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자초한 일이야!" 남자는 냉소하며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그날 밤, 고윤희는 허리가 뻐근하고 다리가 휘청거렸다.한밤중이 되자 그녀는 일어나 세면대로 갔고, 남자도 일어나 그녀의 뒤로 와서 그녀를 덥석 껴안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착하지, 어떻게 깨끗이 처리할지 생각해 봐, 나는 네가 병원에 가는 것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그건 네 몸에 좋지 않아."고윤희는 그의 가슴에 기대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어."그런 다음 그녀는 돌아서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경민아, 걱정 마, 난 말 잘 들을 거야."그녀는 두 팔로 그의 목덜미를 잡고는 좁은 세면실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백 여번은 뛴 듯했다.얼마나 뛰었는지 그녀의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었다.남자는 만족한 듯 여자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잘했어, 이제 그만 뛰어도 돼.""응." 여자는 남자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경민아, 먼저 자, 나는 씻고 내 방에서 잘게.""그래."고윤희가 씻고 나왔을 때 남자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연거푸 서너 번을 달려들었더니 그도 확실히 피곤했다.남자가 잠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칼과 도끼로 깎은 듯한 또렷한 이목구비, 그 몇 세대에게 물려받은 고귀하고 사치스러운 기운, 그리고 수많은 군마를 통솔하는 패기의 기운이 남자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윤희는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그제야 조용히 그의 방문을 닫고 객실로 돌아갔다.구경민과 만나는 5, 6년 동안 그와 함께 한 침대에서 잔 적이 없었다.구경민은 굉장히 깔끔 떠는 성격이다.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그녀가 이 남자와 처음 만났을 때, 이 남자는 절대 자신의 셔츠를 입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5, 6년이 지난 지금 그가 그의 셔츠를 입게 내버려 두어서, 고윤희는 이미 너무 행복했다.그녀의 구경민.그녀의 사랑하는 사람.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를 평생 사랑할 것이다.자신의 침대에 누운 고윤희는 누렇게 바랜
어찌 되었든 먹는 것과 입는 것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부모님은 매번 네 쌍의 쌍둥이를 우리 보배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했다.하지만 고윤희는 남 대하듯이 대하면서 칭찬이란 건 해준 적이 없었다.고윤희는 가끔 아빠가 자기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볼에 뽀뽀도 해주었으면 싶어 아빠의 다리를 안고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하지만 매번 고윤희의 아버지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저쪽 가서 놀아!”고윤희는 구석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짝꿍이 있고 다들 똑같은 옷을 예쁘게 입고서 즐겁게 놀이도 하고 부모님에게 마음껏 애교도 부렸다. 고윤희는 그저 부러웠다.매일 밤, 그녀는 이불속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부모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고윤희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늘 노력했다.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고 집에서는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도 도맡아 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혼자 사과 한 박스를 나를 수 있었다.부모님이 힘들 때면 걸상을 놓고 쪼그리고 앉아 두 사람에게 마사지도 해주었다.그녀는 단지 사랑을 받고 싶었다.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님의 안중에 그녀는 없었다. 늘 그랬듯이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매번 고씨 집안에 결혼식과 같은 경사가 있으면 고윤희 부모님은 네 쌍의 쌍둥이만 예쁘게 단장시켜 데리고 갔다.고윤희는 늘 혼자 집에 남겨졌다.그러다 보니 부모님뿐만 아니라 네 쌍의 쌍둥이들까지 고윤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고씨 집안은 비록 중산층에 속하지만, 아홉 아이를 키우는 건 실로 막대한 지출이었다. 게다가 잘 되고 있던 과일 장사도 인터넷 구매나 체인점 등에 대체 되다 보니 장사도 되지 않았다.오히려 연속 몇 년 동안 적자였다.집 두 채와 예금 14억 정도가 있다 하지만 아홉 아이를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그래서 맏이는 16살이고 막내는 8살이지만 과일과 간식을 살 때도 사람 수에 따라서 샀다.하지만 매번 고윤희의 몫은 언니 오빠들에게 빼앗기거나 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그러다 보니 다섯째인 고윤희의 키와 몸무게는 막
