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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박주혁은 운전대를 잡고 나의 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박주혁의 고집에 못 이겨 나의 묘비로 데리고 갔다. 박주혁은 무릎을 꿇은 채 울먹였다.

“은하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전부 해결되면 당신을 찾으러 갈게!”

아버지는 부채를 든 채 박주혁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박주혁은 진실을 알게 되었고 나의 묘비를 안고서 끊임없이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죽었기에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어머니, 저 현서랑 결혼할게요.”

박주혁은 주먹을 꽉 쥐었고 복수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몇 분 후, 조현서가 전화를 걸어왔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주혁 오빠, 잘 생각했어! 오빠가 사랑하는 여자는 바로 나야.”

박주혁은 조현서의 말에 피식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이제야 누구를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거든.”

결혼식장을 고를 때 박주혁은 자세히 둘러보지도 않고 대충 정했다. 그러자 조현서가 투덜거렸고 박주혁은 미소를 지으면서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은하는 이렇게 까다롭지 않았어.”

예전에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기에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박주혁은 입에 담배를 문 채 미간을 찌푸렸고 나와 맞춘 결혼반지를 매만지면서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은하야, 조금만 기다려줘.”

나는 여태껏 바보처럼 박주혁이 나를 돌아봐 주길 기다렸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결혼식 날, 박주혁은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박주혁은 우리가 결혼할 때 입은 정장은 옷장에 걸어두고 매일 옷장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다음 순서는 신랑 신부의 영상이 나올 차례였는데 갑자기 조현서가 바람난 현장 영상이 나타났다. 영상 속의 조현서는 옷을 벗어 던졌고 낯선 남자와 침대에서 뒹굴었다. 하객들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 오직 박주혁만이 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박주혁은 하객들이 수군거려도 그 자리에 꿋꿋이 서 있었다.

시어머니는 달려가서 조현서를 마구 때렸고 모진 말을 뱉었다.

“몸을 함부로 굴리는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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