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을 찌푸리던 서준영은 고 대가의 손에 들려있는 청동검을 보고 두 눈을 반짝거렸다.비록 다른 사람들 눈에는 녹이 슨 보잘것없는 청동검이었지만, 서준영은 단번에 이 검이 비범한 능력을 갖춘 법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래, 저 청동검이야말로 값비싼 공격적 법기지! 내가 갖고 있는 음사등뼈채찍과 막상막하겠는걸?’서준영은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들고 계신 청동검은 꽤 탐나도록 괜찮은 물건이네요.”“이놈이 좋은 걸 알아보는 눈은 있네! 이 청동검은 내가 오래전 무덤에서 우연히 문물인 줄 알고 들고 온 거야, 알고 봤더니 용광로에 버려도 제련되지 않는 훌륭한 법기이지 뭐야! 오늘 내 특별히 나와 오랜 세월을 같이해 온 청동검으로 네 놈의 머리를 베어주지!”안호철은 급한 마음에 사상법진의 압박을 저항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압박은 점점 커졌고 체내의 진기도 빨리 손실되었다.“고 대가, 여기는 강운이라는 걸 잊지 마시오!”“안 어르신, 몸부림칠수록 압박은 더 거세지고 체내의 진기도 더 빨리 손실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세상 물정도 모르는 어린 녀석을 죽이겠다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겁니까?”안호철은 소규모의 법기 경매회에서 이러한 유혈사태가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고 마음속으로 엄청나게 후회했다.“준영아, 미안해. 난 생각하지 말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하지만 서준영은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안호철을 안심시켰다.“안 어르신, 전 괜찮습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고 대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놈아, 죽음 앞에서도 아직 자존심은 살아있나 보지! 오늘 널 지옥에 보내줄게!”그의 말이 끝나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대가들은 그제야 서준영이 안쓰러운지 동정하기 시작했다..“젊은이가 재주가 좀 있으면 뭐 하나, 이렇게 오만해서 죽음을 자초하는데.”“자존심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았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텐데.”“고 대가가 벌인 사기극을 들추어내지 않았더라면 죽음을 면했을 텐데.”이어 고 대가
서준영이 청동검의 검체에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붙어있던 녹이 떨어지면서 빛나는 표면이 나타났다.이어 손가락에서 뿜어내는 영기를 검체에 주입하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찬란한 푸른 빛을 뿜어냈다.고 대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면서 청동검을 잡은 손을 떼자, 힘없이 수십 미터 멀리 날아가 버렸다.서준영은 고 대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쥐고 있던 청동검으로 사상진법을 갈기갈기 찢어버리자, 대가들의 두 어깨가 가벼워지면서 손발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정신을 차린 고 대가는 적개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황급히 도망치려고 했지만, 서준영이 또 그를 불러세웠다.“고 대가님, 청동검을 버리고 가실 겁니까?”서준영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표정한 표정으로 청동검을 들어 도망치는 고 대가의 등을 향해 던졌다.그 충격으로 고 대가는 등이 심하게 긁혀 피가 철철 흘렀고 헉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몇 바퀴 구르면서 쓰러졌다.얼마 뒤, 서강시 최고 현술 대가라고 자부하던 고 대가는 목숨이라도 부지하기 위해 서준영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서 대가님,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나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서준영은 싸늘한 얼굴로 청동검을 다시 들더니 두려움에 온몸을 벌벌 떨고 있는 고 대가의 앞으로 가서 그의 목덜미에 댔다.“내가 당신의 사상법진을 부쉈다는 걸 인정합니까?”고 대가는 놀라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네, 네... 당연히 인정합니다.”“그러면 내가 당신이 꾸민 사기극을 다른 사람들 앞에 낱낱이 들추어내어 장사를 망친 것도 괜찮습니까?”“당... 당연히 괜찮습니다.”“그럼, 내가 당신을 폐인으로 만들어도 원망하지 않겠죠?”고 대가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원망할 일은 죽어도 없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 대가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고개를 번쩍 들며 되물었다.“네? 저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다고요?”그 순간 서준영은 청동검을 들어 고 대가의 단전을 단숨에 갈기