그 말을 들은 고윤희는 깜짝 놀랐다.“엄마, 그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고윤희의 어머니는 가증스러운 표정으로 고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윤희 이젠 다 컸네. 이 머릿결 좀 봐. 풍만한 가슴도 그렇고 키도 훌쩍 자랐네. 얼굴이 좀 마르고 작긴 하다만... 마침 잘됐네. 윤희야, 너도 컸으니 결혼해야지. 엄마가 좋은 집안 알아봤어. 이름 좀 있는 재벌 집이야. 너 그 집에 시집가면 복 터진 거야.”고윤희는 머리를 저으며 뒷걸음질 쳤다.“엄마, 나 결혼 안 해요. 나 검정고시 봐야 해요. 곧 대학교도 갈 거라고요. 나 엄마한테 학비 달라고 안 할게요. 내가 벌어서 학비 낼게요. 엄마, 나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나 싫어요. 언니 오빠들도 아직 결혼 안 했는데 왜 내가 먼저 결혼해요?”“네가 안 하면! 네 동생이 할까? 네 동생 이제 15살이야. 너 그러고 싶어?”고윤희 엄마는 순식간에 얼굴을 바꿨다.고윤희는 의아했다.“그거랑 무슨 상관이에요?”“상대가 네 동생을 선택했어! 결혼만 하면 5억을 준대! 5억이면 급한 불을 끌 수도 있어! 네 언니 오빠 학비와 생활비만 매년 2,000만 원도 훨씬 더 돼! 그리고 네 할아버지 할머니도 돌봐드려야지, 네 아빠 담뱃값에 네 동생들 학비에! 네가 좀 집안을 위해 희생하면 안 돼?”고윤희의 엄마는 증오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고윤희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울기 시작했다.“왜 하필 저예요? 난 친딸 아니에요? 친자 검사도 했잖아요. 나 딸 맞잖아요. 근데 왜 저예요? 제가 그렇게 싫으시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연을 끊어요!”말을 끝낸 고윤희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그런데 이내 아버지에게 잡혀 몸이 묶였다.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집에 사흘 동안 묶어두었다.고윤희는 사흘 동안 눈물로 지샜다.마지막에는 온몸에 힘이 빠져 울 힘도 없어 문에 기대있었다. 문밖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말해왔다.“윤희야. 너 아빠 딸 맞아. 근데 엄마 아빠한테는 아이가 많잖아. 그때는 다
정승리와 주미려는 고윤희가 자기의 아들을 잡아먹었다며 그녀를 원망했다.시간이 흐르고 언제부터인가 고윤희를 바라보는 정강민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그러더니 정승리와 주미려에게 얘기해 고윤희와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정승리와 주미려는 당연히 찬성했다.어차피 돈을 주고 사 왔으니 낭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정강민은 비록 폐인과도 같았지만, 독한 사람이다.매번 정강민은 고윤희의 목을 죽기 직전까지 졸랐다.하지만 고윤희는 정씨 집안의 지하실에 갇혀있는 4,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미 습관이 되어있었다. 그러다가 성격이 점점 과묵해지니 그제야 그녀를 풀어주고 나중에는 정강민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정강민은 밤낮없이 그녀에게 폭행을 저질렀다.매번 죽기 직전까지 그녀를 폭행하지만, 그녀는 한 번도 살려달라고 애원한 적이 없었으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도 않았다.그녀는 그저 모든 걸 내려놓고 죽고 싶었다.이런 생활은 그녀가 29살 되던 해에까지 계속되었다.그러다 정강민 집안의 호이스트에 문제가 생기면서 몇억의 배상금을 내다보니 집안은 망하고 말았다. 정강민은 하는 수 없이 고윤희를 데리고 서울로 갔다.고윤희는 매일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 월급도 적은 데다가 월급날이면 정강민한테 그대로 바쳐야 했다.만약 바치지 않으면 정강민은 또 고윤희를 죽기 직전까지 폭행한다.게다가 고윤희가 다른 남자와 말이라도 섞거나 미소라도 짓는 날에는 고윤희를 밤새도록 폭행하곤 했다.고윤희는 이런 폭력 가정에서 점점 우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 현장의 오야지가 그녀의 예쁜 얼굴과 우울한 분위기에 반해 흑심을 품고 정강민에게 고윤희를 두고 거래를 제안했다. 3년 동안 그녀를 자기에게 넘겨주면 정강민에게 1억을 주겠다고 했다.정강민은 당연히 찬성했다.고윤희는 죽기보다도 싫었다.그녀는 처음으로 정강민과 싸웠다.“못난 자식, 넌 남자도 아니야! 자기 마누라를 팔아넘겨? 넌 천벌을 받을 거야!”정강민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못난 사람이라고, 남자도 아
