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인지 뭔지 타협했다잖아. 근데 뭘 어떻게 더 놀아.”또 다른 수염남이 손에 비수를 들고 냉소하며 말했다.“젠장! 저 영감탱이는 대체 왜 지키고 있으라고 한 거야? 어디 저 몸으로 도망이라도 갈 수 있다는 거야 뭐야! 지루해 죽겠네!”대머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다른 한 사람도 입을 삐죽거렸다.“그러게 말이다. 이렇게 몇이나 놔두고 간 건 좀 오버 아니야? 여긴 본거지고 누가 감히 들어올 수 있냐 말이다!”“그러게! 이미 녹 슬어 버린 영감탱이를.”“안 돼, 지루해서 안 되겠어.”수염남이 말하면서 다시 희롱하는 눈빛으로 이천수를 바라보았다.대머리도 입을 헤벌리고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드러냈다.“그럼, 우리 그냥 계속 놀까? 언제 끝나는지 어떻게 알아.”그 말을 듣고서 다른 이들도 모두 헤헤 웃기 시작했다.묶인 이천수는 그들의 말에 분노와 공포의 기색을 드러냈다.욕하고 싶었지만 입에 물린 천 때문에 어정쩡한 소리만 났다.그러나, 바로 이때, 차가운 소리가 갑자기 울려왔다. 그 어떠한 전조도 없이.“그렇게 놀고 싶어? 내가 놀아줄까?”지하실의 철문이 언제 열렸는지 갑자기 우뚝 솟은 그림자가 문 앞에 나타났다.‘기기추적술’로 여기까지 쫓아온 윤도훈이 아니면 누가 있겠는가?윤도훈 뒤에는 지하실 입구를 지키던 NC 조직원 몇 명이 이미 바닥에 쓰러져 생사를 알 수 없었다.대머리와 수염남 등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그를 보고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해졌다.“너 뭐야?”대머리가 놀라서 물었다.수염남은 인질을 통제하기 위해 이천수쪽으로 달려갔다.이때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에 대해 그가 내린 첫 번째 판단이 바로 이천수를 목표로 왔으리라는 것이다.수염남은 반응이 매우 빠르고 마음도 비할 데 없이 예민하며 동작까지 민첩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윤도훈의 앞에서 여전히 너무 느려 보였다.펑-이윽고 수염남은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면서 몇백 근이나 되는 망치에 맞은 것처럼 몸이 바로 거꾸로 날아갔다.땅에 떨어진 후, 그의 가슴은 놀랄
“현장에 남아 있는 파편으로 보았을 때, 이 화학 공장은 실제로 어떤 범죄 집단에서 마약을 제조하던 공장으로 보이는 바입니다.”“현장의 사상자가 막심한데, 마약 제조 인원의 부적절한 조작으로 인한 폭발로 추측하고 있습니다.”“세력 간의 보복 행위라는 추측도 있는데...”윤도훈은 이천수의 상처를 치료하고 나서 바로 집으로 데리고 갔다.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아 용기로 치료한 덕분에 바로 상태도 좋아졌다.다소 아쉬워하고 있는 윤도훈인데, 레드 용이 외눈박이를 데리고 본거지를 떠나 도운시로 이미 떠났다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그러나 이천수의 안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윤도훈도 기다릴 수 없었다.이천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장모님과 이진희, 이원에게 안부를 전하라 했다.각기 영상전화를 하고 나서 이천수는 핸드폰을 윤도훈에게 돌려주었다.“진희다.”윤도훈은 핸드폰을 건네받아 한시름 놓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자기야, 이제 괜찮아. 아버님 괜찮으셔.”“네. 도훈 씨...”영상전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이진희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 있었다.“고마워요.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아빠 무사하게 구해줘서 고마워요.”이번 사고로 어지간히 놀란 이진희가 아니다.요 며칠 이진희의 신경은 줄곧 팽팽했다.“우리 사이에 그러지 않아도 돼. 고맙다는 소리 하지 마.”윤도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진희는 아직도 날 마다하고 있어...’옆에 있던 서지현과 이원도 가까이 다가왔다.“자기 남편한테 뭘 고마워해?”서지현은 눈물을 훔치며 딸을 훈계한 뒤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사위를 바라보았다.“도훈아, 역시 네가 해낼 줄 알았어.”“매형, 어떻게 구해내신 거예요?”이원도 옆에서 물었다.“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해요. 어차피 NC 조직 강진시 본거지는 이미 불태워버렸어요.”윤도훈은 마치 무슨 하찮은 일을 말하는 것처럼 얼렁뚱땅 말했다.그러나 이원에게 은근히 놀라움을 주었다.‘혼자서 불태워 버려?’한편.한 차량 행렬이 도운시로 가는 길을 거들먹거리며
