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말하지 않을게. 어차피 내가 하려는 말은 너도 알고 있어!”임운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임운기, 네 집이 그렇게 가난한데도 이 코스튬 파티를 지원하다니, 대체 무슨 꿍꿍이야? 신청비용은 어디서 났어?”서연이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학교에서 다들 임운기가 재벌 2세라고 하지만 서연이는 종래로 믿지 않았다.그리고 서연이는 임운기의 집에 가보았기에 얼마나 가난한지 알고 있었다.“서연 공주님, 운이 형은 가난뱅이가 아니라 재벌 3세예요.”옆에 있던 뚱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넌 그를 대신해서 거짓말할 필요가 없어. 난 그의 집에 가보았기에 실제로 얼마나 가난한지 잘 알고 있으니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어도 나를 속이지 못해.”서연이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뚱보는 임운기를 대신해 설명하려 했지만 임운기가 손을 흔들며 말렸다.“뚱보, 그만해.”그제야 뚱보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서연은 임운기를 보며 계속 말했다.“임운기, 나를 이렇게 귀찮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집의 돈을 보고 하는 짓이지? 말해봐, 얼마를 원해? 얼마를 줘야 더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겠어?”“혹시, 내가 너의 돈을 위해서라고 착각했어?”임운기는 찬웃음을 지었다.“당연한 거 아니니? 나는 심지어 네가 나를 통해 우리 집의 재산을 삼켜버리려고 하는 것 같아. 필경 나는 무남독녀 외동딸이야.”서연이가 말했다.임운기와 관계를 맺은 후 서연이는 왜 줄곧 임운기를 거절했을까?바로 임운기가 목표를 가지고 접근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서연이는 계속 말했다.“임운기, 오늘 분명히 말하는데 어쨌든 난 절대로 너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아!”말을 마친 후 서연이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서연이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임운기는 중얼거렸다.“그래서 내가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그녀의 집 재산을 위한 것이지, 그녀에게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했기 때문에 나를 계속 거절한 것일까?”뚱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운이 형, 그럴 수 있어요! 빨리 신분을
임운기는 뚱보네 슈퍼로 들어갔다.“운기 왔어? 뚱보가 화장실에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뚱보의 아버지는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임운기를 보자 웃으며 인사했다.임운기는 뚱보와 친한 친구이고 또 그의 집에 자주 왔기에 그의 아버지는 임운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임운기도 웃으며 인사를 했다.비록 임운기는 현재 재벌 3세이지만 항상 따뜻하게 주변 사람들을 대했다.물론 뚱보의 아버지는 임운기가 재벌 3세가 된 사실을 아직 모른다.“운기야, 자, 음료수 마셔.”뚱보의 아버지는 열정적으로 진열대에서 음료수를 집어 임운기에게 건네주었다.“아저씨, 고마워요.”임운기는 웃으며 음료수를 받았다.왜냐면 설사 거절하더라고 아저씨가 억지로 그의 손에 쥐여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임운기가 올 때마다 아저씨는 항상 임운기에게 음료수를 주었다.“운기야, 뚱보가 그러는데 너희들은 오늘 무슨 파티에 가니?”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네, 아저씨.”임운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황 아저씨는 그 말을 들은 후, 낡고 가죽이 벗겨진 지갑을 한참 동안 뒤져 10만 원을 꺼냈다. 5만 원짜리 한 장에 만 원짜리 3장, 그리고 나머지는 잔돈이었다.“여기 10만 원이야. 너에게 맡겨 보관할게. 기왕 놀러 가는 이상 돈을 좀 지니지 않으면 안 돼.”황 아저씨는 돈을 임운기에게 건네주었다.“아저씨, 이건 안 돼요! 제가 돈을 가지고 왔어요.”임운기는 얼른 거절했다.자신이 가난했을 때 뚱보와 그의 아버지는 임운기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특히 자금 면에서 더욱 그러했다.그리고 예전에 뚱보가 임운기에게 주말에 놀러 가자고 하면 그의 아버지도 임운기와 뚱보에게 돈을 좀 가져다주곤 했다.그때 임운기는 정말 돈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재벌 3세가 되었고 카드에 돈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아저씨의 돈을 받을 수 있겠는가?“운기야, 아직도 아저씨에게 사양하니? 이것은 너희 두 사람이 쓰는 돈이야. 아저씨의 말을 기억해야 해.
