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진석진 일행은 대수롭지 않은 듯 덤덤한 모습을 보였지만, 윤도훈은 알아차렸다.아주 찰나에 지나간 그들의 우려와 두려움을 말이다.하지만 상대가 먼저 입을 열려고 하지 않자, 윤도훈도 더는 묻지 않았다.그들만의 기밀일 수도 있고 하니 더는 묻지 않은 게 좋을 것 같았다.아무리 자기 신분이 총장이라고 한들 결국 명예 총장이니 입을 다무는 게 그로서는 정확한 선택이었다.하물며 군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 윤도훈은 진석진과 정이 한층 더 깊어지는 것만 같았다.말도 통하고 서로 성격도 맞고 말이다.진석진은 일반 부잣집 도련님들처럼 기고만장한 모습을 띠고 있지 않다.첫 만남에서도 진석진은 단지 윤도훈이 ‘낙하산’과 같다는 이유로 적대시했던 거였다.그 뒤로 윤도훈은 실력으로 진석진의 인정을 받았고 그의 대원들도 모두 윤도훈을 숭배하게 되었다.식사 도중에 윤도훈은 ‘티베이트 여우’ 남가연에 대해서도 물었다.남가연과 그녀의 스승님이 자기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윤도훈은 내내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언젠가는 남가연 문파로 찾아갈 생각이다.부모님이 그곳에 실마리라도 남겼을 수 있으니 말이다.돌아가시기 전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 알아내고 싶었다.하지만 진석진은 남가연이 이미 문파로 돌아갔다고 말했고 남가연은 단지 용검 부대에서 초빙한 외부 일꾼일 뿐 윤도훈과 마찬가지로 부대 소속이 아니라고 했다.같은 날 저녁.10시까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윤도훈 일가족은 예약했던 호텔로 돌아왔다.이진희는 욕실에서 씻고 있었고 윤도훈은 율이와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했다.바로 그때 윤도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확인해 보자마자 윤도훈의 눈빛이 확 차가워지고 말았다.윤세영으로부터 보내온 메시지 한 통이 시야로 들어왔다.부모님이 사골 장로 손에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고 나서 윤도훈은 은둔 윤씨 가문에 대해 뼈에 사무치는 한이 생기게 되
“도훈아, 천운시에 와 있었네? 이쪽은 내 친구인데, 현문 장로라고 부르면 돼.”송장헌은 윤도훈을 만나고 나서 웃으면서 소개해 주었다.현문 장로는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약간 들고서 끄덕였다.“윤 선생님.”윤도훈에 대한 송영태의 태도가 그럭저럭 좋은 축이었다.송씨 가문은 천운시로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온 것이다.윤도훈과 만나고 나서 다들 지체하지 않고 바로 천운시 송씨 가문 옛 저택으로 향했다....송씨 가문 옛 저택은 천운시 서북쪽에 땅값이 하늘을 찌르는 곳에 위치해 있다.이곳은 근 200년 동안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고풍적인 인테리어로 명성 고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송씨 가문에서는 여행으로 수입을 벌어들일 필요가 없기에 이곳을 관광지로 내놓지 않은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일반인은 절대 들어오지 못하고 절대적인 사유지이다.그날 오전 10시, 일행이 송씨 가문 옛 저택에 이르렀고 송장헌은 그들을 보고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둘째 할아버지, 오셨어요.”송영신이 문 앞에서 허위적인 웃음을 장착한 채 그들을 맞이했다.“네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셔? 앞장서.”송장헌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에 송영신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노인네가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오늘 그 잘난 대가리 조아리려고 온 거 아니야?’‘현문 장로 저 꼰대까지 데리고 왔네?’‘아주 꿈 깨!’‘오늘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데!’이윽고 송영신은 옆에 있는 윤도훈을 흘겨보았는데, 살기가 넘쳐흘렀다.‘저 놈도 같이 온 거야?’‘잘 됐어!’도운시에서 피를 토했던 그 원한을 오늘 갚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윤도훈, 그렇게 끼어들고 싶어? 그럼, 어디 한번 끝까지 끼어들어 봐봐.’끓어 넘치는 속과 달리 송영신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송장헌과 윤도훈 일행을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한참 지나서 그들은 엄청난 면적의 접대실에 이르게 되었다
