 번째 날에 나는 고현성의 전화를 받았다.

“미안해.”

“괜찮아요. 지혜 씨랑 행복하게 살아요.”

사흘 전 고현성이 다급하게 떠났던 이유가 임지혜의 자살 소동 때문이었다.

비밀이 아니라서 기사만 찾아보면 알 수 있었다. 임지혜는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고현성을 옆에 두고 싶어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든 이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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