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구나. 두 사람 사이에 스토리가 있을 줄은 몰랐어.”잠시 있다가 류충재는 덧붙여 말했다.“참, 운기야, 내가 사람들 소개해 줄게.”“네.”운기는 답을 하고 나서 조영과 작별을 고하고 외할아버지 따라 갔다.“운기야, 조금 전에 내가 뭘 좀 들었는데, 너하고 영이가 커플이라고 다들 그랬어. 그게 사실이야?”류충재는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조금 전에 커플로 연기한 건 사실이에요. 주준 화내게 하려고 둘이서 연기만 했을 뿐 진짜 커플은 아니에요.”운기는 쓴웃음을 지었다.“그렇구나.”류충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말머리를 돌렸다.“만약 영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어. 얼굴도 예쁘지 집안 배경도 좋잖아. 그럼, 앞으로 화정을 이어 받게 되더라도 조씨 가문의 도움이 있어 은씨 가문을 상대하기 쉬울 거야.”“외할아버지, 저…….”운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하, 그냥 하는 소리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어색해하는 그를 바라보며 류충재는 웃었다.외할아버지의 인솔하에 운기는 연회 한가운데로 왔다.그동안 운기는 연회 외곽에만 있었고, 외곽에는 보통 재벌 2세들이었다.그러나 지금 센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금도 상업계의 거물들이다.“여러분, 운기 왔어요. 자, 내가 일일이 소개해 줄게.”류충재는 즉시 운기를 끌고 그에게 사람을 소개해주었다.“운기야, 이 분은 우리 서천 시의 정 사장님 이야.”“그리고 이 분은 노 사장님…….”“이분은…….”……외할아버지의 소개에 따르면 이 사람들은 모두 서천시의 거물이다.운기는 일일이 그들과 악수하며 안부를 물었다.이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류충재와 함께 다니며 주위 사장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저분이 바로 충재 어르신의 외손자 운기인가요?”“제법 한 다고 들었어요. 류충재가 저 사람을 후계자로 키울 의향이 있어 보였어요.”……주위 많은 사장들이 모두 운기를 주시하고 있다.그들은 그동안 운기이라는 사람을 들었지
은경수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지나가는 곳마다 주위의 거물들은 그에게 먼저 인사를 해야 한다.은경수 할아버지의 신분이 지탱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그 자신도 대단한 인물이다.정룡 특수 부대의 대원 출신으로 군대 내부에서 개최한 무술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적도 있다.뛰언난 능력을 겸비한 그는 금도 제일 천재로 불리우며 전도가 무량하다고 칭찬을 받았다.은경수는 운기를 향해 곧장 다가왔는데,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운기 앞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마치 세기의 대전이 곧 터질 것처럼 눈을 마주쳤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짙은 화약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은경수가 청앙시로 갔을 때, 저기 류충재 외손자 운기와 원수를 맺었다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사실인 거 같아.”“은씨 가문과 류씨 가문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은데, 두 사람 사이에 원한까지 맺었으니, 볼만한 광경이 펼쳐지겠어.”“맞아. 이건 거의 팝콘각이야.”……주위의 사장들은 이미 의논하기 시작했다.모두의 기대 속에서 두 사람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운기, 오랜만이야!”은경수는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하려 했다.“제가 하겠습니다.”울프는 즉시 앞으로 나아가 운기를 대신하여 은경수와 악수하려고 했다.은경수는 실력이 좋고 손 힘도 강한데, 만약 악수하는 과정에서 힘을 쓰기라도 한다면 운기는 사람들 앞에서 추태를 보이게 될 것이다.은경수는 울프와 악수하지 않고 냉소하며 말했다.“악수도 경호원이 대신할 정도로 내가 두려운 거야? 너 그 정도로 못난 거야? 소문이라도 나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 “그러게, 악수도 못하다니 너무 찌질하잖아.”이때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곧이어 주준은 군중 속에서 걸어 나왔는데, 방금 전에 그가 한 말이다.주준은 운기가 추태를 보일 것으로 확신하고 일부러 보러 왔다.사람들의 시선은 어느새 운기에게 집중되었다.“만약 악수하게 된다면 무조건 운기가 손해를 보게 될 거야.”“스스로 손을 잡으면 손해를 보고 경호원이 대신 악수하면 비웃음거리가 될 것
