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남아 있는 파편으로 보았을 때, 이 화학 공장은 실제로 어떤 범죄 집단에서 마약을 제조하던 공장으로 보이는 바입니다.”“현장의 사상자가 막심한데, 마약 제조 인원의 부적절한 조작으로 인한 폭발로 추측하고 있습니다.”“세력 간의 보복 행위라는 추측도 있는데...”윤도훈은 이천수의 상처를 치료하고 나서 바로 집으로 데리고 갔다.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아 용기로 치료한 덕분에 바로 상태도 좋아졌다.다소 아쉬워하고 있는 윤도훈인데, 레드 용이 외눈박이를 데리고 본거지를 떠나 도운시로 이미 떠났다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그러나 이천수의 안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윤도훈도 기다릴 수 없었다.이천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장모님과 이진희, 이원에게 안부를 전하라 했다.각기 영상전화를 하고 나서 이천수는 핸드폰을 윤도훈에게 돌려주었다.“진희다.”윤도훈은 핸드폰을 건네받아 한시름 놓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자기야, 이제 괜찮아. 아버님 괜찮으셔.”“네. 도훈 씨...”영상전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이진희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 있었다.“고마워요.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아빠 무사하게 구해줘서 고마워요.”이번 사고로 어지간히 놀란 이진희가 아니다.요 며칠 이진희의 신경은 줄곧 팽팽했다.“우리 사이에 그러지 않아도 돼. 고맙다는 소리 하지 마.”윤도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진희는 아직도 날 마다하고 있어...’옆에 있던 서지현과 이원도 가까이 다가왔다.“자기 남편한테 뭘 고마워해?”서지현은 눈물을 훔치며 딸을 훈계한 뒤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사위를 바라보았다.“도훈아, 역시 네가 해낼 줄 알았어.”“매형, 어떻게 구해내신 거예요?”이원도 옆에서 물었다.“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해요. 어차피 NC 조직 강진시 본거지는 이미 불태워버렸어요.”윤도훈은 마치 무슨 하찮은 일을 말하는 것처럼 얼렁뚱땅 말했다.그러나 이원에게 은근히 놀라움을 주었다.‘혼자서 불태워 버려?’한편.한 차량 행렬이 도운시로 가는 길을 거들먹거리며
이 소식을 들은 레드 용은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뭐?’‘강진시 본거지를 불태워버렸다고?’‘말이 돼?’본거지의 위치는 아무 은밀하고 발견된다고 한들 그렇게 쉽게 무너질 리가 없다.하물며 본거지 안에는 온통 고수들로 붐벼 있는 정도다.화경 고수도 무려 수십 명이나 된다.비록 졸개라도 모두 각자 총을 가지고 있다.NC 조직이 진정한 범죄 집단이므로 이 정도는 기본 옵션이다.무기도 실력도 지닌 그들을 한방에 무너뜨린 자의 실체가 궁금하고 두려웠다.“정말입니다! 이미 뉴스 보도가 나가고 우리 마약 제조 공장도 다 폭발해 버렸습니다.”“저도 하마터면 뛰어나오지 못할 뻔했습니다! 죽을 뻔했다고요!”심복은 울먹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레드 용은 사색이 되어 상대를 향해 노발대발했다.“정말이야? 본거지가 터져버렸다고? 근데 넌 왜 살아있는 거야?”상대방에게 욕설을 퍼부은 뒤, 레드 용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핸드폰으로 기사 라인을 열었다.Y시의 뉴스 헤드라인을 본 후 그는 갑자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차에서 외눈박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서 무엇인가 깨달은 듯했다.“회... 회장님, 왜 그러세요?”외눈박이는 버벅거리며 물었는데, 큰일 났다고만 느껴졌다.“폭발했데... 본거지가 날아갔데...”“누가 짓이지? 도대체 누가 그랬지?”레드 용의 눈빛은 삼엄해졌고 몸에서 무서운 살기가 뿜어져 나오며 고함을 질렀다.이 말을 듣고서 외눈박이는 눈꺼풀이 심하게 뛰더니 한동안 몸서리쳤다.이윽고 레드 용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연결되자 이를 악물고 물었다.“이 개XX야!”방금 그 심복은 본거지가 폭발했다는 소식을 전해준 것 외에 이천수까지 데려갔다는 말도 덧붙였다.하여 레드 용은 이 일의 뒤에 이원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수화기 너머에서 이원은 핸드폰을 들고 상대방도 틀림없이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전에 레드 용이 날뛰고 득의양양한 태도를 생각하며 또다시 상대방의 화난