필경 코스튬 파티에 참여하기에 임운기는 오는 길에 가면을 두 개 샀다.댄스홀 안에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이미 백 명 정도의 사람들이 도착하였다. 일부는 춤을 추고 있었고 일부는 바, 소파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며 즐겼다.이번 코스튬 파티는 신청 제한(참가비용 60만 원)이 있기에 참석한 남학생들은 대부분 가정형편이 좋았다.임운기가 힐끗 보니 현장에 있던 남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밝고 화사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 액세서리를 막론하고 모두 유행 적이고 멋있었다.여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몸매가 좋았고 얼굴도 예뻤다.“운이 형, 우리만 수수하게 입은 것 같아.”뚱보가 말했다.“그런 것 같아.”임운기는 쓴웃음을 지었다.“하지만 괜찮아, 어차피 나는 소개팅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니 옷차림이 평범해도 돼.”임운기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리고 임운기는 뚱보를 바라보며 말했다.“뚱보야, 넌 싱글이니 여자를 꼬시고 싶으면 내가 청산리조트 사장을 찾아 턱시도를 빌려줄게.”“됐어. 내가 여자친구를 찾아도 여기에 있는 애들이 아니야. 얘네는 부잣집 도련님을 꼬시기 위해 코스튬 파티에 왔기에 내 여자친구로 하기엔 적합하지 않아.”뚱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임운기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하하, 네 녀석은 아주 철저하게 알고 있구나. 그럼 됐어. 우리도 자리를 찾아 앉자.”임운기는 오늘 서연이를 위해서 이 파티에 왔다.그러나 방금 힐끗 보았는지만 서연이를 보지 못했다. 아마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그리고는 두 사람은 바에 와서 칵테일 두 잔을 시켰다.“두 분, 창양대 학생이지?”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내가 말을 꺼냈다.임운기가 고개를 돌려 그를 한 번 보았지만,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머리를 보라색으로 염색하였고 가죽옷을 입었는데 트렌디한 모습이었다. 그는 허리에 마세라티의 차 키를 차고 있었다. 이는 그의 집에 돈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주었다. “맞아, 왜?”임운기가 대답했다
서연이는 학교의 퀸카답게 현장에 있는 여학생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서연이도 입장한 후 바에 와서 앉으며 술을 한 잔 시켰다.멀지 않은 곳에 앉았기 때문에 서연이도 옆 테이블에 앉은 임운기를 눈치채고는 힐끗 보았지만 인사하러 가지 않았다.며칠 전 코스튬 파티에 신청한 것은 주요하게 임운기를 화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서연은 이 파티에 참여할 계획이 없었다.그러나 임운기가 신청하자 그녀도 참가하기로 하였다. 기왕 온 김에 임운기를 화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운기가 화나면 그녀를 단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서연이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되어 10여 명의 남학생이 서연에게 말을 걸며 춤을 추자고 요청했다.물론 요청하러 온 남학생들은 모두 창양재경학원의 학생이었다.오히려 창양대의 학생들은 잠자코 있으며 서연에게 대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연의 구체적인 가정배경을 익숙히 알고 있을뿐더러 또 서연이의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알고 있기에 서연이에 대해 환상이 없었다.그러나 창양재경학원의 학생들은 서연이의 가정배경을 모를 뿐 그저 몸매가 좋고 얼굴이 예쁘며 분위기도 좋은 천사표 미녀라고 여겼다.서연에게 말을 거는 남자가 갈수록 많아져서 눈 깜짝할 사이에 20여 명이 되었다.“운이 형, 이제…… 이제 어떡하지?”뚱보가 물었다.임운기는 술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는 웃으며 말했다.임운기는 서연이가 어떻게 대응하고 선택하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서연이가 있는 곳.“다 비켜!”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서연이를 둘러싸고 있던 남학생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보라색 머리가 눈에 띄었다. 그는 가죽옷을 입었고 허리춤에는 마세라티의 차 열쇠가 걸려있었다.바로 아까 바에서 임운기와 뚱보를 비웃었던 그 보라색 머리를 한 남학생이었다.“세윤 형!”“세윤 형!”남학생들은 너도나도 웃으며 보라색 머리를 한 남학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남학생은 창양재경학원에서의 지위가 낮지 않아 보인다.보라색 머리의 남학생은 그들을 힐끗 보더니만 거만하게 말했다.“자