은경수는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며 손에 힘을 들였다.운기의 손바닥의 뼈는 마치 찰칵찰칵 소리가 날 정도로 쥐어진 것 같다.운기의 아픈 몸은 이미 떨리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색까지 창백해졌다.그러나 여전히 억지로 웃음을 짜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리 아파도 절대 기세에서 밀려날 수 없다.아무리 아파도 남자의 존엄은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운기야…….”“도련님!”이 장면을 본 류충재, 조영, 울프 세 사람은 마음이 아팠다.“너……, 안 아파? 꽤 잘 참는다?”은경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운기가 이렇게 잘 참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나를 무너뜨리고 싶어? 그게 쉽지 않을 거야!”운기의 얼굴에 험상궂은 웃음이 떠올랐다.“그래, 그럼, 내가 아주 산산조각 내 줄게! 언제까지 참는지 한번 끝까지 해 보자!”은경수는 매섭게 말했다.“은…… 경수, 만약 내 손을 부러뜨리면, 넌 연회에서 사람을 다치게 한 거로 간주될 거야. 연회는 시에서 개최한 것인데, 이런 자리에서 형사 사건이 일어나면 그 결과가 과연 무엇일까?”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말은 갑자기 은경수의 몸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지난번에 청앙시로 갔을 때, 그는 일시적인 충동으로 인해 정룡특수부대에서 제명되어 후방 부대로 전이되었다.그게 충동으로 인해 치른 호된 대가였다.“흥!”은경수는 콧방귀를 뀌며 손을 놓았다.그는 충동 때문에 더 이상 대가를 치르고 싶지 않았다.이로써 은경수의 꿍꿍이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운기야, 괜찮아?”“도련님!”류충재와 울프가 운기를 부축하려고 바삐 다가왔다.“괜찮아요. 사람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요. 남자로서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에요.”운기는 억지로 웃음을 터뜨렸다.조영도 얼른 다가와 운기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운기의 손바닥은 삶은 족발처럼 빨갛게 되고 피부 밑에는 멍까지 보였다.“아프죠? 당연히 아프겠죠! 바보 아니에요? 운기 씨 바보 맞아요. 절대 악수하면 안 되는데, 왜 그런 거예
“다들 진해양 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으시죠?”은경수가 웃으며 말했다.주위의 정상거물들은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술사 진해양의 명성은 전부터 아주 컸다.그들은 대부분 들어본 적이 있지만 본적이 없었다. 지금 직접 볼 수 있다니 자연히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었다.“자선 연회인 만큼 이 자리에서 판을 깔아볼까 합니다. 해양 씨와 한 판 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오늘 해양 씨가 이긴 모든 돈은 자선 단체에 기부될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분이 이긴 돈은 스스로 챙기셔도 좋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은경수의 말이 떨어지면서 직원들은 테이블과 카드를 가져왔다.어차피 진 돈을 자선 단체에 기부가 되니 일부 도박을 좋아하는 사장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놀음에 빠진 그들은 기뻐 마지 못했다.이때 은경수는 다른 카드를 꺼내 운기를 바라보았다.“나랑 한 판 할래? 하기 싫다면 앞으로 널 겁쟁이라고 부를 거야.”자신감 넘쳐 보이는 은경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놀아줄 수도 있는데, 어떻게 놀고 싶어?”운기도 얼굴에 웃음을 띠었고 절대 기세에서 밀려날 수 없었다.“어려운 건 네가 힘들 것 같으니, 가장 간단한 게임으로 하자.”은경수는 카드에서 AA 두 장과 K 한 장을 꺼냈다.“세 장의 카드가 있는데, 그 중 두 장은 A이고, 한 장은 K야.”“지금 뒤집어서 순서를 흐트러뜨릴 거야.”은경수는 말하면서 이 세 장의 카드를 뒤집었다.다만 뒤집을 때 그는 K를 가운데에, A 두 장은 가장자리에 놓았다.곧이어 은경수는 천천히 이 세 장의 위치를 교환했다.그가 교환하는 순서를 똑똑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렸다.“이 중에서 한 장만 뽑으면 돼. K를 뒤집으면 네가 이긴 거고 A를 뒤집으면 내가 이기는 거야. 내가 바꾼 순서를 기억하면 쉽게 이길 수 있어. 함부로 운을 믿고 고른다고 해도 승률이 3분의 1이야. 해볼래?”은경수는 웃으며 말했다.운기도 그가 교환하는 순서를 주시하고 있었다.그가 교환하는 순서에 따라 맨 왼쪽에 있는 것
