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을 끝까지 밟으며 윤도훈은 지금 산 사이를 누비고 있다.만약 윤도훈이 제시간에 돌아올 수 없다면 이원이 세력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지금 윤도훈이 하란 마을 떠난다는 건 실은 그 자신에게도 위험한 일이다.행여나 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이원이 지하 세력 대회를 열어 NC 조직에 가입한다고 선고한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자기 목적에 달성한 후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걱정도 되었다.그 어느 한쪽이든 위험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차라리 자기가 위험했으면 하는 윤도훈이다.이성이 감성을 지배하는 윤도훈이지만 딸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고 일말의 희망을 잡았을 때도 감성이 이성을 이겼었다.액셀을 끝까지 밟으면 달린 이유일까 그는 곧 하란 산백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인적이 드물지만, 청황 대회에 참석했었던 가문의 차들이 보였었다.그들 역시 하란 마을을 떠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그러나 바로 이때 윤도훈의 눈동자는 크게 일렁이었고 안색도 변해버렸다.청포를 입고 있는 한 노인이 갑자기 도로 중간에 나타나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강대한 기운이 지금 윤도훈의 차를 가로막고 있다.‘올 것이 왔구나.’오훈이 말했던 그 정보는 과연 정말이었다.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차 속도를 늦추며 길거리에 차를 세웠다.금단 강자의 실력으로 상대가 차를 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차로 들이박는다고 하더라도 절대 주일 수 없다.차에서 내린 윤도훈은 2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은둔 오씨 가문의 장로를 바라보았다.“저 때문에 오신 겁니까?”윤도훈은 경계하며 무거운 소리로 물었다.청송장로역시 윤도훈을 바라보며 이상한 빛이 두 눈에서 스쳐 지나갔다.윤도훈이 차에서 주동적으로 내릴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자기를 마주하면서도 이리 침착할 줄도 더더욱 몰랐다.그러나 오히려 윤도훈을 죽이려는 마음이 단단해졌다.윤도훈이 완벽한 초급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청화 대회 내내 실력을 감추고 있던 윤도훈에
“고씨 가문에서 태어난 너 자신을 탓하거라. 네가 아무리 천재라고 한들 널 지켜주는 이가 없다면 넌 결국 성장하지 못한다.”“천재를 죽인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느냐?”“끝까지 실력을 감추지 그랬느냐. 보아하니 참을성은 없는 것 같구나.”“다음 생에는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나서야 남에게 실력을 알리도록 하거라.”쨍-바로 이때 브레이크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면서 차 몇 대가 주위에 멈춰 섰다.이쪽의 상황을 확인하고서 차를 멈춘 것으로 보였다.그중 차 한 대에 흑월교의 성자 임시원, 무광 회장 그리고 다크 별이 타 있었다.“성자, 저자는 고도훈이 아닙니까?”무광 회장이 확인하고서 놀라운 모습으로 말했다.임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저기 저 청포 장로는 은둔 오씨 가문에서 보낸 대표 같구나. 보아하니 고도훈을 상대로 몹쓸 짓을 할 것 같은데.”“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무광이 물었다.운전석에 앉은 다크 별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아니, 할 수가 없었다.NC 조직 강진시에서는 회장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신분이 가장 낮으므로 함부로 끼어들 수 없었다.“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역대 청황 대회에서 5대 은둔 세력들이 보낸 대표는 모두 금단 경지 이상의 고수였어. 그런 사람이 고도훈을 상대하고 있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해. 가만히 차에 앉아서 구경이나 해야지. 하물며 고도훈과 그 어떠한 감정도 없는데 내가 나서서 도와줄까?”“네!”무광 회장이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다크 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아첨을 떨었다.세 사람은 윤도훈 쪽의 상황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내심 금단 경지 고수가 고도훈을 죽이려고 한다니 고도훈은 분명 죽게 되리라 생각했다.바로 이때 청송 장로가 윤도훈을 향해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왔는데, 살기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다.게다가 천재를 죽이고 있는 그 과정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무엇보다도 고씨 가문의 천재를 죽인다는 건 더더욱 설렜다.“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빈다면 내가 죽이