임운기는 뚱보를 데리고 성큼성큼 여기로 걸어왔다.“어머, 너희 둘이구나.”보라색 머리를 한 이세윤이 한눈에 임운기와 뚱보를 알아보았다. 방금 바에서 그 둘을 비웃기도 했었다.보라색 머리를 한 이세윤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는 임운기를 쳐다보며 물었다.“자식아, 너 방금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었는데 뭐 하는 거야?”“내 여자 앞에서 꺼져. 이 말을 하려고 불렀어.”임운기는 담담하게 말했다.임운기가 이 말을 하자 주위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젠장! 이 자식이 세윤 형한테 꺼지라고 했어?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이 자식이 누구야? 창양대지? 세윤 형이 누군지 모르나 봐!”“이 두 사람을 봐! 이 꼬락서니로 세윤 형과 여자를 다투려고 하다니! 넌 끝장이야!”주위에 있던 재경대 학생들은 모두 측은한 눈길로 임운기를 바라보았다. 감히 세윤 형과 이렇게 말을 하다니! 죽으려고 환장을 한 모양이다.이세윤도 임운기의 말을 들은 후 눈살을 찌푸렸다. 감히 그와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서연의 앞에서 신사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발끈하지 않았다.“자식아, 여자를 꼬시더라도 선착순이 있어. 보자마자 꺼지라고 하는 건 뭐야?”이세윤은 임운기를 째려보며 냉소했다.“내 여자니까. 됐니?”임운기는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너의 여자? 제기랄, 오줌을 싸서 네 모습을 비추어 봐, 그 꼬락서니로 어울린다고 생각해? 정말 웃기는 소리야!”이문세는 비웃었다.주변에서 구경하던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그러게, 이 녀석의 꼬락서니가 미인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저 꼴을 봐, 저놈보다 백배 나은 우리도 세윤 형과 감히 다투지 못하는데, 저 자식은 배짱도 커.”많은 사람의 눈에는 임운기와 뚱보의 옷차림이 장내에서 가장 초라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조차도 세윤 형과 서연이를 다툴 용기가 없는데 하필 제일 초라한 녀석이 감히 나서다니 놀라기 그지없었다.서연이도 고개를 저으며 마음속으로
농담이 아니라 평재 형의 자산은 3000억이 넘었고 성도에서도 사업이 번창했다.이 창양시에서는 평재 형의 자산과 비교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후 서연도 고개를 저었다. 서연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말했다.‘임운기, 지난번에 나의 남자친구인 척할 때, 내가 너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와서 평재 형과 한 번 만났다고 허풍을 떨다니! 넌 평재 형을 알고나 있어? 그러면서 평재 형이 오히려 너를 형님으로 부른다니!’서연은 임운기에 대해 실망감을 느꼈다.바로 이때 임운기의 핸드폰이 울렸다.임운기가 휴대폰을 꺼내 보니 바로 청산리조트의 사장인 평재 형이 걸어온 전화였다.“여보세요.”임운기는 전화를 받았다.“임 사장님, 방금 리조트로 돌아왔는데 주차장에서 당신의 차를 보았어요. 혹시 저의 리조트에 오셨나요?”휴대폰에서 평재 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맞아, 나 지금 청산리조트에 있어.”임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임 사장님, 리조트에 오실 거면 제가 직접 모실 수 있게 미리 연락을 줘야죠. 참, 임 사장님, 지금 어디에 계세요? 바로 찾아뵙겠습니다.”전화기 속 평재 형의 목소리는 공손했다.“나 지금 2번 댄스홀에 있어.”임운기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요, 임 사장님. 제가 곧 가겠습니다.”“이 새끼가 누구한테 전화질이야!”전화를 끊은 후 이세윤이 큰 소리로 물었다.“너 아까도 리조트 사장 핑재 형 얘기를 하지 않았어? 바로 그분이야.”임운기는 담담하게 말했다.“평재 형이 너에게 전화해? 하하,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이세윤은 껄껄 웃었다.주위의 많은 사람도 한바탕 웃었다. 그들은 평재 형이 이런 초라한 옷을 입은 사람에게 전화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허풍을 떨지 않았어. 나한테 전화해서 곧 이곳으로 찾아오겠다고 하더군.”임운기는 담담하게 말했다.“하하!”임운기가 말하자 사람들은 다시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렸다.이세윤은 크게 웃은 후 다시 임운기를 바라보았다.“이놈, 난 너의 헛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아
“자식아, 여태까지 누구도 감히 나 이세윤을 때린 적이 없어. 넌 끝장난 거야! 나를 때리면 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할 거야!”이세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발대발했다.이세윤은 체면을 몹시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초라하게 차려입은 한 녀석이 매를 맞았으니 그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는가?이때, 인파 속에서 이미 일여덟 명의 사람들이 나와 이세윤의 앞에 나타났다.“세윤 형, 괜찮아?”그들은 분분히 물었다.보아하니 모두 이세윤의 사람이었다.“나를 상관하지 말고 이 녀석을 때려! 죽도록 때려!”이세윤은 거의 고함치는 방식으로 이 말을 했다.“걱정하지 마, 세윤 형. 