이 소식을 들은 레드 용은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뭐?’‘강진시 본거지를 불태워버렸다고?’‘말이 돼?’본거지의 위치는 아무 은밀하고 발견된다고 한들 그렇게 쉽게 무너질 리가 없다.하물며 본거지 안에는 온통 고수들로 붐벼 있는 정도다.화경 고수도 무려 수십 명이나 된다.비록 졸개라도 모두 각자 총을 가지고 있다.NC 조직이 진정한 범죄 집단이므로 이 정도는 기본 옵션이다.무기도 실력도 지닌 그들을 한방에 무너뜨린 자의 실체가 궁금하고 두려웠다.“정말입니다! 이미 뉴스 보도가 나가고 우리 마약 제조 공장도 다 폭발해 버렸습니다.”“저도 하마터면 뛰어나오지 못할 뻔했습니다! 죽을 뻔했다고요!”심복은 울먹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레드 용은 사색이 되어 상대를 향해 노발대발했다.“정말이야? 본거지가 터져버렸다고? 근데 넌 왜 살아있는 거야?”상대방에게 욕설을 퍼부은 뒤, 레드 용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핸드폰으로 기사 라인을 열었다.Y시의 뉴스 헤드라인을 본 후 그는 갑자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차에서 외눈박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서 무엇인가 깨달은 듯했다.“회... 회장님, 왜 그러세요?”외눈박이는 버벅거리며 물었는데, 큰일 났다고만 느껴졌다.“폭발했데... 본거지가 날아갔데...”“누가 짓이지? 도대체 누가 그랬지?”레드 용의 눈빛은 삼엄해졌고 몸에서 무서운 살기가 뿜어져 나오며 고함을 질렀다.이 말을 듣고서 외눈박이는 눈꺼풀이 심하게 뛰더니 한동안 몸서리쳤다.이윽고 레드 용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연결되자 이를 악물고 물었다.“이 개XX야!”방금 그 심복은 본거지가 폭발했다는 소식을 전해준 것 외에 이천수까지 데려갔다는 말도 덧붙였다.하여 레드 용은 이 일의 뒤에 이원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수화기 너머에서 이원은 핸드폰을 들고 상대방도 틀림없이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전에 레드 용이 날뛰고 득의양양한 태도를 생각하며 또다시 상대방의 화난
주변 사람들 역시 고수이며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레드 용이 전화를 끊은 후, 외눈박이를 향해 직접 소리쳤다.“당장 유턴해! 도운시로 죽으러 가기라도 할 거야?”감히 거들먹거리게 도운시로 위험을 무릅쓰고 갈 수가 없었다.본거지가 폭발해 버린 것에 대해 이원과 무조건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어쩌면 이원 측의 사람이 했을 수도 있고 이원과 관련된 사람이나 세력이 했을 수도 있는데, 여하튼 무서운 힘이 아닐 수가 없다.레드 용이 아무리 종사급 강자 할지라도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도운시로 절대 갈 수 없다는 말이다.그러나 이대로 넘어갈 수 없는 일이고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바로 이때 레드 용의 휴대폰이 또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 번호를 보니 남미숙이었다.수신 버튼을 누르자 상대의 아첨을 떠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 어떻게 됐나요? 도운시에 도착하셨나요? 필요하시다면 우리 측에서 모시러 갈 수도 있습니다.”“X발! 죽어! 다 죽을 줄 알아!”레드 용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 말투가 사납고 험상궂었다.이원을 복종시켜 세력을 얻으려는 건 불가능해진 것 같고 그 모든 분노를 남미숙과 이씨 가문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본거지가 폭발되고 난 뒤로 레드 용은 분노하는 것 외에 짙은 불안감이 엄습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다크 별이 없을 때 레드 용이 바로 강진시 쪽에 있는 최고 책임자이다.이제 본거지까지 폭발했으니, NC 조직 본사 쪽에서는 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앞으로 어떠한 처벌을 받아야 할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다크 별에 대해 레드 용은 감히 불복하는 마음이 있긴 하지만 무광 회장에 대해서는 감히 그러한 마음을 품을 수 없었다.하여 지금 그가 맞이해야 할 사람이 무광 회장임으로 두려움밖에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던 그때 남미숙이 전화가 와서 바로 화가 터져버린 것이다.이씨 가문에 이러한 일이 없었더라면 남미숙은 그에게 이러한 계략을 내어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천수를 납치하고 이원에게
