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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신세희가 고개를 들자 임서아가 보였다. 오래 못본 동안 임서아는 무척 초췌해졌다. 피부는 누랬고 피를 다 빨린 강시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광기만은 예전과 같았다.

“신세희, 상상도 못했지? 결국 내 손안에 들어올 줄? 하하하!”

임서아는 교만하게 웃었다. 신세희는 매우 침착했다. 그녀는 늘 이랬다. 위험한 상황일수록 더욱 차분했다. 그녀는 유리의 귀에 대고 말았다.

“아가, 엄마가 저 여자 다리를 잡고 눌러둘 테니까 도망쳐, 도망칠 수 있는 만큼 멀리 가, 아까 들어올 때 길 기억나지?”

이건 모녀가 암묵적으로 약속한 일이었다. 전에 부소경을 따라 부 씨네 저택에 갈 때도 신세희는 딸에게 상황이 안 좋으면 도망가라고 했었다. 하지만 전제는 들어올 때 길을 꼭 기억해 두는 것이었다. 유리도 신세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했어 엄마.”

“그래.”

신세희는 천천히 일어나 아무 말도 없이 임서아를 바라보기만 했다. 임서아는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어때, 신세희? 너무 놀랐지? 가성섬에 오자마자 우리 오빠한테 잡혀 여기로 오게될 줄 몰랐지? 넌 네 남편 부소경이 못하는 게 없는 줄 알아? 가성섬까지 공략하려고? 어림도 없지.”

“유리야, 움직이지 마. 입구를 막고 있는 걸 보면 경계를 풀지 않았어. 움직이지 마 알겠지?”

신세희는 낮은 목소리로 유리에게 알려줬다.

“응.”

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서아는 두 모녀가 서로 안고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니 더욱 자신만만해졌다. 이렇게 돌고 돌아 신세희가 또 이 임서아 손에 들어왔으니 이젠 날개를 꽂아줘도 날지 못하는 신세 아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임서아는 너무 득의양양해졌다.

“신세희, 넌 아직 모르겠구나. 네 남편이 그렇게 교만한 건 구경민이랑 친하기 때문이야. 근데 우리 할아버지도 구경민네 둘째 삼촌이랑 사이가 좋아. 예전에 구경민 삼촌이 부소경 편은 아니었지만 가성섬의 편을 들어주지도 않았었어.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 구경민 삼촌 구성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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