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에 이르렀을 때 윤도훈은 강진에게 아무 일도 없다며 손을 흔들었다.그 또한 놀라운 얼굴로 세련한 여자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한미나?”여자는 시원한 옷차림에 길고 하얀 두 다리를 내놓고 있다.이 마을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미나는 바로 이 마을 주민이고 윤도훈과 동갑이다.한미나 아버지는 동쪽 산에서 채석 사업을 하고 있어 이 마을의 ‘갑부’라고 할 수 있다.게다가 수하에 부하들도 많이 키우고 있다.집안 조건이 워낙 우월하고 주위 마을에서도 그나마 세력이 있어 한미나는 어릴 적부터 도도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그녀는 종래로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동갑 친구들을 거들떠본 적이 없다.물론 윤도훈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한미나와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두 사람은 서로 소통하는 일이 없었다.딱 중학교 3학년 때 한미나와 오해가 있었던 적은 있다.“쯧쯧, 두꺼비, 언제 몰래 돌아온 거야?”한미나는 입을 삐쭉거리며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녀의 두 눈에는 그를 경멸하는 빛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오늘 오전.”윤도훈은 애꿎은 코를 만지며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좀 바빠서 그러는데 별일 없으면 나중에 다시 보자.”말하면서 그는 한미나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대문을 닫으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오해로 두 사람 사이에는 ‘우호’적인 관계가 일도 없다.한미나는 순간 얼굴이 차가워지면서 윤도훈의 옷을 확 잡아당겼다.“내가 그래도 된다고 했어? 어?”윤도훈의 코를 가리키며 한미나는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야? 중학교 때, 너 나 어떻게 쫓아다녔는지 기억 안 나? 이 꼬락서니가 돼서 나 보기 창피한 거야?”그 말에 윤도훈은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한미나,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꺼내는 거 우습지 않아? 그리고 내가 쓴 게 아니라 남 대신 주러 간 거라도 내가 몇 번이나 말해.”한미나는 어릴 적부터 집안 형편이 좋은 이유로 중학
“여보! 여보 얼른 와 봐, 나 맞았어!”한미나는 발목을 어루만지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미나야, 무슨 일이야?”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 세워 있는 벤츠 차에서 내려와 쏜살같이 달려왔다.남자는 팔에 문신을 하고 군대 스타일로 머리를 깎았으며 금목걸이를 끼고 명품 시계를 차고 있다.한눈에 봐도 길에서 보면 피해야 하는 ‘건달 스타일’이다.그의 이름은 양세종이며 ‘세종 형님’으로 불리며 이용군에서 이름난 건달이다.한미나의 집안 사업인 채굴장도 모두 양세종 측에서 커버하고 있어 서서히 정이 든 것이다.“야, 네가 내 여자친구 때렸어? 어?”양세종은 오자마자 살기 등등한 모습으로 윤도훈을 가리키며 물었다.“때리지 않았어.”윤도훈은 차갑게 고개를 저었다.“여보, 쟤가 날 넘어뜨렸어. 여보가 꼭 복수해 줘야 해.”한미나는 도로 일어서서 양세종에게 애교를 부렸다.이윽고 윤도훈을 흘겨보며 몹시나 못마땅했다.“학교 다닐 때 웬 두꺼비가 날 쫓아다녔다고 했잖아, 기억나? 그게 얘야. 맨날 연애 편지주면서 제발 만나달라고 부탁하고 한 번은 여자 화장실까지 쫓아와서 날 훔쳐보고 그랬어. 내가 그때 눈알을 파해내지 않은 것이 아직도 한으로 남아 있어. 역겨워!”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하도 기가 차서 웃음이 터졌다.화장실까지 쫓아가서 몰래 훔쳐봐?‘저 정도면 병인데…….’하지만 그 말을 들은 양세종은 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불쾌함도 그런 그를 남자로서 멸시한다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미친, 너였어? 네가 우리 미나 괴롭혔어? 너희 집에는 거울도 없었어? 네 꼴을 좀 보고 감히 넘볼 걸 넘 봐! 우리 미나 같은 여신이 네가 감히 봐도 되는 존재인 줄 알아?”윤도훈은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대화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그는 한미나를 훑어보았다.“여신? 허허…….”그럭저럭 생긴 건 괜찮지만 하루 종일 이진희 옆에 있는 윤도훈이기에 눈이 한껏 높아졌다
