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와 유리는 동시에 의아해하며 입구의 도도한 어린 소녀를 바라봤다. 소녀는 대략 17살쯤 되여보였는데 교만하고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리는 엄마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엄마, 우리 진짜 재수 없다. 방금 나쁜 여자 하나 물리쳤더니 한 명이 더 왔어.” “유리야, 얘기하지 마!” 신세희는 유리를 째려봤다. 그러고는 눈앞의 도도하지만 별로 예쁘지는 않은 소녀를 바라봤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면 여기 군주님이신 반호경씨 딸 반명선이죠?” “어떻게 아셨죠?” 반명선은 심문하는듯한 어조로 물었다. “두 분은 누구신데 저희 집에 계시고 폭행도 하시는 거죠? 새로 온 가정부인데 규칙을 잘 몰라 사람을 보자마자 팬 건가요?” “너나 가정부다 이 못생긴 여자야. 거울 안 보니? 콧구멍이 하늘을 찌를 것 같은데 고개를 쳐들고 우리랑 얘기해?” 유리는 이 소녀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임서아 그 못된 여자도 제압했는데 이 어린애를 제압하지 못할까. 유리는 이렇게 생각하며 자신도 어린애라는 걸 잊은 듯했다. 유리를 안고 있는 신세희는 심장이 덜컹했다. 오늘 자신과 딸은 무조건 죽겠구나 싶었다. 그녀는 이미 지니고 있던 휴대폰을 꺼놨다. 부소경이 자신을 찾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부소경도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딸을 꽉 안은채 전혀 두렵지 않은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속으로 혹시 이 아이가 유리를 때리기라도 한다면 이 아이의 목을 단숨에 물어버릴 거라 생각했다. 단숨에 목숨을 뺏을 것이다. 아니면 시간이 없다. 뒤에는 엎드려있는 임서아가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유리가 반명선을 욕할 때 임서아는 이미 일어났다. 하지만 임서아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 쥔 채 비틀거리며 문쪽을 향해 말했다. “명선 공주, 저 둘 다 나쁜 놈들이야. 남성에서 온 것들. 저 애는 부소경네 애고 저 여자는 부소경 아내야. 부소경이 누군지 알지? 네 아버지의 가장 큰 적이잖아.” 반명선: “...” 소
그게 아니었다면 여긴 그저 인구가 백만도 안되는 작은 섬일 뿐이었다. 대포 한방이면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예전의 부하들에게 여기로 무기와 물자들을 운반하라고 분부한 다음부터 임서아와 그녀의 부모들이 이 섬에서의 지위도 매우 높아졌다. 오죽하면 가성섬의 군주조차 임 씨네 집안 눈치를 볼까. 가성섬에서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둘뿐이었다. 반호영과 반호경의 딸 반명선. 반명선은 차갑게 웃으며 임서아를 바라보았다. “믿어요. 우리 아빠더러 날 때리라 한다면 그 무기들 때문에 당신 말을 들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아빠가 당신을 알아보긴 할까요? 지금 피에로보다 못생겨서 알아보지도 못할걸요? 너무 못생겼어 하하하. 안되겠다 사진이라도 찍어야지.” 그러고는 반명선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임서아를 여러 각도에서 찍기 시작했다. “반명선, 그만 찍어!” 임서아가 이리저리 피하면 반명선은 따라다니며 찍었다. 이때 신세희와 유리는 서로를 쳐다봤다. 도망쳐야 한다! 모녀는 약속한 듯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가려고? 어림도 없지!” 문밖으로 나서지도 못했는데 또 두 사람이 들어왔다. 신세희는 그들을 보자 심장이 덜컹했다. 임서아의 부모님 임지강과 허영이었다. “네가 드디어 왔구나. 죽으러 온 거야?” 임지강이 신세희를 무섭게 쳐다봤다. 신세희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시선으로 임지강을 바라봤다. “저희 엄마는요!” “뭔 헛소리야!” 신세희가 차갑게 웃었다. “이번 생에 저희 엄마를 찾게 된다면 괜찮지만 만약 못 찾는다면 당신 살가죽을 다 벗겨버릴 거예요.” “서아야, 우리 딸 어쩌다... 누가 이렇게 때렸어.” 이때 허영이 멍투성이인 딸을 발견했다. “흑... 엄마...” 임서아는 엄마를 보더니 더 이상 반명선을 피하지 않고 엄마 뒤에 숨어서 말했다. “엄마 빨리 얘 멈추라고 해줘. 자꾸 나 찍어.” 허영이 가소롭다는 듯 반명선을 바라봤다. “그만해, 이 못된 계집애야.” 반명