송장헌을 비롯한 일행은 천운시 송씨 가문의 준비 태세를 보고서 얼굴에 분노를 드러냈다.좋은 마음으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라면서.“장헌아, 열쇠는 가지고 왔어?”천운시 송씨 가문 가주인 송장남이 물었다.송장헌의 비아냥거림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아주 덤덤한 모습으로 말이다.송장헌은 허허 웃더니 주위를 훑어보고서 무거운 소리로 입을 열었다.“4내 종사에 조공봉까지 다들 왔네요?”말하면서 그는 좌우측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을 향해 말했다.“박씨 가문 그리고 이산문에서도 오셨네요?”“다들 저를 겨냥하고자 오신 것 같은데, 천운시 송씨 가문 편을 들기로 한 건가요?”송장헌의 말투에는 짙은 조랑과 노여움이 깃들어 있었다.조공봉이라고 하는 사람은 신적 경지 중기에 있는 강자이다.즉, 초급 경지 중기 고수라는 말이다.그는 천운시 송씨 가문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다.그리고 박씨 가문과 이산문은 양진인의 적이었던 이들의 후손들이다.그 뒤로 한쪽은 고대 무림 세가가 되었고 다른 한쪽은 도적으로 먹고사는 문파로 성장해 갔다.수련하는 것 외에 기문 둔갑 기술에도 능통하다.박씨 가문의 우두로 온 이는 중년 남자와 청년이었는데, 중년 남자는 도량이 넓고 기백이 넘치며 청년은 늠름하고 오만한 기질을 풍겼다.청년은 윤도훈을 보고서 흠칫거렸고 의외라는 빛이 가득했다.‘어라? 저 사람은... 저놈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지난번 청황 대회 개인 시련에서 살아남은 거야? 살아남았다고?’박씨 가문 청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하란파에서 주최했었던 청황 대회에 박씨 가문 역시 고대 무림 세가의 하나로 참가했었다.청년은 바로 박씨 가문에서 내보냈던 제자 중의 한 명이다.다만 실력이 딱 그 정도로 개인 랭킹 시련을 포기하고 박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미리 하란파를 떠났었다.이산문 쪽에서 우두머리로 서고 있는 사람은 몸집이 꽤 우람한 노인과 요염하기 그지없는 부인이 있었다.노인은 복고식 갑주를 입었는데, 엄연히 방어 무기로 간주할 만한 옷이었다.
그 말을 듣고서 송장남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웃었다.“조건? 어디 한번 말해 봐.”송장헌은 무거운 소리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저 안에 뭐가 들었던 도운시 송씨 가문에서 30%를 차지했으면 합니다. 그 조건만 들어주시면 순순히 열쇠 내놓을게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송장남은 크게 웃었다.잔뜩 비아냥거리는 모습으로 송장헌을 바라보면서.“장헌아, 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네 ‘가족’들 챙겨서 천운시를 떠난 그 순간부터 넌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니었어. 양진인 남긴 물건이 무엇인지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는 거야?”송장헌은 이를 악물었다.“천운시를 떠났다고 한들 전 송씨 가문의 한 사람이 맞습니다.”“흥!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그래도 옛정을 봐서 용우랑 용우 아내는 내가 구해냈다. 네가 열쇠만 내놓으면 얼마든지 그 두 사람 데려갈 수 있다는 말이다. 단지 이 조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단다.”“내 말에 따르지 않을 시, 난 다시 용우 내외를 납치범한테 보낼 수 있어. 그때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 난 확신할 수 없단다.”송장남은 위협하는 어조로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았다.그 말을 듣게되 송장헌 일행은 얼굴이 새파랗게 달아오르고 말았다.그러나 이윽고 조공봉은 송장헌 일행을 멸시하며 차갑게 웃었다.“어떠한 상황인지 이제 보이십니까? 대체 무슨 자격으로 본가랑 조건을 따지고 있는 거죠? 당장 열쇠 내놓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니면, 당신들 산산이 조각내서 직접 챙길 수도 있습니다. 바로 손을 쓸 수 있음에도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건 옛정을 생각해서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형님도 우리도 박씨 가문 그리고 이산문도 인내심이 많은 편은 아니니 얼른 선택하기 바랍니다.”“저딴 놈들만 데리고 오고서 전세 역전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말하면서 신적 경지 조공보은 송장헌 곁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비아냥거렸다.송장헌은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말았다.터지기 일보직접으로.이윽고 그는 송장남을 바라보면서 또박
