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멍해졌다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고,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어제 회사 동료의 전화를 받기 싫어서 꺼놨다가, 부소경과의 약간의 말다툼 때문에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여태 핸드폰을 켜지 않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수진 엄마?” 신세희가 물었다. 서수진 엄마는 난처한 듯 또 미심쩍은 눈빛으로 신세희를 보았다. “세희씨, 저번에 남편분이 데려다 주는 거 보니까 분위기만 봐도 분명 돈 많은 집안인 거 같아서요. 적어도 수백억 자산 정도는 있어 보였거든요. 제가 유리 엄마를 이 단톡방에 초대한 건, 여기가 재벌 단톡방이기 때문이에요. 저희 애들 엄마들끼리 이미 다 상의해서 여기 있는 아이들한테 단독으로 반을 개설해서 선생님들을 더 고용할까하고요…” 신세희는 이해를 못 했다. “왜 단독으로 반을 만드는 거죠?” 지금 이 유치원은 이미 훌륭했다. 비록 남성에서 제일 좋은 귀족 유치원은 아니었지만, 여기를 다니는 아이들의 집안도 나쁘지 않았고, 한 학기에 몇 천만원이나 교육비를 내는데, 후져봤자 얼마나 후질 수 있을까? 게다가 유리는 늘 이 유치원이 좋다고 생각했다. 신세희는 이해가 안돼서 서수진 엄마를 보았다. “지금 이미 괜찮지 않나요? 이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 집안도 나쁘지 않고요.” 서수진 엄마는 한숨을 쉬었다. “어느 가정이 좋고 나쁜지 저희는 아무도 모르죠. 며칠 전에 이 유치원에 다니던 애가 다른 곳으로 전학 갔잖아요. 다들 그 애 집에 몇 백억은 있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다 사기였어요. 그 집에 쌓여 있는 빚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여자 애 엄마는 고급 짝퉁백을 매고 다녔다니까요. 결국, 그 짝퉁백이 우리 유치원 다른 엄마거랑 똑같아서 난처해졌지 뭐예요. 나중에 보니까 그 집에 수백억 자산은커녕 남성에 제대로 된 집도 없었어요. 다 가짜였다고요! 수준 떨어질 정도로 가난했죠. 이런 사람이 우리 유치원에 들어오다니 정말 너무 하지 않나요? 세희 엄마, 우리 애들은 그런 애들이 물 들여선 안돼
그녀는 파티에 특히나 흥미가 없었다. 거절하고 싶으면 다 거절할 수 있었지만, 이 일은 유리의 학업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그녀는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요 유리 엄마? 가기 싫어요? 그래서 어제 하루 종일 핸드폰 꺼놓고, 톡방에 답장도 안 한 거예요?” 서수진 엄마는 약간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아니요 수진 엄마, 저희 단톡방에서 얘기해요. 저는… 일하러 가봐야 해서요.” 엄선우의 경적소리를 듣고 신세희는 말을 하면서 뒤돌아 뛰어갔다. 서수진 엄마의 용건도 알았으니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뒤에서 서수진 엄마는 신세희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당신도 그 가난뱅이 엄마랑 비슷하게 입었고만 뭘. 오늘 같은 옷 차림이 저게 뭐야? 격에 안 맞게. 어떤 회사 직장인이 옷을 저렇게 입고 다녀? 설마 어디서 아르바이트 하는 거 아니야? 아닌 척하기는! 좋은 차 타고 다니면 다 돈 많은 건 줄 알아? 혹시 이 차도 렌트한 거 아니야? 아니면 어제 우리를 그렇게 피해 다니면서 답장 안 할 이유도 없지. 흥!” 신세희는 당연히 서수진 엄마의 말이 안 들렸고, 그녀는 차에 탄 뒤 엄선우에게 말했다. “엄 비서님, 빨리 가주세요 출근 시간 늦겠어요.” 엄선우는 바로 대답했다. “부인 앉으세요,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사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부인도 시간이 촉박하시지만, 도련님 시간이 더 촉박하신데, 저 사모님이랑 무슨 얘기를 나누셨나요?’ 였다. 하지만 엄선우는 묻지 않았다. 그는 속도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올렸다. 20분 정도 지나자 회사에 도착했다. 신세희는 시계를 보더니 늦지 않은 걸 알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 여유롭게 부소경에게 말했다. “바이바이.” 그리고 절뚝거리며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에 탔다. 운전석에 앉은 엄선우는 이 점을 캐치했다. “도련님, 오늘 부인께서 왜 절뚝 거리시는 거 같죠?” 부소경:“그 입 내가 꼬매줄까?” 엄선우:“도련님,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세희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그녀는 그 여자를 보지 않고 오직 일만 했다.여자는 민망해서 살짝 웃었다가 우아하고 깔보는 말투로 물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신세희는 코를 막았다. “좀 멀리 서 계세요!”“하, 아주 그냥 속내를 잘 숨겼구나. 화를 아주 잘 참네. 이런 일 한 두 번 당한 게 아니지? 그래, 역시 너 대단한 년인 거 검증됐어!” 