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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동과
고현성이 살짝 멈칫했다.

“또 무슨 수작이야?”

창밖에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23살 생일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그날은 섣달 그믐날인데 그때까지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매끈한 배를 어루만졌다.

“내가 현성 씨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나에 대한 모든 편견을 내려놓고 딱 3개월만 연애해요, 우리.”

고현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꿈도 꾸지 마.”

휴대전화 너머로 온기라곤 전혀 없는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방 안에 가득한 외로움이 날 덮치는 것 같았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심장이 저릿할 정도로 아팠다.

나는 울고 있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현성 씨, 나랑 이혼하고 싶다면서요? 그럼 이렇게 해요. 나랑 3개월 연애하는 동안에 예뻐해 주고 챙겨줘요. 설령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날 사랑하는 척해요. 만약 3개월 버티면 이혼해 줄게요. 그리고 연씨 가문의 모든 재산도 다 현성 씨한테 줄게요. 생각해봐요. 3개월만 버티면 나랑 이혼할 수 있고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 그리고 당당하게 임지혜 씨와 결혼할 수도 있고요. 현성 씨한테는 전혀 밑지는 장사가 아니에요.”

고현성이 덤덤하게 물었다.

“너랑 같이 3개월 동안 연기하라고?”

3개월 동안 관중은 나 하나뿐이었다. 결국에는 나 자신을 기만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나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네. 나랑 연애해요.”

“허. 역겨운 소리 좀 그만할래?”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고현성은 내가 보는 앞에서 검은색 마이바흐를 몰고 별장을 나가버렸다.

...

이른 아침 눈을 떴을 때 머리가 윙 했고 목이 너무 말라 침을 삼킬 수도 없었다. 아무래도 어젯밤에 너무 많이 운 모양이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의사의 말대로 약을 먹은 다음 준비한 후 회사로 출근했다.

고현성의 아내인 것 외에 나는 선양 그룹의 대표였다. 한창 회사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데 고씨 가문 진화 그룹의 회장 고승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고승철이 어두운 목소리로 진지하게 당부했다.

“임지혜가 미국에서 돌아온 거 알아? 요즘 현성이 단속 잘해.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고.”

그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언제 돌아왔어요?”

고승철이 대답했다.

“어제.”

어제 고현성이 임지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심지어 이혼으로 유혹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가 임지혜의 앞에서 나와 애정행각을 하기 싫어서였다.

고현성은 그가 날 사랑한다고 임지혜가 오해하는 게 싫었던 것이었다.

그 생각에 나는 가슴이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

‘잡을 수 없다면 그냥 시원하게 놓아주자.’

나는 웃으면서 애써 밝은 척했다.

“아버님, 저 현성 씨랑 이혼하고 싶어요.”

고승철이 멈칫하다가 물었다.

“뭐라고?”

“현성 씨 절 사랑하지 않아요. 저랑 결혼한 후로 아버님과의 관계도 나빠졌잖아요. 저랑 이혼하면 관계가 다시 좋아질 거에요.”

고승철은 절대 우리의 이혼을 동의할 리가 없었다. 다만...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주식 양도 계약서를 보면서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선양 그룹 주식 전부 다 현성 씨한테 양도할게요.”

고승철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임지혜가 귀국하자마자 사모님 자리를 내놓는 것도 모자라 선양 그룹 주식까지 전부 다 우리한테 준다고? 넌 욕심도 없어?”

‘욕심?’

나는 촉촉해진 눈가를 닦으면서 씁쓸한 마음을 삼켰다.

“그때 우리 연씨 가문과 정략 결혼하려던 가문이 수도 없이 많았어요. 내가 고씨 가문을 선택한 게 무엇 때문일 것 같아요?”

그러고는 나 자신을 비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버님, 처음부터 끝까지 고씨 가문이 우릴 필요로 했었고 전 그저 그 사람만 필요했을 뿐이에요.”

고승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전화를 끊은 후 주식 양도 계약서에 내 이름을 사인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연씨 가문에는 나 혼자만 남았다. 이젠 나마저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연씨 가문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은 고현성뿐이었다.

사실 고현성도 능력이 뛰어났다. 3년 전 권력이 없어서 그가 사랑했던 여자를 지키지 못한 것 외에 사업할 때는 수단이 악랄했고 무슨 일을 처리하든 항상 과감했다. 그리고 상대가 두려움에 떨 정도로 강했다.