오늘 이 자식이 감히 형을 때리다니, 우리가 죽도록 패줄 거야.”그러자 이 7, 8명이 말했다.그리고 이 7, 8명이 분분히 테이블 위에서 맥주병을 집어 들었다. 그들은 맥주병을 부숴버리면서 날카로운 면을 무기로 삼았다.“이 녀석이 감히 세윤 형을 때리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오늘이 너의 제삿날이야!”이 7,8명은 말하면서 임운기에게 다가갔다.“운이 형, 다음은 악전고투야.” 뚱보도 말하면서 맥주병을 무기로 들고는 싸울 준비를 했다.주변에 창양대 학생들도 적지 않았지만, 누구도 나서서 임운기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그 원인은 아주 간단했다. 여태껏 임운기의 신분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어떤 사람은 임운기가 재벌 2세라고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가짜라고 하며 믿지 않았다.그들은 임운기의 재벌 2세 신분의 진위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이세윤은 진정한 부잣집 도련님이었다.그들은 임운기와 아무런 친분도 없는데 왜 임운기를 돕기 위해 부잣집 도련님의 미움을 사겠는가?이럴 때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잠깐만!”바로 이때 낭랑한 소리가 들려왔다.임운기가 고개를 돌려보니 서연이가 입을 열었다.“이쁜 언니, 이건?”이세윤은 의아해하면서 서연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서연이는 몸을 일으켜 다가서더니 입을 열었다.“이세윤, 나의 체
군중들이 한바탕 들끓더니 평재 형의 소식이 곧 온 장내에 쫙 퍼졌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평재 형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빠른 걸음으로 임운기 앞으로 걸어갔다.“임 사장님, 인사가 소홀해서 정말 미안해요. 평재가 사과할게요.”평재 형은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임운기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임 사장님, 안녕하세요!”평재 형이 데려온 직원들도 일제히 인사를 했다.헐!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모두 멍해졌다.이게 무슨 일이야?세상에, 사람들은 심지어 자신의 눈이 침침해졌다고 의심하기도 했다.평재 형의 자산은 3000억이 넘었고 성도에서도 사업이 번창했다. 평재 형은 창양시의 젊은 세대들 가운데서 지위가 절대적으로 대단했다.그렇게 으스대던 평재 형이 이놈한테 굽실굽실하며 공손하게 굴다니? 그것도 평재라고 자칭하다니?이때 사람들은 임운기가 자신도 평재 형을 알고 있고 또 평재 형이 자기를 만나면 오히려 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당시 그들은 모두 이것이 정말 우스운 소리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말이 사실이었단 말인가?그들은 임운기가 얼마나 무서운 신분 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평재 형이 그에게 머리를 숙이게 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이세윤도 두 눈을 부릅뜨고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가장 충격적인 것은 서연이였다! 줄곧 서연이는 임운기의 가정이 가난하다고 생각해왔다.그러나 이 장면은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임 사장님, 나는 방금 이곳이 소란스러웠고 또 싸우려는 기미를 보았는데 어찌 된 일입니까?”평재 형이 임운기에게 물었다.“자, 여기 이세윤이라는 자가 그의 부하들을 시켜 나를 때리려 해.”평재 형은 이세윤을 바라보았다.“평재 형.”이세윤은 얼른 평재 형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였다. 그의 표정은 불안해 보였다.“이세윤, 넌 간이 부었구나. 감히 임 사장님을 때리려 하다니! 넌 이분이 누군지 아느냐? 어떤 신분이신지 알고나 있어?”평재 형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호통을 쳤다.
운기가 정말로 S국 왕자를 죽인다면, 운기는 앞으로 평생 도망치게 될 거다. 결국엔 죽음이 닥친다 해도 운기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운기에게는 남겨진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평생 도망쳐야 할 신세가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죽으면 그들은 또 어떤 상황에 놓일 것인가?이러한 생각에 운기는 손을 풀고, 즉시 계약서를 수정하여 금액을 10조로 고친 후 서명했다.계약서에 서명이 완료되자, S국 왕자는 곧바로 운기의 계좌로 10조를 송금했다. 곧이어 입금 문자가 도착했다.“가자.” 운기는 울프에게 말하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S국 왕자는 운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는 운기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꺼내어 운기의 등을 겨누었다.탕! 총성이 울려 퍼졌다.