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멍해졌다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고,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어제 회사 동료의 전화를 받기 싫어서 꺼놨다가, 부소경과의 약간의 말다툼 때문에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여태 핸드폰을 켜지 않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수진 엄마?” 신세희가 물었다. 서수진 엄마는 난처한 듯 또 미심쩍은 눈빛으로 신세희를 보았다. “세희씨, 저번에 남편분이 데려다 주는 거 보니까 분위기만 봐도 분명 돈 많은 집안인 거 같아서요. 적어도 수백억 자산 정도는 있어 보였거든요. 제가 유리 엄마를 이 단톡방에 초대한 건, 여기가 재벌 단톡방이기 때문이에요. 저희 애들 엄마들끼리 이미 다 상의해서 여기 있는 아이들한테 단독으로 반을 개설해서 선생님들을 더 고용할까하고요…” 신세희는 이해를 못 했다. “왜 단독으로 반을 만드는 거죠?” 지금 이 유치원은 이미 훌륭했다. 비록 남성에서 제일 좋은 귀족 유치원은 아니었지만, 여기를 다니는 아이들의 집안도 나쁘지 않았고, 한 학기에 몇 천만원이나 교육비를 내는데, 후져봤자 얼마나 후질 수 있을까? 게다가 유리는 늘 이 유치원이 좋다고 생각했다. 신세희는 이해가 안돼서 서수진 엄마를 보았다. “지금 이미 괜찮지 않나요? 이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 집안도 나쁘지 않고요.” 서수진 엄마는 한숨을 쉬었다. “어느 가정이 좋고 나쁜지 저희는 아무도 모르죠. 며칠 전에 이 유치원에 다니던 애가 다른 곳으로 전학 갔잖아요. 다들 그 애 집에 몇 백억은 있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다 사기였어요. 그 집에 쌓여 있는 빚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여자 애 엄마는 고급 짝퉁백을 매고 다녔다니까요. 결국, 그 짝퉁백이 우리 유치원 다른 엄마거랑 똑같아서 난처해졌지 뭐예요. 나중에 보니까 그 집에 수백억 자산은커녕 남성에 제대로 된 집도 없었어요. 다 가짜였다고요! 수준 떨어질 정도로 가난했죠. 이런 사람이 우리 유치원에 들어오다니 정말 너무 하지 않나요? 세희 엄마, 우리 애들은 그런 애들이 물 들여선 안돼
그녀는 파티에 특히나 흥미가 없었다. 거절하고 싶으면 다 거절할 수 있었지만, 이 일은 유리의 학업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그녀는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요 유리 엄마? 가기 싫어요? 그래서 어제 하루 종일 핸드폰 꺼놓고, 톡방에 답장도 안 한 거예요?” 서수진 엄마는 약간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아니요 수진 엄마, 저희 단톡방에서 얘기해요. 저는… 일하러 가봐야 해서요.” 엄선우의 경적소리를 듣고 신세희는 말을 하면서 뒤돌아 뛰어갔다. 서수진 엄마의 용건도 알았으니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뒤에서 서수진 엄마는 신세희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당신도 그 가난뱅이 엄마랑 비슷하게 입었고만 뭘. 오늘 같은 옷 차림이 저게 뭐야? 격에 안 맞게. 어떤 회사 직장인이 옷을 저렇게 입고 다녀? 설마 어디서 아르바이트 하는 거 아니야? 아닌 척하기는! 좋은 차 타고 다니면 다 돈 많은 건 줄 알아? 혹시 이 차도 렌트한 거 아니야? 아니면 어제 우리를 그렇게 피해 다니면서 답장 안 할 이유도 없지. 흥!” 신세희는 당연히 서수진 엄마의 말이 안 들렸고, 그녀는 차에 탄 뒤 엄선우에게 말했다. “엄 비서님, 빨리 가주세요 출근 시간 늦겠어요.” 엄선우는 바로 대답했다. “부인 앉으세요,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사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부인도 시간이 촉박하시지만, 도련님 시간이 더 촉박하신데, 저 사모님이랑 무슨 얘기를 나누셨나요?’ 였다. 하지만 엄선우는 묻지 않았다. 그는 속도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올렸다. 20분 정도 지나자 회사에 도착했다. 신세희는 시계를 보더니 늦지 않은 걸 알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 여유롭게 부소경에게 말했다. “바이바이.” 그리고 절뚝거리며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에 탔다. 운전석에 앉은 엄선우는 이 점을 캐치했다. “도련님, 오늘 부인께서 왜 절뚝 거리시는 거 같죠?” 부소경:“그 입 내가 꼬매줄까?” 엄선우:“도련님,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세희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그녀는 그 여자를 보지 않고 오직 일만 했다.여자는 민망해서 살짝 웃었다가 우아하고 깔보는 말투로 물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신세희는 코를 막았다. “좀 멀리 서 계세요!”“하, 아주 그냥 속내를 잘 숨겼구나. 화를 아주 잘 참네. 이런 일 한 두 번 당한 게 아니지? 그래, 역시 너 대단한 년인 거 검증됐어!” 