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신은 크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할아버지, 그런 뜻이 아니라 따로 볼 일이 있어서 그래요.”“이미 이렇게 굽신거리고 있는데, 제가 뭘 더 바라겠어요.”이윽고 그는 손가락으로 윤도훈을 가리키면서 덧붙였다.“다만 자기 발로 찾아온 놈이 있는데, 이대로 보내는 건 좀 아쉽잖아요.”송영신은 코웃음을 치며 윤도훈을 노려보았다.“윤도훈, 지난번 도운시 송씨 가문에서 날 어떻게 때렸는지 기억나지? 피까지 토한 걸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순순히 가려고 그러는 거야? 어디 감히 우리 둘째 할아버지와 함께 찾아오고 지랄이지? 우리 집안일에 끼어든 게 그렇게 좋아?”“네가 은설이한테 갈딱거려서 우리 송씨 가문이랑 진씨 가문 사이의 혼인을 깬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오늘 그 청산 좀 받아야겠어.”“조금 전에 쫄병처럼 꼬리 내리고 열쇠 내놓게 한 걸로 퉁 칠 생각하지 마. 어림도 없어! 하하.”그 말을 듣고소 천운시 송씨 가문 사람들은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에 갑자기 놀리는 기색이 역력해졌다.‘쯧쯧.’‘자기 혼자 살아남겠다고 손 든 거였어?’‘흥미진진하겠네!’그 말이 떨어지자 송장남은 윤도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윽고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는데.“네가 내 손주한테 손을 댄 거였어? 은설이한테 손까지 대면서 진씨 가문과의 혼인을 끊어버린 거야? 자식, 너 이대로 보내고 나면 난 앞으로 고개 들고 살 자격도 없게 돼. 하도 쪽팔려서 말이야.”“어떻게 하실 셈인데요?”윤도훈은 송영신이 자기한테 도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흥미롭게 물었다.송장헌의 눈빛을 몇 번 반짝였다.“형님, 송영신, 적당히 하세요. 열쇠도 이미 드렸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둘째 할아버지, 아직도 윤도훈 저놈 편을 드시는 겁니까? 조금 전에 일도 나서지 않은 놈인 데도요?”현문 장로 역시 콧방귀를 뀌며 송장헌을 말렸다.“됐어. 그만해. 그냥 가자. 저 녀석 신경 쓰지 마.” “안 돼! 내가
윤도훈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그 모습을 보게 된 송영신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윤도훈, 너도 인제 상황 파악이 되나 봐? 걱정하지마. 너무 심하게 굴지는 않을게.”송장남은 이때 조공봉을 향해 눈짓을 했다.조공봉은 웃으며 윤도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갔고 한쪽 입꼬리를 씩 하고 올렸다.“임마, 너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지? 가만히 서 있는 게 좋을 거야. 반항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어. 네가 반항하면 할수록 난 도에 넘치는 짓을 하게 될 거야.”“그래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하겠습니다.”윤도훈이 덤덤한 모습으로 대답했다.그 말이 끝나자 몇 차례의 야유와 조롱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송영신을 비롯한 천운시 송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박씨 가문과 이산문 쪽에서도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마치 좋은 구경이라도 난 듯한 모습으로.“똑똑하게 행동하는 것 같더니 참.”“그래도 순순히 병신으로 살아남은 게 낫지. 죽는 것보다는 좋지 않겠어?”“그렇게 분수도 모르고 끼어들더니 아주 꼴 좋다.”“천운시 송씨 가문과 진씨 가문 사이의 혼인을 깨버린 대가가 바로 이거야!”이때, 조공봉이 윤도훈 앞으로 다가와 갑자기 예고도 없이 발을 내딛고 그의 아랫배를 향해 간사하게 걷어찼다.참으로 음흉한 사람이 아닐 수가 없었다.윤도훈은 가만히 서서 그대로 받아들일 모습을 갖췄지만, 상대는 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윤도훈이 방심한 틈을 타서 아주 못되게 말이다.펑-둔탁한 소리와 함께 조공봉의 공격은 아주 제대로 먹혔다.그러나 모두가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펼쳐지고 만다.조공봉의 다리가 착지하자마자 심하게 떨렸으니 말이다.반진의 힘으로 발뼈가 모두 부러지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그와 반대로 윤도훈은 멀쩡히 서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그 모습을 보고서 조공봉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뭐지?’‘신적 경지 중기인 내가 공격을 했는데도, 어떻게 저렇게 멀쩡할 수 있지?’“이게 끝입니까?”이때 윤도훈이 차갑게 웃으며 상대에게 물