송장헌은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 보려고 했다.적어도 강경하고 필사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천운시 송씨 가문에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으리라 생각했다.송장헌은 아직 윤도훈의 정확한 실력을 모르고 있지만 종사급 이상의 강자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현문 장로 역시 종사급 강자이다.만약 정말로 싸움이 나게 된다면, 송장헌 쪽의 손실이 막심하다고 한들 송장남 측에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따라서 송장헌은 윤도훈과 현문 장로를 쳐다보면서 눈빛으로 그들의 뜻을 물어보는 듯했다.송영태 등도 윤도훈과 현문 장로의 반응을 지켜보았다.하지만 송장헌의 눈빛을 마주하면서 윤도훈은 잠시 고개를 가로저었다.“어르신, 일단 인질을 저희한테 넘기라고 하시고 약속하신 대로 열쇠도 드리세요. 다른 건 일단 생각하지 않은 게 좋을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서 송장헌, 송영태, 현문 장로 그리고 송장남 쪽의 사람들까지 모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모든 이들의 얼굴에 역력했다.천운시 송씨 가문 쪽에서는 그 말에 웃음을 드러내면서 득의양양한 듯 가벼운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장헌아, 들었지? 네 옆에 있는 저 친구 말이야, 나이는 젊은데 상황 파악이 아주 잘 되는 친구인 것 같아.”송장남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히히히... 잘생긴 총각, 보기보다 꽤 현명하네요.”이산문의 그 요염한 부인 역시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송장헌은 안색이 단번에 어두워졌고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심지어 약간의 의심스러운 기색까지 띠었다.원래 그에게 있어서 윤도훈은 히든카드였고 심지어 내심 윤도훈에 대한 기대가 현문 장로에 대한 기대보다 더 컸었다.그러나 바로 이렇게 쉽게 타협하다니.심지어 쟁취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다니.“윤 선생님, 그게 무슨 뜻이죠?”송영태는 더욱 직접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며 은근히 분노와 비난의 뜻을 내비쳤다.“열쇠를 그들에게 주고 다른 건 당분간 생각하지 말라는 뜻입니다.”윤도훈은
이윽고 조공봉은 콧방귀를 뀌더니 발밑을 쾅쾅 구르며 현문 장로를 향해 달려들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현문 장로 앞에 와서 상대방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현문 장로는 그 상황을 보고서 바로 급히 몸을 가누었다.그러나 현문 장로의 몸이 그대로 거꾸로 날아가는 것이 모두의 시야로 들어와 버렸다.땅에 떨어진 현문 장로는 피를 훅 내뿜으며 얼굴에 비분과 진노의 빛이 가득 드러냈다.“흥! 그만한 실력이 있기나 해?”조공봉은 현문 장로를 바라보며 경멸하는 눈빛과 더불어 냉소하며 말했다.“너...”현문 장로는 얼굴이 붉어지고 노여움과 공포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무기력함도 느끼게 되었다.송장헌은 이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서 현문 장로를 일으켜 세웠다.“그만... 그만하자... 어휴!”여기까지 말한 그는 윤도훈 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아기 손바닥만 한 고풍스러운 모양의 구리 열쇠를 꺼냈다.“형님, 열쇠 여기 있습니다! 용우 내외만 저한테 보내주시면 열쇠는 형님께 드리겠습니다.”송장헌은 이를 악물고 덧붙였다.“제가 졌습니다.”송장남은 그 말을 듣고서 눈을 반짝이며 몇 번 껄껄 웃더니 득의양양해했다.“장헌아, 진작 그러지 그랬어.”“영신아, 어서 네 용우 형님이랑 형수 모시고 나와.”그는 승리자의 자태로 손짓을 했다.“네, 할아버지.”송영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빠른 걸음으로 접대실을 떠났다.나갈 때 윤도훈 쪽을 향해 음산한 눈빛을 드리우고는 한껏 도발했다.그 뒤로 송장헌 쪽은 모두가 안색이 어두워졌고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특히, 아무도 더 이상 윤도훈을 상대하지 않았다.답답하고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송영신과 천운시 송씨 가문의 경호원 몇 명이 마침내 송용우 내외를 데리고 돌아왔다. “할아버지! 영태야, 여긴 어쩐 일이세요?”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가 바로 송장헌의 큰손자 송용우이다.“네 큰 할아버지한테 죽게 될 텐데, 내가 오지 않을 수 있겠어?”송장헌은 송장남을 차갑게 쳐다보