그러나 다시 운기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총에 맞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S국 왕자와 경호원들은 놀란 나머지 눈을 비볐다. 방금 발사한 총알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지?“총알 찾고 있나? 여기 내 손에 있어.” 운기는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 사이에 낀 총알을 들어 보였다.“뭐, 뭐라고?” 그들은 운기의 손에 들린 총알을 보고 마치 머릿속이 폭발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곧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죽어!”운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손가락 사이의 총알을 가볍게 던졌다.푹! 총알은 그대로 총을 쏜 경호원의 이마에 박혔고,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너, 너!” S국 왕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경악했다. 경호원의 시체가 그의 발밑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몸이 떨렸다.“임운기, 네가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넌 이제 끝장났어!” S국 왕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운기는 차가운
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임운기, 전혀 예상 못 했지?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야. 아침에 네게 팔라고 했을 때 기회를 주었건만, 결국 벌 받는 길을 택했네.”“S국 왕자, 고작 이 카지노 몇 개 얻었다고 진짜 승리했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사이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뭐라고? 너 따위가 나와 맞서 싸우겠다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S국 왕자는 비웃으며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해 말했다.“바로 이걸로!” 운기는 가볍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의 힘, 그것이야말로 운기의 진짜 무기였다.“주먹? 하하하! 네가 아직도 조선시대인 줄 아나 보네. 주먹 하나 믿고 싸우겠다니, 정말 웃겨서 말이 안 나오네!” S국 왕자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말은 됐고, 계약서에 서명이나 해.” 운기는 냉소를 지었다.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임운기, 여기에 아직도 200조가 적혀 있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얼마 낼 생각인데?”S국 왕자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10조?” 운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100원. 그거면 충분하지.”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었다.“뭐? 100원? S국 왕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옆에 있던 울프가 화를 터뜨렸다.운기 역시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어렸다. 운기는 이 카지노들을 사기 위해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부었고, 빚까지 지고 있었다. 그런데 단돈 100원을 주겠다고?“지나치다니, 주도권은 내게 있잖아? 내가 100원이라도 주겠다고 하는 게 어디야?” S국 왕자는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얘기할 필요도 없겠군.” 운기는 차갑게 말했다.“임운기, 나와 거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내 손에 네 생사가 달려 있거든!” S국 왕자는 비웃으며 경고했다.“그래?” 운기는 앞에 놓인 강철로
운기는 이번 사건을 또렷이 마음에 새겼다.“이번 일은 나와 진 어르신이 전력을 다해 자네 목숨을 지켜낸 셈이야. 하지만 A국의 카지노들은 어쩔 수 없이 넘겨야 할 거야. 이 문제는 S국과의 석유 자원 협력에 관한 일이라 양보할 수가 없네.” 장호동이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장 어르신, 정말 감사드립니다.” 운기가 고마움을 전했다.“내가 자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도와야지. 그리고 민서준에 대해서는 걱정 말게. 나와 진 어르신이 힘을 합쳐 천천히 처리할 테니 오래 버티진 못할 걸세.” 장호동이 말했다.“알겠습니다.” 운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민서준은 운기가 혼자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니 그를 장호동과 진성훈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나았다....장호동의 집을 떠난 운기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는 울프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사항을 지시했다.