영이는 그가 승낙하는 것을 보고 얼른 앞으로 나가 운기를 붙잡았다.“바보 아니에요? 절대 승낙하지 마세요. 분명히 함정일 거예요. 왼쪽에 K인 것 같지만, 일단 뒤집기만 하면 절대 K가 아닐 거예요.”정이는 급하기 그지없었다.류충재도 얼른 나서서 그를 말렸다.“운기야, 영이 말이 맞다. 은경수의 함정이고 네가 뛰어들기만 기다리고 있다. 절대 이성을 잃지 말거라.”“괜찮아요.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요. 조금 전에 악수한 원수도 갚아 줘야하고요.”운기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꼭 그럴 필요가 없을까? 에휴…….”류충재는 저도 모르게 깊이 탄식했다.그도 운기를 말리고 싶었지만, 분명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운기는 여전히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그리하여 그도 어쩔 수 없었다.다만 원한을 갚기 위해 무모한 요구에 승낙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만약 앞으로 계속 이러한 기개로 매사에 움직인다면, 코를 크게 다칠 것이 분명하다.구경하던 사람들도 그가 승낙하는 걸 보고 떠들썩했다.“운기가 정말 승낙했다고?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승낙하지 않는 거 아니야?”“은경수의 함정인 걸 뻔히 알면서도 왜 뛰어들려고 하는 거지?”“크게 될 사람일 줄 알았는데, 혈기만 왕성한 청년이었어. 조금만 자극했을 뿐인데, 저렇게 무모한 짓을 한다니.”……모두들 운기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현장에 있던 정상의 거물들은 모두 총명한 사람들로서 한눈에 은경수가 짠 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그 중에는 놀라운 일이 숨겨져 있다.모두가 보기에 비록 은경수를 거절하면 그의 놀림거리가 될 수 있지만,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내가 널 너무 과대평가했구나.”조빈 어르신도 고개를 저으며 한숨까지 쉬었는데, 다소 실망해 보였다.하지만 사람들 무리에 있는 주준은 운기가 곧 낭패를 보이게 될 생각에 기뻐 마지 못했다.운기는 천천히 테이블 앞으로 걸어갔다.“어느 것이 K인지 선택해.”은경수의 얼굴에는
운기는 손을 가운데로 옮기면서 중간에 있는 포커를 뒤집었다.그러자 시선으로 들어오는 카드는 A였다.곧이어 운기는 다시 손을 오른쪽으로 옮겨 오른쪽 카드를 빠르게 펼쳤다.모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는데, 마찬가지로 이것도 A이다.“세 장 카드 중 총 두 장이 A로 나왔는데, 나머지 한 장은 자연히 K니깐 펼치지 않아도 되겠지?”운기는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웃고 있던 은경수의 안색이 180도 변해버렸다.“너……, 너…….”은경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말까지 더듬었다.K는 이미 몰래 빼냈고 이 세 장의 카드는 모두 A였다.운기에게 K를 들추어내라고 했는데, 절대 들추어낼 수 없는 조건이다.그러나 그는 운기가 뜻밖에도 도로 함정을 꾸며낼 줄은 몰랐다.A두장을 펼쳐내고 나서 나머지 한 장을 K라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왜, 뭐가 문제야? 나머지 한 장도 펼칠까? 다들 보게?”“아니……, 그럴 필요없어.”은경수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만약 뒤집는다면, 남은 마지막 카드도A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인데, 그럼, 사람들은 그가 꼼수를 썼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내가 이긴 거 맞지?”운기는 웃으며 말했다.은경수는 말을 하지 않고 얼굴색이 더욱 보기 흉해졌다.와!뒤집힌 결과를 보자 주위는 갑자기 떠들썩해졌다.“중간과 오른쪽이 모두 A라면, 왼쪽은 틀림없이 K잖아. 정말로 왼쪽에 있을 줄은 몰랐어.”“그럼, 운기가 정말 이겼구나!”“생각하지 못한 결과라 많이 당황스럽네.”……K가 정말 왼쪽에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류충재는 운기가 이번 경기에서 이긴 것을 보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와! 정말로 이기다니!”영이는 더욱 기뻐하며 환호했다.바로 운기 앞으로 달려들어 감격해 마지 못했다.“운기 씨, 어떻게 K가 왼쪽에 있다고 맞힌 거예요? 너무 신기해요!”“보지 못했어요? 아주 느리게 바꿨는데, K를 왼쪽으로 바꾸었잖아요.”“그게 끝이에요?”영이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뭐가 또 있어요
