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나무껍질’이 자란 황보신혁의 배경이 대단해 보였었다.황보신혁 옆에 따르던 부하 또한 그 실력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었다.윤도훈을 믿고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황보신혁인데, 만약 윤도훈이 죽게 된다면 황보신혁이 가장 먼저 나서서 말리게 될 것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지금 자기를 도와줄 최고의 ‘도우미’가 바로 황보신혁인 셈이다.그에게 부탁하여 이쪽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해도 되나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니 고향기와 하란 마을에 며칠만 더 있어도 상관없다.돈만 좀 들일 뿐.하란 마을은 여하튼 하란파 세력 범위 안에 있으므로 은둔 오씨 가문의 장로는 아무리 미치고 날뛰어도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핸드폰을 꺼내 황보신혁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던 그때 전화가 걸려들어왔다.수신자 번호를 보고서 바로 수신 버튼을 눌렀는데.“여보?”이진희를 부르면서 속으로 자책하고 있는 윤도훈이다.신약산에서 나오자마자 율이와 이진희에게 전화를 해야 했다면서.‘여보’라는 소리를 듣고서 옆에 있던 고향기는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여보라면...’“도훈 씨, 왜 인제야 전화 받는 거예요! 큰일 났는데, 언제 돌아올 거예요?”전화기 너머 이진희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윤도훈은 핸드폰을 꼭 움켜쥐고서 이진희의 말을 들으면서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알았어.”“지금 당장 돌아갈게.”“걱정하지 마. 기한이 오늘 밤까지라고 했지? 오늘 안으로 꼭 돌아갈게.”윤도훈이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야?”전화를 끊고 난 윤도훈의 얼굴이 어두워 보여 고향기가 걱정하며 물었다.고연 역시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괜찮습니다. 두 분은 여기에 남고 저는 먼저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고수를 보낼 테니 그때 함께 떠나시면 됩니다.”윤도훈은 침착한 모습으로 말했다.이윽고 바로 황보신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적어도 금단 경지는 되는 고수를 이곳으로 보내 ‘자기’를 지켜달라고 말이다.상대는 두말하지
액셀을 끝까지 밟으며 윤도훈은 지금 산 사이를 누비고 있다.만약 윤도훈이 제시간에 돌아올 수 없다면 이원이 세력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지금 윤도훈이 하란 마을 떠난다는 건 실은 그 자신에게도 위험한 일이다.행여나 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이원이 지하 세력 대회를 열어 NC 조직에 가입한다고 선고한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자기 목적에 달성한 후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걱정도 되었다.그 어느 한쪽이든 위험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차라리 자기가 위험했으면 하는 윤도훈이다.이성이 감성을 지배하는 윤도훈이지만 딸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고 일말의 희망을 잡았을 때도 감성이 이성을 이겼었다.액셀을 끝까지 밟으면 달린 이유일까 그는 곧 하란 산백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인적이 드물지만, 청황 대회에 참석했었던 가문의 차들이 보였었다.그들 역시 하란 마을을 떠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그러나 바로 이때 윤도훈의 눈동자는 크게 일렁이었고 안색도 변해버렸다.청포를 입고 있는 한 노인이 갑자기 도로 중간에 나타나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강대한 기운이 지금 윤도훈의 차를 가로막고 있다.‘올 것이 왔구나.’오훈이 말했던 그 정보는 과연 정말이었다.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차 속도를 늦추며 길거리에 차를 세웠다.금단 강자의 실력으로 상대가 차를 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차로 들이박는다고 하더라도 절대 주일 수 없다.차에서 내린 윤도훈은 2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은둔 오씨 가문의 장로를 바라보았다.“저 때문에 오신 겁니까?”윤도훈은 경계하며 무거운 소리로 물었다.청송장로역시 윤도훈을 바라보며 이상한 빛이 두 눈에서 스쳐 지나갔다.윤도훈이 차에서 주동적으로 내릴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자기를 마주하면서도 이리 침착할 줄도 더더욱 몰랐다.그러나 오히려 윤도훈을 죽이려는 마음이 단단해졌다.윤도훈이 완벽한 초급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청화 대회 내내 실력을 감추고 있던 윤도훈에
“고씨 가문에서 태어난 너 자신을 탓하거라. 네가 아무리 천재라고 한들 널 지켜주는 이가 없다면 넌 결국 성장하지 못한다.”“천재를 죽인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느냐?”“끝까지 실력을 감추지 그랬느냐. 보아하니 참을성은 없는 것 같구나.”“다음 생에는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나서야 남에게 실력을 알리도록 하거라.”쨍-바로 이때 브레이크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면서 차 몇 대가 주위에 멈춰 섰다.이쪽의 상황을 확인하고서 차를 멈춘 것으로 보였다.그중 차 한 대에 흑월교의 성자 임시원, 무광 회장 그리고 다크 별이 타 있었다.“성자, 저자는 고도훈이 아닙니까?”무광 회장이 확인하고서 놀라운 모습으로 말했다.임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저기 저 청포 장로는 은둔 오씨 가문에서 보낸 대표 같구나. 보아하니 고도훈을 상대로 몹쓸 짓을 할 것 같은데.”“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무광이 물었다.운전석에 앉은 다크 별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아니, 할 수가 없었다.NC 조직 강진시에서는 회장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신분이 가장 낮으므로 함부로 끼어들 수 없었다.“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역대 청황 대회에서 5대 은둔 세력들이 보낸 대표는 모두 금단 경지 이상의 고수였어. 그런 사람이 고도훈을 상대하고 있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해. 가만히 차에 앉아서 구경이나 해야지. 하물며 고도훈과 그 어떠한 감정도 없는데 내가 나서서 도와줄까?”“네!”무광 회장이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다크 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아첨을 떨었다.세 사람은 윤도훈 쪽의 상황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내심 금단 경지 고수가 고도훈을 죽이려고 한다니 고도훈은 분명 죽게 되리라 생각했다.바로 이때 청송 장로가 윤도훈을 향해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왔는데, 살기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다.게다가 천재를 죽이고 있는 그 과정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무엇보다도 고씨 가문의 천재를 죽인다는 건 더더욱 설렜다.“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빈다면 내가 죽이
