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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운성시에 눈이 며칠 동안 끊임없이 내린 바람에 도시 전체가 흰 눈으로 뒤덮였다. 우리 둘은 좁고 긴 골목에 마주하여 서 있었고 옅은 가로등 불빛이 그를 비춰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으며 마치 만화에서 나온 남자 같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살짝 놀라는가 싶더니 빤히 보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꼬마 아가씨, 어디 살아?”

“연씨 별장...”

고현성이 연씨 별장에 가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 허둥지둥 주소를 말했다. 그러자 고현성은 환하게 웃으면서 목도리를 풀어 나에게 둘러주었다. 그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고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자. 집에 데려다줄게.”

‘웃을 때 참 예쁘네...’

그림을 찢고 나온 듯한 얼굴이었고 또 무척이나 다정했다.

나는 그의 옆에서 걸으면서 손을 살며시 잡았다. 고현성이 살짝 멈칫했지만 거절하지 않고 내 손을 더 꽉 잡고 집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 내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그렇게 별장 문 앞에 도착해서야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성 씨, 들어가서 차 한잔하고 갈래요?”

고현성이 웃으면서 거절했다.

“시간이 늦었어.”

밤이 늦은 건 사실이었다. 나는 발끝을 들어 고현성의 옷에 소복이 쌓인 눈을 털어주었다.

“그럼 다음에 봐요.”

그는 약속하지도 않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순간 오늘 저녁의 모든 게 다 나의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면 이 사람은 임지혜의 신랑이 될 텐데.

고현성은 임지혜에게 결혼식을 올려줘야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난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사람이고.

‘난 대체 뭘 기대하는 거야?’

나는 어두운 얼굴로 별장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통유리 쪽으로 다가가 아래층의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변함없는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무심한 듯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나는 얼굴을 창문에 기댄 채 나지막하게 인사를 건넸다.

‘잘 가요, 현성 씨. 다신 보지 말아요. 이번 생에 당신이 원하는 걸 다 이루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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