윤도훈은 본래 만반의 준비로 은둔 오씨 가문 장로와 싸우려고 했는데 갑자기 거꾸로 날아가 버린 청송장로를 보고서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리고 그때 옷차림이 남루한 누군가가 눈앞에 나타났다.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윤도훈은 멍하니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이 사람은...’그렇다. 신약산 산골짜기에서 윤도훈을 화산구로 밀어버린 그 노인이었다.그때 미친 듯한 모습과 달리 지금의 노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인다운 느낌을 주고 있다.노인에게 맞은 청송 장로는 바닥에 뚝 떨어진 뒤 두어 번 발버둥 치더니 바로 숨을 거두어 버렸다.피범벅으로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윤도훈은 그 광경을 보고서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었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두 눈으로 미친 노인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이곳을 지나가고 있던 고대 무림 세가의 사람들도 차 안에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지나친 놀라움으로.임시원, 무광 회장 그리고 다크 별은 놀라워 마지 못하며 두 눈이 휘궁그레졌다.“저... 저 미친 노인이... 왜 또 나타난 거야?”“고도훈을 왜 돕는 거지? 대체 왜?”임시원은 잔뜩 놀란 목소리로 나지막이 소리 냈다.임시원 역시 그 노인이 신약산 산골짜기에서 윤도훈을 화산구로 밀어 넣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처음에는 그 미친 노인이 윤도훈을 헤치려는 줄 알았는데, 결과는 달랐다.윤도훈은 화산구로 떨어진 뒤 다치기는커녕 오히려 신약까지 흡수하여 경지까지 돌파했다.그뿐만 아니라 가장 위험한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 윤도훈 대신 은둔 오씨 가문의 장로까지 치워주었다.은둔 오씨 가문의 장로는 무려 금단 강자인데 말이다.공격 한 방에 죽었다는 건 미친 노인의 실력이...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는 미친 노인이 심지어 윤도훈을 지켜주고 있는 모습이다.순간 임시원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고도훈은 그저 고씨 가문의 제자일 뿐인데, 고씨 가문에 금단 고수를 죽일만한 인물이 있을까?여하튼 윤도훈도 고씨 가
이윽고 손을 흔들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차에 타자구나.”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얼른 가서 노인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조수석으로 아주 공손하게 모시면서.차에 오른 뒤 윤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온몸에서 이상한 냄새까지 나는 것이 한동안 노숙한 자들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속히 말하여 더럽고 냄새나는 그런 이미지.하지만 바로 이러한 노인이 단번에 금단 고수를 죽인 것이다.“선배님, 외람되지만 대체 정체가 어떻게 되십니까? 왜 저를 도와주신 건지 감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윤도훈은 마음속의 의혹을 그만 억누르지 못하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미친 노인은 이때 정신이 멀쩡해 보였으나 윤도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다소 복잡한 듯했다.대답은커녕 질문을 질문으로 돌리고 마는데.“아버지는 어디에 있느냐?”미처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윤도훈은 금세 안색이 갑자기 가라앉았고 슬픔이 절로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윤도훈의 반응을 보고 미친 노인의 두 눈에 갑자기 차가운 빛이 쏘아 나오더니 감정까지 격해지면서 물었다.“아버지는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어?”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마치 이제 곧 윤도훈의 입에서 나올 대답이 두려운 듯한 모습이었다.“아버지는...”윤도훈은 어렵게 입을 벌렸지만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졌다.“대체 누구시길래 제 아버지를 물으시는 겁니까? 제 아버지와는 어떤 사이셨습니까?”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니 자연스레 부모님의 비보를 그에게 알릴 수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바로 이때 노인의 컨디션이 다시 이상해지는 것이 보였다.감정은 점점 더 흥분되는 것 같았고 몸은 점점 더 심하게 떨렸으며 눈빛도 그윽하던대로부터 정신이 나간 모습으로 변했다.“아!”“아!”“날 가두지 마! 날 가둘 생각 마...”“여기가 어디야?”노인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완전 미쳐버린 듯한 모습이었다.펑-이윽고 밀폐된 공간이 두려운 듯 차창을 부숴
