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대범해 보였다.특히 염선의의 이마 위로 드리워진 앞머리가 그녀의 얼굴을 가려주고 있었고, 희미한 아침 햇살이 그녀의 귀여운 점을 빛나게 해주었다.무심하고, 자연스럽고, 수수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주근깨까지 있었고, 그 모습은 여인걸이 또 한 번 그녀를 다시 한번 보게 만들었다. 단번에 여인걸의 기억을 염선의가 그의 냄새나는 운동복을 끌어안으며 말랑거리던 때로 돌려놓았다.왜 갑자기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는 거지?왜 그녀의 귀여운 볼을 꼬집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여인걸은 이런 생각을 하는 자기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한참 넋을 놓던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동안 이렇게까지 노력했을 줄을 몰랐네요.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여전히 뭐?그는 그녀가 여전히 허영심이 넘치고, 기만과 거짓이 넘치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결국 그는 조금 횡설수설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본인 일이나 잘하세요!”곧이어 그는 조수와 함께 물건을 정리하더니 자리를 떠나려 했다.“좋은 비즈니스가 되길 바랍니다, 여 사장님.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점심에 바쁜 일 없으시면 제가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 어떠세요?”그녀는 여인걸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여인걸처럼 오만한 남자가 어떻게 예전에 싫어했던 여자랑 같이 밥을 먹겠어?그가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겉치레는 해야 했다.그것이 바로 회사의 규정이었으니까.하청 업체가 본사에 찾아왔을 때는 무조건 책임자가 상대방에게 점심을 대접해야 했다.이 것은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자신들의 도량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태도나 형식, 그 어떤 것도 바뀌면 안된다.설사 여인걸이 동의하지 않은 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여인걸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좋아요. 어디서 먹을까요?”말을 끝낸 후 여인걸은 염선의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하지만 단지 1초 동안 멍해진 것 뿐이었다.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
염선의는 고개를 들어 화를 내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여자를 쳐다보았다.며칠 전에 만난 적 있는 여자였다.염선의가 처음으로 협력 관련 문제로 여인걸을 만났을 때, 이 여자가 차 안에 앉아 F 그룹 밖에서 여인걸을 기다렸었다. 만약 염선의가 잘못 안 게 아니라면 이 사람은 아마…“여자 친구?” 염선의는 고개를 돌려 여인걸을 쳐다보더니 무척이나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같은 시각, 여자는 이미 분노를 뿜어내며 염선의의 앞으로 달려오고 있었다.그 모습에 여인걸은 어안이 벙벙해졌다.한편, 옆에서 지켜보던 여인걸의 조수도 멍하니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단지 밥 한 끼 배불리 먹고 싶었던 것뿐이었다.‘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 밥을 먹을 수 있겠어? 그냥 지금 당장 도망가 버려? 나중에 싸워서 나한테 불똥 튀기 전에?’조수는 화려하게 치장을 한 여자가 씩씩대며 다가와 염선의의 뺨을 내리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감쌌고, 눈을 꼭 감아버렸다.그녀는 염선의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기를 기다렸다.하지만 한참 동안 눈과 귀를 막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고, 염선의가 어느샌가 팔을 들어 분노 섞인 여자의 손을 낚아채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아가씨! 여긴 남성이에요! 지금은 법치 사회고, 게다가 여긴 5성급 호텔이에요! 말조심 해주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온 여자인지, 어떻게 이 호텔에 들어오게 된 건지, 뭐 때문에 우리 룸에 들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실 하나는 알려드릴 수 있어요!”“이거 불법이에요!” 말을 끝낸 후, 염선의의 손에는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너… 아파! 너… 내 팔 부러뜨릴 셈이야! 내 손목 부러지면 오히려 그게 불법 아닌가? 빨리 놔 줘!” 