운기가 A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울프가 그를 공항에서 맞이했다.두 사람이 만난 후.“울프, 계약서는 준비됐어?” 운기가 물었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울프에게 준비를 지시해 둔 상태였다.“걱정 마세요, 운이 형. 계약서는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후, 울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카지노를 S국 왕자에게 넘기는 게 맞나요?”“나도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운기는 고개를 저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뒤,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지 작은 승리일 뿐이야.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걸 잊지 마. S국 왕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울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전쟁에서의 승패는 늘 왔다 갔다 하는 법이니까요. 이번 작은 승리는 크게 문제될 게 없죠.”“참, 울프야, 내가 S국 왕자 집안 상황을 조사해보라고 했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전화를 끊은 후, 운기는 이번 일에 대해 깊이 생각에 잠겼다.운기는 지금 H국과 M국이 심각하게 대립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S국과 H국 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했다. H국은 S국의 석유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의 깊은 협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S국이 지닌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며, 원래는 M국과 긴밀하게 협력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H국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단순히 S국 하나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이 문제는 H국과 M국의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H국이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잃게 된다면 석유 자원 측면에서 약점을 잡히게 되는 상황이었다.반면 운기는, 수사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아무런 배경이 없는 상인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이 명확했다.비록 운기가 수사라 해도 지금은 실단에 불과했다. 현대의 무기들은 여전히 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운기가 빨리 달릴 수 있다 해도 미사일은 피할 수 없다. 초음속 전투기조차도 피할 수 없는 이 미사일을 피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게다가 운기에게는 친구, 가족, 연인이 있다. 그들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기 혼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해도, 그들을 어떻게 지키겠는가?이런 생각에 잠기자 운기는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다.“아직... 너무 부족해.” 운기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만약 자신이 신단 이상의 강자였다면, 혹은 그 이상의 실력에 도달한 존재였다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문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운기에게 있어선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이 일은 오히려 운기의 마음속에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더욱 불태우게 했다.“좋아,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S국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A국의 카지노들은 포기하지.” 운기는 속삭이듯 말했다.운기는 H국이 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를 진심으로 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당장 나랑 가자!” 진수현이 얼굴을 굳히며 호통쳤다.“아버지!” 수정은 발을 구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운기, 한쪽은 진수현이었기 그녀는 그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다.운기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정 씨, 아버님 말씀 들으세요. 