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한 명이 여자 한 명을 끌어안고 있는 영상이었다.남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남자는 카메라 화면을 등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의 평온한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선명했다.바로 신세희의 얼굴이었다. 신세희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낯선 남자에게 안겨 있었고, 이 장면은 여러 플랫폼에 올려져 있었다. 그것도 구독자 수가 백만이 넘는 홈페이지에 말이다.부소경의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며칠 전에 신세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긴 했었는데… 고작 하루 사이에 이렇게 영상이 퍼지고 말다니…병실 안, 사람들은 살기 가득한 부소경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아직도 임서아의 입을 잡고 있었다. 임서아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얼굴은 빨갛게 질려 있었다. 너무 아팠다. 부소경은 임서아의 입을 놓아줬고 그녀의 입은 퉁퉁 부어있었다.“소경아,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열을 내는 거냐!” 침대에 누워 있던 서경수는 임서아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살벌한 부소경의 모습에 감히 그를 말리지도 못했다.부소경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단지 임서아를 놓아주기만 할 뿐이었다.그리고는 핸드폰을 임서아에게 던져주었다.임서는 그제서야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입술이 마비된 듯한 느낌에 손을 들어 자신의 입술을 만져보았다. 역시나 부어 있었다.거울을 보지 않아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임서아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못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부소경이 이 모습을 보지 말았으면 했다. “흑흑흑…” 임서아는 입을 막으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하지만 부소경은 임서아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단지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병실을 빠져나갈 뿐이었다. 그는 병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다.병실 안, 사람들은 멀뚱멀뚱 눈만 돌릴 뿐이었다.서경수는 임서아에게 물었다. “서아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임서아는 억울함에 소리 내어 통곡하기 시작했다. “외할아버지, 할아버지도 알죠
같은 시각, 신세희의 핸드폰은 무음으로 되어있었다.그녀는 지금 유치원 이사장실에서 이사장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조용하고 또 엄숙하게 자신의 앞에 있는 신세희의 모습을 보자, 이사장은 두려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방금 신세희가 유리를 데리고 유치원에 들어왔을 때. 이사장은 이미 생각을 다 끝냈다. 이사장은 신세희에게 이 유치원을 떠나달라 말하려고 했다.신세희가 알몸으로 남자에게 안겨 있는 영상이 퍼졌기 때문이다. 분명 유치원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하지만 원장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신세희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이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어머!” 이사장은 신세희를 비웃었다. “유리 어머님, 먼저 퇴학하겠다고 말씀하시려고요?”“아니요!” 신세희는 간단하게 대답했다.“…”잠시 뒤, 이사장은 딱딱하게 말했다. “그럼 할 말이 더 없겠네요. 유리 어머님, 규칙대로라면 곧 유치원에서 일방적인 퇴학 권고 통지가 갈 겁니다. 오늘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수 있게 해드릴게요. 하지만 오늘 하원 후에 다시는 유치원에 찾아오지 마세요!”하지만 이런 말들에도 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평온했다. “이사장님, 귀먹으신 거 아니죠?”“…”“만약에 귀가 잘 안 들리시는 거면 한 번 더 말할게요. 제 딸 퇴학 문제 때문이 아니라 다른 문제 때문에 얘기하자고 한 거예요. 만약 제 제안을 거절하시면 분명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예요. 나중에 찾아오지나 마세요! 30초 드릴게요. 어떻게 하실래요?” 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평온했다. 그녀의 말투에는 사람을 휘어잡는 신비한 힘이 있었다.어떻게 된 건지, 이사장은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하… 해요… 제 사무실로 따라오세요.”그 순간, 이사장은 신세희의 손에 자신의 약점이 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혹여나 다른 사람들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될까 걱정이 됐는지 이사장은 창문과 문을 꼭 닫았다.대화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 신세희는 핸드폰을 무음