여자는 염선의의 힘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다.그녀는 염선의를 혼내러 이곳에 찾아온 것이었다.그녀는 염선의가 깜짝 놀라 울며불며 소리를 지를 줄 알았다.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자신에게 욕을 퍼부은 여자의 모습에 염선의는 냉소를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왜 못 벗어나는 건지 알아요?”“너, 너 무술 배운 적 있지! 살인범이 분명해!” 뇌가 없는 여자는 지능도 이성도 제로였다.염선의는 콧방귀를 뀌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상상력은 풍부하시네. 당신 같은 여자한테는 소설 집필이 딱인데. 근데, 생활환경이 당신의 상상력을 제한한 것 같네요.”“저는 무술 같은 걸 배운 적이 없어요. 살인범 같은 것도 아니고요. 전 어릴 때부터 깊은 산에 있는 시골 동네에서 자랐어요. 소를 방목하고, 풀을 베고, 밀을 수확하고, 물을 길으며 각종 힘쓰는 일을 섭렵했죠. 특히 이 두 손의 힘은 가끔씩 제 다리 힘보다 더 세곤 했어요.”“아가씨! 제 말 잘 들으세요. 당신 남자 친구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제대로 잘 간수하세요! 여기에 당신 남자 뺏을 사람 같은 건 없어요. 남자 친구가 얼마나 진귀한 보물이라고 생각하지도 마요. 그는 단지 세상에 숱하게 있는 남자랑 똑같은, 팔다리 달린 남자일 뿐이에요!”“그리고 방금도 당신이 제 뺨을 내려치려고 한 거지 제가 때리려고 한 게 아니에요! 전 지금 정당방위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만약 또 한 번 이렇게 폭력을 쓰고, 언어적으로 저에게 모욕적인 말을 한다면 그때는 저도 제가 당신 팔목을 부러뜨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못 드리겠네요.”“전 그냥 정당방위를 한 것뿐이니까요.”“어차피 전 당신 말대로 선도 없는 미천한 사람이잖아요. 어디 한번 해보시겠어요?”염선의의 말투는 무척이나 가볍고 담담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그녀는 순식간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너… 너… 먼저 나 좀 놓아줘.”“사과하세요!” 염선의가 담담하게 말했다.“…”“사과해요!”여자는 우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미… 미안해요.”염선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여자를 놓아주었다.자유를 찾자 여자는 바로 기고만장해지기 시작했다. “너… 염선의 맞지! 나 너 알아! 딱 기다리고 있어! 네가
여인걸은 자신이 한 말을 의심했다. 내가 지금 왜 이러는 거지?왜 여자 친구의 신분을 밝힐 뻔한 거지?사실 그는 여자 친구의 신분을 마지막까지 숨겼다가 염선의에게 치명타를 선물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 도무지 침착한 염선의의 반응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그녀는 심지어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여인걸은 당황스러운 나머지 여자 친구의 신분으로 염선의를 기를 깔아버리려고 했다.하지만, 이렇게 비장의 무기를 드러냈는데도 염선의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눈빛에는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 “여 사장님… 저… 전 지금 회사 차원에서 중요한 고객을 대접하고 있습니다. 식사 후에 바로 회사로 돌아가 봐야 해요.”“저도 두 분 시간 많이 뺏고 싶지 않아요. 저… 여 사장님 여자 친구분의 신분이 많든 적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가요? 전 사장님 여자 친구 신분에 관심이 없습니다.”염선의는 그 여자가 F 그룹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위협적인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염선의도 F 그룹 5대 이사 중 한 명인 엄선우의 약혼녀가 아닌가?막상막하였다!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관례에 따라 클라이언트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 자리에 여자 한 명이 나타나 소란을 일으킨 것이다. 정말 도리를 아는 사람이 맞나?염선의는 이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그녀는 매일 일과 공부에 시달리고 있었고, 엄선희와 엄선우의 부모님을 보살피는 것에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 바빠 죽겠는데 저런 일에 신경 쓸 시간이 또 어디있겠어?그래서 그녀는 무시를 선택했다.하지만 그녀의 무시가 여인걸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여인걸은 허겁지겁 손을 들더니 염선의에게 손가락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너! 염선의! 너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추태를 부리는 여인걸의 모습에 염선의의 마음은 조금 속상해졌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꼭 이렇게까지 날 궁지로 몰아야 하는 건가?염선의의 눈동자에
