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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연애 말이야. 없었던 거로 하자.”

이젠 사랑하는 척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내가 피식 웃었다.

“그래요. 내가 바라던 바예요.”

“수아야, 그때 너랑 이혼한 건 지혜한테 해주지 못한 결혼식을 돌려주기 위해서였어. 진짜 너한테 상처 주고 싶지 않았어. 미안해.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도 좋아.”

“전처한테 미련이 남았어요?”

나는 싸늘하게 웃었다.

“미안할 거 없어요. 현성 씨는 날 사랑하지 않을 뿐이고 나도 아쉬울 게 없어요. 이혼을 후회하고 있다는 둥, 이젠 날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둥, 임지혜 씨에 대한 마음이 진짜 사랑인지 모르겠다는 이딴 어이없는 소리만 하지 말아요. 만약 그런 소리 했다간 현성 씨가 너무 역겨울 것 같아요.”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고현성이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날을 세울 거 없어. 너한테 죄책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함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야.”

“이 전화를 한 목적이 뭐예요?”

“아이 일은 정말 미안해...”

“그만 해요. 사과받을 생각 없으니까. 아이 일은 아이한테 사과해야죠, 내가 아니라. 현성 씨가 뭔 생각인지 잘 알아요. 나한테 사과해서 양심의 가책이라도 덜어낸 다음에 임지혜 씨랑 결혼하겠다는 말이잖아요.”

고현성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끄고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다시 휴대전화를 켜고 고현성에게 문자를 보냈다.

[됐어요. 현성 씨 탓하지 않을게요. 이제부턴 각자 살아요. 현성 씨는 임지혜 씨와 행복하게 살고 난 새로운 삶을 살 거예요.]

참으로 가식적인 말이었다. 아마 고현성도 내가 탓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희연의 일 말고는 정말 탓할 게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 내 탓이었다. 모든 게 다 자업자득이었고 고생을 사서 했다.

몸이 점점 추워져 나는 숨을 내뱉었다. 두 다리에 갑자기 힘이 풀린 바람에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먼 곳의 파도가 밀려오면서 내 몸을 적시려던 그때 누군가 힘 있는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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