여자는 놀리는 말투로 신세희를 놀렸고 다 놀린 뒤, 차분하고 느긋하게 신세희를 보았다.그 표정과 그 말투는 완전히 신세희를 자신의 주도권이 없는 장난감 취급했고, 이제 네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같은 태도였다.마치 신세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녀의 앞에서는 그저 하찮은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남자 동료들은 신세희를 대신해 식은땀을 흘렸다.주현욱은 몰래 동료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주혁씨, 이 여자 누구예요? 좋은 일로 온 건 아닌 것 같은데.’송주혁:’저야 모르죠! 어디서 튀어나온 여자죠? 엄청 잘난 척하는데요?’주현욱:’저 차분한 표정이랑 옷차림을 보면 꽤나 잘 나가는 거 같아요. 분명 민정아 보다 대단할 거 같은데요.’송주혁:’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부서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죠?’주현욱:’에휴! 그러게 말이에요.’주현욱:’타이밍 좀 봐야겠어요. 정 안되면 우리 단체로 사표 쓰고, 우리 부서 전체를 데리고 나가서 다른 둥지를 찾아야죠.’송주혁:’그게 좋겠네요.’두 남자 동료가 서로 카톡을 할 때, 여자 동료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재밌는 구경을 하고 있었다. 다들 신세희의 트집을 잡으러 온 이 여자가 절대 보통 인물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희희, 이제 신세희가 못 견디고 나가겠지?회사에서 최근 2-3주 동안 잘난 척 다 하더니 마침내 혼내 줄 사람이 왔구나!흥!신세희는 오히려 신경쓰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작게 말했다. “냄새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네.”그리고 그녀는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프론트죠? 제 자리에 냄새가 엄청 심한 여자가 왔는데, 와서
구자현은 분명 신세희 때문에 이곳에 찾아왔을 것이다. 구서준 때문인가?아님, 민정아의 입장을 대변해주려고?신세희는 미리 예상을 했다. 아마 구서준 때문이겠지?아무래도 구자현이 민정아랑 접점이 있는 건 아니니까.지금 이 순간, 신세희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구자현씨, 전 그냥 월급쟁이일 뿐이에요. 제가 이 일자리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말씀해주세요. 당장 그만둘게요.”“No! No! No!” 구자현은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신세희, 당신은 절대로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구자현이 뭘 알고 있는 건가?구자현은 신세희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한 글자 한 글자 가볍게 속삭였다. “이 창년아. 참 간도 커. 감히 우리 구씨 집안 회사에 들어오다니. 그것도 이력서까지 조작해서. 감옥에 한 번 더 가고 싶은 가봐?“그녀의 말에 신세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구자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6년 전에 네가 운성에서 벌인 더러운 짓들, 재벌가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지금 저 사람들이 네가 바로 6년 전의 그 여자라는 걸 모르는 이유는 단 하나야. 그 영상이 인터넷에서 아주 빠르게 사라졌거든. 네 이름, 네 사진들이 완벽하게 통제됐어. 게다가 부소경이 아무도 그 사건을 퍼뜨리지 못하게 명령하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 이 사무실에 널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거야. 네가 바로 6년 전의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렇다고 날 속일 수 있는 건 아니야!“신세희는 한 손으로 책상을 짚으며 몸을 지탱했다. 그녀는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신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뭘 어쩌고 싶은 건데요?“”우리 언니가 누군지 알아?” 구자현은 아직도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몰라요!”“에일리가 누군지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겠지!”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멍해졌다.그녀는 정말로 에일리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긴 했다.신세희는 잠