이사장은 매우 곤란한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모두 어마어마한 후원금을 내는 분들이니 거역하기가 힘드니까요. 특히 나씨 집안에서는 우리 유치원에 매해 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내고 있는데 저희가 어떻게 그분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유치원은 교육환경이나 분위기가 좋으면 그만이지, 딱히 귀족스럽거나 고급스럽지 않아도 되잖아요. 이득을 챙기는 건 당신들이 알아서 할 문제예요. 돈을 더 벌건지 아니면 이대로 사라질지 잘 선택해 보세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유리 어머니, 제가 당장 그 말썽을 일으키는 학부모들을 그만두게 만들겠습니다.”이사장이 그녀에게 사정했다. 신세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그럼 다행이고요.”신세희는 성큼성큼 유치원을 벗어났다. 이때 몇몇 여인들이 막 유치원 대문을 벗어난 신세희를 막아섰다.“신세희 씨.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어요.”먼저 신세희를 비난한 것은 그녀와 나름 가깝게 지냈던 서수진의 엄마였다. 이윽고 그녀의 뒤에 서 있던 한 무리의 부잣집 사모님들도 하나둘씩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어떻게 우릴 감쪽같이 속일 수 있어요? 정말 몸 파는 여자일 줄이야. 인터넷에 영상까지 퍼졌는데 이렇게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다니!”“당신 같은 여자는 이런 고급 사립 유치원에 발을 들일 자격이 없어요.”“우린 오늘 몸이나 팔며 사생아나 낳는 당신 같은 여자를 당장 유치원에서 쫓아내라는 서명 운동을 진행할 거예요.”“어쩜 저리도 뻔뻔한지.”“천만 원을 모으려면 대체 몇 명이랑 자야 되는 거예요?”신세희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이런 힐난과 욕설에 이미 무감했다. 고개를 든 신세희는 자신을 둘러싸고 손가락질하는 일여덟 명의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그 여인들의 무리에는 나영희 엄마인 도연주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마디 지적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녀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이걸로 큰돈을 벌기까지 했다. 사진 한 장을 건네주었
버스 안에서 신세희는 끊임없이 임지강을 떠올렸다. 12살부터 먹여 주고 입혀 주고 학비를 대준 건 임지강이었다. 비록 끊임없이 눈치 주고 생활비도 간신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제공했지만 한때 신세희는 그런 임지강이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자신을 따듯한 눈길로 바라보기를 기대한 적도 있었다.신세희가 가장 바라는 건 따스함이었다. 그러나 임지강은 한 번도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어느덧 신세희는 그런 따스함을 더는 바라지 않게 되었다. 반대로 임씨 집안과의 원한은 날마다 쌓여갔으니 설령 오늘 완벽한 복수는 할 수 없다고 해도 절대로 그들을 마음 편히 지내게 놔두지는 않을 작정이었다.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연히 핸드폰을 꺼낸 신세희는 서준명이 전화를 걸어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서씨 집안 노인은 매우 원망스러웠지만 서준명만은 미워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서준명은 그녀와 서시언을 도와준 적도 있었다. 건축 디자인 직업에 몸담게 되었을 때도 서준명은 그녀를 위해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었다. 잠시 고민하던 신세희가 전화를 받았다.“네, 준명씨. ”그녀는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러나 서준명은 몹시 다급한 눈치였다.“세희 씨, 그 동영상은 어떻게 된 거예요? ”“준명 씨가 본 그대로예요. ”“그럴 리가요. 세희 씨는 제가 잘 압니다. 혹시 누가 또 나쁜 일을 꾸민 겁니까? 내게 말해 주세요. ”“뭘 말해 달라는 거죠? 누군가 날 해칠 거라고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준명 씨가 본 그대로입니다. 다른 일 없으시면 이만 끊겠습니다. ”말을 마친 신세희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그녀에게 해코지하려는 범인은 서울의 구씨 집안 사람이었다. 또한 부소경이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일 수도 있었다.2개월 전의 모임에서 신세희는 부소경이 구씨 집안과 막역한 사이라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부씨 집안의 노인보다도 사이가 더 좋아 보였다.그런 구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가 신세희를 망가뜨리려고 작정
