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신세희는 부소경의 품에 안겨 달콤하게 잠을 잤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임서아는 엉엉 울고 있었다.결국 임서아의 목은 쉬어버렸고, 눈은 팅팅 부어있었다. 게다가 진한 다크써클까지 껴 있었다. 서경수의 상태를 확인하러 병실에 들어온 의사는 임서아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만 깜짝 놀라버리고 말았다.의사와 함께 따라 들어온 인턴은 그만 임서아의 모습에 놀라 울어버리고 말았다.임서아의 눈빛에는 생기가 없었다.의사는 서경수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그에게 병세가 많이 나아졌다고 말하고는 이내 병실 빠져나갔다. 같은 시각, 임서아는 바로 서경수의 앞에 서 있었다.“외할아버지…” 그녀의 목은 잠겨있었다.서경수는 이런 상태의 손녀를 확인하자, 심장이 마치 칼에 찌르는 것처럼 아려왔다. 그의 목소리도 순식간에 나빠지기 시작했다. “서아야, 우리 외손녀! 할아버지가 그랬지? 항상 침착해야 한다고, 어디서든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근데 왜 이렇게 할아버지 말을 안 듣는 거야?”“네 처지를 봐. 하룻밤 사이에 널 이렇게 만들었잖아. 만약 부소경이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아마 넌 평생 그 남자한텐 시집갈 수 없을 거야.”임서아는 부은 얼굴로 서경수를 쳐다보았다. “외할아버지, 부소경은 이미 신세희랑 결혼을 했어요. 나한테 기회가 더 있기는 한가요? 그 사람, 처음부터 애가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모르시죠? 신세희가 얼마나 독한 년인지? 걔, 10살 때부터 우리 집에서 얹혀살았어요. 우리 엄마 아빠가 걔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런데도 사사건건 나한테 시비 걸고, 내 물건들을 탐냈어요. 자기가 얹혀사는 사람인 건 하나도 신경 안 쓰고. 내 물건을 탐내기만 했어요. 사사건건 날 질투했어요.”“신세희는 부소경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은 걸 수도 있어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감정이 있겠어요? 아마 부소경이 내 약혼자라는 이유로 그 사람을 뺏고 싶어 하는 걸 거예요. 걔가 어릴 때부터 말했었거든요. 꼭 나보다 더 잘 살 거라고. 할아버지, 신세희는 그냥 변태에요!”눈
전화기 너머, 허영은 그대로 인정을 했다. “이게 다 그 죽일 놈의 신세희 때문이야. 아니면 나랑 네 아빠가 죽일 듯이 싸우지는 않았겠지.”“두 사람… 죽일 듯이 싸웠어?”“응.”“신세희! 죽일 놈의 신세희!”지금 이 순간, 임서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신세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임서아는 분명 신세희를 발로 차버렸을 것이다.그녀는 부모님의 전화를 끊고는 바로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신세희는 아직도 부소경의 품에 안겨 편히 자고 있었다.요 며칠 신세희는 너무 힘들었다. 오랫동안 긴장됐던 마음과 몸이 한순간에 풀리자 여자는 편안함에 아주 깊은 잠에 들었다.신세희는 그날 밤 계정에 올라간 사진들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자기만 하면 된다. 무척이나 편안하게.그리고 지금 이 순간, 부소경은 인스타를 또 하나 올렸다.두 사람의 달콤한 사진 말고 문구 하나도 더 쓰여있었다.“한 회사의 대표로서 제일 중요한 임무는 회사를 잘 이끌고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남자로서 제일 중요한 임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애를 키운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가족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기도 해야 합니다.한 그룹의 대표로서 제일 중요한 일은 집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겁니다.남자로서 가정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우리는 결혼생활에서 배우는 것들을 회사관리에 도입해야 합니다.본인의 가정도 잘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회사를 잘 이끌어 나가겠어요?그래서 가정이 중요하다는 겁니다.”그가 하는 말들은 가정을 벗어나지 않았다.부소경의 말이 네티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여색을 멀리하는 남자가 사랑을 하게 되면 이렇게 여자를 아끼게 되는구나. 이렇게나 달달하구나. 부소경은 자신의 와이프를 자신의 상사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너무 부러운 사실이었다.온 회사가 이 사실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던 그때, 임서아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 전화가 꿈나라에 빠져있는