주변 사람들 역시 고수이며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레드 용이 전화를 끊은 후, 외눈박이를 향해 직접 소리쳤다.“당장 유턴해! 도운시로 죽으러 가기라도 할 거야?”감히 거들먹거리게 도운시로 위험을 무릅쓰고 갈 수가 없었다.본거지가 폭발해 버린 것에 대해 이원과 무조건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어쩌면 이원 측의 사람이 했을 수도 있고 이원과 관련된 사람이나 세력이 했을 수도 있는데, 여하튼 무서운 힘이 아닐 수가 없다.레드 용이 아무리 종사급 강자 할지라도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도운시로 절대 갈 수 없다는 말이다.그러나 이대로 넘어갈 수 없는 일이고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바로 이때 레드 용의 휴대폰이 또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 번호를 보니 남미숙이었다.수신 버튼을 누르자 상대의 아첨을 떠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 어떻게 됐나요? 도운시에 도착하셨나요? 필요하시다면 우리 측에서 모시러 갈 수도 있습니다.”“X발! 죽어! 다 죽을 줄 알아!”레드 용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 말투가 사납고 험상궂었다.이원을 복종시켜 세력을 얻으려는 건 불가능해진 것 같고 그 모든 분노를 남미숙과 이씨 가문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본거지가 폭발되고 난 뒤로 레드 용은 분노하는 것 외에 짙은 불안감이 엄습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다크 별이 없을 때 레드 용이 바로 강진시 쪽에 있는 최고 책임자이다.이제 본거지까지 폭발했으니, NC 조직 본사 쪽에서는 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앞으로 어떠한 처벌을 받아야 할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다크 별에 대해 레드 용은 감히 불복하는 마음이 있긴 하지만 무광 회장에 대해서는 감히 그러한 마음을 품을 수 없었다.하여 지금 그가 맞이해야 할 사람이 무광 회장임으로 두려움밖에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던 그때 남미숙이 전화가 와서 바로 화가 터져버린 것이다.이씨 가문에 이러한 일이 없었더라면 남미숙은 그에게 이러한 계략을 내어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천수를 납치하고 이원에게
“이 상황에서 그놈 말고 또 누가 있겠어?”남미숙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이원이 그럴 능력이나 있겠어요?”이천강을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물었다.“걔한테 능력이 없다고 한들 윤도훈 그 기생오라비한테 능력이 있잖아. 설마... 그 기생오라비랑 연관되어 있는 거 아니야?”이은정이 눈빛이 반짝였다.“여하튼 일단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래. 레드 용 반응을 보아하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어떡하지? 우리 어떡하지?”공포와 걱정이 가득 서린 얼굴로 남미숙이 물었다.이천강 역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이은정 또한 당장 쓰러질 것만 같았다.레드 용이 NC 조직을 이끌고 와서 피바다로 만들어 버릴 듯.“할머니, 방법이 없으면... 큰아버지한테 부탁하는 건 어때요?”이은정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남미숙은 멍하니 있다가 이은정을 후려쳤다.“무슨 헛소리야? 천수한테 부탁하자는 거야?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냐!”이은정은 얼굴을 가리고 사색이 된 모습으로 어세를 높였다.“그러면 어떡해요! 가만히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잖아요.”“할머니 잊지 마세요. 윤도훈 그놈은 아무리 그래도 실력이 있는 놈이잖아요. 홀로 이씨 가문 모든 고수들을 이길 수도 있었고... 어쩌면 그놈만 우릴 살려줄 수 있을 거예요.”이때 이천강은 안색이 여러 번 변했고 고심 끝에 함께 타이르기 시작했다.“그래요 엄마. NC 조직 본거지 폭발한 것도 윤도훈이 했을지도 몰라요. 걔가 아니라면 원이 쪽에서 했을 텐데, 이는 원이 쪽에서도 NC 조직을 이길 수 있단 뜻이잖아요.”“아무튼 지금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큰형 가족에게 부탁하는 것이에요!”그 말을 듣고서 남미숙의 몸은 마치 무슨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흔들렸다.“천수네한테 부탁하자고? 그럼, 내 체면은?”남미숙이 중얼거리며 말했다.“할머니, 체면을 잃는 것이 목숨을 잃는 것보다 낫잖아요!”