“내가 묻잖습니까. 신세희 씨는요? ”서준명이 다시 재촉했다.“신세희 씨는... ”인사팀 팀장은 만약 남성의 권위 있는 귀공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신세희에 관해 묻는다면 절대 대답하지 말라는 구자현의 지시를 떠올렸다. 구자현의 말에 의하면 신세희는 6년 전 남성의 상류층 남자들을 모조리 꼬시고 다녔던 불여우 같은 천박한 여자였다. 그러니 도련님들이 그녀에 관해 물어본다면 절대 사실대로 말하면 안 되었다.서준명은 비록 이 회사의 주주였으나 그렇다고 구자현의 미움을 사는 것도 인사팀 팀장은 원치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던 그는 불현듯 유치장에 갇혀있는 세라를 떠올렸다. 땀을 훔친 인사팀 팀장은 버벅거리며 말을 이었다.“그게 말입니다, 대표님. 디자인 팀에 세라 씨라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신세희 씨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바람에 두 사람 모두 해고되었습니다. ”“뭐라고요? 신세희 씨가 해고되었단 말입니까? ”서준명은 몹시 경악했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그가 말을 이었다.“그럼 세라 씨는요.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으니 세라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세라 씨는 지금 유치장에 있습니다. ”인사팀 팀장이 말했다.“물어볼 게 있으니 당장 빼내 오세요. ”남성으로 돌아갈 수 없어 마음이 조급해진 그는 당장 당사자에게 캐물어야만 했다.“1시간 반 뒤에 다시 전화를 걸겠습니다. 그땐 세라 씨가 받아야 할 겁니다. ”인사팀 팀장은 고장 난 인형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인사팀 팀장은 바로 디자인 부서로 향했다.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던 디자인 디렉터는 인사팀 팀장을 발견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어떡하죠. 세라 씨는 지금 유치장에 갇혀있는데 건축업계의 지인이 세라 씨를 찾고 있어요.”“얼른 가서 세라 씨를 데려오세요. 서 대표님의 뜻입니다. ”인사팀 팀장의 말을 들은 디자인 디렉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디렉터는 당장 보석신청서를 들고 유치
세라는 디자인 디렉터 사무실에 앉아 있는 양복 차림의 외국인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다니엘 씨? 여긴 어쩐 일로... ?”다니엘이라 불린 남자는 세라에게 반갑게 인사했다.“또 뵙네요. 세라 씨. 마침 남성에 볼일이 있어서 온 김에 세라 씨도 보고 가려구요. ”세라는 꽃처럼 활짝 웃었다.떠오르는 신예 건축가인 다니엘은 동유럽 일대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세라도 우연한 기회에 그와 친분을 쌓게 되었지만 그가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세라는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어... 다니엘 씨. 요 며칠 제가 일이 좀 있었어요.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정말 죄송합니다.”세라가 예의를 갖춰 사과했다. 이에 다니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 세라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회사에서 어떤 여자 사기꾼을 만났거든요. 운이 참 나빴죠. ”“여자 사기꾼이요? ”다니엘이 호기심을 보였다.“글쎄, 어떤 공사장 인부가 가짜 학력과 가짜 이력서로 우리 회사에 들어왔지 뭐예요? 게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모함까지 하고 말이에요. 제가 바로 그 모함당한 피해자라니까요. 다행히 진실이 다 밝혀져서 회사에서 직접 나를 다시 데려왔어요. ”세라가 거만하게 말했다.그녀의 말에 다니엘은 그녀 대신 분노했다.“어느 여자가 감히 세라 씨를 모함한단 말입니까? 나한테 걸리면 아주 면상을 갈겨버리겠어요. 그 사기꾼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한때는 복싱을 즐겨했잖아요.”세라가 웃음을 터뜨렸다.“정말요? 정말 그 사기꾼을 만나면 절대 봐주지 않을 거예요? ”다니엘이. 진지하게 대답했다.“당연하죠.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을 때 마침 디렉터 사무실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디렉터는 바로 세라에게 건네주었다.“세라 씨, 구자현 아가씨에게서 걸려 온 전화입니다. ”구자현이라는 말을 들은 세라는 신나서 전화를 건네받았다. “구자현 아가씨. 이렇게 빨리 저를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절대 푸대접하지 않는다는