3년 전 권력이 없으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낀 후에는 권력을 쌓기 시작했다. 하여 지금의 고씨 가문은 연씨 가문을 집어삼키기에 충분했다.

비록 양측 모두 손해가 크겠지만 고현성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고승철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를, 임지혜가 귀국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이젠 모든 준비를 마쳤고 연씨 가문이 그의 계획 안에 있었다. 고현성이 망가뜨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그에게 주는 게 나았다. 어차피 3개월 후면 연씨 가문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으니까.

주식 양도 계약서에 사인한 후 나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유언장에는 이 한마디뿐이었다.

[현성 씨, 이번 생에 이루고 싶은 거 다 이루길 바랄게요.]

나는 서류를 들고 진규만 변호사를 찾아갔다. 그는 아버지가 생전에 고용했던 변호사였다.

진규만은 놀란 눈으로 유언장을 훑어보았다. 그 모습에 내가 덤덤하게 웃었다.

“제가 떠난 후에 이걸 다 현성 씨한테 주세요. 저의 묘 앞에서 피아노곡을 한 곡 연주해줬으면 좋겠네요.”

진규만의 두 눈에 슬픔이 가득했다.

“대표님, 어떤 곡을 좋아하세요?”

나는 아무 곡이나 말했다.

“바람이 사는 거리.”

고현성을 처음 만난 그해에 그가 연주한 첫 번째 피아노곡이 바로 ‘바람이 사는 거리’였다.

이 곡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나에게 들려준 마지막 피아노곡이었다.

나는 진규만을 만난 다음 고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현성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뭐야? 왜 또 전화했어?”

‘또?’

올해 나는 그에게 딱 두 번 전화했었다. 한 번은 어젯밤에 건 그 전화였다.

나는 인내심을 갖고 웃으며 물었다.

“저녁에 집에 와서 밥 먹을 거예요?”

고현성이 싸늘하게 대답했다.

“아니.”

하늘에 하얀 눈이 계속 내렸다. 눈꽃이 손바닥에 닿자 차가운 느낌이 가슴속까지 스며들었다.

“임지혜 씨가 귀국했...”

고현성이 나의 말을 자르고 냉랭하게 말했다.

“지혜한테 무슨 짓 하려고? 경고하는데 지혜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내 손에 죽는 수가 있어.”

‘날 죽이겠다...’

오늘 저녁에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던 건 이혼 얘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고현성은 내가 이토록 악랄한 여자라 생각하고 있었다.

‘날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줘야지.’

내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럼 저녁에 들어올 거예요? 질투 때문에 무슨 나쁜 짓을 할지 나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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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성시에 눈이 며칠 동안 끊임없이 내린 바람에 도시 전체가 흰 눈으로 뒤덮였다. 우리 둘은 좁고 긴 골목에 마주하여 서 있었고 옅은 가로등 불빛이 그를 비춰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으며 마치 만화에서 나온 남자 같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살짝 놀라는가 싶더니 빤히 보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꼬마 아가씨, 어디 살아?”“연씨 별장...”고현성이 연씨 별장에 가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 허둥지둥 주소를 말했다. 그러자 고현성은 환하게 웃으면서 목도리를 풀어 나에게 둘러주었다. 그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었다.고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자. 집에 데려다줄게.”‘웃을 때 참 예쁘네...’그림을 찢고 나온 듯한 얼굴이었고 또 무척이나 다정했다.나는 그의 옆에서 걸으면서 손을 살며시 잡았다. 고현성이 살짝 멈칫했지만 거절하지 않고 내 손을 더 꽉 잡고 집 쪽으로 걸어갔다.가는 길 내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그렇게 별장 문 앞에 도착해서야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현성 씨, 들어가서 차 한잔하고 갈래요?”고현성이 웃으면서 거절했다.“시간이 늦었어.”밤이 늦은 건 사실이었다. 나는 발끝을 들어 고현성의 옷에 소복이 쌓인 눈을 털어주었다.“그럼 다음에 봐요.”그는 약속하지도 않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순간 오늘 저녁의 모든 게 다 나의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면 이 사람은 임지혜의 신랑이 될 텐데.고현성은 임지혜에게 결혼식을 올려줘야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난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사람이고.‘난 대체 뭘 기대하는 거야?’나는 어두운 얼굴로 별장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통유리 쪽으로 다가가 아래층의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변함없는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무심한 듯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나는 얼굴을 창문에 기댄 채 나지막하게 인사를 건넸다.‘잘 가요, 현성 씨. 다신 보지 말아요. 이번 생에 당신이 원하는 걸 다 이루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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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86화