지금은 율이도 윤도훈도 자기 자식처럼 아끼고 있다.100점짜리 사위라고 가히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사위가 아들이라는 말도 맞았고 아들의 딸도 자기 친손녀처럼 예뻤다.이원도 옆에 있어 줄곧 율이와 놀아주고 있었다.주방에서 윤도훈이 한창 바삐 돌고 있는데.18살에 부모님이 사라지고 나서 윤도훈은 모든 걸 혼자 해왔다.주선미와 결혼했을 때도 주방에는 늘 그의 그림자로 가득했었다.이렇게 오랫동안 율이를 홀로 키웠으니 엄마 노릇 아빠 노릇에 음식 솜씨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요리 솜씨는 감히 얼마나 훌륭한지 말할 수 없지만, 일상적인 요리 한 상을 차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앞치마를 두른 이진희도 옆에서 함께 도와주고 있었다.지난번에 이진희의 ‘요리’를 먹고 난 뒤로 윤도훈은 감히 그녀에게 주방을 맡길 수 없게 되었다.이때 이진희는 채소를 다듬으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도훈 씨, 사람이 어쩜 그렇게 매정하고 이기적일 수 있을까요? 혼자 살겠다고 친아들, 친손주까지 팔아넘긴다는 게 말이 돼요?”“근데 그런 사람이 우리 할머니라니...”이진희의 목소리는 다소 낮아졌고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겨우 분노와 슬픔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요리를 하고 있던 윤도훈은 잠시 멈추고 허허 웃었다.“인간이라 그러한 거야.”그 말을 들은 이진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요? 그럼, 도훈 씨는요? 율이를 위해 신장도 팔고 목숨까지 내던졌었는데요.”윤도훈은 그저 웃었다.“그만 생각해. 아버님도 돌아왔으니 이제 다 괜찮아.”돌아온 후 그도 이원의 입에서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윤병우가 고용했었던 화경 고수 늑대 역시 NC 조직 사람이라는 것까지.율이한테 당하고서 NC 조직에서 복수하러 온 것이라며.그때 이천강 부녀가 선물을 빌미로 그린 제약회사 새 공장에 폭탄을 들고 왔을 때고 NC 조직이 뒤에서 조작한 것이다.다만 폭탄을 도로 돌려보내 NC의 산호를 죽인 것뿐이다.이윽고 NC 조직은 이천강 부녀에게 한풀이를 하려 했고
당황한 이진희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아주 넓은 품에 감싸안긴 것만 같았다.원래 이 일로 인해 다소 당황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순간 갑자기 안정된 것 같았다.방금 그 말들도 이진희가 일부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일부러 딱딱하게 굴면서 그를 자극하려고.그러나 윤도훈은 정말 화가 난 듯 전례 없는 포악한 모습을 보였다.“왜 이러는 거예요? 이거 놔요!”“변태!”“여자 사람 친구들도 많잖아요. 가서 그 사람들 안아요.”이진희는 힘껏 몇 번 발버둥 쳤지만, 헛수고라는 것을 발견하고 증오하며 윤도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그 말을 듣게 된 윤도훈은 이진희가 아직도 그 사진에 대해 앓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지금 앉고 있잖아.”순간 화가 난 얼굴에 마치 서리가 덮어지는 듯 아름다운 눈에는 억울함과 분노의 빛이 떠올랐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윤도훈, 이 나쁜 놈아! 날 뭐로 생각한 거야?”“왜? 일부러 내 앞에서 나쁜 척하는 거야?”“왜? 말이 나온 이상 답을 줘!”“사실, 그 여자들과 아무것도 없지? 그렇지?”기대, 원망, 분노의 빛을 띤 절묘한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애석함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러나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아낌없는 척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참나...”말을 마치자 그는 바로 몸을 돌려 음식을 준비했다.덩그러니 남은 이진희는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윽하게 윤도훈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의 마음속에 많은 일이 숨어 있고 그가 자신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때의 이진희는 마치 그의 마음속에 들어가 모든 걸 꿰뚫어 볼 수 있는 듯했다.잠시 후 가족은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저녁을 먹었다.“아빠, 안아줘요!”며칠 동안 아빠를 보지 못한 율이는 밥을 먹을 때고 윤도훈에게 찰싹 붙어 안고 먹어야 했다.유난히 즐거워 보이는 이천수는 윤도훈과 잔을 여러 번 기울였다.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형, 동생이라하며 서진현과 이진희 그리고 이원의
