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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갑작스러운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박주현은 목 놓아 울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나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고는 조심스럽게 나의 얼굴을 매만졌다. 영정 사진 옆에 내가 끼던 결혼반지가 놓여 있었는데 박주혁이 사준 반지였다. 다른 하나는 박주혁이 가지고 있었고 구차해 보인다고 하면서 껴본 적이 없었다.

박주혁은 바닥에 주저앉아 부르짖었고 영정 사진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심은하, 당신 정말 이럴 거야? 어떻게 죽음으로 나에게 벌을 줄 수가 있어!”

박주혁이 나의 장례식에서 우는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되었고 박주혁은 집에서 한 발짝도 나오려 하지 않았다. 배고프면 쓰레기통을 뒤져서 버렸던 반찬을 그대로 주워 먹었고 화분의 흙이 묻었는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입에 넣더니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은하야, 나 배고파. 맛있는 요리 해준다면서 왜 안 와?”

허공에 떠 있는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죽고 나서야 박주혁은 나를 사랑해 주었다. 술집 여자로 욕먹던 나는 박주혁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고 박주혁이 살아있는 한 나를 떠올릴 때마다 고통스러울 것이다.

박주혁은 매일 술에 찌들어 살다가 구급차에 실려 갔고 병원으로 가는 길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은하야, 나도 너만큼 아파보니까 알겠어. 이제는 돌아와 줄 거지?”

박주혁은 허공을 보면서 애원했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은하야, 술을 마셔도 네가 보이지 않아. 어떡해?”

박성 그룹의 주가가 폭락했고 주주들은 박주혁이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박주혁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상관하지 않고 내가 먹이를 챙겨주던 유기견을 찾아갔다. 유기견은 박주혁이 가져온 비싼 사료를 입에 대지도 않더니 박주혁의 머플러를 물었다. 지난겨울에 내가 박주혁을 위해 직접 만든 머플러인데 박주혁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죽고 나서 찾아온 뜨거운 여름에 박주혁은 머플러를 끼기 시작했다.

언제나 어긋나는 우리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유기견은 머플러를 물고 뒤쪽에 가져다 놓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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