반호영은 여전히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유리에게 맞은 후에 정말 판다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눈을 보고도 반호영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거울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혼잣말로 얘기했다. “어린게 제법 사납네. 네 엄마랑 동생을 낳게 되면 첫째로서 잘 보살펴줄 것 같아서 안심이다.” 이건 반호영의 속마음이었다. 거울로 얼굴을 확인한 후 반호영은 또 부소경이 따라오지 않았나 조사를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저택에도 외부 신호가 잡힌 적이 없었다. 조사를 해보니 신세희의 전화가 꺼져있었다. 신세희가 휴대폰을 끄는 방식으로 부소경의 행적을 보호한다? 반호영은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질투가 뒤엔 또 다른 흐뭇이였다. “내가 이런 다정함을 좋아하지. 자신이 이런 처지에 놓였음에도 남편을 보호하려 하다니 정말 대단해. 하지만 이젠 내 손안에 들어왔으니 다시 부소경 옆으로 보내지 않을 거야.”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그는 거실이 매우 시끄러운 것을 느꼈다. 자기가 평소에 가장 싫어하는 조카뿐만 아니라 임 씨네 가족까지 함께 있었다. “아이고 사위 왔는가?” 반호영이 들어오는 걸 보고 임지강은 바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임 씨네 가족은 가성섬에서 지위가 굉장히 높았기에 임지강은 어딜 가나 거만한 말투로 얘기를 해왔으나 반호영에게만큼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반호영에게는 그게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애초에 임 씨네 집안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임지강은 반호영이 더 마음에 들었다. 반호영은 가성섬의 군주는 되지 못했지만 그의 위망은 형과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았다. 또 잘생긴 데다가 강한 성격을 지녔기에 임지강과 허영 부부 모두 그를 좋아했다. 반호영더러 임서아의 남편이 되게 하는 것도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들 부부가 반호영에 대한 평가는 생긴 게 부소경보다 조금 음침한것 외에 부소경에게 밀리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
반호경은 바로 이 혼사를 허락했다. 그러니까 반호영은 이제 임서아의 약혼남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임지강은 반호영을 사위라고 불렀다. 하지만 반호영은 이 호칭을 듣자 당장 뺨이라도 한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필이면 이 셋이 형님의 손님들이라니. 반호영은 화를 가라앉히고 차갑게 조카를 바라보았다. “명선아, 무슨 일이야.” 반명선은 삼촌을 매우 무서워했기에 덜덜 떨면서 대답을 했다. “삼... 삼촌 저 학교 갈 시간인데 여기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길래 궁금해서 와봤어요. 저... 저는 이만 학교로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말을 마치고 반명선은 고양이를 피하는 쥐처럼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반호영은 또 허영과 임서아를 바라봤다. 허영은 반호영을 향해 미소 지었다. “사위...” “도대체 무슨 일인 거죠?” 그는 온 얼굴이 멍투성이인 임서아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증오하는 눈길로 허영을 바라볼 뿐이었다. “사위, 그게 말이지. 서아가 말하기를 자네가 부소경 아내와 딸을 다 데려왔다지 뭔가. 서아도 기뻐서 축하해 주러 왔지. 그리고 부소경 옆의 그 여자가 엄청 약았다는 것도 알려주려고 왔어. 쟤 전에 감옥도 갔다 왔고 나쁜 짓 많이 했어. 온 남성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야. 그래서 서아가 저 여자한테 속지 말라고 알려주러 온거고.” 반호영의 말투가 많이 누그러졌다. “그래요?” “그렇고 말고.” 말을 마치고 그녀는 신세희와 유리를 가리켰다. “이 둘이 자네가 잡아온 죄수이긴 하지만 내 원수이기도 하거든. 우리 임씨네 가족이 가성섬까지 도망 온 건 다 저 여자 때문이야. 우리도 자네와 같은 마음이라네. 저 여자를 매우 싫어해.” 반호영은 아무 말 없이 신세희와 유리를 바라봤다. 6살 난 꼬마 아이는 비록 어리지만 전혀 굴복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유리는 두 손으로 엄마를 감싸고 있었는데 엄마를 보호하려는 그 모습이 반호영의 눈에는 가련해 보였다. 그는 갑자기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신세희를 바라보니 그녀는