정강민한테 폭행 당하고 눈앞이 흐릿해지던 고윤희는 구세주를 만났다는 듯 구경민의 다리에 매달려 애원했다.“사... 살려주세요. 제발 나 좀 살려줘요. 나 좀 데려가 줘요. 시키는 건 다 할 테니까요. 나 좀 데려가 줘요. 네?”구경민의 녹색 제복과 롱코트, 그리고 강렬하고 정직한 인상은 그녀에게 말 못 할 안정감을 주었다.정강민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구경민이 자기를 죽이기라도 할까 봐 그저 바닥에 앉아 뒤로 슬금슬금 후퇴했다.고윤희 앞에 몸을 낮춘 구경민의 롱코트는 바닥에 닿아 먼지투성이 되었지만, 구경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입가에 피를 흘리며 벌벌 떠는 두 팔로 자기의 다리에 매달린 그녀를 바라보았다.“살려주세요... 저 힘든 일도 할 수 있어요. 먹여주기만 하면 다 할 수 있어요. 제발요, 나 좀 살려주세요.”고윤희는 구경민을 애타게 바라보았다.구경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요즘, 구경민은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5년을 만난 여자친구가 갑자기 구경민을 버리고 남아메리카주에 있는 찾기도 힘든 나라로 가버렸다.떠나기 전에 최여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구경민에게 말했다.“오빠, 나갈게. 오빠한테 기다려 달라 말할 자격이 없어. 하지만 난 지금 오빠랑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 나 이제 스물셋이야. 오빠를 떠나서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어.”“여진아, 장난치지 마.”최여진이 말했다.“장난 아니야. 이제 오빠와는 질려. 나 혼자 정리하고 싶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부모님을 떠나서, 오빠를 떠나서 멀리 가고 싶어. 그곳에서 전원 생활을 하면서 야채도 심어보고 싶고 꽃도 키우고 싶어. 나 찾아올 생각은 하지 마. 나 숨는 거 엄청 잘하잖아. 그러다가 내가 지겨워지면 돌아올 수도 있어. 그때까지도 오빠 옆에 다른 여자가 없으면 나와 결혼해서 애도 낳자. 어때, 오빠?”구경민은 최여진보다 다섯 살 연상이다.그 해, 최여진은 스물셋, 구경민은 스물여덟이었다.최여진이 열여섯 살 때부
“장기적인 영양실조로 피부도 창백하네요. 영양실조에 햇빛도 많이 못 봤는지 골격 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다섯 살은 어리게 나왔어요. 피부는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데 오랫동안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가 온몸이 상처투성인 거로 보아서는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거 같아요.”“....”구경민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일단 치료부터 해주세요. 나머지는 그 뒤에 얘기하죠.”“그럴게요!”의사가 답했다.고윤희는 병원에서 일주일 내내 입원해 있었다.그사이 발생한 모든 비용은 구경민이 내주었다. 경상이라 병원비용은 많이 들지 않았지만, 구경민은 그녀의 몸에 좋은 영양제품만 해도 몇백만 원어치 사다 주었다.그리고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구경민은 고윤희의 사정을 다 알게 되었다.구경민은 분노했다.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하지만 병상에 누워있는 고윤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이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많아요. 큰 도시의 대학생들도 유괴되어 몇 년씩 갇혀 있으면서 아이를 가득 낳아요. 뉴스에도 나왔잖아요. 비록 나는 갇혀져 있었지만 다행히도 아이가 안 생겼어요. 그 바보가 나와 결혼하고 바로 죽어버렸어요. 그리고 그 바보의 동생. 그 사람은 바보는 아니지만... 무능해요.”고윤희는 자기의 기구한 팔자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깊은 생각을 하던 구경민이 입을 열어 말했다.“그 집 사람들은 이미 벌 받았어요. 주범과 공범 모두 평생 감방에서 썩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부모님은 어디 있어요? 집으로 데려다줄까요?”“싫어요!”고윤희는 단칼에 거절했다.“집은 안 돼요. 아픈 데가 나으면 떠날게요. 혼자 살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집에는 데려가지 마세요. 아니면...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갈게요. 더는 폐 끼치지 않을게요.”말을 끝낸 고윤희는 다급히 몸을 일으켜 병실 밖으로 도망가려 했다.그런데 몇 걸음 못 가 그녀는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구경민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제발요, 놔주세
