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봉은 얼굴에 몇 번이나 경련을 일으켰다.윤도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기도 했다.“어디 한번 나랑 정정당당하게 싸워! 가만히 서 있지 말고! 그깟 방패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싸우자고! 이번엔, 네가 날 때려!”윤도훈의 말대로 이게 끝이었으면 하는 것이 조공봉의 진심이다.계속될까 봐 두렵고 윤도훈을 죽이기 전에 자기 먼저 지쳐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윤도훈이 어떠한 변태적인 방어 공법을 수련한 건 맞으나 그 전제는 가만히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아무런 반격도 없이 공격을 받기만 한다고 여겼다.만약 방어를 공격으로 전환한다면 그의 약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때려달라고요? 서두를 것 없어요.”윤도훈은 그 말에 냉소를 흘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폐인으로 만들 거예요 말 거예요? 싫으면 저 그만 가봐도 되겠습니까?”그 말을 듣고서 조공봉의 얼굴이 한껏 더 흐리멍덩해졌다.한편에서 지켜보던 송영신은 더더욱 달갑지 않아졌다.이윽고 그는 박씨 가문과 이산문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선배님들 실력이 대단하시다는 걸 소인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저를 위해 나서 주셔서 윤도훈을 폐인으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이산문의 노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네가 뭔데?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우린 그냥 묘혈에 들어가는 것까지만 도와주려고 온 거야. 너 대신 손에 피를 묻힐 수 없다는 말이야. 흥!”요염하기 그지없는 그 부인 역시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삐죽거리더니 윤도훈을 바라보며 웃었다.“총각, 보기보다 꽤 강하네?”순간 송영신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말았다.이산문의 노인이 그러한 반응을 보이지 박씨 가문에서도 나서지 않았다.송장남은 기침을 두 번 하고는 어색한 얼굴로 약간의 책망과 노여운 모습으로 송영신을 노려보았다.그렇다. 이산문도 박씨 가문도 송영신의 말대로 움직일 리가 없다.윤도훈이 송영신에게 미움을 사든 말든 천운시 송씨 가문 전체에게 미움을 사든말든박씨 가문과 이산문하고
엵쇠 두 자루를 손에 들고 있는 송장남이다.그 역시 양진인 묘혈을 열고 싶어서 안달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에 앞서 박씨 가문과 이산문을 둘러보고서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열기 전에 몇 마디 말을 미리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괜히 다들 마음 상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그 말을 듣고서 박씨 가문과 이산문 일행들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무런 표정도 없이 송장남을 바라보았다.열쇠를 얻기 전까지 천운시 송씨 가문, 박씨 가문, 이산문은 동맹 관계였다.하지만 열쇠를 모두 챙기고 나서 그들은 서로 이익을 다투고 나누는 경쟁 사이가 되었다.서로서로를 겨냥하고 경계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말이다.“양진인 묘혈 안에 정말로 보물이 있다면 전에 상의한 대로 비율에 따라 나누도록 하지. 그리고 여긴 양진인이 우리 송씨 가문에게 남겨준 것이니 우리가 가장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50%를 차지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산문에서 힘을 더 써주니 30%를 차지하게. 그리고 나머지 20%를 박씨 가문에서 먹게.”“다들 의의 없지?” 송장남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좋아! 원래 약속했으니 안심하게나. 우리 모두 오래된 친구 사이고 그 누구도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니 거듭 확인할 필요 없네.”모두가 오랜 친구이니, 누구도 권세를 믿고, 다른 사람의 몫을 횡령할 정도는 아닙니다.”이산문 노인이 흥분한 모습으로 말했다.박씨 가문의 중년과 박한이라고 하는 청년은 다소 불쾌한 듯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말을 마친 후, 세쪽 사람은 뒤뜰로 향했다.양진인이 처음에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묘혈을 이 저택 안에 파두었다.잠시 후...사람들은 지하로 통하는 복도를 따라 묘혈 석문 앞에 이르렀다.송장남은 손에 든 고풍스러운 열쇠 두 개를 석문에 달린 구멍에 각각 꽂았다.우르릉-강한 진동과 함께 석문이 양쪽으로 움직이면서 지하 묘혈이 활짝 열렸다.후-이때, 음산하고 짙은 썩은 기운을 지닌 이상한 바람이 갑자기 불어왔다.“부노 장로, 시희
