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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대문에 이르렀을 때 윤도훈은 강진에게 아무 일도 없다며 손을 흔들었다.

그 또한 놀라운 얼굴로 세련한 여자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한미나?”

여자는 시원한 옷차림에 길고 하얀 두 다리를 내놓고 있다.

이 마을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나는 바로 이 마을 주민이고 윤도훈과 동갑이다.

한미나 아버지는 동쪽 산에서 채석 사업을 하고 있어 이 마을의 ‘갑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수하에 부하들도 많이 키우고 있다.

집안 조건이 워낙 우월하고 주위 마을에서도 그나마 세력이 있어 한미나는 어릴 적부터 도도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그녀는 종래로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동갑 친구들을 거들떠본 적이 없다.

물론 윤도훈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한미나와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두 사람은 서로 소통하는 일이 없었다.

딱 중학교 3학년 때 한미나와 오해가 있었던 적은 있다.

“쯧쯧, 두꺼비, 언제 몰래 돌아온 거야?”

한미나는 입을 삐쭉거리며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그를 경멸하는 빛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늘 오전.”

윤도훈은 애꿎은 코를 만지며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좀 바빠서 그러는데 별일 없으면 나중에 다시 보자.”

말하면서 그는 한미나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대문을 닫으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오해로 두 사람 사이에는 ‘우호’적인 관계가 일도 없다.

한미나는 순간 얼굴이 차가워지면서 윤도훈의 옷을 확 잡아당겼다.

“내가 그래도 된다고 했어? 어?”

윤도훈의 코를 가리키며 한미나는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야? 중학교 때, 너 나 어떻게 쫓아다녔는지 기억 안 나? 이 꼬락서니가 돼서 나 보기 창피한 거야?”

그 말에 윤도훈은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

“한미나,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꺼내는 거 우습지 않아? 그리고 내가 쓴 게 아니라 남 대신 주러 간 거라도 내가 몇 번이나 말해.”

한미나는 어릴 적부터 집안 형편이 좋은 이유로 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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