“이 상황에서 그놈 말고 또 누가 있겠어?”남미숙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이원이 그럴 능력이나 있겠어요?”이천강을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물었다.“걔한테 능력이 없다고 한들 윤도훈 그 기생오라비한테 능력이 있잖아. 설마... 그 기생오라비랑 연관되어 있는 거 아니야?”이은정이 눈빛이 반짝였다.“여하튼 일단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래. 레드 용 반응을 보아하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어떡하지? 우리 어떡하지?”공포와 걱정이 가득 서린 얼굴로 남미숙이 물었다.이천강 역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이은정 또한 당장 쓰러질 것만 같았다.레드 용이 NC 조직을 이끌고 와서 피바다로 만들어 버릴 듯.“할머니, 방법이 없으면... 큰아버지한테 부탁하는 건 어때요?”이은정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남미숙은 멍하니 있다가 이은정을 후려쳤다.“무슨 헛소리야? 천수한테 부탁하자는 거야?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냐!”이은정은 얼굴을 가리고 사색이 된 모습으로 어세를 높였다.“그러면 어떡해요! 가만히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잖아요.”“할머니 잊지 마세요. 윤도훈 그놈은 아무리 그래도 실력이 있는 놈이잖아요. 홀로 이씨 가문 모든 고수들을 이길 수도 있었고... 어쩌면 그놈만 우릴 살려줄 수 있을 거예요.”이때 이천강은 안색이 여러 번 변했고 고심 끝에 함께 타이르기 시작했다.“그래요 엄마. NC 조직 본거지 폭발한 것도 윤도훈이 했을지도 몰라요. 걔가 아니라면 원이 쪽에서 했을 텐데, 이는 원이 쪽에서도 NC 조직을 이길 수 있단 뜻이잖아요.”“아무튼 지금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큰형 가족에게 부탁하는 것이에요!”그 말을 듣고서 남미숙의 몸은 마치 무슨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흔들렸다.“천수네한테 부탁하자고? 그럼, 내 체면은?”남미숙이 중얼거리며 말했다.“할머니, 체면을 잃는 것이 목숨을 잃는 것보다 낫잖아요!”
지금은 율이도 윤도훈도 자기 자식처럼 아끼고 있다.100점짜리 사위라고 가히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사위가 아들이라는 말도 맞았고 아들의 딸도 자기 친손녀처럼 예뻤다.이원도 옆에 있어 줄곧 율이와 놀아주고 있었다.주방에서 윤도훈이 한창 바삐 돌고 있는데.18살에 부모님이 사라지고 나서 윤도훈은 모든 걸 혼자 해왔다.주선미와 결혼했을 때도 주방에는 늘 그의 그림자로 가득했었다.이렇게 오랫동안 율이를 홀로 키웠으니 엄마 노릇 아빠 노릇에 음식 솜씨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요리 솜씨는 감히 얼마나 훌륭한지 말할 수 없지만, 일상적인 요리 한 상을 차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앞치마를 두른 이진희도 옆에서 함께 도와주고 있었다.지난번에 이진희의 ‘요리’를 먹고 난 뒤로 윤도훈은 감히 그녀에게 주방을 맡길 수 없게 되었다.이때 이진희는 채소를 다듬으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도훈 씨, 사람이 어쩜 그렇게 매정하고 이기적일 수 있을까요? 혼자 살겠다고 친아들, 친손주까지 팔아넘긴다는 게 말이 돼요?”“근데 그런 사람이 우리 할머니라니...”이진희의 목소리는 다소 낮아졌고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겨우 분노와 슬픔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요리를 하고 있던 윤도훈은 잠시 멈추고 허허 웃었다.“인간이라 그러한 거야.”그 말을 들은 이진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요? 그럼, 도훈 씨는요? 율이를 위해 신장도 팔고 목숨까지 내던졌었는데요.”윤도훈은 그저 웃었다.“그만 생각해. 아버님도 돌아왔으니 이제 다 괜찮아.”돌아온 후 그도 이원의 입에서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윤병우가 고용했었던 화경 고수 늑대 역시 NC 조직 사람이라는 것까지.율이한테 당하고서 NC 조직에서 복수하러 온 것이라며.그때 이천강 부녀가 선물을 빌미로 그린 제약회사 새 공장에 폭탄을 들고 왔을 때고 NC 조직이 뒤에서 조작한 것이다.다만 폭탄을 도로 돌려보내 NC의 산호를 죽인 것뿐이다.이윽고 NC 조직은 이천강 부녀에게 한풀이를 하려 했고
