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 언니.”일고여덟 명의 젊은 남녀는 잇달아 조영에게 인사를 했다.“조영 언니, 이 분은 누구세요? 많이 낯선 거 같은데, 설마……, 남자 친구예요?”그들은 모두 운기를 쳐다보았다.그 중의 한 남자는 웃으며 놀리기 시작했다.“설마 누나 스폰 받고 있는 거 아니죠?”“하하!”남자의 말에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러자 운기는 눈살을 찌푸렸다.“저기요, 멍청하게 굴지 말고 좀 가려가면서 말하세요. 그쪽 아버지도 나한테 함부로 말하지 못할 거예요.”남자는 그의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기생 오라비처럼 생긴 주제에 누구보고 멍청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금윤 그룹 회장 아들이야!”그는 고개를 쳐들고 가슴을 활짝 피며 거만한 모습을 보였다.“그럼, 넌 내가 누군지 알아?”운기는 차갑게 웃었다.옆에 있던 조영은 이미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내 옆에 있는 이 분은 류충재 회장님의 외손자이자 화정 그룹의 부사장인 임운기라고 해.”조영은 웃으며 운기를 그들에게 소개해주었다.“뭐! 저 사람이…… 류충재 회장님 외…….”운기의 정체를 확인한 남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주위의 젊은 남녀 몇 명도 마찬가지로 어안이 벙벙해졌다.“금윤 그룹이 그렇게 대단해?”운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남자는 운기의 질의를 듣고 사색이 되며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보였다.“운기 도련님, 그…… 화정에 비해서 우리 금윤 그룹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남자는 서둘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화정 그룹은 서천은 물론이고 서남 세 도시에서 가장 훌륭한 그룹이다.류씨 가문은 사대 가문의 하나로서 지니고 있는 세력이 얼마나 대단하지 말할 것도 없다.금윤 그룹은 금도에서 큰 그룹이라고 할 수 있지만, 화정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한다.만약 화정에서 진지하게 나서서 금윤 그룹을 제압한다면 금윤 그룹에 피 바람이 불것이다.남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아버지도
곧이어 조영은 운기의 팔을 잡고 말했다.“운기 씨는 내 남자친구야. 그러니 넌 그만해!”조영이 이러한 행동을 취한 것도 물론 주준을 화나게 하기 위해서다.“너희들……, 너희들…….”주준은 과연 화가 치밀어 올랐다.조영에게 구애하는 동안 그는 단 한번도 조영에게 손을 댄 적이 없다.손 대기도 아까웠던 조영이 지금 다른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으니 당연히 화가 터 질만 하다.“네가 감히 나하고 여자를 뺏다니!”분노한 주준은 달려들어 운기의 멱살을 잡았다.“주먹 좀 놀리고 싶어? 그럼, 나도 사양하지 않을게!”운기는 냉소하며 말했다.그러자 조영은 얼른 소리쳤다.“주준 너 미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딘지 몰라? 네가 여기서 주먹질하면 네 아버지까지 욕먹게 될 거야!”오늘의 자선 연회는 시에서 주최한 것이라 아무리 사대 가문의 일원이라도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주준은 그제야 운기를 풀어주었지만, 이대로 내키지 않았다.“화나 미치겠지? 더 화나게 해줄까?”운기는 말하면서 조영을 껴안았다.조영은 껴안기는 순간, 간드러진 몸을 떨었고 얼굴에는 홍조가 떠올랐지만, 반항하지 않았다.“너희들……, 너희들…….”운기에게 안겨있는 조영을 바라보면서 주준은 피를 토해낼 지경이었다.이는 그가 오매불망으로 바랐던 장면이고 화면 속의 남주인공이 자기가 아니라 운기인 것에 화가 용솟음쳤다.운기는 웃으며 비아냥거렸다.“화 나지? 부럽지? 그럼, 됐어.”운기는 그에게 아무런 호감도 없다.권투 경기에 참가하러 간 적이 있었던 운기는 그때 밥을 먹는데 모두를 쫓아내라고 명령을 내린 주준의 모습에 밥 맛이 떨어졌었다.그래서 운기는 이런 사람을 대할 때 그 어떠한 예의도 차리지 않는다.“너희들……, 딱 기다려!”주준은 말을 남기고 화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조영 씨, 우리도 가요.”운기는 조영을 껴안고 주준 따라 곧바로 떠났다.구경하고 있던 재벌 2세들은 어느새 열띤 토론을 하게 되었다.“정말이야? 조영이 운기 도련님과 사귀는 거야? 그래
