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비좁은 방에, 민정아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그녀 옆에는 나이가 많은 대머리에 배가 큰 남자가 피를 잔뜩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민정아는 두려움에 온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정아 씨?”신세희가 그녀를 불렀다.“우어엉...”민정아는 알몸으로 벌벌 기어서 신세희에게 다가왔다. 신세희는 다급히 가방에서 스카프를 꺼내 그녀의 몸을 가려주었다.“정아 씨,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신세희가 걱정 섞인 말투로 물었다.“세희 씨, 나 괜찮아. 나 세희 씨 말대로 싸웠어. 내가 반항하니 저 사람들이 날 다 벗기고 내 팬티까지 버렸어. 그러고 저 영감이 왔는데 내 머리를 쳤어. 나 그냥 참다가 저 영감이 바지 벗을 때 벨트를 뽑아서 벨트 버클로 머리를 쳐버렸어. 나 무서워... 나 잡혀가는 거 아니야?”신세희는 그녀를 끌어안고 위로해 주었다.“정아 씨, 잘했어. 너무 잘했어. 정당방위라 괜찮아.”신세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신세희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남의 일에 왜 끼어들어요?”신세희는 머리를 돌려 여자를 바라보았다.웨이브를 넣은 머리에 담배를 물고 있는 모양새로 보아서는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먹은 포스였다.신세희는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나 당신 부하들한테 사진 보여줬어요.”“남성 부 대표님 와이프라고요?”여자는 코웃음을 쳤다.“문제 있어요?”신세희도 똑같이 맞받아쳤다.여자는 비웃는 말투로 비아냥거렸다.“전 남성에, 부소경의 와이프라고 자칭하는 여자만 해도 몇 트럭은 될 거예요. 난 신임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에요! 이 여자의 부모가 나한테서 2억을 빌려 갔어요. 돈을 빌려 갈 때 딸아이로 갚는다고 약속했어요. 이 여자 몸을 2억 원어치 팔면 자유를 주려 했어요. 뭐 당연히 계속 남길 바라면 같이 돈 버는 방법도 있죠. 난 이미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어요. 데려가려거든 2억 내놔요. 그리고 저 영감탱이 치료 비용은 1억으로 하죠. 아, 나도 헛수고는 싫으니 6천만 원도
신세희는 여자를 노려보았다.여자는 두려움에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여자는 살 방법을 찾느라 신세희에게 꼬리를 흔들며 해석했다.“정말이에... 사모님 친구분의 부모님이 2억 빌려 갔어요. 딸 치료비가 필요하다면서요. 그 딸을 살리기 위해 다른 딸을 나한테 넘겼어요. 팔든 말든 어쨌든 살아 있으면 된다면서요. 저도 그 사람들이 제 돈을 갚지 못하니까, 저도 2억을 날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알았으니 그만 해요!”신세희는 여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벌벌 떨고 있는 민정아를 꼭 안아주었다.“사... 살려 주실 거죠?”여자는 구걸하는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신세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더 큰 소리로 말했다.“옷!”“다그쳐 볼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는 두 손 가득 커다란 주머니를 들고 내려왔다.“샤워실!”여자는 바로 신세희와 민정아를 데리고 샤워실로 향했다.“정아 씨. 일단 씻고 옷부터 입어. 그러고 나와 같이 여기서 나가자.”민정아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고마워, 세희 씨. 정말 고마워.”민정아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신세희는 밖에서 이 반지하 여인숙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옆에서 우물쭈물하며 신세희를 졸졸 따라다녔다. 처음 같은 안하무인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랬다.신세희가 물었다.“딸이 아프다고요?”여자가 답했다.“네... 친구분의 부모님이 말했어요. 친구분의 언니가 아프다고...”“당신 돈을 빌렸으니, 빌린 사람한테서 받아요! 정아 씨 언니가 빌린 거니 그 언니더러 갚으라 해요!”여자가 물었다.“그래도 될까요?”“빌린 걸 갚는데 안 될 거 뭐 있어요? 내 친구한테 갚으라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죠. 내 친구가 빌렸어요?”신세희가 쌀쌀하게 묻자 여자는 다급히 대답했다.“아니... 아니요.”“그러니까요!”여자가 대답했다.“알겠어요. 알겠어요. 친구분 언니한테 꼭 갚으라 할게요. 안 갚으면...”신세희의 눈길은 여자가 아니라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실 문이 열리더니 민정아가 나왔다. 민정아는 빨