여자는 놀리는 말투로 신세희를 놀렸고 다 놀린 뒤, 차분하고 느긋하게 신세희를 보았다.그 표정과 그 말투는 완전히 신세희를 자신의 주도권이 없는 장난감 취급했고, 이제 네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같은 태도였다.마치 신세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녀의 앞에서는 그저 하찮은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남자 동료들은 신세희를 대신해 식은땀을 흘렸다.주현욱은 몰래 동료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주혁씨, 이 여자 누구예요? 좋은 일로 온 건 아닌 것 같은데.’송주혁:’저야 모르죠! 어디서 튀어나온 여자죠? 엄청 잘난 척하는데요?’주현욱:’저 차분한 표정이랑 옷차림을 보면 꽤나 잘 나가는 거 같아요. 분명 민정아 보다 대단할 거 같은데요.’송주혁:’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부서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죠?’주현욱:’에휴! 그러게 말이에요.’주현욱:’타이밍 좀 봐야겠어요. 정 안되면 우리 단체로 사표 쓰고, 우리 부서 전체를 데리고 나가서 다른 둥지를 찾아야죠.’송주혁:’그게 좋겠네요.’두 남자 동료가 서로 카톡을 할 때, 여자 동료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재밌는 구경을 하고 있었다. 다들 신세희의 트집을 잡으러 온 이 여자가 절대 보통 인물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희희, 이제 신세희가 못 견디고 나가겠지?회사에서 최근 2-3주 동안 잘난 척 다 하더니 마침내 혼내 줄 사람이 왔구나!흥!신세희는 오히려 신경쓰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작게 말했다. “냄새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네.”그리고 그녀는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프론트죠? 제 자리에 냄새가 엄청 심한 여자가 왔는데, 와서
구자현은 분명 신세희 때문에 이곳에 찾아왔을 것이다. 구서준 때문인가?아님, 민정아의 입장을 대변해주려고?신세희는 미리 예상을 했다. 아마 구서준 때문이겠지?아무래도 구자현이 민정아랑 접점이 있는 건 아니니까.지금 이 순간, 신세희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구자현씨, 전 그냥 월급쟁이일 뿐이에요. 제가 이 일자리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말씀해주세요. 당장 그만둘게요.”“No! No! No!” 구자현은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신세희, 당신은 절대로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구자현이 뭘 알고 있는 건가?구자현은 신세희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한 글자 한 글자 가볍게 속삭였다. “이 창년아. 참 간도 커. 감히 우리 구씨 집안 회사에 들어오다니. 그것도 이력서까지 조작해서. 감옥에 한 번 더 가고 싶은 가봐?“그녀의 말에 신세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구자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6년 전에 네가 운성에서 벌인 더러운 짓들, 재벌가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지금 저 사람들이 네가 바로 6년 전의 그 여자라는 걸 모르는 이유는 단 하나야. 그 영상이 인터넷에서 아주 빠르게 사라졌거든. 네 이름, 네 사진들이 완벽하게 통제됐어. 게다가 부소경이 아무도 그 사건을 퍼뜨리지 못하게 명령하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 이 사무실에 널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거야. 네가 바로 6년 전의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렇다고 날 속일 수 있는 건 아니야!“신세희는 한 손으로 책상을 짚으며 몸을 지탱했다. 그녀는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신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뭘 어쩌고 싶은 건데요?“”우리 언니가 누군지 알아?” 구자현은 아직도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몰라요!”“에일리가 누군지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겠지!”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멍해졌다.그녀는 정말로 에일리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긴 했다.신세희는 잠