은경수는 이를 악물고 두 눈이 붉어졌다.은경수에게 있어서 협의를 이행하는 경제적 손실을 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존엄을 잃게 되는 것이다.운기가 그의 뺨을 때린 다는 요구 사항도 있는데, 지금 이 주위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금도 상업계의 거물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이 사람들 앞에서 만약 따귀를 한 대 맞는다면 그 체면은 말도 아닐 것이다.그렇다고 만약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고 손가락 짓을 할 것이다.“은경수, 일단 따귀부터 맞자.”운기가 웃으며 말했다.말을 마치고 나서 운기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은경수의 뺨을 향해 세차게 때렸다.팍-우렁찬 따귀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운기는 거의 혼신의 힘을 들여 따귀를 때렸다.그동안 억눌러 온 분노를 한 방에 터뜨리려는 것이다.삽시간에 은경수의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생기게 되었다.“이제 퉁쳤어.”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 네가 감히 날 때려?”은경수의 눈동자는 무섭게 수축하였고 끝없는 분노가 반짝였으며 주먹은 더욱 찰칵찰칵 소리를 냈다.은경수는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지위가 높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 체면이 바닥까지 떨어져버렸다“왜? 싸우고 싶어? 나라고 사람 없을 거 같아?”운기는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울프는 한 걸음에 다가와 은경수와 싸울 준비를 하였다.일시에 분위기가 격렬해졌다.“두 분다 진정하세요. 오늘 이 자선 연회에서 아무도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됩니다. 싸움은 더더욱 일어나서 안 됩니다.”정상부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정상부의 신분은 고대에 놓으면 대신이다.아무리 은씨 가문과 류충재라고 하더라도 그를 두려워해야 한다.그가 발언하자 장내가 조용해졌다.“저……, 당연히 싸우지 않습니다.”은경수는 억지로 웃었다.“그럼 됐어, 경수야, 네가 꾸민 일이니, 이기든 지든 끝까지 짊어져야 한다.”“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은
“근데 아무리 뒤집어도 승률이 있는데, 어떻게 제로로 만든 거예요?”영이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자 운기는 웃으며 이어 말했다.“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어떻게 하면 승률을 제로로 만들 수 있을 까요? 그건 바로 K를 없애면 됩니다. 그럼, 세 장의 카드는 모두 A가 되고 전 아무리 펼쳐도 지게 되는 거죠.”류충재는 문득 크게 깨달았다.“그래서 당신은 반대로 가기로 선택했구나. K를 펼쳐내는 것이 아니라 A두 장을 펼쳐내서 남은 카드를 K라고 주장했구나.”“네, 외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제가 고른 것도 사실 A였을 거예요. 세 장 다 사실 A였어요.”운기는 웃으며 말했다.설명을 듣고 나니 사람들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이런 속사정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어머, 외손자가 너무 총명하네요. 자기 지혜에 기대어 도로 판을 엎어버린 거잖아요. 국면을 타파하고 음모를 물거품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호되게 잡기까지 너무 대단해요.”“그러게 말이에요. 듣고 있는 제가 자괴감이 들 정도입니다.”“앞으로 전도가 양양 하겠어요. 이런 외손자를 옆에 두셔서 참 듬직하겠어요.”“우리 금도에 천재 청년이 또 나왔네요!”……다들 잇달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운기에게 존경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절대 위선적인 아첨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이다.악수할 때부터 그들은 이미 운기의 의연함과 지지 않으려는 강인함을 보게 되었다.그리고 조금 전 일로 지혜롭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으니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류충재도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기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하하, 과찬이십니다. 저도 의외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은경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 때, 저도 사실 손에 땀을 쥐었어요.”류충재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방금 운기의 활약은 확실히 놀라움을 안겨다 주었다.“그런 거였어요. 운기 씨 너무 똑똑한 거 아니에요.”