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수정은 운기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정은 진수현을 따라 집을 나섰다.그들이 떠난 후.“운기 오빠, 무슨 큰일이 생긴 거예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태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운기의 손을 잡았다.“별일 아니에요.” 운기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아침에 전화가 왔던 S국 왕자의 번호임을 기억해냈다. 그가 운기에게 A국의 카지노를 팔라고 부탁했던 그 번호였다.운기는 잠시 고민한 끝에 전화를 받았다.[임운기, 내가 아침에 말했지? 순순히 팔면 큰돈을 벌 기회라고. 하지만 네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내 실력을 무시했으니 기회를 놓치게 된 거야. 이제 알겠지 내 힘이 어떤지?] S국 왕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거만하게 말했다.“어차피 내 손에 있는 카지노를 원하는 거잖아? 네가 원한 대로 카지노를 넘길테니, 내가 보낸 사람들과 직접 서류 교환하면 되겠지.” 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 난 네가 직접 A국에 와서 나와 거래를 했으면 좋겠는데? 난 네 울상인 표정을 직접 보고 싶거든.] S국 왕자는 웃으며 말했다.“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때?”운기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왜? 화났어? 하하, 네가 화를 내면 나는 오히려 더 기쁘거든!]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음을 터트렸다.S국 왕자의 웃음소리에 운기는 두 손을 꽉 쥐며 분노로 손이 떨렸다. S국 왕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지금 나한테 따질 자격조차 없어. 순순히 A국으로 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운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수현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S국이 H국에 위협을 주기 시작했어. 목표는 바로 너야!”“뭐라고요?” 운기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최근 H국과 S국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H국이 S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너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어.” 진수현이 설명했다.운기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수현의 말을 들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수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운기야, 우리 아버님과 장호동 어르신께서 너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네 안전을 보장할 수밖에 없어. 물론, 네가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넘긴다는 조건이 붙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위험할 거다.”“빌어먹을!” 운기는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밥그릇이 덩달아 흔들리며 떨어졌다.S국 왕자가 이런 수를 쓸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운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옆에서 수정이 운기의 팔을 살짝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일은 운기 씨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이건 운기 씨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우선은 목숨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운기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수정 씨.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진수현도 다시 입을 열었다. “운기야, 네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S국 왕자와 비교하면 신분이나 배경 차이가 어마어마해. 이건 네가 아무리 애써도 메울 수 없는 격차야. 이 점을 명확히 알아차려야 해.”운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수현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분과 S국 왕자의 신분을 비교하면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S국 왕자의 아버지 한마디면, 먼 곳에서도 운기를 완전히 억누를 수 있었다.“운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진수현이 물었다.
