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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윤도훈은 나청현과 백아름을 따라 다시 그 동굴로 향했다. 이윽고 그들은 악령의 소굴이 있던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이제는 그곳에 있던 희미한 빛의 장막이 사라지고 다른 곳과 다를 바 없는 돌벽만 남아 있었다.

“하아, 이 악령의 소굴 입구가 사라져 버렸어요. 그 안에 있는 형제들의 시신은 아직 남아 있는데 말이에요. 도훈 씨, 이 입구를 다시 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나청현은 아쉬움과 기대를 담아 물었다.

그러자 윤도훈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입구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다시 열겠어요? 나청현 씨, 마음 편히 가져요. 반나로는 이미 죽었고, 그 전사들의 복수는 갚았잖아요.”

윤도훈도 매우 슬펐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전사들의 영혼은 이미 반나로에게 의해 정화되어 그들의 의식은 사라졌다. 이전에 악령의 소굴에서 반나로가 그들을 이용해 이진희를 공격했을 때, 이진희가 그들의 힘을 흡수한 것이다. 물론, 윤도훈은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아.”

나청현은 깊이 한숨을 쉬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나청현은 마음을 가다듬고 윤도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백아름이 윤도훈에게 호법을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윤도훈이 적시에 나타나 반나로를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윤도훈과 백아름은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이 각자 도망칠 때도, 윤도훈이 시간을 벌어주고 반나로의 주의를 끌어주었다.

“고마워.”

백아름도 차가운 얼굴로 윤도훈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백아름은 곧 쿡 소리 내며 덧붙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둬. 내가 언젠가 너를 이기고 지난 치욕을 씻어내고 말 거야.”

백아름은 신약산곡에서 있었던 일을 여전히 잊지 못한 듯했다.

윤도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보였다.

“마음대로 해.”

그때 갑자기 윤도훈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윽고 윤도훈의 영혼 깊은 곳에서 또 다른 잔여 원신의 의식이 나타났다.

“선배님?”

[날 용조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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