누가 들어도 이 말은 김남길과 그 일행에게 하는 말이었다. 순간 그들의 표정에 죄책감이 묻어났다.“서 선생님, 제가 눈에 뵈는 게 없이 실례를 범했네요.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김남길도 알만한 사람인지라 얼른 두 손을 모으고 사과했다.임용관과 진충도 따라서 두 손을 모았다.“서 선생님, 상황이 참 우스워졌군요. 멍청한 저희가 서 선생님의 진가를 못 알아봤습니다.”“서 선생님, 거친 사람이라 그러니 너그러이 봐주세요.”유선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서준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에겐 서준영이 너무 신비로웠다.서준영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됐어요. 오늘 일은 여기서 넘어가죠.”“어르신, 이건 제가 특별히 어르신을 위해 제련한 대환단입니다. 이 대환단을 드시면 생기를 되찾으시고 수명도 10년이나 연장할 수 있습니다.”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말에 안호철은 얼른 대환단을 건네받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럼 감사히 받겠네.”순간 김남길과 그 일행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안호철의 손에 든 대환단을 보며 내심 부러워했다.세상에 이런 단약도 있는 건가? 처음 듣는 소리였다.“서 선생님, 단약도 제련하시는 거예요?”김남길이 얼른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서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조금 알고 있어요.”김남길이 잽싸게 아부했다.“저... 서 선생님. 이 대환단, 저한테 한 알 파시면 안 될까요?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서 선생님, 저도 한 알 주세요.”임용관도 흥분한 나머지 언성이 높아졌다.“저도요!”진충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맞장구를 쳤다.서준영은 그들을 보며 덤덤하게 웃었다.“죄송하지만 대환단은 이 한 알밖에 없습니다. 갖고 싶으시다면 어르신께 여쭤보세요.”이에 모두가 일제히 안호철을 둘러싸고 이렇게 외쳤다.“어르신, 제가 200억을 드리겠습니다. 그 대환단을 제게 파시면 안 될까요?”“내가 400억을 드리겠습니다. 제게 파세요.”“600억! 600억입니다! 제게 주세요!”그들에게 둘러싸인 안호철이 언성을 높였다
“어르신, 이 권 총장님이라는 사람 어떤 사람이에요?”서준영이 그쪽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집사 말로는 서울 경찰청의 총장이라고 했다.안호철이 조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권정용이라고 서울 경찰청의 총장이야. 지체가 매우 높으신 분이지. 서울시 경찰서를 꽉 잡고 있으니 말이야. 이번에 서울에서 내려온 것도 다 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지.”“만약 권정용이 우리 안씨 집안에서 무슨 일 생긴다며 안씨 집안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야.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서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울 경찰청의 총장이면 지체도 높고 신분도 특수했다. 이런 사람이 안호철의 파티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안씨 집안은 책임을 회피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왜 갑자기 병이 도진 거지?서준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안호철과 사람들 앞으로 걸어갔다.붐비는 사람들 틈으로 까만 슈트에 하얀 셔츠를 받쳐입은 남자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입은 파랗게 질려 있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거품을 토해내고 있었다.상황을 보아하니 매우 심각했다.수행 보디가드도 어쩔 바를 몰라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한 명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다른 한 명은 심폐소생술을 했다.안호철은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손 비서님, 권 총장님은 어떤가요?”바닥에 꿇어앉아 있던 중년 남자 손지창이 안호철을 힐끔 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어르신, 만약 우리 총장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날엔 안씨 집안도 조사를 피할 수는 없을 거예요.”“어떻게 된 거야? 의사는 왜 아직이지?”손지창이 옆에 선 보디가드에게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상황이 보아하니 매우 다급해 보였다.손지창의 말에 기분이 나빠진 안호철이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뭐라 할 수는 없었다.서준영은 안호철 뒤에 서서 권정용의 상황을 살피더니 미간을 찌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중독입니다! 더는 심폐소생술을 하면 안 돼요! 그럴수록 독이 혈관을 타고 빠르게 퍼져 더 심각해질 거예요!”이 말에 손지창이 고개를