운기가 정말로 S국 왕자를 죽인다면, 운기는 앞으로 평생 도망치게 될 거다. 결국엔 죽음이 닥친다 해도 운기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운기에게는 남겨진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평생 도망쳐야 할 신세가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죽으면 그들은 또 어떤 상황에 놓일 것인가?이러한 생각에 운기는 손을 풀고, 즉시 계약서를 수정하여 금액을 10조로 고친 후 서명했다.계약서에 서명이 완료되자, S국 왕자는 곧바로 운기의 계좌로 10조를 송금했다. 곧이어 입금 문자가 도착했다.“가자.” 운기는 울프에게 말하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S국 왕자는 운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는 운기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꺼내어 운기의 등을 겨누었다.탕! 총성이 울려 퍼졌다.그러나 다시 운기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총에 맞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S국 왕자와 경호원들은 놀란 나머지 눈을 비볐다. 방금 발사한 총알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지?“총알 찾고 있나? 여기 내 손에 있어.” 운기는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 사이에 낀 총알을 들어 보였다.“뭐, 뭐라고?” 그들은 운기의 손에 들린 총알을 보고 마치 머릿속이 폭발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곧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죽어!”운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손가락 사이의 총알을 가볍게 던졌다.푹! 총알은 그대로 총을 쏜 경호원의 이마에 박혔고,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너, 너!” S국 왕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경악했다. 경호원의 시체가 그의 발밑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몸이 떨렸다.“임운기, 네가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넌 이제 끝장났어!” S국 왕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운기는 차가운
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임운기, 전혀 예상 못 했지?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야. 아침에 네게 팔라고 했을 때 기회를 주었건만, 결국 벌 받는 길을 택했네.”“S국 왕자, 고작 이 카지노 몇 개 얻었다고 진짜 승리했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사이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뭐라고? 너 따위가 나와 맞서 싸우겠다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S국 왕자는 비웃으며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해 말했다.“바로 이걸로!” 운기는 가볍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의 힘, 그것이야말로 운기의 진짜 무기였다.“주먹? 하하하! 네가 아직도 조선시대인 줄 아나 보네. 주먹 하나 믿고 싸우겠다니, 정말 웃겨서 말이 안 나오네!” S국 왕자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말은 됐고, 계약서에 서명이나 해.” 운기는 냉소를 지었다.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임운기, 여기에 아직도 200조가 적혀 있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얼마 낼 생각인데?”S국 왕자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10조?” 운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100원. 그거면 충분하지.”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었다.“뭐? 100원? S국 왕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옆에 있던 울프가 화를 터뜨렸다.운기 역시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어렸다. 운기는 이 카지노들을 사기 위해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부었고, 빚까지 지고 있었다. 그런데 단돈 100원을 주겠다고?“지나치다니, 주도권은 내게 있잖아? 내가 100원이라도 주겠다고 하는 게 어디야?” S국 왕자는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얘기할 필요도 없겠군.” 운기는 차갑게 말했다.“임운기, 나와 거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내 손에 네 생사가 달려 있거든!” S국 왕자는 비웃으며 경고했다.“그래?” 운기는 앞에 놓인 강철로
운기는 이번 사건을 또렷이 마음에 새겼다.“이번 일은 나와 진 어르신이 전력을 다해 자네 목숨을 지켜낸 셈이야. 하지만 A국의 카지노들은 어쩔 수 없이 넘겨야 할 거야. 이 문제는 S국과의 석유 자원 협력에 관한 일이라 양보할 수가 없네.” 장호동이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장 어르신, 정말 감사드립니다.” 운기가 고마움을 전했다.“내가 자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도와야지. 그리고 민서준에 대해서는 걱정 말게. 나와 진 어르신이 힘을 합쳐 천천히 처리할 테니 오래 버티진 못할 걸세.” 장호동이 말했다.“알겠습니다.” 운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민서준은 운기가 혼자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니 그를 장호동과 진성훈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나았다....장호동의 집을 떠난 운기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는 울프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사항을 지시했다.운기가 A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울프가 그를 공항에서 맞이했다.두 사람이 만난 후.“울프, 계약서는 준비됐어?” 운기가 물었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울프에게 준비를 지시해 둔 상태였다.“걱정 마세요, 운이 형. 계약서는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후, 울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카지노를 S국 왕자에게 넘기는 게 맞나요?”“나도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운기는 고개를 저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뒤,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지 작은 승리일 뿐이야.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걸 잊지 마. S국 왕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울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전쟁에서의 승패는 늘 왔다 갔다 하는 법이니까요. 이번 작은 승리는 크게 문제될 게 없죠.”“참, 울프야, 내가 S국 왕자 집안 상황을 조사해보라고 했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전화를 끊은 후, 운기는 이번 일에 대해 깊이 생각에 잠겼다.