    나는 깜짝 놀랐다. 오혜원이 나한테 되물어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네 뜻대로는 안 될 거야.”“네 눈엔 내가 그냥 나쁜 사람으로만 보여? 옛날엔 네가 살아있길 바랐는데, 그 과정에서 좀 잘못된 짓을 했을 뿐이야.”잘못된 짓일 ‘뿐’이라니...참 쉽게 말한다.“적어도 거짓말쟁이는 맞지.”더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형수랑 송이연에게 운성시에서 얼마 동안 머물 예정인지 물었다. 형수는 조민수가 동성시에서 사업 때문에 바빠서 당분간 못 떠나고, 한 일주일 정도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송이연은 망설이면서 말했다.“일단은...”“뭐가 겁나요?”내가 물었다.송이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겁내는 건 아니에요.”나는 바로 집으로 들어가서 승아를 안았다. 승아는 순하게 나를 고모라고 불렀다. 나는 웃으면서 물었다.“고모 보고 싶었어?”“응, 작은 고모 보고 싶었어.”“그러면 고모네 가서 며칠 지낼래?”승아는 신나서 물었다.“엄마도 같이 가?”“응, 엄마도 같이 갈 거야.”이럴 때일수록 절대 승아를 이곳에 두고 갈 수 없다.이곳에 두는 건 송이연을 협박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그럼 나 작은 고모네 갈래.”송이연이 와서 그런지 승아는 엄청나게 신나서 내 품에서 빠져나가 마당으로 송이연을 찾으러 갔다.송이연은 힘겹게 송승아를 안아 올렸다.“엄마, 우리 고모네 가도 돼? 고모네에 강아지 있대~”승아에게 우리 집에 개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그런데 그 집은 핀란드를 말하는 거였다.뭐, 괜찮다. 나중에 비서를 시켜서 한 마리 데려오면 되는 일이다.송이연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나는 오혜원이 울적한 표정을 짓는 걸 뒤로하고 송이연과 승아를 데리고 내 별장으로 돌아왔다. 그때 석지훈은 아직 침실에서 자고 있었다.나는 송이연이랑 승아를 1층 방으로 안내했다.다 정리하고 나서야 송이연에게 물었다.“왜 걔를 처리하지 않는 거예요?”내가 말한‘걔’는 오혜원을 의미했다.송이연의 권력이면 오혜원을 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85화

    연 씨 가문에는 대를 이을 자식이 없었다.나는 오혜원에게 따져 물었다.“내가 전에 뭐라고 했지?”오혜원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지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엄마가 거실에서 나오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수아야,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왜 그런 말투로 말하는 거야?”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혜원이가 왜 돌아왔는지 궁금해서요! 그리고 우리 새언니랑 이연 씨는 왜 운성에 있는 거예요?”“네 오빠랑 새언니는 나를 보러 운성에 왔고 이연 씨는 승아 보러 온 거란다. 너는 오늘 갑자기 왜 왔어?”나는 엄마에게 되물었다.“저는 맨날 오는 거 아니었어요?”“나는 네가 아직 핀란드에 있는 줄 알았지.”엄마가 말했다.나는 오혜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맞아요, 원래는 핀란드에 있어야 하는데 성가신 파리 몇 마리 때문에... 운성에 돌아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엄마, 연 씨 저택이랑 새언니랑 이연 씨에게 경호원을 더 배치해서 안전을 확보해야겠어요.”“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나까지 걱정되게? 설마 또 전처럼...”엄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나는 엄마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집안의 도둑을 경계하는 것뿐이에요.”나는 ‘집안의 도둑'이라는 말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엄마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나를 쳐다보았다가 오혜원을 포함한 다른 세 사람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선은 오혜원에게 멈췄다.엄마는 곤란한 표정으로 물었다.“너희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는 거니? 수아 네가 혜원이를 반기지 않는 것 같구나.”나는 입술을 꾹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혜원이가 돌아와서 엄마가 이렇게 기뻐하는데 제가 어떻게 반기지 않겠어요? 그냥 좀 감회가 새로워서요.”엄마는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오혜원을 괴롭힐까 봐 걱정하는 듯 엄마는 말없이 서 있는 오혜원의 손을 잡고 저택 안으로 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84화