“그랬구나. 두 사람 사이에 스토리가 있을 줄은 몰랐어.”잠시 있다가 류충재는 덧붙여 말했다.“참, 운기야, 내가 사람들 소개해 줄게.”“네.”운기는 답을 하고 나서 조영과 작별을 고하고 외할아버지 따라 갔다.“운기야, 조금 전에 내가 뭘 좀 들었는데, 너하고 영이가 커플이라고 다들 그랬어. 그게 사실이야?”류충재는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조금 전에 커플로 연기한 건 사실이에요. 주준 화내게 하려고 둘이서 연기만 했을 뿐 진짜 커플은 아니에요.”운기는 쓴웃음을 지었다.“그렇구나.”류충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말머리를 돌렸다.“만약 영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어. 얼굴도 예쁘지 집안 배경도 좋잖아. 그럼, 앞으로 화정을 이어 받게 되더라도 조씨 가문의 도움이 있어 은씨 가문을 상대하기 쉬울 거야.”“외할아버지, 저…….”운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하, 그냥 하는 소리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어색해하는 그를 바라보며 류충재는 웃었다.외할아버지의 인솔하에 운기는 연회 한가운데로 왔다.그동안 운기는 연회 외곽에만 있었고, 외곽에는 보통 재벌 2세들이었다.그러나 지금 센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금도 상업계의 거물들이다.“여러분, 운기 왔어요. 자, 내가 일일이 소개해 줄게.”류충재는 즉시 운기를 끌고 그에게 사람을 소개해주었다.“운기야, 이 분은 우리 서천 시의 정 사장님 이야.”“그리고 이 분은 노 사장님…….”“이분은…….”……외할아버지의 소개에 따르면 이 사람들은 모두 서천시의 거물이다.운기는 일일이 그들과 악수하며 안부를 물었다.이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류충재와 함께 다니며 주위 사장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저분이 바로 충재 어르신의 외손자 운기인가요?”“제법 한 다고 들었어요. 류충재가 저 사람을 후계자로 키울 의향이 있어 보였어요.”……주위 많은 사장들이 모두 운기를 주시하고 있다.그들은 그동안 운기이라는 사람을 들었지
은경수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지나가는 곳마다 주위의 거물들은 그에게 먼저 인사를 해야 한다.은경수 할아버지의 신분이 지탱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그 자신도 대단한 인물이다.정룡 특수 부대의 대원 출신으로 군대 내부에서 개최한 무술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적도 있다.뛰언난 능력을 겸비한 그는 금도 제일 천재로 불리우며 전도가 무량하다고 칭찬을 받았다.은경수는 운기를 향해 곧장 다가왔는데,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운기 앞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마치 세기의 대전이 곧 터질 것처럼 눈을 마주쳤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짙은 화약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은경수가 청앙시로 갔을 때, 저기 류충재 외손자 운기와 원수를 맺었다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사실인 거 같아.”“은씨 가문과 류씨 가문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은데, 두 사람 사이에 원한까지 맺었으니, 볼만한 광경이 펼쳐지겠어.”“맞아. 이건 거의 팝콘각이야.”……주위의 사장들은 이미 의논하기 시작했다.모두의 기대 속에서 두 사람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운기, 오랜만이야!”은경수는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하려 했다.“제가 하겠습니다.”울프는 즉시 앞으로 나아가 운기를 대신하여 은경수와 악수하려고 했다.은경수는 실력이 좋고 손 힘도 강한데, 만약 악수하는 과정에서 힘을 쓰기라도 한다면 운기는 사람들 앞에서 추태를 보이게 될 것이다.은경수는 울프와 악수하지 않고 냉소하며 말했다.“악수도 경호원이 대신할 정도로 내가 두려운 거야? 너 그 정도로 못난 거야? 소문이라도 나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 “그러게, 악수도 못하다니 너무 찌질하잖아.”이때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곧이어 주준은 군중 속에서 걸어 나왔는데, 방금 전에 그가 한 말이다.주준은 운기가 추태를 보일 것으로 확신하고 일부러 보러 왔다.사람들의 시선은 어느새 운기에게 집중되었다.“만약 악수하게 된다면 무조건 운기가 손해를 보게 될 거야.”“스스로 손을 잡으면 손해를 보고 경호원이 대신 악수하면 비웃음거리가 될 것