“그게 정상입니다! 양진인가 죽기 전에 송씨 가문 조상에게 후손들과 무슨 문제가 생기면 묘실을 열라고 말했으니 말입니다. 그들에게 여지를 남겨준 것이니 위험한 것을 설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박씨 가문의 중년 남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모든 사람이 그 말을 듣고 같은 생각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가자, 일단 동서이실에 뭐가 있는지부터 확인하자.”조공봉이 말했다.부노 장로와 시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서 동쪽의 이실로 먼저 향했다.들어와서 보니 동쪽에는 20평 남짓한 공간에 책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이 책들은 모두 고물이라 나가서 팔면 돈은 좀 되겠지만, 그럴만한 의미가 없어.”한 번 훑어본 조공봉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부노 장로와 박씨 가문 중년 역시 모두 떨떠름한 모습을 드러냈다.이 책들은 비록 가치가 있지만, 그들은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들 진정한 보물만 념두에 두고 달려온 것이다.만약 이 책들 중에 어떤 수련법이나 기이한 술법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들은 아마 흥미를 느낄 것이다.그러나 단순한 고서는 모든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다.잠시 후, 그들은 서쪽 이실로 찾아왔는데, 마찬가지로 주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순간 조공봉도 천운시 송씨 가문의 고수들도 모두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이산문과 박씨 가문 이들도 모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진인이 절대 이것만 남기고 갔을 리가 없어. 아니면 송씨 가문 조상에게 그러한정보를 남기지 않았을 거야. 진정한 보물은 주묘실에 있는 것 같아.”부노 장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틀림없어! 분명 그곳에 있을 거야!”조공봉은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은 동서이실을 떠나 주묘실 석문 앞으로 갔다.부노 장로는 한참을 연구하고 나서야 주묘실 석문의 돌출된 어느 한 곳을 눌렀다.부르릉-석문이 쾅 하고 열렸다.한기가 짙고 왠지 모르게 음흉한 기운이 정면으로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모두들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주
주묘실 한가운데에 조용히 누워 있는 관곽에서 부노 장로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하지만 이미 들어온 이상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내내 달갑지 않을 것이다.그마저도 달갑지 않은 일인데, 함께 내려온 사람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바로 이때 천운시 송씨 가문의 종사급 고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맞습니다. 가능성은 하나뿐입니다!”“보물은 바로 이 관 안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최고의 보물은 본래 무덤 주인이 갖고 있는 법입니다.”‘관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단하지 않을까요?”“한 가문이 궁지에 몰렸을 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보물이라고 하면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할 것입니다.”“엽시다! 누가 하겠습니까?”이때 부노 장로가 이산문 제자들에게 손짓을 했다.“조심해서 천천히 열어.”“네.”이산문 제자가 호기롭게 대답했다.이윽고 하얀 촛불을 꺼내어 주묘실의 동남쪽 모퉁이를 향해 걸어가서 바닥에 놓고 조심스레 불을 붙였다.그들의 도굴 규칙에 따르면 주묘실에 들어간 후 관을 열려면 묘실 동남쪽 모퉁이에 촛불을 켜야 한다.이것은 ‘승관발부'라고 하며, 동시에 일종의 무언의 규칙이기도 하다.관을 열었을 때 헛되이 닭 울음소리가 나거나 촛불이 꺼진다면 그건 흉흉한 징조라고 한다.그러한 경우에 무덤에서 받은 물건을 되돌려 놓아야 하는데, 만약 그대로 가져가게 된다면 큰 불행이 닥쳐오고 말 것이다.이산문 제자들은 촛불을 켜고 나서 도구를 사용하여 관을 열기 시작했다.동시에 부노 장로는 모퉁이의 촛불을 한사코 응시하고 있었다.순간, 이 묘실의 모든 사람들은 긴장하고 흥분했다.부르릉-잠시 후, 관 뚜껑이 밀리는 기척과 함께 이 시커먼 관곽이 열렸다.그런데 바로 이때, 무덤에서 음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동남쪽 모퉁이의 그 촛불도 갑자기 꺼져버리고 말이다.묘실 전체가 함께 어두워지고 말았다.“촛불