탕탕탕-이천수와 서지현의 거처에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남미숙의 신변에는 이천희, 이천일, 그리고 이진희 고모 이옥평에 경호원 몇 명까지 있었다.이천강 부녀가 아닌 다른 두 아들과 작은 딸을 데리고 온 것이다.참으로 ‘똑똑한’ 노인이 아닐 수가 없다.남미숙 역시 자기가 한 짓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이천수 일가에서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엄마, 큰형 여기 없는 것 같아요!”이천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전에 그들은 이미 이진희의 별장에 가 보았지만, 그곳에서도 묵묵부답이 전부였다.“설마, 윤도훈 그 기생오라비 집에 있나?”남미숙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이윽고 막내딸 이옥평을 보며 말했다.“네가 진희한테 전화해서 어디 있는지 물어봐봐.”이옥평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한편, 한바탕 화풀이를 한 뒤 이천수는 술기운으로 이미 식탁 위에서 잠이 들었다.서지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고서 자녀들을 불러 그를 집안으로 부축하려 했다.바로 이때 이진희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확인하더니 안색이 바로 달라졌다.“왜? 누구야?”서지현이 물었다.“고모인데요.”이진희가 말했다.“뭐? 걔가 왜?”“핸드폰 줘. 내가 받을게.”서지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지금의 그녀는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아무런 호감도 없다.이옥평과 모순을 일으킨 적이 없지만, 그 역시 선한 캐릭터는 아니니 말이다.전에 이씨 가문에서 쫓겨났을 때 아무도 나서서 사정을 돌봐주지 않을 때 믿을 건 오로지 자신뿐이었다.윤도훈과 이진희 결혼식에도 모두 남미숙의 말에 따르며 가장 가까운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도 오지 않았었다.서지현은 다짜고짜 딸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은 뒤 입을 열었다.“누구시죠?”“진희야, 나 고모야. 왜 고모 전화 번호도 저장하지 않았어?”이옥평이 웃으며 물었다.“서지현인데요. 무슨 일이죠?”서지현은 덤덤하게 물었다.“어머, 형수님, 다른 건 아니고 오빠한테 일이 좀 생겼
30분 뒤, 남미숙은 셋째아들, 넷째아들, 막내딸을 데리고 제황원 윤돟훈의 A-1호 별장에 왔다.그들을 맞이하러 나온 사람은 이원이었다. 다만 자신의 웃어른을 대함에 있어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셋째 삼촌, 넷째 삼촌, 작은 고모 오셨습니까?”이원의 얼굴에는 정말로 억지웃음이 가득했다.남미숙에게 시선이 떨어졌을 때, 뭐라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이원의 부모님은 그에게 남미숙을 보게 되면 반드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그러나 그 한때의 ‘할머니’가 도저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들어오세요.”이원은 손짓으로 말했다.“흥! 원아, 할머니 봤으면 인사해야지. 벙어리야?”남미숙은 이원이 삼촌과 고모에게 인사하고 유독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 얼굴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이원은 남미숙을 바라보았는데 마음속에서 한바탕 혐오와 저촉이 솟아 나는것만 느꼈다.“제가 손자 맞나요?”이원은 여전히 ‘할머니’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담담하게 한마디 반문하고 몸을 돌려 안으로 걸어갔다.남미숙은 그 상황을 보고 화가 나서 얼굴이 온통 새파랗게 질렸다.이천희 몇 사람은 한숨을 쉬었지만, 이원에게 뭐라고 할 수 없어 남미숙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지금도 분명히 알고 있다. 오늘은 남에게 부탁하러 온 것이라는 것.이씨 가문이 망한다면 이천희 그들 역시 따라서 망하게 되는 것이다.하여 지금 이씨 가문 전체가 불안해 떨고 있는 것이다.남미숙, 그리고 이천강 부녀뿐만이 아니라.그들은 윤도훈의 별장으로 들어갔다.처음으로 오는 것이고 도운시 전체가 보이는 전망에 다들 안색이 살짝 변했다.이때 거실에는 윤도훈만 혼자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이천수는 이미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1층의 객석에서 쉬게 되었다.서지현과 이진희는 율이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갔고 피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모든 것을 윤도훈이 혼자서 처리하도록 했다.서지현은 면전에서 남미숙을 미친 듯이 욕하려고 했지만 이진희가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