윤도훈은 본래 만반의 준비로 은둔 오씨 가문 장로와 싸우려고 했는데 갑자기 거꾸로 날아가 버린 청송장로를 보고서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리고 그때 옷차림이 남루한 누군가가 눈앞에 나타났다.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윤도훈은 멍하니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이 사람은...’그렇다. 신약산 산골짜기에서 윤도훈을 화산구로 밀어버린 그 노인이었다.그때 미친 듯한 모습과 달리 지금의 노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인다운 느낌을 주고 있다.노인에게 맞은 청송 장로는 바닥에 뚝 떨어진 뒤 두어 번 발버둥 치더니 바로 숨을 거두어 버렸다.피범벅으로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윤도훈은 그 광경을 보고서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었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두 눈으로 미친 노인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이곳을 지나가고 있던 고대 무림 세가의 사람들도 차 안에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지나친 놀라움으로.임시원, 무광 회장 그리고 다크 별은 놀라워 마지 못하며 두 눈이 휘궁그레졌다.“저... 저 미친 노인이... 왜 또 나타난 거야?”“고도훈을 왜 돕는 거지? 대체 왜?”임시원은 잔뜩 놀란 목소리로 나지막이 소리 냈다.임시원 역시 그 노인이 신약산 산골짜기에서 윤도훈을 화산구로 밀어 넣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처음에는 그 미친 노인이 윤도훈을 헤치려는 줄 알았는데, 결과는 달랐다.윤도훈은 화산구로 떨어진 뒤 다치기는커녕 오히려 신약까지 흡수하여 경지까지 돌파했다.그뿐만 아니라 가장 위험한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 윤도훈 대신 은둔 오씨 가문의 장로까지 치워주었다.은둔 오씨 가문의 장로는 무려 금단 강자인데 말이다.공격 한 방에 죽었다는 건 미친 노인의 실력이...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는 미친 노인이 심지어 윤도훈을 지켜주고 있는 모습이다.순간 임시원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고도훈은 그저 고씨 가문의 제자일 뿐인데, 고씨 가문에 금단 고수를 죽일만한 인물이 있을까?여하튼 윤도훈도 고씨 가
“아빠, 율이 너무 아파요! 율이 죽을 것 같아요...”“율이 나을 수 없는 거예요?”“율이는 이렇게 아픈 거 싫어요. 아빠 율이 때문에 돈 더 쓰지 마요.”“율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중환자실에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아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온몸이 출혈점으로 뒤덮여 있었다.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윤도훈의 손을 꽉 잡았다. 큰 눈망울에는 괴로움과 아빠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다.윤도훈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팠고 왼쪽 신장을 도려냈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율이 착하지, 아빠가 율이 꼭 낫게 해줄게. 율이 다 나으면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율이 위해서 닭강정 해줄게, 어때?”윤도훈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빠 거짓말하지 마세요. 율이 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돈 아껴 써요. 율이 죽으면 아빠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아빠, 율이한테 더 돈 쓰지 말아요...”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하고 있던 용이 조각된 옥 목걸이를 뺐다.“이 목걸이는 율이가 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아빠가 하고 있으세요. 목걸이가 아빠를 지켜줄 거예요!”옥으로 만들어진 그 목걸이는 윤도훈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윤씨 일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그것은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해준다고 했다.율이가 앓게 되면서 윤도훈은 부디 목걸이가 아이를 지켜주길 바라며 그것을 아이에게 건넸다.하지만 지금 보니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한다는 건 그저 염원인 뿐이었다율이의 말을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는 율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율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그리고 아이가 철이 들수록 윤도훈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무거운 무언가가 심장을 꽉 짓누르