여천일이 바닥에 꿇어앉아 권정용의 눈까풀을 들어 올리더니 동공을 살폈다. 동공은 이미 풀린 상태였다. 이어서 권정용의 혀와 입술, 그리고 토해낸 거품과 피를 꼼꼼히 확인했다.검사를 마친 여천일은 얼굴이 땀범벅이 되어서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손 비서님, 권 총장님은 중독되신 거예요. 그것도 일종의 신기한 독입니다. 저도 지금 당장은 어떤 독인지 몰라서 해독은 어려울 것 같네요.”손지창이 다급하게 물었다.“여 신의님, 그러면 어떡합니까?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 권 총장님 좀 살려주세요!”여천일이 미간을 찌푸리며 약상자를 열었다. 안에서 은침을 꺼내더니 이렇게 말했다.“일단 먼저 은침으로 권 총장님 체내의 독소를 가둬두겠습니다. 권 총장님이 토하신 피는 이따 제가 연구해 보고 어떤 독인지 밝혀내면 거기에 맞춰 해독할 수 있습니다.”“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손지창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러더니 권정용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서준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여천일도 아는 게 있는 건 확실했다.“어르신, 여천일이라는 자는 누군가요?”서준영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안호철이 대답했다.“강운 총원의 명예 교수네. 서울의 송강호와 동문 사제라고 알려진 자인데 의술이 그래도 뛰어난 편이지. 하지만 송강호가 서울에 가는 걸 택하는 바람에 먼저 출세한 것뿐이고.”“여천일은 계속 강운시에 남아 있었지. 명성은 송강호보다 못하지만 의술은 송강호와 견줄 수 있을거야. 우리 강운시의 신의지.”“여천일을 불러오느라 손 비서도 애 좀 먹었을 거야.”서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여천일도 마침 침을 다 놓고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손 비서님, 제가 은침으로 권 총장님 몸에 있는 독소를 눌러두었으니 잠시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지금 바로 이 독이 든 피를 분석해 보고 해독제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여 선의님!”손지창이 두 손을 모아 인사했다. 사람들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여천일이 권정용
서준영의 말에 손지창과 여천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서준영의 허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했다.서준영의 의술을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도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다.“허세만 잔뜩 들어서는. 여 신의님 의술을 못 믿는 건가?”“여 신의님은 서울의 송 신의님과 동문이잖아. 의술도 매우 뛰어나 강운 총원의 명예 교수시기도 하고. 저 사람은 도대체 뭐길래 감히 여 신의님을 의심하는 거지?”“그나마 조금 있는 실력으로 허세가 하늘을 찌르는구먼.”사람들은 이렇게 비아냥거리며 불만을 토해냈다.손지창도 손사래를 치며 콧방귀를 끼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르신, 빨리 데리고 가세요!”안호철이 얼른 서준영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나왔다. 권정용도 안호철이 마련한 조용한 방으로 옮겨졌다.여쳔일은 권정용이 토해낸 검은 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은침으로 찍어보니 순간 까매졌다. 정말 기이한 독이었다.“여 신의님, 어때요? 어떤 독인지 알아내셨나요?”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손지창이 옆에서 다급하게 물었다.여천일이 고개를 저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독은 저도 처음 봅니다. 손 비서님, 권 총장님 아까 거실에서 갑자기 쓰러지신 거라고 하셨죠?”“네, 맞아요. 강운시의 옛친구들과 얘기를 나누시다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더니 아프다면서 거품을 토해내시다 쓰러지셨어요.”손지창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여천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보아하니 누군가 총장님께 독을 탄 것 같네요.”“여 신의님, 누군가 총장님을 죽이려 든다는 건가요?”여천일의 말에 손지창이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그런 것 같습니다. 거실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사람은 멀쩡하고 하필 총장님만 중독이잖아요. 누군가 총장님께 독을 타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죠.”여천일이 이렇게 덧붙였다. 손지창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흥! 안호철 이 양반이 감히 우리 권 총장님을 해하려 들다니. 안씨 가문 사람은 하나도