실은 마당에서 일하고 있던 그들은 이미 한미나와 윤도훈 사이에 실랑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만 상대가 여자가 나서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양세종이 나타나서 윤도훈에게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을 보자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윤도훈이 그를 쉽게 치울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윤도훈 신분으로 저런 보잘것없는 인간까지 직접 처리하게 둘 수는 없었다.하여 정아는 달려와서 대신 처리해 주려고 했다.정아를 알아보고 양세종은 아직도 상대를 비아냥거리고 있는 한미나의 말에 놀라워 마지 못하며 바로 돌아서서 한미나의 뺨을 후려쳤다.“미친 년! 당장 닥쳐!”한미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얼굴을 부여잡고 그를 향해 히스테리를 부렸다.“뭐 하는 거야? 왜 나 때려? 왜!”그러자 양세종은 한미나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소리쳤다.“누군지 모르겠어? 이 분은 정아 형님이셔! 우리 큰 형님도 정아 형님 밑에서 빌어먹고 있어. 그런 분을 뭐? 너 죽고 싶어 환장했어?”“닥쳐!”그는 한미나를 노려보며 계속 사인을 주었다.이윽고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며 정아 앞으로 다가가 담대를 건네며 꼬리를 흔들었다.“정아 형님, 저 범철 형님 밑에서 빌어먹고 있는 양세종입니다. 지난번에 같이 식사한 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 제 여자가 했던 말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정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양세종을 한 번 보고는 상대하지 않았다.그러고 나서 그는 윤도훈에게 공손하게 물었다.“윤 선생님, 혹시 성가시게 했습니까? 직접 손 더럽히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정아는 양세종인지 뭔지 작은 인물에 대해서 아무런 기억도 없다.한미나는 눈을 깜빡이며 표정이 변화무쌍했다.“정…… 정아 형님, 이 분은…….”양세종은 윤도훈을 가리키며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우리 보스 매형입니다만 왜 그럽니까? 조금 전에 그쪽이 우리 윤 선생님께 무례한 것으로 보였습니다.”정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정아는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이윽고 그는 양세종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윤 선생님은 이씨 가문 아가씨의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저런 저렴한 여자를 우리 윤 선생님께서 거들떠보실 거 같습니까?”“우리 형님까지 나오지 않은 걸로 다행인 줄 알고 당장 꺼지기 바랍니다. 청소하는데 거슬리게 알짜대지 말고 당장 저 여자 끌고 꺼집니다.”이씨 가문 도령의 매형한테 여자를 밀어 넣다니…….그 말을 들은 한미나는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양세종은 웃으며 허리를 굽히고 있다.그러는 와중에 그는 참지 못하고 마당 안을 힐끗 살펴보았다.‘대박!’보자마자 그는 놀라움에 또다시 바지에 비를 뻔했다.지난번 범철 형님과 정아가 식사 자리를 가졌을 때, 양세종은 도운시에서 이름이 있는 다른 형님들을 본 적이 있다.평소에 무척이나 거들먹거리는 양세종이지만 어떤 사람에게 미움을 사도 되고 어떤 사람은 안 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하여 사람을 기억하는 데 아주 도가 튼 양세종이다.‘저 형님들 귀농이라도 하신 거야?’“정아 형님, 지금 다들 뭘 하시는 겁니까?”양세종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물었다.“윤 선생님을 도와 집 안 청소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정아는 그냥 사실대로 대답해 주었다.그 대답에 양세종과 한미나는 눈이 마주쳤는데 놀라움이 더해졌을 뿐이다.한미나는 더더욱 당장 충격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그때 그 ‘두꺼비’가 이렇게 잘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낡고 허름한 집을 명성이 자자한 ‘형님’들이 직접 나서서 청소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저희도 들어가서 돕겠습니다. 저 전에 벽돌 쌓는 거 배운 적 있는데, 윤 선생님 댁 담벼락을 좀 봐줄 수 있습니다.”양세종은 눈빛이 번쩍이더니 곧 아첨을 떨었다.이에 한미나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저도 도울 수 있어요. 전에 집에서…… 방 닦은 적 있어요.”그러자 정아는 귀찮아하며 파리를 쫓든 두 사람을 쫓았다.“그럴 자격조차 없으니 당장 꺼집니다. 윤 선생님