“뭐라고요? 멀쩡한 데다가 이미 정신을 차렸다고요?”도시 중심부 병원 안, 이진희의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놀라서 물었다.“환자는 별일 없습니다. 외상을 조금 입은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요? 그 사람 차에 치였을 때 상태가 엄청 심각해 보였고 피도 많이 났어요.”기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말씀하셨다시피 그냥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을 거예요.”이진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의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볼게요.”병실 문이 열리고 이진희는 멍한 얼굴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윤도훈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게다가 몸 상태도 어쩐지 이상했다.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떠올랐다.용혼소울링, 용황경, 용안관천술...이게 다 뭘까?게다가 계속 은근히 아팠던 왼쪽 신장에서 한 줄기 열기가 흘러나와 사지로 퍼져나가는 듯해 불편했다.윤도훈이 제대로 살펴보려 할 때 이진희가 들어왔다.고개를 든 윤도훈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아름답다!과거 윤도훈의 혼을 쏙 빼놓았던 주선미도 눈앞의 미인과 비교하면 삽시에 빛이 바랠 것이다.“당신은...”윤도훈은 입을 뻐끔거리며 불확실한 어조로 물었다.이진희는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자해 공갈하려던 사람 맞죠?”잠시 넋을 놓고 있던 윤도훈은 한참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상대방이 운전하는 차량을 향해 돌진했으니 자해 공갈단으로 여기는 게 당연했다.“아뇨...”윤도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 그러면 정말 죽고 싶었던 거예요?”이진희가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네...”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죽지 못했으니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계속 자살 시도할 생각인가요?”이진희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질
“헉!”조강인은 입을 떡 벌리며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간호사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이럴 수가? 왜 갑자기 살아난 것일까?갑자기 시체가 벌떡 일어나다니?“아빠... 아빠예요? 아빠, 가지 마요!”바로 그때, 율이가 비몽사몽 눈을 떴다.전에 윤도훈이 돈을 모으러 가겠다고 해서 아주 불안했던 것 같다.율이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가 옆에 있어 주길 바랐다.“율이야, 정말 깨어났구나! 아빠 여깄어. 아빠 떠나지 않고 율이랑 함께 있을게!”윤도훈은 눈물을 왈칵 쏟으면서 기쁜 얼굴로 말했다. 열류가 끊임없이 율이의 체내에 주입됐다.율이가 깨어났다!정말 효과가 있었다. 율이가 살아났다.윤도훈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몸이 떨렸다. 한때 지옥이었다가 다시 천국에 온 기분이라 다 큰 성인 남자지만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는 온 세계를 손에 쥔 듯 율이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이 모든 것이 환상이 되어 흩어질 것만 같았다.소중한 걸 잃었다가 다시 얻은 그 기분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아빠 손이 엄청 따뜻해요. 기분 좋아요! 아빠, 왜 울어요? 울지 마세요. 율이는 아빠 우는 거 싫어요.”율이의 창백한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고 아이는 다른 손을 뻗어 윤도훈의 젖은 뺨을 닦았다.“알겠어. 아빠 안 울게. 아빠 너무 행복해! 하하하, 율이 이제 괜찮아. 우리 율이 다시 살아났어!”작은 손으로 그의 뺨을 어색하게 닦아주는 율이의 손길에 윤도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웃었다.“아빠,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율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아빠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게 싫었다.“그래.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말하면서 율이의 몸에 달려있던 장치들을 떼어내고 아이를 안고 떠나려 했다.“잠깐만요. 병원비 미납하셨거든요. 아직 떠나시면 안
“진짜 고마워요!”병실 밖에서 윤도훈이 진지한 모습으로 이진희에게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이제 당신은 내 사람이니까요.”이진희가 덤덤히 말했다.“아...”윤도훈의 표정이 이상해졌다.이진희는 여신급이었는데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그를 자기 사람이라고 칭하니 어쩐지 조금...바로 다음 순간, 이진희는 자신이 한 말이 이상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걸 자각했고 이내 화제를 돌렸다.“참, 의술을 공부한 적 있어요? 당신 딸 백혈병이에요?”조금 전 이진희는 문밖에서 똑똑히 들었다. 윤도훈의 딸은 활력징후가 전혀 없었다가 갑자기 살아났고 지금 상태를 보면 꽤 괜찮은 것 같았다.정말 신기한 일이었다.그래서 이진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조금 알아요.”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일단 딸 일부터 처리하고 날 따라와요. 날 좀 도와줘야겠어요!”이진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표정을 보니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인 듯했다.뒤이어 윤도훈은 병실로 돌아왔고 한참 동안 율이를 달래서 재운 뒤 조심스럽게 자리를 떴다.이진희의 인맥 덕분에 황 원장은 직접 병원의 다른 전문가를 불러와 율이를 1대1로 치료하게 했다.현재 윤도훈은 용의 기운을 잘 응용하지 못했고 머릿속의 용황경 또한 흐릿했다.율이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병원에 있으면서 계속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더 나았다.30분 후, 윤도훈은 이진희와 함께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공립 병원에 비해 그곳은 의료 조건이 더 좋고 설비도 더 선진적이었다.물론 그곳의 비용은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고, 그곳에서 치료받는 사람들도 전부 엄청난 거물이었다.“인 대표님은 내가 지금 쟁취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예요! 그의 아들도 백혈병을 앓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아이를 치료하거나 아이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나한테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어요?”고급 병실 입구에서 이진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최선을 다할게요!”윤도훈은 장담하지는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