은경수는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며 손에 힘을 들였다.운기의 손바닥의 뼈는 마치 찰칵찰칵 소리가 날 정도로 쥐어진 것 같다.운기의 아픈 몸은 이미 떨리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색까지 창백해졌다.그러나 여전히 억지로 웃음을 짜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리 아파도 절대 기세에서 밀려날 수 없다.아무리 아파도 남자의 존엄은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운기야…….”“도련님!”이 장면을 본 류충재, 조영, 울프 세 사람은 마음이 아팠다.“너……, 안 아파? 꽤 잘 참는다?”은경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운기가 이렇게 잘 참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나를 무너뜨리고 싶어? 그게 쉽지 않을 거야!”운기의 얼굴에 험상궂은 웃음이 떠올랐다.“그래, 그럼, 내가 아주 산산조각 내 줄게! 언제까지 참는지 한번 끝까지 해 보자!”은경수는 매섭게 말했다.“은…… 경수, 만약 내 손을 부러뜨리면, 넌 연회에서 사람을 다치게 한 거로 간주될 거야. 연회는 시에서 개최한 것인데, 이런 자리에서 형사 사건이 일어나면 그 결과가 과연 무엇일까?”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말은 갑자기 은경수의 몸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지난번에 청앙시로 갔을 때, 그는 일시적인 충동으로 인해 정룡특수부대에서 제명되어 후방 부대로 전이되었다.그게 충동으로 인해 치른 호된 대가였다.“흥!”은경수는 콧방귀를 뀌며 손을 놓았다.그는 충동 때문에 더 이상 대가를 치르고 싶지 않았다.이로써 은경수의 꿍꿍이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운기야, 괜찮아?”“도련님!”류충재와 울프가 운기를 부축하려고 바삐 다가왔다.“괜찮아요. 사람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요. 남자로서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에요.”운기는 억지로 웃음을 터뜨렸다.조영도 얼른 다가와 운기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운기의 손바닥은 삶은 족발처럼 빨갛게 되고 피부 밑에는 멍까지 보였다.“아프죠? 당연히 아프겠죠! 바보 아니에요? 운기 씨 바보 맞아요. 절대 악수하면 안 되는데, 왜 그런 거예
“다들 진해양 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으시죠?”은경수가 웃으며 말했다.주위의 정상거물들은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술사 진해양의 명성은 전부터 아주 컸다.그들은 대부분 들어본 적이 있지만 본적이 없었다. 지금 직접 볼 수 있다니 자연히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었다.“자선 연회인 만큼 이 자리에서 판을 깔아볼까 합니다. 해양 씨와 한 판 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오늘 해양 씨가 이긴 모든 돈은 자선 단체에 기부될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분이 이긴 돈은 스스로 챙기셔도 좋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은경수의 말이 떨어지면서 직원들은 테이블과 카드를 가져왔다.어차피 진 돈을 자선 단체에 기부가 되니 일부 도박을 좋아하는 사장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놀음에 빠진 그들은 기뻐 마지 못했다.이때 은경수는 다른 카드를 꺼내 운기를 바라보았다.“나랑 한 판 할래? 하기 싫다면 앞으로 널 겁쟁이라고 부를 거야.”자신감 넘쳐 보이는 은경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놀아줄 수도 있는데, 어떻게 놀고 싶어?”운기도 얼굴에 웃음을 띠었고 절대 기세에서 밀려날 수 없었다.“어려운 건 네가 힘들 것 같으니, 가장 간단한 게임으로 하자.”은경수는 카드에서 AA 두 장과 K 한 장을 꺼냈다.“세 장의 카드가 있는데, 그 중 두 장은 A이고, 한 장은 K야.”“지금 뒤집어서 순서를 흐트러뜨릴 거야.”은경수는 말하면서 이 세 장의 카드를 뒤집었다.다만 뒤집을 때 그는 K를 가운데에, A 두 장은 가장자리에 놓았다.곧이어 은경수는 천천히 이 세 장의 위치를 교환했다.그가 교환하는 순서를 똑똑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렸다.“이 중에서 한 장만 뽑으면 돼. K를 뒤집으면 네가 이긴 거고 A를 뒤집으면 내가 이기는 거야. 내가 바꾼 순서를 기억하면 쉽게 이길 수 있어. 함부로 운을 믿고 고른다고 해도 승률이 3분의 1이야. 해볼래?”은경수는 웃으며 말했다.운기도 그가 교환하는 순서를 주시하고 있었다.그가 교환하는 순서에 따라 맨 왼쪽에 있는 것