조공보은 비명소리와 함께 낭랑한 소리까지 함께 냈다.손가락이 윤도훈의 급소를 찔렀는데, 상대방은 아무 일도 없었고 오히려 그의 손가락뼈가 부러졌다.“이게 끝입니까?”윤도훈은 다시 한번 눈살을 찌푸리며 시큰둥한 얼굴로 물었다.조공봉은 오른손을 약간 떨면서 손을 등 뒤로 숨긴 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너... 너 방어 수련자야? 철망토? 금조막?”이때 박씨 가문의 청년이 코웃음을 치며 주의를 주었다.“조공봉 님, 저놈 방어 수련자 맞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수련자입니다. 약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쯤에서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청황 대회에서 그는 개인 시련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 외에 다른 종목은 모조리 참가했었다.윤도훈이 결단 초기 동인의 공격에도 꿈쩍없었다는 걸 잘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다.조공봉의 실력으로는 정말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좋을 것이다.“흥! 약점 따위 내가 꼭 찾아내고 말 거야!”조공봉은 콧방귀를 뀌면서 한쪽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기필코 찾아내고 말겠다는 결심으로 등 뒤에서 금속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무기까지 동원하여 윤도훈을 상대로 지독한 공격을 퍼부었다.많은 이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윤도훈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당당한 신적 강자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하다니 조공봉은 수치스럽기만 했다.하여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펑펑펑-방망이가 몸에 부딪히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거의 모든 곳을 공격했다고 보면 된다.광풍과 폭우 같은 공격에 윤도훈은 마치 시종일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머리카락 하나 움직임 없이 그대로.그 광경을 목격한 모든 이들이 어안이 벙벙해졌다.윤도훈을 걱정했었던 송장헌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몇 번 웃었다.현문 장로는 입가의 핏자국을 닦으면서 오히려 더욱 못마땅해했다.“저런 실력을 지니고 있는게 아깝구나! 선뜻 고개나 숙이고 말이야! 남자가 되어서 아주 겁쟁이가 따로 없어!”“현문 장로, 더는 말하지 말게. 조공봉은
조공봉은 얼굴에 몇 번이나 경련을 일으켰다.윤도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기도 했다.“어디 한번 나랑 정정당당하게 싸워! 가만히 서 있지 말고! 그깟 방패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싸우자고! 이번엔, 네가 날 때려!”윤도훈의 말대로 이게 끝이었으면 하는 것이 조공봉의 진심이다.계속될까 봐 두렵고 윤도훈을 죽이기 전에 자기 먼저 지쳐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윤도훈이 어떠한 변태적인 방어 공법을 수련한 건 맞으나 그 전제는 가만히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아무런 반격도 없이 공격을 받기만 한다고 여겼다.만약 방어를 공격으로 전환한다면 그의 약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때려달라고요? 서두를 것 없어요.”윤도훈은 그 말에 냉소를 흘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폐인으로 만들 거예요 말 거예요? 싫으면 저 그만 가봐도 되겠습니까?”그 말을 듣고서 조공봉의 얼굴이 한껏 더 흐리멍덩해졌다.한편에서 지켜보던 송영신은 더더욱 달갑지 않아졌다.이윽고 그는 박씨 가문과 이산문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선배님들 실력이 대단하시다는 걸 소인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저를 위해 나서 주셔서 윤도훈을 폐인으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이산문의 노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네가 뭔데?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우린 그냥 묘혈에 들어가는 것까지만 도와주려고 온 거야. 너 대신 손에 피를 묻힐 수 없다는 말이야. 흥!”요염하기 그지없는 그 부인 역시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삐죽거리더니 윤도훈을 바라보며 웃었다.“총각, 보기보다 꽤 강하네?”순간 송영신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말았다.이산문의 노인이 그러한 반응을 보이지 박씨 가문에서도 나서지 않았다.송장남은 기침을 두 번 하고는 어색한 얼굴로 약간의 책망과 노여운 모습으로 송영신을 노려보았다.그렇다. 이산문도 박씨 가문도 송영신의 말대로 움직일 리가 없다.윤도훈이 송영신에게 미움을 사든 말든 천운시 송씨 가문 전체에게 미움을 사든말든박씨 가문과 이산문하고