이미 고쳤다고!염선의가 지금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얼마나 훌륭한데!왜 이런 쓰레기 같은 남자가 날 가만두지 않는 건데!내 잘못이야? 아님 저 사람 잘못이야?!“밥, 드실 건가요?” 염선의가 무표정으로 물었다.“네! 먹어요! 저 먹을 거예요!” 여인걸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조수가 급박하게 대답했다.조수는 다이어트를 위해 한동안 저녁을 먹지 않고 있었다. 오늘도 아침 일찍 4시부터 일어나서 차를 타는 바람에 시간이 없어서 아침을 먹지 못했다.차에서 내린 후에 아침을 사서 길에서 대충 때우려고 했는데, 여인걸은 상대 쪽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회사라며 그들에게 나쁜 인상을 남기면 안 된다고 했다.우리는 아래쪽에 있는 하청업체였다. 이런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상대에게 우리의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부지런하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 말이다.우리는 절대로 시간 맞춰 그들 회사에 들어가면 안 된다. 무조건 미리 도착해야 했다.아무도 아침 출근 시간의 교통체증이 어떨지 예측하지 못한다!그래서 미리 상대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었다!조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그녀는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허기짐에 눈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조수는 눈을 깜빡이며 여인걸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감히 뭐라 말하지도 못했다. 단지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여인걸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머리카락까지 곤두섰다.그는 조수에게 눈을 부라렸다. “가자!”조수는 연신 침을 삼켜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말을 끝낸 후, 그녀는 아쉬움을 뒤로하며 여인걸을 따라 자리를 떠났다.염선의 혼자 커다란 룸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억울함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그녀는 우울한 기분으로 회사로 돌아갔다.총책임이 다가오더니 그녀에게 물었다. “어때, 선의 씨? 얘기 잘했어?”그 말에 염선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책임님, 한 사람이 저에게
염선의의 말에 총책임은 조금 망설여졌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총책임의 표정에 염선의는 바로 사실을 확신했다.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책임님, 여인걸 여자 친구가 누군지 알고 계신 거죠? 맞죠?”총책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염선의가 그에게 되물었다. “여인걸 여자 친구까지 나서서 선의 씨를 곤란하게 만든거지?”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항상 하던 대로 여인걸과 조수에게 밥을 대접하러 호텔에 갔었어요. 근데 음식이 다 올라오기도 전에 여인걸 여자 친구가 쳐들어오더니 절 때리려고 하더라고요.”“절 자르겠다며… 큰소리까지 쳤어요.”“절 자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분명 회사랑 연관이 있는 사람이겠다고 생각했죠. 그것도 권력이 엄청 난.”“아닌가요?”총책임은 잠시 침묵했고, 염선의는 입술을 깨물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총책임이 유감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선의 씨, F 그룹이 입찰 공고를 진행할 때, 남성과 멀리 떨어진 여인걸의 회사를 모집할 수 있었던 게 사실은 여자 친구의 도움 덕분이었어. 여인걸 회사가 실력이 대단하긴 했거든.”“여인걸 여자 친구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아마 우리가 그들을 주목하지 못했을 거야.”“여인걸 여자 친구, 우리 회사 5명의 이사 중의 한 명인 최 이사 딸 최영희야.”“이제 금방 대학 졸업했고 나이도 25에 아버지는 회사 이사지. 애지중지 키운 보물과 다름없어.”“거기다 최 이사에게는 딸이 딱 한 명밖에 없거든. 그래서 그 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야.”“최영희는 대학 졸업 후에 F 그룹에 인턴으로 들어오고 싶지 않다고 했어. 직접 발로 뛰어보며 현실과 부딪히고 싶다고 가방 하나 메고 집을 나가버렸어.”“여인걸은 최영희 첫사랑이야. 최영희가 제일 사랑하는 남자기도 하고. 두 사람이 연애한 지도 이제 4년이 넘었네. 이미 결혼 얘기까지 오가는 사이라고 하더라.”“여인걸로 꽤 훌륭한 사람이야. 