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이진희를 데리고 윤도훈은 제황원으로 돌아왔다.율이가 잠들 때까지 달래고 나서 그는 이진희 앞으로 다가갔다.“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잖아. 오늘은 여기서 자고 회사에 가지 마. 뭐나 다 네가 직접 나서서 할 필요 없어.”이진희 작은 손을 잡고 윤도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에 이진희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더니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할게요.”그러자 윤도훈은 웃으며 한 발 더 나가기 시작했다.“아니면 차라리 나랑 같이 살자. 적어도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이진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윤도훈을 흘겨보았다.“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그리고 여기서 지낸다고 한들 24시간 내내 옆에서 보호할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게다가 저 출근까지 해야 하는데요.”“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를 해치려는 사람들 인제 없을 거예요. 그 일을 겪고 나서 허승재 씨도 더 이상 저한테 나쁜 마음 품지 않을 거예요.”이에 윤도훈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래, 어차피 보름도 안 남았어. 허허…….”“무슨 엉큼한 생각하는 거예요? 저 미리 말하는데 절대 호락호락 않을 거예요. 같이 산다고 한들 저 절대…… 절대…….”눈빛이 다소 야릇해진 윤도훈을 꼬집으며 이진희가 말했다.“절대 뭐?”윤도훈은 못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평소 강하고 차가운 보이기만 했던 이진희는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그런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윤도훈은 심장이 두근거렸다.“흥! 하는 거 봐서요.”이진희는 입술을 깨물고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이때 윤도훈은 웃으며 말머리를 돌렸다.“여보, 여보도 고수되고 싶지 않아? 율이랑 여보 그리고 이원 씨까지 무술을 배웠으면 해. 여보가 말했듯이 24시간 내내 옆에서 지켜줄 수 없잖아. 그래서 스스로 지킬 수 있을 만큼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면 좋겠어.”“네?”이진희는 자신을 가리키며 의문을 품었다.“저도 고수가 될 수 있을까요?”“그럼,
윤세영은 윤도훈을 지그시 바라보며 의심과 노여움을 살짝 드러냈다.이치대로 라면 윤도훈은 응당 그녀가 내린 미혼구에 넘어갔어야 했다.미혼구는 일반 정구보다 더욱 포악하다.일단 미혼구가 몸에 있다면 윤세영에게 푹 빠져 정신이 해롱해롱해져야 한다.그러나 윤도훈은 지금 눈살을 찌푸리며 무척이나 언짢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도훈 오빠, 왜 그래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먼 길 마다하고 보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왜 인상까지 쓰고 그래요?”윤세영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도도하게 걸어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이때 윤도훈은 잔뜩 찌푸렸던 눈살을 다시 펴고 그녀에게 푹 빠진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 딸 때문에 골치 아파서 그러는 거예요. 세영 씨 보고나니 기분이 다 상쾌해지네요.”“흥, 난 또 오빠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잖아요.”윤세영은 애교를 부리며 콧방귀를 뀌었다.“그럴 리가요. 이렇게 예쁜 세영 씨를 싫어하다니 말이 안 돼요. 밤낮없이 내내 보고 싶었어요.”윤도훈은 아첨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윤세영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마치 그녀에게 푹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말이다.이때 윤세영은 매혹적으로 웃더니 곧 말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참, 지난번에는 오빠 딸 얘기만 했었잖아요. 정작 오빠에 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했어요.”“도훈 오빠 실력은 어느 정도예요? 초급 경지, 다시 말해서 신적 경지에는 도달했어요?”그 질문에 윤도훈은 가슴이 덜컹거렸다.윤세영의 입에서 “초급 경지”라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 그녀의 내력에 대해서 더욱 궁금해졌다.세속계의 무자는 실력에 따라 나눈다.가장 낮은 것으로 시작하여 높은 것으로 본다면 횡인, 명력, 암력, 화력, 종사, 그리고 종사 위의 신적 경지로 나뉜다.아무도 “초급 경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그 말은 즉 윤세영이 보통 무자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한다.‘나처럼 윤세영 씨도 수련자일까?’“초급 경지 신적 경지가 뭐예요? 아무튼 내 실력은 종사 위