”…”구서준 때문이 아니라니.게다가 구자현은 임서아가 불러들인 조수였다.오랫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던 임서아는 결국 이런 방식으로 손을 썼다. 그것도 신세희의 발목을 단단히 잡으며.신세희는 처량하게 냉소했다.그녀는 그렇게 호랑이라도 된 양 위엄을 부리며 자리를 떠나는 구자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구자현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사무실은 발칵 뒤집혔다.“신세희씨! 구자현 아가씨, 서울에서 제일 권세 있는 집안사람이거든요! 이제 당신이 어떻게 하는지 한번 지켜보죠!” 세라는 대놓고 신세희를 무시하기 시작했다.“나를 무시하던 날들을 대신 복수해줄 사람이 드디어 생기는구나!”“당신이 얼마나 잘난 줄 알았어요? 감히 구자현 아가씨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쯧쯧쯧… 당신이 고분고분하게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 하하하!”지금 이 순간, 디자인 디렉터도 감히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그녀는 신세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세희씨, 첫 직장 생활에는 적당히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하는 거예요. 남자들한테 여기저기 꼬리치면 안 돼요. 아무리 월급쟁이라고 해도 본분을 지켜야 하는 거예요. 본분을 지켜야만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어요… 충고 한마디 할게요. 아직은 회사 그만두면 안 돼요. 이 일, 해결하고 싶으면 그냥 아가씨가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둬요. 그러다 기분 다 풀리고 싫증 나면 당신을 놓아줄 수도 있으니까. 구씨 집안과 부씨 집안의 능력으로는 당신이 벼랑 끝으로 도망간다고 해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신세희는 담담하게 앞을 쳐다보았다. “알아요.”그녀는 자신이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 그렇게 잡혀 왔으니까.그녀는 유리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오후 내내, 그녀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세라는 일부러 설계도에 문제가 있다며 신세희에게 일을 시켰고, 신세희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설계도를 확인 해볼 수 밖에 없었다. 신세희는 설계도의 문제가 뭔지
엄선희의 사촌 오빠 엄선우가 바로 부소경의 비서였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사촌 오빠가 한 번쯤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줄 것이다.엄선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세희씨, 세희씨는 우리 사촌 오빠 친구 맞죠? 우리 사촌 오빠한테 한번 부탁해봐요. 우리 오빠가 부소경 비서거든요. 우리 오빠가 세희씨 도와줄 수도 있잖아요.”그녀의 말에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도 날 도와주지 못할 거예요.”“이게 다 구서준 때문이잖아요. 세희씨가 먼저 구서준한테 꼬리 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때까지 구서준이랑 밥 한 끼 먹은 적도 없잖아요. 구서준한테 관심 한번 준 적 없으면서.”신세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선희씨는 몰라요… 괜찮아요. 이 얘기는 이제 그만 해요. 내 걱정은 하지 마요. 난 정말 괜찮으니까. 아, 그리고… 선희씨, 이 일 절대로 엄선우씨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 대신 비밀 좀 지켜주세요. 네? 부탁할게요.”엄선희는 신세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알려주면 안 되는데요?”신세희는 또 고개를 흔들었다. “선희씨 오빠는 그냥 일개 비서일 뿐이라 도와주지는 못할 거예요. 오히려 내가 선우씨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난 굳이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요. 그냥 조용하게 넘기고 싶어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신세희의 말에 엄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어요. 꼭 비밀 지킬게요.”두 사람은 나란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가 닫히자마자 사무실이 발칵 뒤집혔다. 여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어머, 감히 구자현 아가씨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이번에는 좀 힘들겠네.”“이 여자 간도 크기도 하지. 대체 어디서 온 자신감일까? 감히 이 회사에서 겁도 없이 나대다니. 회사가 작다고 만만하게 생각한 건가? 우리 회사 사람들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감히 민정아를 건드리더니. 그래도 사촌 언니가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인데. 트레이닝 복 입고 출근