외국인에, 건축업계 관련 종사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세라를 위해 복수를 해주겠다는 말을 들은 구자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신세희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모임에 가담한 사람이 많을수록 구자현이 감당할 위험은 줄어들었다.부소경이 그의 딸 신유리 때문에 신세희를 불쌍히 여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구자현에게도 충분히 그럴만한 권력이 있었다. 지금은 또 외국 건축가 친구 하나가 더 늘어나지 않았는가?모두가 함께 신세희의 천박한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만약 신세희가 얻어맞는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구자현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신세희가 여러 사람에게 얻어터지는 비참한 모습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감히 부소경의 아이를 낳다니. 죽어 마땅한 년. 이 세상에서 부소경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인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건 아무리 임서아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신세희는 말해 무엇하겠는가.여기까지 생각한 구자현은 신세희에게 오늘 오후에 있을 파티에 늦지 않게 참석하라고 다시 한번 주의를 주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한편, 임씨 집안의 바깥쪽 갈림길 근처에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신세희는 구자현이 걸어온 전화를 바로 받았다.“걱정 마세요. 갈 겁니다. ”구자현이 피식 웃었다.“잊지 말라고 전화한 거야.”신세희는 대답하지 않고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는 줄곧 멀지 않은 곳 큰 나무 아래 주차된 검은 승용차를 주시하고 있었다.마침내 문이 열리고 여전히 엉겨 붙어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남자는 마흔일곱쯤 되어 보였는데 여자보다 약간 젊었다. 함께 있는 여자는 당연히 허영이었다.임씨 집안에 찾아왔다가 이런 뜻밖의 수확을 거둘 줄이야.허영과 그 남자가 한 시간 넘게 차 안에 있는 동안 신세희는 멀지 않은 곳에서 계속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두 사람은 신세희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남자는 여전히 미련이 남은 듯 허영을 지분댔고 허영은 그런 남자를 힘껏 밀어냈다.“다
신세희는 허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켕기는 게 있는 허영이 오히려 그녀에게 소리쳤다.“넌 대체 언제 온 거야! ”신세희는 더없이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걱정되지 않으세요? ”“뭐라고? ”허영은 신세희가 방금 자기가 나무 뒤쪽의 차 안에서 바람을 피웠던 일을 언급하는 줄 알았다.신세희는 여전히 고요한 바다 같았다.“당신 딸의 외할아버지가 서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그분이 걱정되지도 않으세요? 아니면 그분과 전혀 관계가 없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신세희의 말을 들은 허영은 긴장이 확 풀렸다. 비록 그녀가 자신을 비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말이다. 신세희가 자신과 그 남자 사이의 관계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신세희도 속으로 허영을 비웃었다. 허영이 방금 저질렀던 일을 자기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허영이 아무리 임지강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건 전부 임지강의 업보였다. 그녀는 허영이 착각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놀란 표정을 갈무리한 허영은 이내 잔뜩 거만한 태도로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 대체 여긴 왜 온 거야! ”“글쎄요. 왜일 거 같아요? ”신세희가 반문했다.“흥.”허영은 신세희가 전혀 두렵지 않은 눈치였다.“왜, 우리 임씨 집안이 원망스럽니? 서아가 네 새끼 아빠를 빼앗은 것 같아 억울해? 어쩌겠니, 그게 다 네 팔자인 것을. 원망해도 소용없어. 우리 집안이 운이 좋은 걸 어떡하라고. 하마터면 부소경 도련님 손에 죽을 뻔했는데 그때 마침 서아한테 외할아버지가 나타났잖아. 비록 그 집안은 부씨 집안처럼 대단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진 않지만 모두가 우러러보는 선비 집안이야.더 중요한 건 그분은 수도에 많은 부하를 두고 있다는 거야. 그들이 모두 부소경 도련님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부소경 도련님도 감히 우리 서아를 어쩌지 못할 거야. 결국 서아는 언젠가 부소경과 결혼하게 되어 있어. 네가 낳은 그 사생아 신세도 퍽 가엽게 됐구나. ”“당신은 인정만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