민정아는 두 눈이 퉁퉁 부어서 말했다.“세희 씨, 가족한테 버림받고 배신당하는 기분을 알아?”민정아는 머리를 저으며 계속 말했다.“세희 씨는 모를 거야. 세희 씨 아빠는 비록 돌아가셨지만 살아계실 때 세희 씨를 사랑했잖아. 엄마도 비록 행방불명이지만 세희 씨를 사랑했어. 세희 씨는 부모한테 뒤통수 맞는 기분을 몰라. 세희 씨, 나 살아갈 용기가 없어.”신세희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정아 씨, 정아 씨는 정아 씨야.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정아 씨가 하는 말... 나도 느껴봐서 알아.”“세희 씨가?”“그래. 아빠한테 버림당하고 모욕당하고 뒤통수 맞고. 이런 느낌 나도 알아.”신세희가 쓸쓸하게 말했다.말을 끝낸 신세희는 다시 민정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나한테 얘기해. 정아 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민정아는 친부모가 자기한테 한 짓을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나한테...”민정아는 눈물이 앞을 가려 더 서럽게 울먹였다.“나... 세희 씨 알아? 세희 씨가 준 휴대폰 나 그냥 쓰고 있었지만 나한테 비상 전화기가 있었어. 작고 오래된 휴대폰이야. 중고 가게에서 사 왔어. 거기에 내가 자주 쓰는 번호를 꽂아뒀어. 항상 무음 모드라 다들 몰랐어. 아님 나 오늘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 세희 씨, 우리 엄마 아빠...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민정아는 신세희를 바라보며 아이처럼 울었다.입을 뻥긋거리며 우는 그녀의 모습에서 며칠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보였다.지난주 월요일, 신세희가 회사 동료들에게 초콜릿을 사주었던 그날, 민정아는 하마터면 민정연에게 황산 테러를 당할 뻔했는데 다행히 구서준이 팔로 막아주었다.하지만 구서준은 팔을 다쳐 당장에 병원으로 실려 갔으며 민정아는 구서준에게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했다.민정아는 워낙에 구서준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신분이 서로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민정아는 신세희가 부씨 저택에서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아무런 뒷심도 없는 사람이 재벌 집에 시집가면 고달픈 삶을 살겠다 싶었다.그래
하지만 자신의 신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민정아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며 어쩔 바를 몰라 했다. 그는 그녀의 턱을 치켜들었다.남자는 상처 입은 팔로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날 봐요!”민정아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남자는 그녀를 놀렸다. “인정하지 않으면 안 돼요, 정아 씨 목숨을 구해줬으니 몸으로 갚아야 해요, 거절할 권리가 없어요, 무조건 저하고 결혼해야 돼요!”“......” 민정아는 아무 말도 못 했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자기의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아......구 대표님,......”민정아는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다음에 발생한 일은 그녀는 모른다.그녀는 어떻게 구서준에 의해 옷이 벗겨졌고 어떻게 침대에 옮겨졌는지 생각이 안 났다. 깨여났을 때는 이미 구서준의 품속에 안겨있었다.“구......구 대표님” 민정아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옷을 입어도 되는지 묻고 싶었다.구서준은 그녀의 허리를 꽉 껴안고 자기 몸에 바짝 달라붙게 했다. 코끝을 만지며 말했다. “난 이제 정아 씨 남자예요, 팔의 상처도 정아 씨 때문에 났고요, 이제 저를 차버리면 안 돼요!”“저......저랑 결혼한다면 절대 차버리지 않죠, 결혼하지 않아도 오늘 일은 제가 원해서 한 것이니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근심하지 마세요, 구 대표님”남자는 빨개진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뭐라고요?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인정하기 싫은 거예요?”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실천에 옮겼다.촌스럽고 바보스러운 민정아가 어떻게 훌륭한 구서준 도련님의 상대가 되겠는가! 그녀는 어림도 없었다.좀 움직였더니 구서준의 팔이 지끈 지끈하게 아파났다.남자들은 다 똑같다!흥이 나면 아픔도 잊는다.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제야 뼈에 사무치는 통증을 느꼈다.구서준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민정아는 슬퍼하며 울었다. 그녀는 즉시 침대에서 내려와 약과 붕대로 싸매주었다. 침대 머리