신세희에게 말을 건 여자는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였다. 엄청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고 옷차림도 수진이 엄마보다 훨씬 더 럭셔리했다.멀지 않은 곳에는 8억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 벤틀리가 세워져 있었다.신세희는 그 여자가 부잣집 사모님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사모님의 말투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신세희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낮에 구자현이 귀찮은 일을 벌인 탓에 그녀는 더 이상 다른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 주눅 든 모습으로 눈앞에 있는 사모님에게 물었다. “어느 어린이 어머님이세요? 죄송해요. 제가 요즘 바빠서 미처 단톡방 확인을 못 했네요. 근데 단톡에서 말씀하신 그 파티, 저 참가할 거거든요. 어느 호텔에서 하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님 누군가의 집에서 하는 건가요? 호텔이든, 누군가의 집이든 말씀만 해주세요, 필요한 비용은 얼마든지 다 낼게요.”신세희의 말에 사모님은 냉소했다. “유치원 앞에서 이런 말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거죠? 일부러 다른 학부모 들으라고. 사실 당신은 돈이 엄청 많다고, 일부러 우리를 피한 게 아니라고 증명하고 싶은 거죠? 당신이 정말 저희 파티에 참가하고 싶은 거라면 기회를 줄게요. 집에 가서 단톡 기록 제대로 확인해봐요! 이미 다 봐 놓고 모르는 척하지 말고!”여자의 뜻은 신세희가 벌써 기록들을 다 보고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녀는 신세희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단톡에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신세희는 진짜로 모르고 있었다.낮에는 출근하느라 바빴고 또 그녀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단톡방의 소식을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신세희는 빨리 유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급하게 말을 얼버무렸다. “네네, 집에 도착하면 꼭 제대로 확인할게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말을 끝낸 후, 신세희는 유리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엄마, 오늘 좀 혼비백산인 것 같은
”엄마, 내가 알아. 같은 반 친구 강수희 엄마야.” 유리가 먼저 선수를 치며 대답했다.“아…” 그 단톡방 주인이구나. 오늘 드디어 만났네.남자는 신세희를 쳐다보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유리가 아는 사람이 너보다 더 많네!”“…”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창밖만 바라볼 뿐이었다.남자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았다.이 여자 오늘 왜 이러지?여자는 줄곧 조용하고 얌전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조용함이 조금 이상했다. 마치 넋이라도 잃고 있는 듯했다. 요 며칠 그녀는 매일 온순한 사슴처럼 먼저 그를 찾아오고, 그의 이불속으로 파고들기도 했다. 먼저 그의 목에 손을 두르기도 하고, 행복한 얼굴로 그의 팔을 베기도 했는데…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러는 거지?남자는 정신을 잃고 있는 여자를 쳐다보더니 그녀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너 어디 아파?”남자의 손길에 신세희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고는 느릿하게 그에게 대답했다. “아… 아니요.”남자도 알 수 있었다. 신세희가 어디 아픈 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이마는 차가웠고, 오늘이 마법의 날도 아니었다. 아마 어디가 아픈 건 아닐 것이다.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화제를 바꾸었다. “요 며칠 매일 같이 운전 가르쳐줬잖아. 이제 운전 정도는 잘 할 수 있겠지?”그의 말에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할 줄 알아요.”“그래. 요즘에 서울 갈 일이 있어서 한참 뒤에나 집에 올 수 있을 것 같아. 혼자 운전하고 싶으면 혼자하고, 하기 싫으면 기사 하나 붙여줄게. 매일 마다 유리랑 너 데려다주는 기사로 말이야.” 부소경이 말했다.“아… 필… 필요 없어요. 내가 할 수 있어요.” 신세희가 대답했다.신세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그에게 물었다. “당신… 어디 간다고요? 서울이요?”“응. 서울.”“구씨 저택에 가는 거예요?” 신세희가 또 물었다.그녀의 말에 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의아한 표정이었다.신세희는 침울하게 웃었다. “당신 잊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