”…”구서준 때문이 아니라니.게다가 구자현은 임서아가 불러들인 조수였다.오랫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던 임서아는 결국 이런 방식으로 손을 썼다. 그것도 신세희의 발목을 단단히 잡으며.신세희는 처량하게 냉소했다.그녀는 그렇게 호랑이라도 된 양 위엄을 부리며 자리를 떠나는 구자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구자현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사무실은 발칵 뒤집혔다.“신세희씨! 구자현 아가씨, 서울에서 제일 권세 있는 집안사람이거든요! 이제 당신이 어떻게 하는지 한번 지켜보죠!” 세라는 대놓고 신세희를 무시하기 시작했다.“나를 무시하던 날들을 대신 복수해줄 사람이 드디어 생기는구나!”“당신이 얼마나 잘난 줄 알았어요? 감히 구자현 아가씨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쯧쯧쯧… 당신이 고분고분하게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 하하하!”지금 이 순간, 디자인 디렉터도 감히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그녀는 신세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세희씨, 첫 직장 생활에는 적당히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하는 거예요. 남자들한테 여기저기 꼬리치면 안 돼요. 아무리 월급쟁이라고 해도 본분을 지켜야 하는 거예요. 본분을 지켜야만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어요… 충고 한마디 할게요. 아직은 회사 그만두면 안 돼요. 이 일, 해결하고 싶으면 그냥 아가씨가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둬요. 그러다 기분 다 풀리고 싫증 나면 당신을 놓아줄 수도 있으니까. 구씨 집안과 부씨 집안의 능력으로는 당신이 벼랑 끝으로 도망간다고 해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신세희는 담담하게 앞을 쳐다보았다. “알아요.”그녀는 자신이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 그렇게 잡혀 왔으니까.그녀는 유리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오후 내내, 그녀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세라는 일부러 설계도에 문제가 있다며 신세희에게 일을 시켰고, 신세희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설계도를 확인 해볼 수 밖에 없었다. 신세희는 설계도의 문제가 뭔지
엄선희의 사촌 오빠 엄선우가 바로 부소경의 비서였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사촌 오빠가 한 번쯤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줄 것이다.엄선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세희씨, 세희씨는 우리 사촌 오빠 친구 맞죠? 우리 사촌 오빠한테 한번 부탁해봐요. 우리 오빠가 부소경 비서거든요. 우리 오빠가 세희씨 도와줄 수도 있잖아요.”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도 날 도와주지 못할 거예요.”“이게 다 구서준 때문이잖아요. 세희씨가 먼저 구서준한테 꼬리 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때까지 구서준이랑 밥 한 끼 먹은 적도 없잖아요. 구서준한테 관심 한번 준 적 없으면서.”신세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선희씨는 몰라요… 괜찮아요. 이 얘기는 이제 그만 해요. 내 걱정은 하지 마요. 난 정말 괜찮으니까. 아, 그리고… 선희씨, 이 일 절대로 엄선우씨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 대신 비밀 좀 지켜주세요. 네? 부탁할게요.”엄선희는 신세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알려주면 안 되는데요?”신세희는 또 고개를 흔들었다. “선희씨 오빠는 그냥 일개 비서일 뿐이라 도와주지는 못할 거예요. 오히려 내가 선우씨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난 굳이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요. 그냥 조용하게 넘기고 싶어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신세희의 말에 엄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어요. 꼭 비밀 지킬게요.”두 사람은 나란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가 닫히자마자 사무실이 발칵 뒤집혔다. 여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어머, 감히 구자현 아가씨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이번에는 좀 힘들겠네.”“이 여자 간도 크기도 하지. 대체 어디서 온 자신감일까? 감히 이 회사에서 겁도 없이 나대다니. 회사가 작다고 만만하게 생각한 건가? 우리 회사 사람들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감히 민정아를 건드리더니. 그래도 사촌 언니가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인데. 트레이닝 복 입고 출근