엵쇠 두 자루를 손에 들고 있는 송장남이다.그 역시 양진인 묘혈을 열고 싶어서 안달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에 앞서 박씨 가문과 이산문을 둘러보고서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열기 전에 몇 마디 말을 미리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괜히 다들 마음 상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그 말을 듣고서 박씨 가문과 이산문 일행들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무런 표정도 없이 송장남을 바라보았다.열쇠를 얻기 전까지 천운시 송씨 가문, 박씨 가문, 이산문은 동맹 관계였다.하지만 열쇠를 모두 챙기고 나서 그들은 서로 이익을 다투고 나누는 경쟁 사이가 되었다.서로서로를 겨냥하고 경계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말이다.“양진인 묘혈 안에 정말로 보물이 있다면 전에 상의한 대로 비율에 따라 나누도록 하지. 그리고 여긴 양진인이 우리 송씨 가문에게 남겨준 것이니 우리가 가장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50%를 차지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산문에서 힘을 더 써주니 30%를 차지하게. 그리고 나머지 20%를 박씨 가문에서 먹게.”“다들 의의 없지?” 송장남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좋아! 원래 약속했으니 안심하게나. 우리 모두 오래된 친구 사이고 그 누구도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니 거듭 확인할 필요 없네.”모두가 오랜 친구이니, 누구도 권세를 믿고, 다른 사람의 몫을 횡령할 정도는 아닙니다.”이산문 노인이 흥분한 모습으로 말했다.박씨 가문의 중년과 박한이라고 하는 청년은 다소 불쾌한 듯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말을 마친 후, 세쪽 사람은 뒤뜰로 향했다.양진인이 처음에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묘혈을 이 저택 안에 파두었다.잠시 후...사람들은 지하로 통하는 복도를 따라 묘혈 석문 앞에 이르렀다.송장남은 손에 든 고풍스러운 열쇠 두 개를 석문에 달린 구멍에 각각 꽂았다.우르릉-강한 진동과 함께 석문이 양쪽으로 움직이면서 지하 묘혈이 활짝 열렸다.후-이때, 음산하고 짙은 썩은 기운을 지닌 이상한 바람이 갑자기 불어왔다.“부노 장로, 시희
“그게 정상입니다! 양진인가 죽기 전에 송씨 가문 조상에게 후손들과 무슨 문제가 생기면 묘실을 열라고 말했으니 말입니다. 그들에게 여지를 남겨준 것이니 위험한 것을 설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박씨 가문의 중년 남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모든 사람이 그 말을 듣고 같은 생각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가자, 일단 동서이실에 뭐가 있는지부터 확인하자.”조공봉이 말했다.부노 장로와 시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서 동쪽의 이실로 먼저 향했다.들어와서 보니 동쪽에는 20평 남짓한 공간에 책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이 책들은 모두 고물이라 나가서 팔면 돈은 좀 되겠지만, 그럴만한 의미가 없어.”한 번 훑어본 조공봉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부노 장로와 박씨 가문 중년 역시 모두 떨떠름한 모습을 드러냈다.이 책들은 비록 가치가 있지만, 그들은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들 진정한 보물만 념두에 두고 달려온 것이다.만약 이 책들 중에 어떤 수련법이나 기이한 술법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들은 아마 흥미를 느낄 것이다.그러나 단순한 고서는 모든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다.잠시 후, 그들은 서쪽 이실로 찾아왔는데, 마찬가지로 주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순간 조공봉도 천운시 송씨 가문의 고수들도 모두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이산문과 박씨 가문 이들도 모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진인이 절대 이것만 남기고 갔을 리가 없어. 아니면 송씨 가문 조상에게 그러한정보를 남기지 않았을 거야. 진정한 보물은 주묘실에 있는 것 같아.”부노 장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틀림없어! 분명 그곳에 있을 거야!”조공봉은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은 동서이실을 떠나 주묘실 석문 앞으로 갔다.부노 장로는 한참을 연구하고 나서야 주묘실 석문의 돌출된 어느 한 곳을 눌렀다.부르릉-석문이 쾅 하고 열렸다.한기가 짙고 왠지 모르게 음흉한 기운이 정면으로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모두들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주