윤도훈은 차갑게 웃으며 찬물을 끼얹었다.말을 마치고 그는 조수석으로 다가가 차 문을 열었다.그러자 윤세영이 차에서 내려왔고 그는 단번에 윤세여을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윤세영은 애교를 부리며 주선미를 보더니 팔을 들어 윤도훈의 목을 감쌌다.“오빠 우리 얼른 가요. 호텔 잡았단 말이에요! 커플만을 위한 특별 룸으로 잡았어요.” 이때 윤도훈은 주선미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주선미 씨, 내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여요? 아직도 그 하찮은 수단에 넘어갈 거 같아요? 그리고 당신 말고도 여자 많고 많아요.”주선미는 윤도훈의 목을 감싸고 있는 윤세영을 바라보며 붉으락푸르락했다.차 안에 앉아 있던 사람이 율이가 아니라 또 다른 일품 미녀일 줄은 몰랐다.그때 그 가난뱅이 곁에 여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주선미는 비록 자기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 있지만 윤세영과 비교해 보니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자기한테 반해 넘어올 것으로 자신감이 넘쳤던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우스워 보였다.“하찮은 수단?”“넌 그냥 세상 제일 나쁜 바람둥이야!”주선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윤도훈을 가리키며 날카로운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너도 알고 있을 거야. 네가 얼마나 역겨운지.”“세영 씨, 우리 그만 가요.”윤도훈은 주선미를 비웃고 나서 다시 차에 몸을 실어 액셀을 끝까지 밟고 훌쩍 떠났다.화가 잔뜩 난 주선미의 모습을 보고 윤도훈은 상쾌한 기분에 웃음이 떠올랐다.그때 유현이라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자기 앞으로 와서 이혼하자고 했을 때를 떠오르면 속이 후련하기만 하다.일부러 찾아가서 주선미를 모욕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스스로 모욕함을 당하려고 직접 자기 발로 찾아왔다면 순순히 돌려보낼 수 없다.이대로 모욕감을 몇 번만 더 당하고 나면 서서히 혼자 발걸음을 끊어 율이와의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자기감정 보다는 율이가 더욱 걱정돼서이다.주선미와 마주치면서 율이가 다른 환상을 품게 될까 봐.벤츠가 떠나는 모습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윤도훈이 자기를 밀어내자 윤세영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놀라움과 충격이 가득한 얼굴로 윤도훈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다.남자한테 거절당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윤세영은 본래 보기 드문 미인이다.기반이 좋을 뿐만 아니라 미혼술과 미혼 고충까지 더했는데도 거절당하다니.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움직일 필요도 없이 손가락만 까닥이면 넘어오게 되어 있다.“오빠, 왜 그래요? 너무 이르다니 그게 말이에요?”“난 오빠 좋아한 지 한참 되었고 모든 걸 생각하지 않고 오빠만 바라볼 수 있어요. 내내 직진하다가 왜 이제 갑자기 발 빼는 거예요? 남자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윤세영은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불만을 품은 채 그윽하게 물었다.이에 윤도훈은 손을 흔들며 말머리를 돌렸다.“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근데 무슨 일로 찾아온 거예요? 그만 본론부터 얘기하죠.”그러자 윤세영은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본론이라면, 이게 본론이 아니에요?”말하면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윤도훈을 향해 다가갔다.펑-그러나 이번에 윤도훈은 손에 힘을 주자 갑자기 기운이 솟아올라 윤세영을 확 밀어냈다.“아!”윤세영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일어섰는데, 예쁜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졌다.노한 기색을 드러내며 이를 악문 채 윤도훈을 노려보았다.“윤도훈 씨, 혹시 남자구실 못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그렇게 기회를 여러 번이나 주었는데 왜 자꾸 밀쳐내는 거예요? 오늘로 그만 만나고 싶어요?”이에 윤도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협박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엄청 쫄았어요. 근데 내가 정말로 호구로 보여요?”윤도훈이 이렇게 묻자, 윤세영은 멍하더니 다시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호구 아니에요?”그러자 윤도훈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쯤에서 농담 하나 해줄까요?”윤세영은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농담이요? 지금 이 상황에서 농담할 기분 나요?”윤도훈은 씩 하고 웃더니 운을 떼기 시