“뭐라고요?” 임서아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남성에서 그녀는 신세희에게 모든 것을 뺏겼었다. 이제 가성섬에 와서는 고작 신세희를 한번 밖에 못 본 반호영이 그녀를 자신의 손님이라고 얘기한다고? 잘못 들은 것일 거다. “그쪽 지금 되게 추해.” 반호영은 가소롭다는 듯 임서아를 보며 말했다. “하하...” 유리는 웃으며 임서아에게 말했다. “나쁜 놈, 너보고 못생겼대!” “신세희, 죽고 싶지? 내 약혼남이야. 내 약혼남이라고. 넌 결혼도 했잖아! 너 지금 이 섬에서는 그냥 죄인이야.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 닥치고 있으면...” “짝!” 임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가 뺨을 때렸다. 신세희도 손이 아파났다. 그녀는 임서아가 살이 정말 많이 빠졌구나 싶었다. 임서아는 얼굴에 살이 하나도 없이 뼈밖에 남지 않아있었다. 임서아네 가족은 모두 정신을 못 차리고 신세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유리만은 통쾌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구경꾼처럼 서있었다. 6살 난 유리는 아직 어렸기에 지금 엄마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유리는 그저 누가 엄마를 괴롭히면 꼭 갚아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어쨌든 자기가 사랑하는 엄마가 밑지진 않았으니 유리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너...” 임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뺨을 만지며 말했다. “너 이 죄인이... 죽을 날이 코앞인데 날 때려? 감히?” “어차피 죄인이니까, 어차피 죽을 거 시원하게 때리고 죽을게.” “신세희, 이 죽어도 마땅한 년이 감히 우리 구역에서 내 딸을 괴롭혀? 오늘 그 입을 찢어줄게.” 허영은 이렇게 말하며 신세희에게 달려들었다. “유리야, 엄마 뒤로 숨어.” 유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신세희는 분노가 가득 담긴 눈으로 허영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 속에 담긴 원한은 절대 허영보다 적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 여기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임 씨네 가족은 그녀의 가장 큰 원수였다. 가장 원통스러운 건 그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이
순간, 허영은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고, 웃음 때문에 그녀는 힘이 풀려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신세희는 그 여세를 몰아 갑자기 허영을 쓰러뜨렸다."아아악! 내 이빨...!"허영이 넘어지면서 앞니가 심하게 흔들렸다."이 늙은 할망탱구야! 나 신세희가 오늘 여기서 죽는다면, 반드시 너도 같이 죽게 될 거야! "신세희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영의 얼굴을 짓밟았다."아이고, 나 죽네… " 허영은 아파서 엉엉 울었다.문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임지강은 화가 났고 마음이 아팠다.임지강은 신세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남자로써 여자를 때린다는 건 체면이 안 서서 때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옆에는 반호영이 있었고 체면을 살렸어야 했다.임지강은 땀투성이 되어도 움직일 수 없었다. 게다가 반호영은 특히나 임지강만 주시하고 있었다. 임지강이 조금만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반호영은 임지강을 문밖으로 내던질 기세였다.반호영은 한쪽으론 임지강을 지켜보면서 다른 한쪽으론 신세희 모녀와 허영, 임서아 모녀가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 신유리는 고작 여섯 살이었지만 어린 애인데도 불구하고 임서아 하고 여기저기 부딪히며 싸웠다. 그러다가 갑자기 반호영에게 달려갔다. 신유리는 엄마와 본인은 반호영에게 납치되었지만 반호영은 임서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신유리는 계속 반호영 뒤에 숨어 있었다.임서아는 충격으로 얼굴에 멍이 들어 눈을 뜰 수 없었고, 있는 힘껏 신유리를 향해 뛰어가다 반호영 하고 부딪혔다."꺼져" 반호영은 발을 들어 한 발로 임서아를 문밖으로 차버렸다.반호영은 임지강도 발로 차려고 했는데, 임지강은 기회를 주지 않고 그의 딸 임서아를 또 한번 밖으로 차버렸다. 진작에 임서아를 죽이고 싶었던 모양이다.‘까맣고 못생긴 얼굴에 깡말라서 병들어 보이는 주제에 나 반호영 하고 결혼을 할 생각을 했다고?오르지도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거늘’ 하고 반호영은 속으로 생각했다."콜록콜록... " 문밖에 내던져진 임서아는