차를 세우고 쉬는 틈을 타서 다크 별은 레드 용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내가 없을 때 무슨 일 없었어?”다크 별이 조용히 물었다.레드 용은 지금 한창 NC 조직의 강진시 본거지에서 이원 쪽의 타협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고 있는 중에 다크 별의 전화를 받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덤덤하게 대답했다.“별일 없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그래, 괜찮으면 됐어!”“참, 도운시로 세력 넓히려고 했던 거 그 계획 취소했어. 알고 있어?”다크 별이 말머리를 돌려 물었다.“네? 갑자기 왜 취소했습니까?”그 말을 듣고서 레드 용은 소리가 한껏 가라앉았고 의문과 불만을 안고 물었다.“도운시에 우리가 건드려서는 안 돼는 존재가 있어. 넌 그냥 시키는대로 하면 돼.”다크 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자기 결정에 대한 레드 용의 의심에 속으로 은근히 화가 났다.다크 별은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이를 악물었다.“알겠습니다. 회장님, 언제 돌아오십니까?”잠시 생각하더니 다크 별이 대답했다.“이르면 내일 새벽에 늦으면 내일모레쯤에 도착할 거야.”NC 조직은 빛을 볼 수 없는 지하조직으로서 그와 무광 회장의 신분은 모두 민감하다.흑월교 성자 임시원까지 포함하여.그래서 다른 교통 도구를 사용할 수 없어 계속 차를 몰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강진시으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하루 종일이 걸린다.그리고 중간에 쉬고 밥 먹고 잠도 자야 하니.전화를 끊고 난 뒤 다크 별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자세히 생각을 더듬어 보면서 별일이 없으리라 믿었다.고도훈도 도운시에 없고 하니 적어도 고도훈에게 미움을 살 일은 없으니 말이다.고씨 가문은 도운시에서 줄곧 조용하게 지내고 있는 편이라 외부 사회와 접촉할 일도없고 하여 마주칠 일도 없을 것이다.“젠장, 내가 생각을 많이 했나 봐! 그놈이랑 그 노인한테 겁먹은 거야? 왜 이리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거야.”다크 별은 고개를 저으며 자기도 모르게 비아냥거
“아직 타협할 준비가 안 됐어? 우리 NC 조직은 신용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편이라 오늘 밤 전까지 절대 아버님은 죽이지 않을 거야. 하지만 기다리기 심심하니 재미를 좀 들여야 하지 않아? 그리고 대체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 이해도 되지 않아. 어차피 결과는 똑같은 것인데, 앞으로 아버님한테 일어날 재미가 궁금하지 않아?”외눈박이한테서 걸려 온 전화고 그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알았어! 그렇게 할게!”“내 사람들 다 데리고 NC 조직에 들어갈 게 그러니 우리 아버지 절대 건드리지 마 알았어?”이원은 아버지가 고문당하는 것을 보고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벌벌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꼭 쥔 채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서지현은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진희 역시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헤헤헤, 진작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지하 대회는 언제 열 거야? 말해 봐.”와눈박이가 키득키득 웃으며 다소 의기양양하게 물었다.이원은 깊은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능한 한 빨리 준비할게. 다른 사람도 불러야 하고 너희들 요구대로 라면 송씨 가문 도령도 포함되어 있지? 구체적인 시간은 나중에 다시 알려 줄게. 걱정하지마 서두를게. 그전까지는 우리 아버지 괴롭히지 마. NC 조직으로 들어가면 나 역시 너희들과 한편이니 좋게 좋게 끝나는 게 좋지 않겠어?”“당연하지. 30분만 준다. 30 분 뒤에 알려줘.” 외눈박이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원아, 이제 어떻게 해? 그대로 해야 하는 거야?”서지현이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이원은 생각하다가 이진희를 보며 말했다.“누나, 매형은 연락돼요? 매형한테 먼저 전화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언제 돌아오는지...”이때 차를 몰고 이미 Z시 공항에 도착한 윤도훈이다.집에 사고가 났으니 당연히 가장 빠른 속도로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것이었다.이때 그는 이원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고 언제 돌아오는지 그쪽의 상황은 어떠한지를 설명해 주었다.전화기 너머