“신세희! 이 전과자야! 넌 진짜 양심도 없어? 우리 엄마 아빠가 널 7, 8년 넘게 키웠어! 근데 감히 우리 부모님 사이를 이간질해!” 한편, 임서아는 바로 입을 열어 욕을 하기 시작했다.부소경이 신세희랑 결혼하면 뭐?임서아는 신세희가 무섭지 않았다.그녀는 이번에 서경수의 병을 치료하러 서울에 왔다. 그녀는 내내 서경수를 간병했고, 서울에 있는 여러 정계 쪽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임서아는 그제야 서경수가 왜 운성에서 그렇게 사람들의 존중을 받게 된 건지 알게 되었다. 부소경도 서경수에게 체면을 차려줄 정도였으니까.서경수의 인맥이 이렇게 거대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들뿐이었다.외할아버지가 임서아의 뒤를 봐주는데, 신세희가 대통령이랑 결혼을 했다해도 임서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한편, 신세희는 목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임서아, 난 두 사람 사이 이간질한 적 없어. 난 처음부터 두사람을 죽일 생각이었거든. 내가 능력이 없어서, 백번 양보해서 두사람 사이를 이간질하기로 한 거야. 근데 이제는 괜찮아. 나랑 부소경 사이가 만천하에 공개됐잖아. 내가 바로 부소경 와이프야. 법적으로도, 사실적으로도. 지금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임씨 집안을 나락으로 보내는 거야!”신세희의 말에 임서아는 등골이 서늘해졌다.임서아는 괜히 센 척을 하며 대답했다. “어디 감히 그래 봐!”“그건 내가 너네 집안을 얼마나 미워하는지에 달렸지. 그리고 내가 누구랑 결혼했는지도 봐야 하고. 난 부소경이랑 결혼했어! 내 남편이 임씨 집안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거야!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을 거야. 언젠가 내가 기분 좋은 날에 너네 집에 찾아갈 수도 있으니까”그녀의 말에 임서아는 의식적으로 물었다. “우리 집안 망가뜨리러 오는 거야?”“그래.” 신세희의 말은 무척이나 짧았다.그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은 후, 신세희는 부소경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이번이 두 번째에요. 당신을 빽
부소경은 복잡한 심경으로 신세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꾸물꾸물 이불 속으로 들어간 신세희는 다시 잠을 청했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해? ”부소경에게 등을 돌린 신세희는 키스 마크로 울긋불긋한 팔을 뻗어 그의 가슴팍을 툭 건드렸다. 부소경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움켜잡았다. 물로 빚은 듯한 부드러운 살결이 그의 손에 감겼다. 부소경은 이불속에서 꾸물거리는 그녀를 억지로 꺼내 자신을 마주 보게 하며 진지하게 물었다. “정말 어디 안 좋은 거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신세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그의 가슴팍으로 숨어들었다. 부소경이 짧게 미소 지었다. “애까지 낳은 사람이 응석은. ”신세희가 발끈했다. “아니거든요. ”“그럼 왜 아직 미적거리는 건데. 당신 늦잠 자는 사람 아니잖아. ”행여나 자신에게 또 숨기는 건 없는지, 부소경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신세희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백수인데 일찍 일어날 필요가 있나. ”“백수라니? ”부소경이 반문했다. “회사에서 잘렸잖아요. 그게 아니더라도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 때문에 밖에 나갈 수도 없는걸요. ”신세희는 회사에 다니며 안정적인 수입으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남성에서는 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출근해도 돼. ”부소경의 말에 신세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리에게 독립적이고 멋진 엄마로 기억되고 싶은 거 아니었나? ”부소경이 다시 물었다. “......”그가 조곤조곤 도리를 따지자 신세희는 문득 억울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부소경을 흘겼다. “왜요, 회사에 가는 내내 사람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것도 모자라 회사로부터 당신은 이미 해고되었으니 나올 필요 없습니다, 라는 통보를 들어야만 속이 시원하겠어요? ”“당신을 욕할 사람도 없을 거고 해고 되지도 않았을 테니 이만 출근하는 게 어때? ”부소경이 말했다. “......”부소경이 남성의 절대 권력자라는 걸 불현듯 떠올린 신세희는 그의 품에 안긴 채 핸드폰을 꺼내 실시간