신세희에게 말을 건 여자는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였다. 엄청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고 옷차림도 수진이 엄마보다 훨씬 더 럭셔리했다.멀지 않은 곳에는 8억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 벤틀리가 세워져 있었다.신세희는 그 여자가 부잣집 사모님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사모님의 말투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신세희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낮에 구자현이 귀찮은 일을 벌인 탓에 그녀는 더 이상 다른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 주눅 든 모습으로 눈앞에 있는 사모님에게 물었다. “어느 어린이 어머님이세요? 죄송해요. 제가 요즘 바빠서 미처 단톡방 확인을 못 했네요. 근데 단톡에서 말씀하신 그 파티, 저 참가할 거거든요. 어느 호텔에서 하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님 누군가의 집에서 하는 건가요? 호텔이든, 누군가의 집이든 말씀만 해주세요, 필요한 비용은 얼마든지 다 낼게요.”신세희의 말에 사모님은 냉소했다. “유치원 앞에서 이런 말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거죠? 일부러 다른 학부모 들으라고. 사실 당신은 돈이 엄청 많다고, 일부러 우리를 피한 게 아니라고 증명하고 싶은 거죠? 당신이 정말 저희 파티에 참가하고 싶은 거라면 기회를 줄게요. 집에 가서 단톡 기록 제대로 확인해봐요! 이미 다 봐 놓고 모르는 척하지 말고!”여자의 뜻은 신세희가 벌써 기록들을 다 보고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녀는 신세희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단톡에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신세희는 진짜로 모르고 있었다.낮에는 출근하느라 바빴고 또 그녀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단톡방의 소식을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신세희는 빨리 유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급하게 말을 얼버무렸다. “네네, 집에 도착하면 꼭 제대로 확인할게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말을 끝낸 후, 신세희는 유리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엄마, 오늘 좀 혼비백산인 것 같은
”엄마, 내가 알아. 같은 반 친구 강수희 엄마야.” 유리가 먼저 선수를 치며 대답했다.“아…” 그 단톡방 주인이구나. 오늘 드디어 만났네.남자는 신세희를 쳐다보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유리가 아는 사람이 너보다 더 많네!”“…”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창밖만 바라볼 뿐이었다.남자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았다.이 여자 오늘 왜 이러지?여자는 줄곧 조용하고 얌전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조용함이 조금 이상했다. 마치 넋이라도 잃고 있는 듯했다. 요 며칠 그녀는 매일 온순한 사슴처럼 먼저 그를 찾아오고, 그의 이불속으로 파고들기도 했다. 먼저 그의 목에 손을 두르기도 하고, 행복한 얼굴로 그의 팔을 베기도 했는데…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러는 거지?남자는 정신을 잃고 있는 여자를 쳐다보더니 그녀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너 어디 아파?”남자의 손길에 신세희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고는 느릿하게 그에게 대답했다. “아… 아니요.”남자도 알 수 있었다. 신세희가 어디 아픈 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이마는 차가웠고, 오늘이 마법의 날도 아니었다. 아마 어디가 아픈 건 아닐 것이다.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화제를 바꾸었다. “요 며칠 매일 같이 운전 가르쳐줬잖아. 이제 운전 정도는 잘 할 수 있겠지?”그의 말에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할 줄 알아요.”“그래. 요즘에 서울 갈 일이 있어서 한참 뒤에나 집에 올 수 있을 것 같아. 혼자 운전하고 싶으면 혼자하고, 하기 싫으면 기사 하나 붙여줄게. 매일 마다 유리랑 너 데려다주는 기사로 말이야.” 부소경이 말했다.“아… 필… 필요 없어요. 내가 할 수 있어요.” 신세희가 대답했다.신세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그에게 물었다. “당신… 어디 간다고요? 서울이요?”“응. 서울.”“구씨 저택에 가는 거예요?” 신세희가 또 물었다.그녀의 말에 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의아한 표정이었다.신세희는 침울하게 웃었다. “당신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