송영신은 크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할아버지, 그런 뜻이 아니라 따로 볼 일이 있어서 그래요.”“이미 이렇게 굽신거리고 있는데, 제가 뭘 더 바라겠어요.”이윽고 그는 손가락으로 윤도훈을 가리키면서 덧붙였다.“다만 자기 발로 찾아온 놈이 있는데, 이대로 보내는 건 좀 아쉽잖아요.”송영신은 코웃음을 치며 윤도훈을 노려보았다.“윤도훈, 지난번 도운시 송씨 가문에서 날 어떻게 때렸는지 기억나지? 피까지 토한 걸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순순히 가려고 그러는 거야? 어디 감히 우리 둘째 할아버지와 함께 찾아오고 지랄이지? 우리 집안일에 끼어든 게 그렇게 좋아?”“네가 은설이한테 갈딱거려서 우리 송씨 가문이랑 진씨 가문 사이의 혼인을 깬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오늘 그 청산 좀 받아야겠어.”“조금 전에 쫄병처럼 꼬리 내리고 열쇠 내놓게 한 걸로 퉁 칠 생각하지 마. 어림도 없어! 하하.”그 말을 듣고소 천운시 송씨 가문 사람들은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에 갑자기 놀리는 기색이 역력해졌다.‘쯧쯧.’‘자기 혼자 살아남겠다고 손 든 거였어?’‘흥미진진하겠네!’그 말이 떨어지자 송장남은 윤도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윽고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는데.“네가 내 손주한테 손을 댄 거였어? 은설이한테 손까지 대면서 진씨 가문과의 혼인을 끊어버린 거야? 자식, 너 이대로 보내고 나면 난 앞으로 고개 들고 살 자격도 없게 돼. 하도 쪽팔려서 말이야.”“어떻게 하실 셈인데요?”윤도훈은 송영신이 자기한테 도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흥미롭게 물었다.송장헌의 눈빛을 몇 번 반짝였다.“형님, 송영신, 적당히 하세요. 열쇠도 이미 드렸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둘째 할아버지, 아직도 윤도훈 저놈 편을 드시는 겁니까? 조금 전에 일도 나서지 않은 놈인 데도요?”현문 장로 역시 콧방귀를 뀌며 송장헌을 말렸다.“됐어. 그만해. 그냥 가자. 저 녀석 신경 쓰지 마.” “안 돼! 내가
윤도훈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그 모습을 보게 된 송영신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윤도훈, 너도 인제 상황 파악이 되나 봐? 걱정하지마. 너무 심하게 굴지는 않을게.”송장남은 이때 조공봉을 향해 눈짓을 했다.조공봉은 웃으며 윤도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갔고 한쪽 입꼬리를 씩 하고 올렸다.“임마, 너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지? 가만히 서 있는 게 좋을 거야. 반항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어. 네가 반항하면 할수록 난 도에 넘치는 짓을 하게 될 거야.”“그래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하겠습니다.”윤도훈이 덤덤한 모습으로 대답했다.그 말이 끝나자 몇 차례의 야유와 조롱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송영신을 비롯한 천운시 송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박씨 가문과 이산문 쪽에서도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마치 좋은 구경이라도 난 듯한 모습으로.“똑똑하게 행동하는 것 같더니 참.”“그래도 순순히 병신으로 살아남은 게 낫지. 죽는 것보다는 좋지 않겠어?”“그렇게 분수도 모르고 끼어들더니 아주 꼴 좋다.”“천운시 송씨 가문과 진씨 가문 사이의 혼인을 깨버린 대가가 바로 이거야!”이때, 조공봉이 윤도훈 앞으로 다가와 갑자기 예고도 없이 발을 내딛고 그의 아랫배를 향해 간사하게 걷어찼다.참으로 음흉한 사람이 아닐 수가 없었다.윤도훈은 가만히 서서 그대로 받아들일 모습을 갖췄지만, 상대는 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윤도훈이 방심한 틈을 타서 아주 못되게 말이다.펑-둔탁한 소리와 함께 조공봉의 공격은 아주 제대로 먹혔다.그러나 모두가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펼쳐지고 만다.조공봉의 다리가 착지하자마자 심하게 떨렸으니 말이다.반진의 힘으로 발뼈가 모두 부러지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그와 반대로 윤도훈은 멀쩡히 서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그 모습을 보고서 조공봉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뭐지?’‘신적 경지 중기인 내가 공격을 했는데도, 어떻게 저렇게 멀쩡할 수 있지?’“이게 끝입니까?”이때 윤도훈이 차갑게 웃으며 상대에게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