어머니가 아프다는 말에 민정아는 마음이 아팠다. “엄마......어디 아파요?”“너 때문에 화났어!” 아버지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 제가 뭘 잘못했어요? 정연 언니를 도와주지 않은 것 때문에 그러세요? 정연 언니는 어릴 적부터 부모 없이 자라서 엄마, 아빠가 많이 아껴준다는 것을 잘 알아요, 저보다 더 아껴줘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정연 언니는 저한테 황산을 뿌리기까지 했어요, 그래도 저한테 화난다고요?아빠, 저 같은 딸이 싫으시면 말씀하세요, 앞으로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엄마와 아빠의 노후비용은 한 푼도 아낌없이 드릴 거예요”민정아는 처음으로 이렇게 당당했다.정말 슬펐다!민정아의 말에 아버지의 기세는 좀 누그러졌다. “넌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 곁에서 자랐잖아, 부모 없이 자란 애들은 얼마나 불쌍해! 만약 네가 큰아버지, 큰어머니 손에서 자란다고 생각해 봐, 친딸로 키워주길 바라겠지, 심지어 친딸보다 더 아껴줬으면 좋겠지? 정연이는 부모도 없는데 좀 양보해 주면 안 돼?”민정아는 울먹이며 아버지에게 물었다. “내가 뭘 더 양보해야 돼요? 정연 언니는 서 씨 집안에서 남부러울 게 없는 귀족 생활을 했죠, 우리는요? 힘들게 일해서 돈 벌고 하인처럼 정연 언니를 시중들어줬어요, 그것도 모자라 더 어떻게 해줘야 되나요? 사람을 죽이기까지 해야 하나요?제가 정연 언니를 도와 신세희를 죽이지 않아서 저를 미워하는 거예요?”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 워낙 부잣집 아가씨였는데 갑자기 모든 걸 잃었어, 심지어 은행 카드까지 동결됐으니 마음이 얼마나 힘들겠어? 엄마, 아빠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그래, 비록 최근 들어 너한테 좀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넌 친딸이잖아!정연이 한테는 심하게 대할 수 없잖아!아니면 큰어머니, 큰아버지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정아야, 너도 인젠 어른이 됐고 철도 들었으니 우리 입장을 이해해 줘, 넌 친부모가 있지만 정연이는 아무도 없어
겪어본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것이다.아버지는 바로 물었다. “너! 벌써 그 남자랑 잔 거야?” 민정아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 “아빠......저랑 결혼할 거예요”“......” 아버지의 얼굴에서 독기가 내비쳤다. 민정아가 수줍어하며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민정아는 붉어진 얼굴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구 대표님한테 전화할게요”“응”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민정아는 구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서준은 막 깨여 나 테이블 위에 놓인 빨간 메모지에 적힌 글을 읽고 있었다. ‘남편, 아침밥 사러 갔다 올게요, 메모를 보고 뭐 먹고 싶은거 있으면 전화 줘요’구서준은 피식 웃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요 녀석, 따뜻한 구석이 있네”이때 전화벨이 울렸다.“여보세요”“서준 씨” 아버지의 앞에서 남편이라고 부르기가 쑥스러웠다.“남편이라고 불러요!” 민정아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서준 씨, 할 얘기가 있어요......”“남편이라고 불러요! 부르지 않으면 돌아와서 혼내줄 거예요!”구서준이 재촉하자 먼정아는 수줍어하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남편......”“그래요, 봐줄게요......” “남편, 할 말이 있어요, 아침밥을 가져다줄 수 없게 됐어요, 엄마가 아프셔서 집에 가봐야 해요”“어!” 구서준은 관심을 보였다. “장모님이 아프시다는데 빨리 가봐야죠, 집에 가면 장모님한테 남자가 생겼다고 말씀드려요, 든든한 사위가 있으니 장인 장모님한테 걱정 말고 민정연 그 여자를 집에서 내쫓으라고 해요, 그곳은 정아 씨 집이잖아요. 앞으로 두 분의 노후는 내가 책임질게요그러니까 정아 씨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말해요!이렇게 훌륭한 남편을 보고도 큰소리칠까요?!”“알았어요, 남편......” 민정아는 기분이 좋았다.민정아는 아버지를 보고 말했다. “아빠, 저 이제 곧 구 대표님하고 결혼할 거예요, 앞으로 잘 호강시켜 드릴게요, 아무리 정연 언니가 좋다 해도 아빠를 모실 사람은 저예요, 정연 언