구경민이 고윤희를 구해주고 일주일이 지난 뒤, 구경민은 고윤희를 자기의 여자로 받아들였다.병원에서도 고윤희는 구경민이 직접 데리고 온 여자라 다들 고윤희를 구경민의 여자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의사들도 기분이 다 달랐다.특히나 젊고 미혼인 여의사나 간호사들은 배가 아팠다.서울에서 구경민은 젊음과 권력의 상징이었으니 말이다.서울에서 구경민과의 결혼을 꿈꾸는 여자들은 마치 남성에서 부소경과의 결혼을 꿈꾸는 여자처럼 많았다.그녀들은 두 눈 뻔히 뜨고 구경민이 밤새 다른 여자의 병실에 머무르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구경민은 고윤희를 직접 씻겨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고윤희의 창백하던 작은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뒤로 고윤희는 구경민을 ‘자기.’라고 불렀다.고윤희는 병원의 수많은 여의사와 여간호사, 그리고 여성 환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구경민의 차에 올라 그의 집으로 갔다.도우미들은 모두 그녀를 ‘아가씨’라고 불렀다.하지만 그녀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그녀는 자기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고윤희가 구경민의 여자가 된 그해, 고윤희도 곧 서른이 되어갔다. 어릴 적부터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자라 온 그녀는 이 지저분한 세상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구경민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세주님.”그녀는 더는 병원에서처럼 구경민을 ‘자기야’라고 부르지 않았다.하지만 구경민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히려 사리가 분명한 이 여자가 더 좋아졌다.구경민은 그제야 연상의 좋은 점을 알게 되었다. 연하는 대체로 멋대로 행동하는 기분파이지만 연상은 성숙하고 속이 깊으며 사람을 귀찮게 굴지 않는다. 물론 고작 6개월 연상이지만.구경민은 그녀가 좋았다.“왜 그래요?”구경민은 고윤희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고윤희는 구경민을 존경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난 경민 씨의 아내가 되겠다는 헛된 꿈은 꾸지 않아요. 경민 씨의 여자친구도 바라지 않아요. 난... 사실 경민 씨의 썸녀도 아니에요
“맞아요.”고윤희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친자 확인까지 했었죠.”“....”고윤희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우리가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지출도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 부모님의 사업도 적자가 나면서 살던 집을 팔아 언니 오빠와 동생들에게 주었어요. 당연히 내 몫은 없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부모님은 날 돈 때문에 바보한테 팔아넘겼어요. 난 그곳에서 4년을 감금당했죠. 4년을 햇빛도 못 보고 살았어요. 나 피부 엄청 창백하죠? 이건 지하실에서 감금되어 있다 보니 햇빛을 보지 못해서 그래요. 울어도 보고 외쳐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우리는 법적 부부라고 알고 있었기에 가정사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았어요. 내가 얼마나 절망했는지 알아요? 좀 지나서 그 바보는 죽었어요. 하지만 그날 보셨던 그 자식이 날 데리고 서울로 왔어요. 맨날 도박으로 돈은 다 탕진했죠. 경민 씨가 날 도와주었던 그날, 그 자식은 내 몸을 오야지한테 팔려고 했어요. 내가 싫다고 반항하니 날 그렇게 만든 거죠.”고윤희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려왔다.그녀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더니 미소를 지으며 구경민을 바라보았다.“비록 고졸이긴 하지만 공부도 잘했어요.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공부 엄청 열심히 했어요. 공부라도 잘하면 나에게도 눈길을 줄줄 알았죠. 그래서 난 눈치가 빨라요. 내가 뭘 하면 안 되는지, 뭘 해야 할지 다 알 수 있어요. 내 진짜 남편도 아닌 사람의 빚을 갚아주느니 차라리 다른 남자에게 내 몸을 주는 게 나아요. 내 구세주에게 다 바치고 싶어요. 내 구세주 옆에 있는 게 제일 행복한 날이 될 거 같아요. 나 말인데요. 일 년이라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고윤희의 말을 들은 구경민은 마음이 복잡했다.구경민도 당연히 청순하고 부드러우며 사람의 마음도 잘 이해해 주는 그녀가 탐났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가볍게 대하기 싫었다.하지만 고윤희는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