    고현성의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할 수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그저 방관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고현성이 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으니까.그의 능력은 석지훈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한민수는 석지훈에게 몇 가지 보고를 마친 후 자리를 떴다. 떠나기 전, 그는 석지훈에게 당부했다.“빨리 몸 회복해. 난 핀란드에 오래 있을 수 없어. 형이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야.”석지훈은 되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있어?”“급한 일이 있어서 운성에 다녀와야 해.”“그럼 핀란드 쪽 일은 모두 너한테 맡길게.”한민수는 순간 당황하며 되물었다.“무슨 뜻이야?”“저녁에 사모님 모시고 운성으로 돌아갈 거야.”한민수의 얼굴은 분노로 파랗게 질렸지만 석지훈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한민수가 떠난 후, 나는 조심스럽게 석지훈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오빠, 왜 그렇게 급하게 운성으로 돌아가려는 거예요?”석지훈의 몸에는 오랜 세월 쌓인 흉터가 가득했다. 특히 심장 근처에 새로 생긴 총상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그는 오로지 얼굴과 목에만 흉터가 없었다.내 손가락이 그의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그는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침에 운성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하지 않았어?”맞다. 운성에 돌아가서 오혜원을 감시하려고 했었다.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건 때문에 그만뒀었고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그런데 그가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니.“그 일은 급한 거 아니에요.”석지훈은 그의 몸 위에서 마음대로 움직이는 내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너무 오래 머물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 그가 입을 열었다.“다친 김에 요양 삼아 운성에 가서 우리 사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어. 이쪽 일은 한민수에게 맡기고 겸사겸사 쉬어야지.”석지훈은 다쳐야만 쉴 수 있었다.그리고 그는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다.나는 감동했다.“네, 그렇지만 너무 서두르지 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83화

    “난 항상 쓸모없는 것 같아요. 사실 아직도 오빠가 왜 나를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난 성격도 좋지 않고 몸도 약하고 다른 사람을 잘 챙기지도 못하는 데다 이혼까지 했는데...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나 싶거든요. 그런데 하필이면 오빠의 눈에 들었어요. 강하고 잘생기고 눈 높고 완벽한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게 처음엔 무서웠어요... 아니다. 처음엔 내가 먼저 오빠를 좋아한다고 했었죠. 난 항상 궁금했어요. 오빠가 대체 나의 어떤 점을 보고 나를 좋아하게 됐는지...”“희망.”그가 대답했다.나는 의아하게 물었다.“무슨 희망이요?”“사랑에 상처받고 힘들어도 넌 여전히 하늘을 보고 있었어. 안 그랬으면 나를 선택하지 않았겠지. 넌 항상 희망과 따뜻함을 갈망했고 누군가가 널 구해 주길 바랐지.”그랬다. 그때 고정재가 몇 번이나 나에게 호감을 표시했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석지훈이 나타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가 강대해서가 아니라 그는 나에게 그 누구도 주지 못했던 믿음과 편안함을 줬기 때문이었다. 그는 항상 내 뒤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힘들어 보이면 어김없이 나타났으니까.그때 석지훈은 진짜 내 뒤에 있었다.나는 항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런데 내가 원한다고 해서 그가 내게 주겠는가?그는 구세주가 아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석지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세상 모든 일에 이유가 있어야 해? 널 좋아하는 데 이유가 필요하다면 아마 우린 평생 인연이 닿지 않았을 거야. 사랑해. 수아야, 나도 모르게 너한테 빠졌어.”석지훈의 달콤한 말에 나는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웃다가 울다가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을까. 그런데도 석지훈은 내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우리 사모님은 정말 예뻐.”“오빠, 닭살 돋는 말 좀 그만 해요.”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한민수가 서 있었다. 우리가 괜찮은 것을 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두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82화