남가연을 통해 윤도훈은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여 윤세영과 겉치레를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느껴졌다.예쁜 두 눈이 두어 번 반짝이더니 윤세영은 이를 악물었다.“뭘 알고 싶은 거예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요.”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려고 했다.그러던 그때 윤세영이 갑자기 폭발하며 곧장 밖으로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였다.이런 상황을 미리 생각이라도 한 듯 윤도훈은 그녀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순간 한 줄기는 진기가 응집되어 실체를 드러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윤세영의 등을 훅 밀쳤다.푸-단번에 피를 뿜어내면서 윤세영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윤도훈의 공격으로 그녀는 중상을 입게 되었다.처음으로 맞붙었을 때 윤세영은 윤도훈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윤도훈은 이미 초급 경지를 돌파한 것으로 순순히 상대를 보낼리가 없다.이윽고 그는 윤세영을 침대로 훅 던져 얇은 이불로 그녀의 몸을 덮었다.보는 것만으로 온몸에 혈기가 용솟음치는 치명적인 몸매를.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윤세영은 두 눈을 부릅 뜬 채 이를 갈며 비웃었다.“왜? 설레서 그래? 이 병X아!”그러자 윤도훈은 콧방귀를 뀌었다.“쓸데없는 소리 작작 해.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해줄 수도 있어.”말하면서 그는 은침 하나를 꺼내 그녀의 발밑에 있는 어느 한 혈을 향해 찔렀다.순간 온몸이 저리고 행동 능력까지 잃게 되었다.그와 동시에 간지러운 느낌이 발바닥을 따라 온몸으로 퍼져 괴로움에 얼굴까지 일그러졌다.“하지 마! 그만해!”“내가 다 말할게!”괴로운 나머지 윤세영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윤도훈은 웃으며 은침을 도로 빼고 난 뒤,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우선 네 정체가 무엇인지 말해봐. 우리 아버지 몸에 있는 옥패를 찾으려는 목적은 또 뭐야?”일단은 안전을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옥패를 아버지한테 있다고 둘러댔다.“난 도운시 은둔 가문인 윤씨 가문 출신이다. 상고 윤씨 가문의 방계이기도 하다…….”
또 다른 윤세영의 답을 듣고 윤도훈은 냉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그때처럼 옥패로 저주를 풀 수 있다고 하지 그래?”지난번 윤세영은 용 모양 옥패로 저주를 억제할 수 있다고 그를 속였었다.이번에는 과연 사실일까?“난…… 네가 계속 날 괴롭힐까 봐 무서워서 그랬던 거야. 이번에 말한 건 모두 사실이야. 정말이니 믿어줘.”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간절하게 말했다.이윽고 윤도훈은 어떻게 하면 상고 윤씨 가문을 찾을 수 있는지 물었다.“그건 나도 몰라. 우리 가문은 그저 상고 윤씨 가문의 방계일 뿐이야. 우리 가문의 가주와 핵심 인물만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낼 수 있어. 그리고 미리 하는 말인데 절대 건드리지 마. 내가 널 얕보는 게 아니라 상고 윤씨 가문이 직접 나서지 않더라고 우리와 같은 방계 가문은 얼마든지 널 죽일 수 있어.”윤세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협박에 비견되는 말을 듣고도 윤도훈은 더없이 덤덤했다.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그는 윤세영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는데 눈빛은 삼엄하기 그지없었다.그 눈빛에 화들짝 놀란 윤세영은 순간 얼어붙었다.“뭐 하려는 거야?”윤도훈의 몸에서 분명한 살의를 느꼈다.‘설마 날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네가 상고 윤씨 가문 방계 은둔 가문 출신이고 그 가문을 위해 힘써 주고 있는데 그냥 순순히 보낼 거 같아? 네가 돌아가서 소식을 전할 때까지 내가 여기서 얌전히 기다릴 거라는 천진한 생각은 하지 않았지?”윤도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절대 그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 나 절대 그러지 않아. 너에 대해서 집안에 말한 적도 없어.”“그리고 우리 가문에 내 혼패가 있어. 네가 날 죽이는 즉시 혼패는 산산조각날 것이고 가족들은 내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럼, 당연히 여기까지 찾아오고 말 거야.”“날 살려만 준다면 절대 그 누구한테도 알리지 않을게. 약속해.”윤세영은 몹시나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왜냐하면 윤도훈이 자기를 죽이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내가