“이원 도련님, 저 레드 용이라고 합니다.”“제가 직접 사람들 데리고 가서 도련님의 가입을 축하해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님은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혹시나 수작을 부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본거지에는 고수가 많아 아버님의 안전을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회의가 끝나는 대로, 원만하게 끝나는 대로 아버님과 상봉하게 해드리겠습니다.”예를 낮추는 듯한 레드 용이 뱉는 말과 달리 그 어세는 무척이나 포악했다.이원은 그 말을 듣고서 깊은숨을 들이쉬었다.“좋습니다. 약속 꼭 지키시기 바랍니다.”“당연한 거 아닙니까? 앞으로 한 식구가 될 것인데, 약속을 어길 리가 없죠. 허허.”레드 용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매우 주도면밀하게 고려했다. 직접 사람을 데리고 이원의 주최로 열리게 될 지하 세력 대회에 참여할 셈이다.그럼 도운시 각 세력과 안면을 튼 셈이 되는 것이다.심지어 송씨 가문 도령 등 다른 세력들까지 진섭할 수도 있다.그리고 이천수를 본거지에 남겨두려고 하는 이유도 이원이 수작 부릴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미 본거지에서 나온 이상 다크 별이 돌아온다고 한들 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레드 용은 다크 별과 한 마음이 아니라 서로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도운시에서 일을 성사하게 된다면 다크 별이 그 공적을 막는다고 한들 한발 늦게 되는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레드 용의 얼굴에 교활한 웃음기가 떠올랐다.단지 자신이 무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아이큐도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이런 천재가 단지 부회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다.이원과 전화를 끊자마자 레드 용의 핸드폰이 곧이어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 번호를 보고 그의 얼굴에는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왜?”무척이나 귀찮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전화기 너머에 남미숙의 소리가 들려왔다.남미숙은 웃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원 그놈은 타협하던가요? 오늘 밤까지 마지막 기한이라 하셨죠?”레드 용과 외눈박이 등 NC 조직의 사람들은 이원이
레드 용은 허허하고 웃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남미숙과 더는 말을 엮고 싶지 않아서.한편.끊긴 전화를 보고 남미숙은 숨을 들이마시면서 눈빛이 흐려졌다.레드 용의 태도가 느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찮게 여기고 개의치않아하는 그 태도를.평생 자기중심으로 위풍당당하게 살아온 지라 억울하고 몹시나 화난 상황이다.지금껏 그 어떠한 치욕과 멸시도 이에 해당하지 않으니 말이다.하지만 치욕을 당한다고 한들 목숨만 지킬 수 있다면 괜찮았다.“할머니, 어떻게 됐어요? 이원이 타협했어요?”이은정이 이때 옆에서 물었다.이천강 역시 눈을 부릅뜨고 기대하는 기색을 띠고 있다.남미숙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타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레드 용이 이원이가 NC 조직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우리하고 따지는 않는다고 했어.”그 말을 듣은 이천강 부녀는 기뻐해 마지 못하며 격동한 나머지 하이 파이브까지 하며 경축했다.그날 점심.도운시에서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Y시세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탄 후에 택시를 타고 달려온 윤도훈이 문을 열고 내려왔다.오는 내내 그는 이진희 그리고 이원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다.이원의 입에서 그는 NC 조직 강진시 본거지가 바로 Y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구체적인 위치가 어디인지는 이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이는 윤도훈에게 큰 어려움이 아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목표는 NC 조직의 본거지가 아니라 자신의 장인인 이천수이다.레드 용이 전화에서 이천수가 본거지에 갇혀 있다고 했었다.차에서 내린 후 윤도훈은 장례식 용품을 파는 상점을 찾아 여러 가지 구매하고서 닥치는 대로 모델을 찾아갔다.옥패전승을 받은 뒤 용혼소울링, 의술 용황경을 수련한 것외에 용안관천술도 만만치않았다.다양한 현문과 음양술이 담겨 있었는데, 지금 윤도훈은 ‘기기추적술’이라는 술법을 펼칠 생각이다.이 술법의 작용범위는 백리내에 있으며 윤도훈과 장인 사이의 관계 그리고 상대의 사주팔자까지 더해지면 이천수의 구체적인 위치를 추적할 수 있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