    석지훈은 의식을 잃었고 나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나는 정말... 정말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군가가 나를,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석지훈을 구해 주길 바랐다.나는 흐느껴 울었다. 몇 분 뒤 윤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석 대표님 상태는 어떠십니까?”강렬한 희망의 빛이 내 마음을 비추었다. 나는 급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윤 비서님, 빨리 지훈 씨를 구해 줘요!”너무 급하게 일어나는 바람에 나는 그만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아마 몸이 너무 약해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었다. 나중에 윤 비서가 나를 구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나는 꿈을 꾸었고 같은 꿈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꾸었다.꿈에는 부모님과 두 아이만 나왔다.그리고 승아와 연시혁, 그리고 내가 있었다.그저 우리 가족만 꿈에 나타났다.이상한 꿈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 같았다.나는 불안한 마음에 악몽이라고 생각되어 번쩍 눈을 떴다. 옆을 돌아보니 석지훈이 내 옆에 누워 있었다.윤 비서는 나와 석지훈을 같은 병실, 같은 침대에 눕혀 놓았다. 침대는 아주 넓었다. 아마 내가 몸을 뒤척이다 석지훈의 상처를 건드릴까 봐 그런 것 같았다.석지훈은 아직 의식이 없었다.붕대를 온몸에 감고 있었고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그리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나는 그가 이렇게 약한 모습은 처음 보았다.단 한 번도 없었다.나는 손을 뻗어 그의 눈썹을 살며시 만졌다. 그러자 그가 눈을 떴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언제 깨어났어요?”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너 먼저.”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그의 약한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내가 우는 것을 보자 석지훈은 손을 뻗어 내 눈물을 닦아 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괜찮아.”“너무 무서웠어요.”나는 말했다.“어. 네 마음 다 알아.”역시 석지훈은 내 마음을 다 알고 있었다.“석지훈,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81화

    “목숨을 걸고 도박을 걸었더니 넌 무사하네.”확실히 나는 무사했다.하지만 석지훈은 위험했다.특히 호수에 떨어질 때의 충격이...그의 상처를 더욱 악화시켰다.나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문득 옷 속에 있던 휴대폰 생각이 났다. 나는 주머니를 뒤졌지만 휴대폰은 없었다.아무래도 호수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나는 윤 비서가 빨리 우리를 찾아 주기를 바랐다.석지훈의 의식은 점점 흐려졌고 말할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그의 생명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항상 강했던 그가 이렇게 약해지다니.나는 그의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에게 등을 돌린 채 눈물을 흘렸다. 그에게 내 슬픈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만약 그가 여기서 죽는다면 나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날씨는 너무 추웠고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했다. 몸은 이미 꽁꽁 얼어붙어 조금만 움직여도 아팠다. 그리고 석지훈은 더 힘들어 보였다.20분이 지났지만 윤 비서와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속 공포는 점점 커져 갔다.석지훈이 갑자기 말했다.“난 그 사람이 신경 쓰였고 질투했어... 하지만 승자는 결국 나였어.”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오빠, 누구 얘기하는 거예요?”그는 아까도 그 사람 이야기를 했었다.‘대체 누가 그를 그렇게 신경 쓰이게 하는 걸까?’나는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석지훈은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석지훈은 잘 웃지 않았다. 거의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웃을 때는 아주 환하게 웃었고 내가 잘 아는 장난기가 담겨 있었다.“아가야, 난 괜찮을 거야.”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아요!”나는 석지훈이 꼭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만약 그가 잘못되면...나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나는 그의 옆으로 기어가 차가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얼어서 보랏빛 된 입술을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오빠는 분명 괜찮아질 거예요! 윤아랑 윤민이가 집에서 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80화

    석지훈은 전에 없이 차갑게 나를 꾸짖었다. 그의 얼굴은 너무나 차가웠고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 같았다.나는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순간 마음속은 긴장감으로 팽팽해졌고 그가 나를 놓아주기를, 그가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그가 갑자기 물었다.“윤아야, 무서워?”석지훈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내 얼굴에 묻었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온몸이 떨렸다.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그럼 나를 믿어?”나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대답했다.“전 항상 오빠를 믿어요.”“그렇다면...”나는 놀라서 물었다.“네?”석지훈은 고개를 돌려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내가 떨어지면 한성범을 잡아. 그리고 본부에 가둬 놓고 나를 기다리게 해.”“석지훈, 대체 뭐 하려는 거야?”한민영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내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석지훈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는 나를 품에 안고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이 걱정되었다.나는 그저...석지훈이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나는 그를 믿었다. 그가 이렇게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뛰어내리는 것이 살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나는 그의 허리를 꽉 껴안고 물었다.“우리 괜찮을까요?”“어. 목숨을 건 도박이야.”그가 말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목숨을 건 도박... 난 오빠가 살았으면 좋겠어요.”“바보, 네가 먼저 살아야지.”석지훈의 말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가 나를 안고 몸을 돌렸다. 그는 자기 몸으로 나를 보호하려고 했다.나는 다급하게 외쳤다.“안 돼요!”풍덩!뜻밖에 아래는 물이었다.나와 그는 차가운 호수에 빠졌다. 나는 물을 몇 번 들이켜고 급히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석지훈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지만 석지훈을 찾을 수 없었다. 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79화