운기는 지금 H국과 M국이 심각하게 대립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S국과 H국 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했다. H국은 S국의 석유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의 깊은 협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S국이 지닌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며, 원래는 M국과 긴밀하게 협력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H국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단순히 S국 하나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이 문제는 H국과 M국의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H국이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잃게 된다면 석유 자원 측면에서 약점을 잡히게 되는 상황이었다.반면 운기는, 수사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아무런 배경이 없는 상인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이 명확했다.비록 운기가 수사라 해도 지금은 실단에 불과했다. 현대의 무기들은 여전히 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운기가 빨리 달릴 수 있다 해도 미사일은 피할 수 없다. 초음속 전투기조차도 피할 수 없는 이 미사일을 피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게다가 운기에게는 친구, 가족, 연인이 있다. 그들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기 혼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해도, 그들을 어떻게 지키겠는가?이런 생각에 잠기자 운기는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다.“아직... 너무 부족해.” 운기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만약 자신이 신단 이상의 강자였다면, 혹은 그 이상의 실력에 도달한 존재였다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문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운기에게 있어선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이 일은 오히려 운기의 마음속에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더욱 불태우게 했다.“좋아,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S국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A국의 카지노들은 포기하지.” 운기는 속삭이듯 말했다.운기는 H국이 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를 진심으로 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당장 나랑 가자!” 진수현이 얼굴을 굳히며 호통쳤다.“아버지!” 수정은 발을 구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운기, 한쪽은 진수현이었기 그녀는 그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다.운기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정 씨, 아버님 말씀 들으세요. 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수정은 운기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정은 진수현을 따라 집을 나섰다.그들이 떠난 후.“운기 오빠, 무슨 큰일이 생긴 거예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태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운기의 손을 잡았다.“별일 아니에요.” 운기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아침에 전화가 왔던 S국 왕자의 번호임을 기억해냈다. 그가 운기에게 A국의 카지노를 팔라고 부탁했던 그 번호였다.운기는 잠시 고민한 끝에 전화를 받았다.[임운기, 내가 아침에 말했지? 순순히 팔면 큰돈을 벌 기회라고. 하지만 네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내 실력을 무시했으니 기회를 놓치게 된 거야. 이제 알겠지 내 힘이 어떤지?] S국 왕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거만하게 말했다.“어차피 내 손에 있는 카지노를 원하는 거잖아? 네가 원한 대로 카지노를 넘길테니, 내가 보낸 사람들과 직접 서류 교환하면 되겠지.” 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 난 네가 직접 A국에 와서 나와 거래를 했으면 좋겠는데? 난 네 울상인 표정을 직접 보고 싶거든.] S국 왕자는 웃으며 말했다.“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때?”운기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왜? 화났어? 하하, 네가 화를 내면 나는 오히려 더 기쁘거든!]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음을 터트렸다.S국 왕자의 웃음소리에 운기는 두 손을 꽉 쥐며 분노로 손이 떨렸다. S국 왕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지금 나한테 따질 자격조차 없어. 순순히 A국으로 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운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수현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S국이 H국에 위협을 주기 시작했어. 목표는 바로 너야!”“뭐라고요?” 운기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최근 H국과 S국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H국이 S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너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어.” 진수현이 설명했다.운기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수현의 말을 들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수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운기야, 우리 아버님과 장호동 어르신께서 너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네 안전을 보장할 수밖에 없어. 물론, 네가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넘긴다는 조건이 붙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위험할 거다.”“빌어먹을!” 운기는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밥그릇이 덩달아 흔들리며 떨어졌다.S국 왕자가 이런 수를 쓸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운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옆에서 수정이 운기의 팔을 살짝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일은 운기 씨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이건 운기 씨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우선은 목숨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운기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수정 씨.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진수현도 다시 입을 열었다. “운기야, 네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S국 왕자와 비교하면 신분이나 배경 차이가 어마어마해. 이건 네가 아무리 애써도 메울 수 없는 격차야. 이 점을 명확히 알아차려야 해.”운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수현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분과 S국 왕자의 신분을 비교하면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S국 왕자의 아버지 한마디면, 먼 곳에서도 운기를 완전히 억누를 수 있었다.“운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진수현이 물었다.