“당신, 대체 무슨 꿍꿍이야? 나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이러는건지 알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 그냥 죽게 내버려두면 안돼?”신세희가 반호영에게 물었다.반호영은 신세희를 한번 쳐다보았고 또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꼬마 아이도 바라보았다. “반삼촌, 내려줘!”신유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늙은이처럼 말했다.“.....”“세희씨, 아이가 놀래잖아!”반호영은 헛 기침을 하고선 말을 이어갔다.“그건 호영씨가 걱정할 필요 없어!”신세희는 차갑게 대답했다.말이 끝나자마자 신세희는 반호영 손에서 신유리를 낚아챘다. 신유리도 엄마의 품에 와락 안겼다. 그렇게 반호영은 신유리의 다리를 잡았고, 신세희는 신유리의 두 팔을 끌어안았다.신유리는 자신을 내려놓지 않자 고개를 돌려 허리를 굽히곤 반호영의 팔을 물어버렸다.“아악... ”반호영은 고통스러워하면서 신유리를 풀어줬다.“꼬... 꼬마야, 쪼끄만 게 이빨은 꽤 날카롭구나.”반호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신유리를 쳐다보았다.“엄마 무서워하지 마, 유리는 엄마를 지켜 줄 거야, 엄마와 함께 나쁜 놈들 무찌를 거야.”신유리는 신세희 목에 엎드려 속삭였다.“정말 착한 애구나!”신세희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어디로 가려는건지 말해주지 않으면 여기서 꼼짝 안 할 거야!”신세희는 평온한 얼굴로 반호영을 바라보았다.“너... 참 대단하다. 우리 형이랑 내가 언제 남성을 먼저 공격하려고 했어? 부소경 하고 싸우기라도 했어? 오히려 우리 가성섬이 이렇게나 작은데 부소경 먼저 우리 가성섬을 차지하려고 했지! 신세희, 잘 생각해. 부소경 자기가 이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하나 본데 만약에 그랬다면 너랑 네 딸 지금 나한테 잡혀와있을까?”반호영이 흥분해서 물었다.“...”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해! 말해보라고!”반호영은 소리를 쳤다.“할 말이 없어.”신세희는 대답했다.“그놈은 침략자 같은 놈이야. 네가 그놈 이랑 살아서 좋은 점이 있어? 차라리 나랑 사는 게 어때?
게다가 대마초를 피우게 되면 몸이 망가지는데는 한순간이었다.허영은 지금이라도 당장 그를 떼어내고 싶었지만 허영은 생각했다. 그에게 돈을 빌미로 신세희를 처리하겠다고.허영은 마음속으로 만약에 신세희를 처리하게 되면 부소경은 불륜남을 쫓을 것이고 그때 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 일은 임지강이 알아서는 안된다. 임지강이 만약에 허영과 불륜남 사이를 알게 되면 허영의 다리를 부러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임 씨 일가 셋이 모여서 작당하고 있었는데, 반호영 가정부가 와서 그들을 쫓아냈다."죄송합니다만, 세 분 모두 나가 주십시오. “가정부가 거침없이 말했다.임 씨 집안 세 식구는 쫓겨났고, 신세희와 신유리, 반호영은 여전히 마당에 있었다.신유리는 아직도 반호영의 신발을 발로 밟고 있었다. 반호영이 맞춤 제작한 2천만 원짜리 고급 신발은 신유리에게 밟혀서 피클처럼 보였다.허나 반호영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허리를 굽혀 미소를 지으며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어때, 이제 분풀이가 됐어?” 반호영은 신유리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분풀이가 뭐지?”신유리가 머리를 갸우뚱했다. 고개를 돌리니 밖으로 향하고 있는 임씨 일가 세 식구가 보였다. “삼촌이 저 여자하고 결혼하면 내가 화를 안 낼게!”신유리는 임서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유리의 마음속 아빠는 부소경 하나뿐이었다. 그 누구도 아빠를 대신할 수 없었다. “신유리, 왜 그래? 저렇게 못생긴 여자랑 결혼을 하라고?”“아저씨하고 저 못생긴 아줌마 둘이 제일 잘 어울려!”“이 삼촌을 좀 살려 주렴.”반호영은 두 손 모아 애원하는 척 했다.반호영이 고개를 돌리자 임서아가 악랄한 눈빛으로 신유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빨리 안 꺼져!”반호영은 임서아를 향해 소리를 쳤다.그제야 세 가족은 마지못해 분노에 가득 찬 채로 동쪽 마당을 떠났다.“자 이제 나랑 어딜 가볼까?”반호영은 계속해서 신세희한테 말을 걸었다.“도대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