    ‘한성범이 나를 잡으려 한다고!! 나를 잡아서 뭘 하려는 거지? 설마 석지훈을 해치려는 건가?’한성범은 석지훈을 손주 사위로 삼고 싶어 했는데, 이제 그 꿈이 깨졌으니 분명히 화가 났을 것이다. 설마 그렇게 유치한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나는 줄곧 한성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목적이 무엇이든 지금의 위험한 상황은 그가 만든 것이었다.솔직히 나는 두렵지 않았다. 예전에 몇 번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침착했다.다만 한 가지 두려운 것이 있었다.석지훈이 다치는 것이었다.그가 다치면 내가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한성범이 나타날 것 같아?”석지훈은 침착하게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겁에 질려 소리쳤다.“석지훈, 멈춰!”“그럼 쏴 보든가!”석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내가 방금 한 말은 거짓이 아니야. 내 아내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너와 네 가족은...”그는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섬뜩한 위협이 귓가에 맴돌았다.석지훈이 꿈쩍도 하지 않자 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고 곧 절벽 끝에 다다랐다. 나는 불안해졌다. 내가 위험해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석지훈이 나 때문에 무슨 짓을 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게 나았다.하지만 석지훈은 계속 그들에게 다가갔다.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나는 그가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것에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었다.“석지훈, 멈춰!”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총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덜덜 떨더니 갑자기 나를 놓아주었다. 그 틈을 타 나는 서둘러 석지훈에게 달려갔다.“오빠!”이때 문득 그 사람이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잡아당겼다.하지만 관성 때문에...내 몸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석지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나를 잡았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위험한 자세였다. 내 몸의 반은 이미 절벽 밖으로 나가 있었다.석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78화

    ‘내가 일부러 한민영이랑 시비 걸려고 했나? 처음부터 한민영이 나한테 시비 걸었던 거 아닌가?’나는 콕 집어서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했잖아!”한민영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건 그냥 해본 말이야!”한민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그녀가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예전처럼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그렇지 않고서야 나와 이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할 리가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나를 무시하고 그냥 가 버렸을 것이다.나는 저먼 셰퍼드 두 마리와 함께 은방울꽃밭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한민영도 따라 들어오더니 갑자기 막아섰다.“거기 더 들어가지 마!”나는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왜?”“꽃밭 망가져.”어이가 없었다.나는 한민영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저먼 셰퍼드 두 마리는 꽃밭 한가운데로 달려가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 짖어 댔다. 마치 무언가 있는 것처럼.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문득 한민영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두어 걸음 달렸을 때 꽃밭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나는 한민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그 여자 다치게 하지 마!”한 씨 가문 사람들인가?나는 한민영 쪽으로 달려갔고 현정우도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거의 다 왔을 때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고 현정우는 재빨리 내 앞으로 뛰어들었다. 한민영은 다급하게 외쳤다.“이 사람들 다치게 하면 안 돼!”“한민영 씨, 어르신께서...”“닥쳐!! 얘네 다치게 하지 말라고!”한민영이 우리를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죄송합니다, 한민영 씨!”한민영은 우리를 막으려 했지만 누군가에게 저지당했다. 현정우는 온몸으로 나를 감싸고 있었고 이미 여러 군데 칼에 찔렸다.“빨리 데리고 가! 석지훈이 온다!”누군가가 나를 안고 꽃밭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저먼 셰퍼드 두 마리가 그들에게 달려들어 물었지만 그들은 수적으로 너무 많아서 저먼 셰퍼드는 겨우 두 명만 막을 수 있었다. 나는 멀리서 석지훈이 나타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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