그래서 윤도훈은 하루라도 빨리 실력을 키우고 싶은 것이다.윤세영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다른 곳은 모르겠고 도운시에서는 고씨 가문에는 있을 거야. 아마 수련 자원이 엄청많을걸? 돈이 많다면 가서 사도 돼. 물론 실력이 된다면 빼앗아도 되고. 허허…….”마지막 말을 하면서 윤세영은 농담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그를 조롱했다.윤도훈은 눈빛이 날카로워지면서 본능적으로 물었다.“고씨 가문 실력은 어느 정도야?”그러자 윤세영은 살짝 당황했다.“설마 정말로 빼앗으려는 건 아니지? 고씨 가문에서 결단 경지 가주가 나온 적이 있다고 들었었어. 비록 10여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직 살아 있는지는 몰라. 하지만 지금의 가주와 호법 그리고 장로까지 초급 경지 후기 고수라고 들었어.”“음…….”윤세영의 말을 듣고 윤도훈은 살짝 흔들렸다.“그냥 거래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머릿속의 용혼선결의 경지에 따라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각각 연정, 초급, 결단 경지, 금단, 원영, 동허, 쇄허, 대승, 도겁 구대 경지로 나눈다.윤도훈은 이제 겨우 초급에 들어섰을 뿐이다.고씨 가문의 결단 경지 가주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라도 남은 초급 경지 고수와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게다가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수련자의 생명 층차는 끊임없이 극한을 돌파하고 수명도 따라서 연장된다.하여 결단 경지 옛 가주는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어휴…… 내 실력이 부끄럽구나…….”“쳇…….”윤세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빼앗겠다고 했던 거 설마 진심은 아니었겠지?’호텔에서 나오고 나서 윤도훈은 차에 앉아 속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지난번 고씨 가문 경매에서 “진살부”를 팔고 고씨 가문의 공제금을 떼고 나서 680억을 벌었다.이찬혁은 그동안 대신 양원단을 팔아준 덕분에 1200억을 손에 넣게 되었다.그리고 전에 강지원이 다녔던 이한 주업의 왕현무로부터 80억을 받고 조문호로부터1000억, 1600억을 잇따라 받았다
현숙애의 표정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윤도훈에 대한 원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조문호는 한숨을 내쉬며 현숙애에게 말했다.“여보, 그냥 윤도훈한테 돈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미 약속했던 일이기도 하잖아. 만약 윤도훈이 아니었다면 이찬혁이 그날 우리 가족 다 죽였을 거야…….”윤도훈에게 빚진 1600억을 갚고 싶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되지 않았다.1000억을 윤도훈에게 주면서 조문호의 자금은 거의 바닥이 났었다.조씨 가문은 일부 자금은 현숙애가 관리하고 있어 만약 허락하지 않는다면 윤도훈에게 줄 돈은 정말 없다.“당신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윤도훈이 그날 어떻게 돈을 요구했던지 기억 안 나? 대놓고 사기 치는 거랑 뭐가 달랐는데? 그리고 이찬혁을 대신 죽여준 것도 아니잖아. 근데 또 돈을 내놓으라고? 미친!”현숙애는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조문호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찬혁이는 내 아들이야! 윤도훈이 어떻게 죽일 수 있겠어?”이찬혁에 대해 얘기가 나오자 조문호는 죄책감이 밀려오면서 마음 한 곳이 아팠다.그가 자기를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건 사치라고 생각하며 자기에 대한 원한만 내려놓기를 바라고 있다.이런 순간에 현숙애의 입에서 이찬혁을 죽여야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니 화가 치밀어오른 것이다.“아들? 참, 웃기지 않아? 걔가 당신이랑 같은 성 씨야? 당신을 아버지로 받아들였어?”“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당신한테 아들은 현인 하나뿐이야. 다른 속셈 품고 있지 말라는 소리야. 아니면 그 빌어먹을 이천연을 찾아가 다시 살겠다는 거야?”붉으락푸르락하며 조문호는 손가락으로 현숙애를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었다.“너…… 그만하자. 싸우고 싶지 않아.”말하면서 조문호는 노여움을 머금고 몸을 돌려 떠났다.현숙애는 그를 향해 콧방귀를 뀌며 한동안 흐리멍덩해졌다.이윽고 이를 갈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는데 수도권 육씨 가문이었다.전화를 끊고 난 뒤, 현숙애의 얼굴은 음침하고 매서운 기색이었다.“빌어먹을 윤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