같은 시각, 차에 앉아 있는 윤도훈은 안색이 약간 굳어졌다.하늘을 찌를 듯한 그 사나운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강렬할 수는 없었다.“도훈아, 정주가 나타났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그 말을 들은 송장헌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송영태와 현문 장로를 비롯한 다른 이들도 모두 윤도훈을 바라보며 그 답을 찾으려하려고 했다.조공봉에게 한 대 얻어맞아 내상을 입은 현문 장로는 아직도 창백한 기색이 역력했다.가만히 앉아서 언짢은 얼굴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괜히 허튼수작 부리지 마! 흥!”힘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윤도훈이 물러섰을 뿐만 아니라 상대와 타협까지 한 것이 내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그렇게 겁쟁이처럼 물러서고 나서 지금은 또 그럴듯한 모습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는윤도훈의 모습이 마냥 우습기만 했다.윤도훈은 더 이상 현문 장로를 상대하지 않고 이상한 빛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묘혈안에 아주 큰 보물이 들어 있네... 틀림없어... 허허.”이윽고 그는 송장헌에게 말했다.“어르신, 저 먼저 가 볼게요. 여기서 가만히 지켜보시다가 시기가 적합하면 그때 움직이시면 돼요. 가능한 한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말을 마치고 그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송씨 가문 옛 저택으로 빠르게 달려갔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송장헌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도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할아버지, 갑자기 날이 어두워졌어요. 이제 곧 비가 내릴 것 같기도 해요.”이때 송영태가 갑자기 뜬금없이 말했다.송씨 가문 옛 저택에 거의 이른 윤도훈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짙은 먹구름이 미친 듯이 갑자기 몰려오면서 하늘을 어둡게 뒤덮었다.아니, 송씨 가문 옛 저택이 있는 지역의 하늘만 어두워진 이상한 현상이었다.“묘혈안에 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하늘마저 저렇게 어두워지는 걸까?”윤도훈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중얼거렸다.송씨 가문 옛 저택 안에서.“폭우가
양진인이 무슨 심정으로‘보물’을 남겼는지 윤도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송씨 가문이 절경에 빠졌을 때 양진인의 묘혈을 열어본다고 한다면... 어쩜 도움이 되는 상황일 수도 있을 듯했다.시왕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면 단번에 번거로움을 해결하는 격이니 보물이 맞았다.윤도훈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그곳을 지켜보았는데,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지금의 실력으로도 살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시왕의 기운에 섬뜩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만약 시왕 앞에 서게 되면 자기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따라서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움직이기로 했다.바로 이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가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왔다.천운시 송씨 가문의 조공봉이었다.지금 조공봉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 그려져 있다.천운시 송씨 가문의 최강자로서 송씨 가문의 핵심 인원인 송영신이 그러한 죽음을 당했는데도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어디로 가시는 겁니까?”윤도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렸다.윤도훈을 보게 된 조공봉은 순간 멈칫거렸다.그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꺼져!”조공봉은 바로 욕을 퍼부었고 윤도훈과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돌아가셔서 시왕과 한 번 맞서보시죠.”불난 집에 윤도훈이 계속 부채질을 하자, 조공봉은 화가 벌컥 났다.“미친놈! 죽고 싶으면 너 혼자 가서 죽어!”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허허 웃더니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펑-이윽고 조공봉을 향해 무척이나 무자비한 모습으로 주먹을 날렸다.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던 조공봉은 그 공격에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지금 그의 가슴팍에는 윤도훈의 주먹으로 생긴 피 구멍이 하나 생겼다.“너... 너...”조공봉의 두 눈에는 놀라움과 달갑지 않음이 가득하다.자기한테 공격만 당했던 윤도훈이 무려 한 방에 자기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네가 까부는 거 내가 얼마든 참아 줄 수
