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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고현성이 밖에서 2분 정도 전화를 받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고 달리 방법이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가볍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고현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따가 나가야 하는데 너도 같이 갈래?”

나는 알면서도 물었다.

“임지혜 씨 때문이에요?”

고현성이 두 눈을 감았다.

“교통사고 당해서 다쳤대.”

나는 계속하여 인내심 있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보살펴주러 가려고요?”

고현성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떠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떠나기 전 나는 그에게 귀띔했다.

“우리 전에 했던 약속 기억해요? 연애하는 동안에는 임지혜 씨를 만나선 안 된다고 했었어요.”

고현성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해. 그래서...”

‘내 의견을 물으려고? 뭘 믿고 내가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현성 씨, 지금 가면 이 게임 중지할 겁니다.”

나는 영화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성 씨가 가겠다고 하면 막지는 않을게요. 가면 약속을 어긴 거로 생각하겠어요. 현성 씨, 사실 난 현성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해심 많은 여자가 아니에요.”

고현성은 날 묵묵히 바라보다가 결국 나가버렸다. 창문 앞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내려다보았는데 아주 단호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침대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초저녁쯤 고현성의 어머니가 밥 먹으러 내려오라고 하자 나는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캐리어를 끌면서 거실로 내려갔다. 마당에 눈이 소복이 쌓이기 시작했다.

고현성의 어머니는 나를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

“가려고?”

“네. 비행기 시간이 곧 돼서요. 그동안 실례 많았습니다.”

“실례는 무슨. 내 며느리인데 뭘 그런 예의를 차리고 그래.”

“어머님, 저랑 현성 씨 이혼한 지 좀 됐어요.”

고현성의 어머니가 아무 말이 없자 내가 웃으며 물었다.

“눈사람 만들어도 돼요?”

“당연하지. 내가 도와줄까?”

“괜찮아요. 다 만들면 갈게요.”

나는 눈이 두껍게 쌓인 곳을 찾아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 부모님과 만들어본 적이 있어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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