운기는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파는 것은 그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S국 왕자가 자신에게 신세를 진 거라며 아첨을 해도, 운기는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운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러 갔다.다른 한편, A국.S국 왕자가 머무는 호텔 스위트름.쾅! S국 왕자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고,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며 방 안에 있던 꽃병과 장식품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빌어먹을! 이 망할 놈!” S국 왕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마음속의 울분을 터뜨렸다.그가 이미 낮은 자세로 운기에게 부탁까지 했지만, 운기는 여전히 거래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 200조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은 애초에 감당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이런 엉터리 같은 조언을 해준 게 문제야! 네가 내 체면만 구겨놓은 거라고!” S국 왕자는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죄송합니다, 왕자님. 보통 사업가는 이익이 우선일 텐데, 설마 그 녀석이 200조를 제안해도 거절할 줄은 몰랐습니다.” 경호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당장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안 그러면 네 놈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S국 왕자는 경호원을 향해 소리치며 위협했다.경호원은 그 말을 듣자 더더욱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왕자님, 그 녀석은 끝까지 팔지 않을 태세이니 협상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방법으로 왕자님께서 어르신께 연락을 드려 H국을 상대로 위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임운기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고 특별한 배경도 없으니, H국은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위해 저희를 도와줄 가능성이 높습니다.”“어쩔 수 없지, 결국 아버지께 부탁을 드리는 수밖에 없겠군.” S국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사실 이번 일로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분명 아버지는 S국 왕자를 무능하다며 호되게 꾸짖을 것이기 때문이
“왕자님,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왕자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임운기에게서 A국의 카지노를 사들인 후에야 임운기와 등을 돌리고 천천히 처리하시면 됩니다.” 경호원이 조언했다.S국 왕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내 미래를 위해서 잠시 참아주지.”...한편, 수원.점심 무렵, 운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태나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운기는 침대 옆에 남겨진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집어 들어 읽어보니, 거기에는 귀여운 메시지와 함께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태나가 남긴 것이 분명했다.[자기야, 나 점심 준비하러 내려가 볼게요. 일어나면 꼭 내려와서 밥 먹어요!]운기는 쪽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영 씨는 정말 착한 분이야. 절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다른 문제는 설아, 정문, 서연, 그리고 조영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였다. 그녀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도 조금 부끄러웠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니 A국에서 걸려온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운기가 전화를 받자 S국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운기씨죠? 전 S국 왕자입니다.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할 이야기라니? A국 카지노를 사고 싶어서 연락한 거죠?” 운기가 웃으며 물었다. 사실 운기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A국 카지노를 통합하는 문제는 S국 왕자의 명성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다. 비록 그가 울프를 통해 답을 전했더라도, 이렇게 다시 연락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맞습니다, 전 운기 씨가 가지고 계신 카지노 전부를 사고 싶습니다. 가격은 원하시는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저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이란 없는 법이잖아요, 어쨌든 이익이 우선인 법 아니겠어요?]S국 왕자가 말했다.“일리가 있네요. 음... 그럼 이 정도로 하죠. 200조
게다가 태나가 정말로 목적이 있어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인지 아닌지는,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그런 목적이 있었다 해도, 운기는 손해를 본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첫 경험을 빼앗아 간 셈이니 말이다.“정말이에요?” 태나는 눈물을 닦은 채 밝게 웃으며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운기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물론이죠. 다만... 저를 싫어하거나 원망하진 않으시죠?” 운기가 조심스레 물었다.“제가 왜 운기 오빠를 싫어하겠어요.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이었어요. 오빠는 대단한 분인데, 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서...” 태나는 스스로가 초라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앞으로 아영 씨는 제 여자이고 제가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운기는 그렇게 말하고 태나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네... 정말 고마워요.” 태나는 운기의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태나는 자신이 써먹은 이 ‘밀당’이 위험한 한 수였지만, 결국 성공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제 운기의 여자가 되어 그의 신뢰를 얻기만 하면, 언젠가 YJ신약의 제조법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태나는 그 제조법을 가지고 D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YJ신약을 D국 전역에 판매해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 태나는 그 돈으로 천씨 가문을 인수해, 자신을 무시했던 천태성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는 천태성과 천씨 가문 모두에게 자신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참, 아영 씨에게 솔직히 말할 게 있어요. 사실 저에겐 이미 네 명의 여자친구가 있어요.” 운기는 고백하듯 말했다.“운기 오빠, 저는 오빠의 여자로서 오빠 곁에만 있으면 돼요. 오빠 마음에 제가 조금이라도 자리 잡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그냥 오빠와의 집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게요.” 태나는 상냥하게 말했다.목적을 가지고 있는 태나로선 운기에게 거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