그녀의 입맞춤은 여전히 서툴렀다. 그의 입술에 가닿았지만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했다. 심지어 그녀는 자주 버벅대며 멈칫거리기도 했다. 부소경은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등과 뒤통수를 감싸 안고 강제로 떼어낸 부소경이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바보같긴. ”“......”“그렇게 많이 가르쳐 줬는데 어떻게 키스도 제대로 못 해.”신세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이게 과연 그녀만의 잘못일까? 어떻게 매번 짐승처럼 덮쳐오는 행위를 가르치는 거로 치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매번 그녀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앗아갔다. 관계를 이어 나갈 때마다 그녀의 머릿속은 어느새 하얗게 변해버려 그가 이끄는 대로 그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곤 했다. 그런데 대체 뭘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몹시 억울해진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 달콤한 체리 같은 입술을 내려다보며 부소경은 애써 답답함을 억눌렀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그만 놀릴게. 감사 인사는 다른 걸로 받도록 하지. 일어나서 옷이나 골라줘.”“네? ”옷을 골라 달라니? 그녀는 여태 이런 일을 해 본 적 없었다. “남편 옷 골라주는 건 흔한 일 아닌가?”부소경이 여상하게 말했다. “아...”신세희는 즉시 몸을 일으켜 침대를 벗어났다. 문득 허전한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본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방에는 그녀의 옷이 없는지라 그의 옷장에서 셔츠를 꺼내 입을 수밖에 없었다. 소매를 대충 걷어 올린 헐렁한 셔츠를 걸친 그녀는 몹시 관능적이었다. 부소경은 그런 신세희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가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어느새 옷을 전부 고른 신세희가 침대 가로 다가왔다. “이건 어때요?”“괜찮네.”자신이 평소에 자주 입는 스타일이라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런 스타일이 나한테 어울리는 건 어떻게 알았어? ”불쑥 던져진 물음에 신세희가 얼굴을 붉혔다. “함께 지낸 지가 언젠데, 당신 스타일도 모를까 봐
“고마워요.”신세희가 미소를 지었다.“엄마, 오늘 유치원 지각하게 생겼어.”신유리가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아가. 엄마가 앞으로 다시는 늦잠 자지 않을게.”신세희가 아이에게 사과하자 부소경이 엄격한 목소리로 아이를 꾸짖었다.“어제 엄마가 몸이 안 좋았잖아. 잊었어?”“아, 맞다.”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이씨 아주머니가 작은 유리그릇을 신세희 앞에 내놓으며 말했다. “사모님, 이건 대표님께서 서울에서 구해오신 최상급 품질의 제비집이에요. 식기 전에 드세요.”제비집이라니, 먹어 본 적은 없지만 들어 본 적은 있었다. 작은 유리그릇 안에 담긴 저건 아마 몇백만 원을 호가할 테지. 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비싼 걸 대체 왜 나한테...”부소경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신유리가 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흥, 서둘러 오느라고 내 장난감 살 시간도 없었다면서, 엄마한텐 이렇게 비싼 걸 선물하고... 아빠 너무 불공평해!”“......”신세희는 공연히 가슴이 벅차올랐다. 부소경은 아이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외롭진 않고? ”“뭐?”“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냐고.”유리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부소경이 말을 이었다. “동생이 몇 명 더 생긴다면 네가 대장 노릇을 할 수 있을 거야.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마구 부려 먹을 수도 있어. 어때?”“와, 정말? 나한테 동생이 생긴다고?”신유리가 기뻐했다. “엄마 몸이 잘 회복된다면 많이 생기게 되겠지.”천천히 수프를 떠먹은 부소경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신세희 쪽을 쳐다보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얼굴이 복숭아빛으로 물들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귀엽긴. 신세희가 평소 무덤덤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당황할 법한 포인트를 비껴갔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을 제대로 찌르기만 한다면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헤헤, 기분 좋다. 근데 아빠...”아이가 씩 웃으며 제 아빠를 바라봤다. “동생 만들려고 엄마한테 비