“뭐 하는 거예요!” 민정아의 어머니는 실내에서 걸어 나오며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 “너 이 년! 양심도 없어! 언니 어깨를 밟고 상류층에 기어올라가? 천한 것! 언니의 인맥을 빼앗아? 이따위로 언니를 대하는 거야? 너 참 비겁하구나! 비겁해!”욕하고 나서 또 발로 험하게 걷어찼다. 민정아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머리는 마대에 씌워져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엄마, 저 먼저 풀어주면 안 돼요? 먼저 풀어주고 나서 욕하든지 때리든지 하세요”“풀어줄 수는 있어!” 이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너의 핸드폰, 돈 가방을 몰수하고 손발을 묶은 후에야 풀어줄 수 있어”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녀의 핸드폰, 돈 가방, 쇼핑카드를 모조리 뒤집었다. 심지어 가방마저 민정연이 가져갔다. 민정연도 민정아한테 험하게 발길질을 했다. “이렇게 비싼 가방을 들고 다녀? 몇백만 원짜리 가방이 너한테 어울리기나 해? 응? 무슨 브랜드인지는 알아? 브랜드가 뭔지도 모르는 촌스러운 네가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야?”민정아는 또 한 번 아버지 속임수에 넘어가 부모님과 사촌 언니한테 호되게 얻어맞고 물건을 몽땅 빼앗기게 되였다. 마대 속에 갇힌 민정아는 슬프기 그지없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가게에서 비상 핸드폰을 옷 속에 감춰둔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녀는 냉동창고에 들어간 것처럼 마음이 차갑고 아팠다. 자신의 친부모가 맞는지 의심이 갔다. 자신은 주어온 아이이고 민정연이야말로 친딸 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 민정아는 죽고 싶을 정도로 절망스러웠다. 그녀의 부모님은 손발과 머리에 씌운 마대를 풀어주었다. 부모님과 그 사이에 앉아 있는 사촌 언니 민정연이 눈에 띄었다.민정연은 아무 말도 없이 민정아의 뺨을 두 대 후려쳤다. “이 년! 구 도련님하고 잠을 자? 뻔뻔스러운 것! 걸레만도 못한 년! 감히 구 도련님하고 잠을 자?구 도련님이 내 남자인 줄 몰랐어? 나 민정연의 남자라고!할아버지가 정해주신 내
상류층에 끼고 싶어서 미치겠어? 그런데 어떡해, 넌 민 씨 집안사람이잖아!넌 서 씨 집안사람이 아니야!서 씨 집안 어르신께서 너를 봐주니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 어리석은 것!내 남편한테 시집오고 싶다고? 내 남편한테 너는 그냥 벌레 같은 존재야! 부잣집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부잣집에 시집가기 위해 자기 사촌 동생까지 죽이려고 했는데 부잣집 며느리가 될 자격이 있기나 해? 넌 불쌍한 벌레일 뿐이야!”민정아의 말이 한 글자도 빠짐없이 귀에 들어왔다. 민정연은 민정아의 머리를 끄집고 독설을 퍼부었다.“너! 죽어!”, “빨리 칼을 가져와요! 저 년의 얼굴을 찢어버릴 거예요, 그래도 구 도련님이 좋아할까나 모르겠네!”얼굴을 찢어버린다고?민정아는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이미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신세희의 처지가 이해가 갔다.반항할 힘이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 구걸도 하지 않았다.절대 용서를 빌지도 않았다.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민정연과 부모님을 바라보는 순간, 민정아는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부모님은 결코 민정연에게 칼을 건네주지 않았다.어머니는 민정연에게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정연아, 얼굴을 찢어버리는 일을 급한 게 아니야, 그 대신 저 년을 돈과 바꾸는 거야, 그 돈으로 잘 꾸며서 구 도련님을 만나!” 어머니의 말에 민정연은 싱글벙글 웃었다. “역시 숙모는 치밀하시네요, 그럼 오늘 바로 돈과 바꿀까요?”“당신……당신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민정아는 등골이 오싹했다.아버지는 냉정하게 웃고는 테이프로 민정아의 입을 막고 다시 마대를 머리에 씌워 큰 캐리어에 담았다. 세 사람은 아래층으로 끌고 내려가 차에 실었다.민정아는 트렁크 안에서 하마터면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다행히 얼마 안 지나 차가 멈춰 섰고 민정아는 트렁크에서 끌어내려졌다. 캐리어 틈새로 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남성에서 자랐던 터라 익숙했다. 여기는 남성에서 제일 더럽고 혼란스러운 곳, 바로 빈민촌이었다. 이곳은 신세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