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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고현성도 참 웃긴 남자였다. 단 두 달만 연애하기로 했고 또 두 달 후면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될 텐데 지금 물어봤자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두 달의 연애는 그저 연기에 불과했고 그가 나에게 베푸는 은혜와 보상이었다.

나는 고현성의 목을 끌어안고 웃었다.

“사랑하죠, 당연히. 현성 씨도 알잖아요. 연씨 가문 딸인 내가 고씨 가문에 시집간 건 현성 씨를 사랑해서라는 거.”

예전이든 지금이든 나는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나의 말에 고현성은 피식 웃더니 품에 꼭 끌어안고 따뜻한 손으로 등을 어루만졌다.

“수아야, 사랑해.”

그 순간 나는 경악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난 후 정신을 차렸다. 나와 연애할 때 사랑하는 척, 아끼는 척해주겠다고 했었고 거역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심지어 행복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했었다.

지금 그는 그때의 약속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진심인지 물어봐서는 안 되었다. 왜냐하면 내 옆에 딱 두 달만 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아는 고현성은 절대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임지혜와 결혼하기로 약속한 이상 무조건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마치 지금 날 싫어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나는 머리를 그의 가슴팍에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현성이 나를 꽉 끌어안고 물었다.

“넌 언제부터 날 사랑했어?”

내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아주 오래전에.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도 잘 안 나요.”

...

저녁에 고현성은 우리 집에서 잤다. 잠자리를 해선 안 된다는 나의 조건 때문에 그냥 품에 안기만 했다. 고현성이 내 침대에서 밤을 보낸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일찍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갔다. 고현성이 깨기 전에 진통제를 먹었고 화장도 했다. 옅은 화장이었지만 창백한 안색은 가릴 수 있었다.

화장을 마치자마자 고현성이 잠에서 깼다. 그는 비몽사몽 나를 보다가 한참 후에 말했다.

“나 어젯밤에 여기서 잤어?”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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