최 이사 부부도 사위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총책임도 염선의가 제일 사리 분별이 잘 되고, 대국을 헤아리는 사람이는 걸 알고 있었다.“선의 씨…” 총책임은 먼저 염선의를 칭찬해 주려 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염선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책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로 그 어떤 권력에도 굽히지 않을게요. 제 도리가 곧 도리죠. 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요.”“걱정하실 필요 하나도 없어요. 이제 사직 될 일 다시는 하지 않아요. 설사 최 이사님이 직접 절 찾아온다고 해도 절대로 먼저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저에 대한 책임님 믿음 저버리지 않을게요.”“…”염선의는 또 한마디 강조했다. “저 한번 믿어보세요. 절대로 그만두지 않아요! 저에게 자신이 있거든요!”“…”너!넌 너한테 자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없거든!만약 네가 정면으로 최 이사 딸이랑 맞선다면 누가 널 지켜주겠어!누가!아무리 내가 널 지키고 싶다고 해도, 그럴 능력이 없다고!그때가 되면 회사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최 이사가 널 난감하게 만들 거야. 너와 여인걸의 사이를 사람들에게 밝히고, 네가 가짜 이력으로 학력을 속였다는 사실을 떠벌리면 어떻게 할 건데?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어떻게 널 지키겠어! 누가 널 지키겠어!지금으로서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그만두는 거야!그만둬!총책임은 마음이 너무 조급했다.하지만 그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그는 진지하게 파일을 정리하는 염선의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진지하게 컴퓨터에 데이터를 정리하고는 그것을 프린트하더니 엄청 열심히 검사를 마친 후에야 사인을 했다. 그리고는 그 문서를 총책임에게 건네주었다.“책임님, 이 파일 제가 다 확인 했습니다. 이익 부분은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5프로 정도 더 나올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 쪽에도 어느 정도 가격을 아껴주었고요. 전부 다 안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사인도 했고요.”“확인 부탁드립니다.” 염선의는 무척이나 공손했다.너무 공손한 나머지 총책임의 말문을 그대로 막아버
최영희가 소란을 피우고 3일 후, 그러니까 염선의가 여인걸 회사와 계약하고 3일이 지난 후, 염선의가 막 여인걸이 있는 회사로 찾아가 시찰을 하려던 그때 누군가 그녀를 찾아왔다.그 사람은 바로 회사로 찾아왔다.그것도 대놓고 염선의를 만나겠다고 지명까지 했다.“선의 씨, 업무량이 엄청 많네요. 방금 또 협력회사 하나가 지명까지 하면서 선의 씨를 찾아왔어요. 저쪽은 선의 씨를 아는 것 같던데. 얼른 나가봐요.” 여자 동기가 좋은 마음으로 염선의에게 알려주었다.그 말에 염선의는 조금 멍해졌다. “절 찾는다고요? 개인 업무 맡은지 얼마나 됐다고… 어떻게 절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죠?”말을 끝낸 후, 염선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여인걸 말고 날 아는 회사는 거의 없을 텐데. 지명하면서까지 날 찾았다고? 설마 여인걸이 나 만나기 싫어서 손에 있던 업무를 다른 책임자에게 맡겼나?”“그러면 그것대로 또 좋을 것 같은데. 나도 편해지고.”말을 하던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개운해졌다.그녀는 여인걸 회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정리했다. 새로운 파트너에게 다시 한번 말해줄 생각이었다.하지만 회의실에 도착한 그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맞은 켠에는 마흔이 넘어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었다.구레나룻에는 하얀 머리가 나 있었지만 남자의 오만하고 건방진 기세는 여전했다.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염선의는 한눈에 회의실에 앉아있는 남자를 알아보았다.그때 염선의는 생활 환경으로 보나 일로 보나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이 남자를 보게 되자, 염선의는 변태와 다름이 없던 그때의 날들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갑자기 세상이 정말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던 사람을 만날 정도로 좁았다.설마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인연이라는 건가?운명은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것이다.염선의는 똑바로 서서 어깨에 힘을 빼고 평온한 눈빛을 유지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