영이는 그가 승낙하는 것을 보고 얼른 앞으로 나가 운기를 붙잡았다.“바보 아니에요? 절대 승낙하지 마세요. 분명히 함정일 거예요. 왼쪽에 K인 것 같지만, 일단 뒤집기만 하면 절대 K가 아닐 거예요.”정이는 급하기 그지없었다.류충재도 얼른 나서서 그를 말렸다.“운기야, 영이 말이 맞다. 은경수의 함정이고 네가 뛰어들기만 기다리고 있다. 절대 이성을 잃지 말거라.”“괜찮아요.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요. 조금 전에 악수한 원수도 갚아 줘야하고요.”운기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꼭 그럴 필요가 없을까? 에휴…….”류충재는 저도 모르게 깊이 탄식했다.그도 운기를 말리고 싶었지만, 분명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운기는 여전히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그리하여 그도 어쩔 수 없었다.다만 원한을 갚기 위해 무모한 요구에 승낙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만약 앞으로 계속 이러한 기개로 매사에 움직인다면, 코를 크게 다칠 것이 분명하다.구경하던 사람들도 그가 승낙하는 걸 보고 떠들썩했다.“운기가 정말 승낙했다고?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승낙하지 않는 거 아니야?”“은경수의 함정인 걸 뻔히 알면서도 왜 뛰어들려고 하는 거지?”“크게 될 사람일 줄 알았는데, 혈기만 왕성한 청년이었어. 조금만 자극했을 뿐인데, 저렇게 무모한 짓을 한다니.”……모두들 운기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현장에 있던 정상의 거물들은 모두 총명한 사람들로서 한눈에 은경수가 짠 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그 중에는 놀라운 일이 숨겨져 있다.모두가 보기에 비록 은경수를 거절하면 그의 놀림거리가 될 수 있지만,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내가 널 너무 과대평가했구나.”조빈 어르신도 고개를 저으며 한숨까지 쉬었는데, 다소 실망해 보였다.하지만 사람들 무리에 있는 주준은 운기가 곧 낭패를 보이게 될 생각에 기뻐 마지 못했다.운기는 천천히 테이블 앞으로 걸어갔다.“어느 것이 K인지 선택해.”은경수의 얼굴에는
운기는 손을 가운데로 옮기면서 중간에 있는 포커를 뒤집었다.그러자 시선으로 들어오는 카드는 A였다.곧이어 운기는 다시 손을 오른쪽으로 옮겨 오른쪽 카드를 빠르게 펼쳤다.모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는데, 마찬가지로 이것도 A이다.“세 장 카드 중 총 두 장이 A로 나왔는데, 나머지 한 장은 자연히 K니깐 펼치지 않아도 되겠지?”운기는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웃고 있던 은경수의 안색이 180도 변해버렸다.“너……, 너…….”은경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말까지 더듬었다.K는 이미 몰래 빼냈고 이 세 장의 카드는 모두 A였다.운기에게 K를 들추어내라고 했는데, 절대 들추어낼 수 없는 조건이다.그러나 그는 운기가 뜻밖에도 도로 함정을 꾸며낼 줄은 몰랐다.A두장을 펼쳐내고 나서 나머지 한 장을 K라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왜, 뭐가 문제야? 나머지 한 장도 펼칠까? 다들 보게?”“아니……, 그럴 필요없어.”은경수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만약 뒤집는다면, 남은 마지막 카드도A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인데, 그럼, 사람들은 그가 꼼수를 썼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내가 이긴 거 맞지?”운기는 웃으며 말했다.은경수는 말을 하지 않고 얼굴색이 더욱 보기 흉해졌다.와!뒤집힌 결과를 보자 주위는 갑자기 떠들썩해졌다.“중간과 오른쪽이 모두 A라면, 왼쪽은 틀림없이 K잖아. 정말로 왼쪽에 있을 줄은 몰랐어.”“그럼, 운기가 정말 이겼구나!”“생각하지 못한 결과라 많이 당황스럽네.”……K가 정말 왼쪽에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류충재는 운기가 이번 경기에서 이긴 것을 보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와! 정말로 이기다니!”영이는 더욱 기뻐하며 환호했다.바로 운기 앞으로 달려들어 감격해 마지 못했다.“운기 씨, 어떻게 K가 왼쪽에 있다고 맞힌 거예요? 너무 신기해요!”“보지 못했어요? 아주 느리게 바꿨는데, K를 왼쪽으로 바꾸었잖아요.”“그게 끝이에요?”영이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뭐가 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