주묘실 한가운데에 조용히 누워 있는 관곽에서 부노 장로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하지만 이미 들어온 이상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내내 달갑지 않을 것이다.그마저도 달갑지 않은 일인데, 함께 내려온 사람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바로 이때 천운시 송씨 가문의 종사급 고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맞습니다. 가능성은 하나뿐입니다!”“보물은 바로 이 관 안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최고의 보물은 본래 무덤 주인이 갖고 있는 법입니다.”‘관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단하지 않을까요?”“한 가문이 궁지에 몰렸을 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보물이라고 하면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할 것입니다.”“엽시다! 누가 하겠습니까?”이때 부노 장로가 이산문 제자들에게 손짓을 했다.“조심해서 천천히 열어.”“네.”이산문 제자가 호기롭게 대답했다.이윽고 하얀 촛불을 꺼내어 주묘실의 동남쪽 모퉁이를 향해 걸어가서 바닥에 놓고 조심스레 불을 붙였다.그들의 도굴 규칙에 따르면 주묘실에 들어간 후 관을 열려면 묘실 동남쪽 모퉁이에 촛불을 켜야 한다.이것은 ‘승관발부'라고 하며, 동시에 일종의 무언의 규칙이기도 하다.관을 열었을 때 헛되이 닭 울음소리가 나거나 촛불이 꺼진다면 그건 흉흉한 징조라고 한다.그러한 경우에 무덤에서 받은 물건을 되돌려 놓아야 하는데, 만약 그대로 가져가게 된다면 큰 불행이 닥쳐오고 말 것이다.이산문 제자들은 촛불을 켜고 나서 도구를 사용하여 관을 열기 시작했다.동시에 부노 장로는 모퉁이의 촛불을 한사코 응시하고 있었다.순간, 이 묘실의 모든 사람들은 긴장하고 흥분했다.부르릉-잠시 후, 관 뚜껑이 밀리는 기척과 함께 이 시커먼 관곽이 열렸다.그런데 바로 이때, 무덤에서 음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동남쪽 모퉁이의 그 촛불도 갑자기 꺼져버리고 말이다.묘실 전체가 함께 어두워지고 말았다.“촛불
같은 시각, 차에 앉아 있는 윤도훈은 안색이 약간 굳어졌다.하늘을 찌를 듯한 그 사나운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강렬할 수는 없었다.“도훈아, 정주가 나타났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그 말을 들은 송장헌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송영태와 현문 장로를 비롯한 다른 이들도 모두 윤도훈을 바라보며 그 답을 찾으려하려고 했다.조공봉에게 한 대 얻어맞아 내상을 입은 현문 장로는 아직도 창백한 기색이 역력했다.가만히 앉아서 언짢은 얼굴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괜히 허튼수작 부리지 마! 흥!”힘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윤도훈이 물러섰을 뿐만 아니라 상대와 타협까지 한 것이 내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그렇게 겁쟁이처럼 물러서고 나서 지금은 또 그럴듯한 모습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는윤도훈의 모습이 마냥 우습기만 했다.윤도훈은 더 이상 현문 장로를 상대하지 않고 이상한 빛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묘혈안에 아주 큰 보물이 들어 있네... 틀림없어... 허허.”이윽고 그는 송장헌에게 말했다.“어르신, 저 먼저 가 볼게요. 여기서 가만히 지켜보시다가 시기가 적합하면 그때 움직이시면 돼요. 가능한 한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말을 마치고 그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송씨 가문 옛 저택으로 빠르게 달려갔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송장헌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도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할아버지, 갑자기 날이 어두워졌어요. 이제 곧 비가 내릴 것 같기도 해요.”이때 송영태가 갑자기 뜬금없이 말했다.송씨 가문 옛 저택에 거의 이른 윤도훈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짙은 먹구름이 미친 듯이 갑자기 몰려오면서 하늘을 어둡게 뒤덮었다.아니, 송씨 가문 옛 저택이 있는 지역의 하늘만 어두워진 이상한 현상이었다.“묘혈안에 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하늘마저 저렇게 어두워지는 걸까?”윤도훈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중얼거렸다.송씨 가문 옛 저택 안에서.“폭우가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