운기는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파는 것은 그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S국 왕자가 자신에게 신세를 진 거라며 아첨을 해도, 운기는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운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러 갔다.다른 한편, A국.S국 왕자가 머무는 호텔 스위트름.쾅! S국 왕자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고,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며 방 안에 있던 꽃병과 장식품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빌어먹을! 이 망할 놈!” S국 왕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마음속의 울분을 터뜨렸다.그가 이미 낮은 자세로 운기에게 부탁까지 했지만, 운기는 여전히 거래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 200조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은 애초에 감당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이런 엉터리 같은 조언을 해준 게 문제야! 네가 내 체면만 구겨놓은 거라고!” S국 왕자는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죄송합니다, 왕자님. 보통 사업가는 이익이 우선일 텐데, 설마 그 녀석이 200조를 제안해도 거절할 줄은 몰랐습니다.” 경호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당장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안 그러면 네 놈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S국 왕자는 경호원을 향해 소리치며 위협했다.경호원은 그 말을 듣자 더더욱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왕자님, 그 녀석은 끝까지 팔지 않을 태세이니 협상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방법으로 왕자님께서 어르신께 연락을 드려 H국을 상대로 위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임운기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고 특별한 배경도 없으니, H국은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위해 저희를 도와줄 가능성이 높습니다.”“어쩔 수 없지, 결국 아버지께 부탁을 드리는 수밖에 없겠군.” S국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사실 이번 일로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분명 아버지는 S국 왕자를 무능하다며 호되게 꾸짖을 것이기 때문이
“왕자님,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왕자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임운기에게서 A국의 카지노를 사들인 후에야 임운기와 등을 돌리고 천천히 처리하시면 됩니다.” 경호원이 조언했다.S국 왕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내 미래를 위해서 잠시 참아주지.”...한편, 수원.점심 무렵, 운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태나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운기는 침대 옆에 남겨진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집어 들어 읽어보니, 거기에는 귀여운 메시지와 함께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태나가 남긴 것이 분명했다.[자기야, 나 점심 준비하러 내려가 볼게요. 일어나면 꼭 내려와서 밥 먹어요!]운기는 쪽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영 씨는 정말 착한 분이야. 절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다른 문제는 설아, 정문, 서연, 그리고 조영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였다. 그녀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도 조금 부끄러웠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니 A국에서 걸려온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운기가 전화를 받자 S국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운기씨죠? 전 S국 왕자입니다.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할 이야기라니? A국 카지노를 사고 싶어서 연락한 거죠?” 운기가 웃으며 물었다. 사실 운기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A국 카지노를 통합하는 문제는 S국 왕자의 명성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다. 비록 그가 울프를 통해 답을 전했더라도, 이렇게 다시 연락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맞습니다, 전 운기 씨가 가지고 계신 카지노 전부를 사고 싶습니다. 가격은 원하시는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저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이란 없는 법이잖아요, 어쨌든 이익이 우선인 법 아니겠어요?]S국 왕자가 말했다.“일리가 있네요. 음... 그럼 이 정도로 하죠. 200조
게다가 태나가 정말로 목적이 있어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인지 아닌지는,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그런 목적이 있었다 해도, 운기는 손해를 본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첫 경험을 빼앗아 간 셈이니 말이다.“정말이에요?” 태나는 눈물을 닦은 채 밝게 웃으며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운기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물론이죠. 다만... 저를 싫어하거나 원망하진 않으시죠?” 운기가 조심스레 물었다.“제가 왜 운기 오빠를 싫어하겠어요.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이었어요. 오빠는 대단한 분인데, 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서...” 태나는 스스로가 초라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앞으로 아영 씨는 제 여자이고 제가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운기는 그렇게 말하고 태나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네... 정말 고마워요.” 태나는 운기의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태나는 자신이 써먹은 이 ‘밀당’이 위험한 한 수였지만, 결국 성공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제 운기의 여자가 되어 그의 신뢰를 얻기만 하면, 언젠가 YJ신약의 제조법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태나는 그 제조법을 가지고 D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YJ신약을 D국 전역에 판매해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 태나는 그 돈으로 천씨 가문을 인수해, 자신을 무시했던 천태성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는 천태성과 천씨 가문 모두에게 자신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참, 아영 씨에게 솔직히 말할 게 있어요. 사실 저에겐 이미 네 명의 여자친구가 있어요.” 운기는 고백하듯 말했다.“운기 오빠, 저는 오빠의 여자로서 오빠 곁에만 있으면 돼요. 오빠 마음에 제가 조금이라도 자리 잡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그냥 오빠와의 집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게요.” 태나는 상냥하게 말했다.목적을 가지고 있는 태나로선 운기에게 거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