“그럼 어떡하지? 설마 권정용이 우리 안씨 가문에서 죽는다는 거야?”안호철이 다급하게 말했다. 이에 서준영이 덤덤하게 웃었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손 비서님과 여 신의가 반응이 와서 제를 찾아온다면 권 총장님은 살 수 있어요.”서준영이 이렇게 말하더니 여유롭게 차를 홀짝였다.한편, 권정용이 있는 방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권정용이 다시 피를 토했고 체내의 독소가 폭발해 온몸이 파랗게 변한 것이다.손지창이 땀을 뻘뻘 흘리며 침대맡에 서서 권정용에게 침을 놓은 여천일에게 물었다.“여 신의님,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죠? 아까 이미 독을 완전히 눌렀다고 하지 않았나요?”여천일이 침을 하나씩 꽂아 넣으며 이렇게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맹독이라 그런 것 같아요. 다시 누를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여천일이 침을 몇 개 더 꽂아 넣었다.풉!순간 권정용이 곧 죽을 듯 다시 피를 토해냈다.여천일이 놀라서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손 비서님, 제 의술은 여기까지인가 봐요. 이 독은 저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얼른 다른 의사를 찾아보세요.”“네? 뭐라고요? 여 신의님, 방법을 찾아주셔야죠! 권 총장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안 돼요!”손지창이 다급하게 말했다.식은땀을 흘리던 여천일이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이렇게 외쳤다.“아까 그 청년. 어서 아까 그 청년을 데려오세요! 그에게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손지창도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서준영이 한 말을 떠올렸다.“맞아요! 맞아!”손지창이 여천일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뛰어갔다.한편, 뒷마당.서준영이 차를 마시며 안호철에게 말했다.“어르신,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안되면 제가 나설게요.”“그럼 부탁한다. 준영아.”안호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서준영의 말에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이때 손지창이 여천일을 데리고 잰걸음으로 달려왔다.“어르신! 서준영이라는 사람 어디 갔어요?”“권 총장님이 피를 토했어요. 의술이 대단하다는 그 총각한테 권
“빌어먹을.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권 총장님의 비서인 내가 너한테 명령 좀 하면 어때서?”손지창이 불같이 화를 내며 서준영을 손가락질했다.서준영이 차갑게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손 비서님, 사람 살리고 싶지 않다면 알아서 하세요.”“너 진짜!”손지창이 화를 못 이겨 씩씩거렸다. 그를 이런 태도로 대한 사람은 서준영이 처음이었다. 정말 눈에 뵈는 게 없어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손지창은 바로 손이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안호철이 있으니 손지창도 너무 나대지는 못했다.이때 보디가드가 뛰어오더니 다급한 말투로 외쳤다.“손 비서님! 총장님, 총장님이...”“총장님이 왜?”손지창이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온몸에 빨간 점이 돋고 호흡이 가빠지고 모든 구멍에서 피가 나지 않던가요?”서준영이 덤덤하게 물었다. 하지만 이를 들은 보디가드는 서준영을 보며 놀라움과 의심을 금치 못했다.어떻게 알았지?손지창이 미간을 찌푸린 채 옆에 선 보디가드에게 소리를 질렀다.“말해! 권 총장님이 왜?”보디가드가 얼른 대답했다.“손 비서님! 총장님 지금 온몸에 붉은 점이 돋고 호흡이 가빠지고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이 말에 손지창의 머리가 윙 해졌다. 그는 얼른 고개를 돌리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준영을 바라봤다.이 사람이 어떻게 안 거지?“어떻게 알았어?”손지창이 캐물었다.서준영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다른 것도 알고 있어요. 3분만 더 지나면 총장님은 손 비서님 때문에 최적의 치료 시간을 놓치고 저승사자한테 끌려갈걸요?”이 말은 마치 예리한 비수처럼 손지창의 마음을 파고들었다.옆에 있던 여천일이 얼른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으며 경건하게 말했다.“서 신의, 제발 총장님을 살려주게나!”서준영은 아무 말 없이 차를 홀짝이며 손지창을 향해 말했다.“손 비서님은 간절해 보이지 않는데요?”손지창은 이제 와서 자세를 숙이는 게 내키지 않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여천일이 그를 설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