당황한 이진희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아주 넓은 품에 감싸안긴 것만 같았다.원래 이 일로 인해 다소 당황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순간 갑자기 안정된 것 같았다.방금 그 말들도 이진희가 일부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일부러 딱딱하게 굴면서 그를 자극하려고.그러나 윤도훈은 정말 화가 난 듯 전례 없는 포악한 모습을 보였다.“왜 이러는 거예요? 이거 놔요!”“변태!”“여자 사람 친구들도 많잖아요. 가서 그 사람들 안아요.”이진희는 힘껏 몇 번 발버둥 쳤지만, 헛수고라는 것을 발견하고 증오하며 윤도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그 말을 듣게 된 윤도훈은 이진희가 아직도 그 사진에 대해 앓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지금 앉고 있잖아.”순간 화가 난 얼굴에 마치 서리가 덮어지는 듯 아름다운 눈에는 억울함과 분노의 빛이 떠올랐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윤도훈, 이 나쁜 놈아! 날 뭐로 생각한 거야?”“왜? 일부러 내 앞에서 나쁜 척하는 거야?”“왜? 말이 나온 이상 답을 줘!”“사실, 그 여자들과 아무것도 없지? 그렇지?”기대, 원망, 분노의 빛을 띤 절묘한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애석함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러나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아낌없는 척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참나...”말을 마치자 그는 바로 몸을 돌려 음식을 준비했다.덩그러니 남은 이진희는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윽하게 윤도훈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의 마음속에 많은 일이 숨어 있고 그가 자신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때의 이진희는 마치 그의 마음속에 들어가 모든 걸 꿰뚫어 볼 수 있는 듯했다.잠시 후 가족은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저녁을 먹었다.“아빠, 안아줘요!”며칠 동안 아빠를 보지 못한 율이는 밥을 먹을 때고 윤도훈에게 찰싹 붙어 안고 먹어야 했다.유난히 즐거워 보이는 이천수는 윤도훈과 잔을 여러 번 기울였다.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형, 동생이라하며 서진현과 이진희 그리고 이원의
탕탕탕-이천수와 서지현의 거처에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남미숙의 신변에는 이천희, 이천일, 그리고 이진희 고모 이옥평에 경호원 몇 명까지 있었다.이천강 부녀가 아닌 다른 두 아들과 작은 딸을 데리고 온 것이다.참으로 ‘똑똑한’ 노인이 아닐 수가 없다.남미숙 역시 자기가 한 짓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이천수 일가에서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엄마, 큰형 여기 없는 것 같아요!”이천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전에 그들은 이미 이진희의 별장에 가 보았지만, 그곳에서도 묵묵부답이 전부였다.“설마, 윤도훈 그 기생오라비 집에 있나?”남미숙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이윽고 막내딸 이옥평을 보며 말했다.“네가 진희한테 전화해서 어디 있는지 물어봐봐.”이옥평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한편, 한바탕 화풀이를 한 뒤 이천수는 술기운으로 이미 식탁 위에서 잠이 들었다.서지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고서 자녀들을 불러 그를 집안으로 부축하려 했다.바로 이때 이진희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확인하더니 안색이 바로 달라졌다.“왜? 누구야?”서지현이 물었다.“고모인데요.”이진희가 말했다.“뭐? 걔가 왜?”“핸드폰 줘. 내가 받을게.”서지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지금의 그녀는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아무런 호감도 없다.이옥평과 모순을 일으킨 적이 없지만, 그 역시 선한 캐릭터는 아니니 말이다.전에 이씨 가문에서 쫓겨났을 때 아무도 나서서 사정을 돌봐주지 않을 때 믿을 건 오로지 자신뿐이었다.윤도훈과 이진희 결혼식에도 모두 남미숙의 말에 따르며 가장 가까운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도 오지 않았었다.서지현은 다짜고짜 딸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은 뒤 입을 열었다.“누구시죠?”“진희야, 나 고모야. 왜 고모 전화 번호도 저장하지 않았어?”이옥평이 웃으며 물었다.“서지현인데요. 무슨 일이죠?”서지현은 덤덤하게 물었다.“어머, 형수님, 다른 건 아니고 오빠한테 일이 좀 생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