부소경의 흔들리는 눈빛을 바라보던 신세희는 조금 전 자신이 마치 유혹하는 듯한 말을 내뱉었음을 깨닫고 덩달아 쑥스러워졌다.다행히 부소경은 더는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늦었으니 이만 출발 하자고.”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두 아주머니는 아이의 손을 나란히 잡은 부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씨 아주머니가 한탄했다.“사모님은 소탈한 분이시고 대표님도 그저 말수가 적을 뿐인데, 왜 인터넷에 사모님에 대한 소문이 그런 식으로 퍼졌는지 모르겠어. 한 번도 아랫사람들을 박대한 적 없는 분들인데... 소문을 퍼뜨린 범인의 정체만 알았어도 당장 가져 따졌을 거야.”전씨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럴 필요도 없어. 오늘 아침에 보니까 기사들이 깨끗이 사라졌던데? 대표님이 벌써 다 알아서 해결하신 모양이야.”그제야 이씨 아주머니는 안심했다. “그럼 다행이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들은 모조리 잡아서 없애버려야 해. 말조심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알려줘야지.”이씨 아주머니는 불평을 늘어놓은 것뿐이었지만, 실제로도 기자들과 그들이 속한 신문사는 하룻밤 사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드넓은 도시에서 저마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더 이상 신세희에 대한 악의적인 말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도 잘 나서지 않고 검소한 차림을 고집하던 그녀인지라, F그룹 공식 계정에 그녀와 부소경에 관한 댓글이 수없이 달렸음에도 거리에서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더 빨리 퍼지는 법이었다. 두 사람의 행복하고 달콤한 결혼생활을 부러워하는 네티즌들도 존재했지만 그녀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지는 속도를 따라가진 못했다. 두 사람은 가운데 아이를 앉히고 함께 유치원으로 출발했다. 조금 늦은 시간대라 예전처럼 학부모들을 마주치는 일 없이 유리를 데려다준 뒤 무사히 부소경의 차에 오를
얼른 출근하라는 인사팀 팀장의 전화를 받은 신세희는 비로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미 과거의 일이었다. 인터넷상의 악성 루머들조차 깨끗이 사라진 지금, 그 일은 마치 스쳐 지나가 버린 악몽처럼 느껴졌다. 신세희는 과거보단 미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성공한 건축 디자이너가 될 터였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바로 고향으로 내려가 엄마의 묘지를 찾아갈 계획이었다. 운이 좋으면 부모님의 묘지를 남성으로 이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앞으로 자주 부모님을 찾아뵐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임씨 집안에 대한 복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절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만약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임지강은 그녀의 철천지원수였다. 신세희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느라 따로 부소경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다행히 그도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던 지라 그녀가 말을 걸지 않는다고 해서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괜히 마음 쓰였던 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부소경을 힐끔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침에 매주었던 넥타이가 느슨하게 풀린 채 비뚤어져 있었다. 자신이 골라준 옷과 넥타이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일까? 왜 벌써 풀렸지? 기댈 듯이 가까이 다가간 신세희는 자연스럽게 그의 넥타이를 매만지며 투덜거렸다.“넥타이가 비뚤어졌잖아요. 이렇게 출근하면 남들이 비웃을 거예요. 다시 매줄 테니 당신... 좀 똑바로 앉아봐요.”부소경과 엄선우는 입을 떡 벌리고 신세희를 응시했다. 늘 자신의 운전 실력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엄선우는 집중력이 흐트러져 하마터면 나무에 부딪힐 뻔했다.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급정거한 뒤 급히 핸들을 돌려 겨우 나무를 비껴갈 수 있었다. 신세희도 다행히 부소경이 제때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들인 바람에 뒤통수를 부딪치지 않을 수 있었다. 신세희가 엄선우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엄 비서님, 괜찮아요? 혹시 피곤한 거예요?”그녀는 이번에 부소경에게 말을 걸었다. “여태 한 번도 엄 비서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