그들이 맞이해야 하는 건 무자비하고 끔찍한 살육이었다.하지만 가장 맨 처음으로 탈출한 시희는 가만히 서 있었다.포악하고 흉악한 양진인 시왕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희야, 빨리 뛰어! 뭐 하고 있는 거야!”부노 장로가 그녀를 향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이때 시희의 눈빛에는 탐욕과 도전의 빛이 역력했다. “부노 장로, 조금 전에는 묘혈 안이라 어떻게 할 수 없었고 다른 위험 요소가 있을것 같아 뒤로 물러섰지만, 지금은 이미 밖으로 나왔잖아요. 이대로 도망치는 게 맞을까요?”시희는 안색이 여러 번 바뀌더니 부노 장로에게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냐?”부노 장로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저... 저 시왕을 수복하고 싶습니다! 꼭두각시로 만들게 되면 아마 청탑보다 훨씬더 강할 거예요. 그러니 부노 장로께서 좀 도와주시죠. 어떠세요?”시희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그 말을 들은 부노 장로는 안색이 한동안 변화무쌍했다.미친 듯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시왕을 돌아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뭐가 무서워서 망설이는 거죠? 초급 경지 후기 고수잖아요. 그뿐만 아니라 법기 호신도 있고 저한테는 청탑도 있잖아요.”“시도조차 하지 않고 뒤돌아서는 건 헛걸음한 것과 다름이 없잖아요.”시희가 부추기듯 말했다.그러자 부노 장로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근데 조금이라도 상황이 뒤틀어지면 바로 도망가야 한다. 알았어?”“그럼요! 저도 살고 싶어요.”“가자!”시희는 부노 장로를 한번 흘겨보았다.이윽고 두 사람은 시왕이 있는 쪽으로 향해 돌진했다.그와 동시에 속으로 중얼거리자, 꼭두각시인 청탑도 함께 따라왔다.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윤도훈은 갑자기 두 사람의 돌발 행동에 집중하게 되었다.‘시왕과 싸울 생각인가?’‘모처럼 대단하네!’‘마침 지켜보면 되겠어. 만약 저들이 시왕한테 단숨에 죽는 것만 아니라면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걸 설명해.’윤도훈은 속으로 그렇
하늘을 찌를 듯한 양진인 시왕의 흉악함으로 본다면 시왕은 어느새 자기만의 의식과 사상을 지니게 된 것 같았다.“호!”누군가 감히 먼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시왕은 포악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으르렁거렸다.이윽고 주먹을 날리면서 가장 앞장서서 온 청탑을 한방에 무너뜨려 버렸다.펑-육신의 강도가 결단 강자에 비견될 정도인 청탑이다.본래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 청탑은 그 어떠한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존재였다.하지만 시왕의 주먹 한 방에 힘없이 ‘가루’가 되어 버렸다.땡-그와 동시에 부노 장로는 당나귀의 정혈이 묻은 큰 칼을 휘두르며 시왕을 향해 갔다.철이 부딪히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단번에 울려왔다.하지만 부노 장로의 실력으로도 시왕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오히려 진동으로 인해 부노 장로는 팔이 저려났고 손아귀에 피가 터지기도 했다.순간 부노 장로와 시희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기색을 드러냈다.‘말이 되는 상황이야?’‘무려 한 방에 청탑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버리다니!’‘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공포스러운 시왕의 실력에 짙은 절망과 두려움이 두 사람을 가득 채웠다.“부노 장로, 조심하세요!”정신을 차린 시희는 부노 장로를 향해 소리를 치면서 일깨워주었다.시희의 비명에 소스라치게 놀란 부노 장로는 얼른 마음을 다잡았다.도망가기에는 너무 늦어서 서둘러 몸에 있는 법기 갑옷의 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순간 그 갑옷의 표면에는 빛이 흐르면서 방어력을 크게 높였다.어느새 영지가 나타난 시왕은 부노 장로를 바라보면서 인간적인 경멸의 빛을 드러내는 듯했다.시왕이 고함을 지르자 입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서 바로 부노 장로를 공격해갔다.이윽고 부노 장로의 갑옷이 또다시 힘없이 산산조각 나버렸다.킥킥킥-자욱한 빛으로 덮여 있던 갑옷은 빠르게 균열로 채워지더니 바로 조각으로 변해 그의 몸에서 우두득 떨어졌다.그러한 상황에서 부노 장로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시왕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