그 말에 한미나는 입이 떡 벌어지면서 믿어지지 않았다.“에이 설마…… 형님들이 낡은 버스 타고 저 두꺼비 집 마당에 자란 잡초를 뽑으러 왔다고? 다들 미친 거야 뭐야? 여보가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양세종은 눈꺼풀이 뛰면서 다급히 한미나의 입을 막아버렸다.그러고 나서 가슴이 찔리는 듯 차창 밖을 바라보더니 듣는 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이윽고 그는 당장 시동을 걸어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양세종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하다.“앞으로 제발 좀 입단속 잘하고 돌아다녀! 윤 선생님께 절대 폐 끼치지 말고. 우리 그러다가 진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알아들었어? 정아 형님을 비롯한 저 형님들이 이곳까지 따라와서 청소하는 걸 보면 윤 선생님이 그들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는 걸 설명해.”한미나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양세종을 바라보며 아직도 멍하고 놀랍기만 하다.학교에서 자기한테 구박만 받던 남자애가 지금 이름 석 자만으로 남을 벌벌 떨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그날 오후.윤도훈은 마당에 서서 낡은 집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이 눈에 가득했다.잡초를 모조리 뽑았다고 방 안의 물건들도 이미 치웠다.남가연의 말에 따르면 윤도훈 부모님을 남가연 사부께서 조장을 치르셔서 시체는 없다고 했다.하여 윤도훈은 좋은 날을 선택하여 부모님의 의관총을 세울 예정이다.“매형, 차라리 집을 새로 인테리어하는 건 어때요? 벽지도 좀 바꾸고 창문도 좀 바꾸고…….”옆에서 이원이 물었다.그는 땀이 흥건하여 손으로 얼굴을 닦자, 먼지와 땀이 섞여 얼룩이 되었다.강진도 정아도 다들 모두 꼬질꼬질한 것이 낭패하기 그지없었다.“아니요. 그냥 이대로 유지하면 돼요. 다 바꾸고 나면 남은 건 하나도 없어요.”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집의 원래 모습을 유지하려 했다.그러더니 웃으며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바라보면서 이원의 어깨를 두드렸다.“처남,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믿을만하죠?”이원은 잠시 멈칫거리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 뒤로 또 이틀이 지났다.윤도훈은 율이를 유치원으로 바래다주고 나서 날짜를 한 번 보더니 얼굴에 차가운 빛이 돌았다.지난번 조문호에게 마지막 통보를 보낸 뒤로 지금까지 또 다섯 날이 지나갔다.하지만 조문호는 여전히 돈을 보내지 않고 있다.‘한번 해보자는 거지?’윤도훈은 콧방귀를 끼며 더 이상 전화를 하지도 않고 바로 조씨 가문으로 향했다.보잘것없는 승합차 뒤에 벤틀리 뮬상이 몰래 붙고 있다.차 안에는 개인 탐정으로 윤병우에게 9000만원을 받고 몰래 미행하고 있는 것이다.허승재는 이미 도망쳤고 윤병우만 이곳에 남겨두고 떠났다.윤병우가 여태껏 도운시에 남아 있는 이유는 바로 모든 방법을 도모하여 윤도훈을 상대하기 위함이다.초기 작업은 자연스레 윤도훈 주위를 맴돌아야 한다는 것이다.한사코 상대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다.한편, 조씨 가문 별장 안.붉은색 가운을 입은 남자가 거실에 무릎을 접고 앉아 사악한 기운을 풍기고 있다.조문호의 아내인 현숙애와 아들인 현인도 함께하고 있는데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하지만 조문호는 지금 이곳에 없다.“오늘 윤도훈이 이곳으로 옵니까?”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는데 말투에서는 어마어마한 한기가 서려 있다.그는 현씨 가문 가주가 현숙애 대신 찾아온 고수로 윤도훈을 상대하기 위함이다.남자의 이름은 ‘귀익혼’으로 일반 무자와는 달라 사악한 수련자이다.“네, 아마 올 것입니다. 엄청나게 건방진 놈입니다.”조현임이 대답했고 현숙애도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5일내로 돈을 주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온다고 했었습니다.”그러자 귀익혼의 차갑고 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미 진법을 쳤으니 오지 않는다고 해도 900억을 지급해야 합니다. 알겠습니까?”이에 현숙애는 달갑지 않았지만 상대의 음산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현숙애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이런 사람에게 반드시 공손해야 한다고 당부했으니 말이다.상대의 실력은 헤아릴 수 없으며 그들의 뒤에는 ‘귀패문’이라는 사악한 수련자들의 문
조씨 가문 별장에 이른 윤도훈은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바로 대문을 걷어차 버렸다.묵직한 대문은 윤도훈의 발길질 한 방에 바로 제 역할을 잃게 되었다.돈을 질질 끌고 갚지 않는 이들에게 거친 방법이 정답일지도 모른다.밖에서 소리가 나자 현숙애와 조현인은 안색이 확 달라지더니 황급히 달려 나왔다.귀익혼도 콧방귀를 뀌면서 몸을 일으켜 잇따라 밖으로 나섰다.나오자마자 날아가 버린 대문을 보고 두 사람은 얼굴이 한껏 어두워졌다.“윤도훈, 너 X발 미친 거 아니야?”조현인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문 하나에 얼마나 한다고 이자로 퉁 치자. 은행에 1600억 저축해 놓으면 그에 따른 이자도 꽤 쏠쏠하지 않아? 그 이자로 이까짓 대문 100개라도 살 수 있지 않겠어?”그에 윤도훈도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옆에서 지켜보던 현숙애는 그 말에 발끈하여 윤도훈을 향해 삿대질하며 막말하기 시작했다.“미친 놈 여기가 어디라고 건방지게 찾아오는 거야! 사기를 쳐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우리 집안까지 넘볼 수 있어? 네가 아주 죽으려고 환장한 거지? 네 발로 찾아온 이상 절대 네 발로 나가지 못할 것이니 똑똑히 알고 있어!”“허허허...”바로 이때 귀익혼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윤도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웃음소리를 냈다.“네가 바로 그놈인가 보구나.”윤도훈은 붉은색 가운을 입은 남자를 한번 보았다.그러다니 현숙애를 차갑게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떻게든 갚지 않으려고 사람까지 찾으신 모양입니다?”말하면서 윤도훈은 귀익혼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나한테 이래도 된다고 저놈이 용기를 주던가요?”“당연한 거 아니야? 우리 귀익혼 대사님께서 너 같은 놈 하나 없앨 수 없을 거 같아?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그전에 우리가 줬던 900억도 다시 돌려 내놓는 것이 좋을 거야. 잠깐, 900억이 아니라 1600억을 도로 내놓아야 할 거야. 내 마지막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될 거야 하하하.”조현인은
갑작스러울뿐더러 묵직하기 그지없는 공격은 그대로 윤도훈에게 떨어졌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윤도훈은 뒤로 휘엉청거리더니 몸 속의 기혈이 살짝 용솟음치는 것만 같았다.“반보종사?”공격의 힘을 느끼고 윤도훈을 차갑게 웃었다.귀익혼에게 맞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다소 평온해졌다.상대의 실력으로는 자기를 절대 죽일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윤조훈은 팔도환진에 갇히자마자 바로 몸 주위에 기를 돌려 보호막을 만들었다.하여 몸 속의 기혈이 약간 용솟음치기는 했으나 단 한 곳도 다치지 않았다.“어라? 제법 견딜만한가 봐?”자기 공격에 넘어가지 않은 윤도훈을 보고 귀익혼은 당황한 듯했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조현인과 현숙애도 멍하더니 귀익혼을 향해 말했다.“대사님, 봐주실 필요 없으니 한 방에 없애주시기 바랍니다.”이에 귀익혼은 콧방귀를 끼면서 대답했다.“나도 알고 있다.”말하면서 귀익혼은 험상궂게 웃었다.“실력이 좀 있는 것 같은데 두 번째 공격까지 견딜 수 있는지 한번 보자. 준비됐어? 이번엔 제대로 죽여줄 테니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귀익혼은 지금 마치 배부른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고 있듯이 환진 속에 갇힌 윤도훈을 바라보며 조롱하고 있다.쏴-말이 떨어지자마자 귀익혼은 환진 속으로 뛰어들어 윤도훈의 복부를 향해 걷어찼다.펑-갑자기 달려든 귀익혼의 공격에 윤도훈은 또다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몸까지 휘영청 했다.“X발! 맷집이 꽤 좋다?”“언제까지 네 놈이 견뎌낼 수 있는지 한 번 해봐!”묵직한 발길질에 넘어가기는커녕 제자리에서 살짝 휘영청 거리기만 한 윤도훈을 보고 귀익혼은 믿어지지 않아 했다.펑펑펑-이윽고 귀익혼은 윤도훈에게 연신 공격을 더했다.팔도환진 속에 갇혀 있는 윤도훈이라 그는 지금 자신의 육체적 강도와 보호막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이다.귀익혼이 공격만 하고 뒤로 빠지는 바람에 반격하려고 해도 잡히지 않았다.이에 윤도훈은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열이 오른 윤도훈과 달리 귀익혼은 이미 온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