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욱은 땀을 닦고 얘기했다. “엄선희 아직 살아있습니다.”이 시각 부소경은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부소경이 얘기가 없자, 성욱은 계속해서 얘기했다. “우리가 엄선희를 첫 번째 목표로 정한 것은, 엄선희와 서준명의 감정이 좋다는 것을 알았고, 그뿐만 아니라 엄선희와 신세희 역시 사이가 좋고, 그녀는 엄씨 집안에서 사랑받는 딸일 뿐만 아니라, 신세희, 서준명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하여, 엄선희에게 일이 생기면, 서준명이 F그룹과 등질 뿐만 아니라, 신세희도 대표님과 사이가 안 좋아 질 수 있기에, 그렇게 되면, 당신은 내외로 바쁠 테니.”이 얘기를 듣자, 부소경은 갑자기 식은땀이 났다.이 전에, 부소경은 직진하는 타입이었다, 이 세상에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오만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하늘이 자기 편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다.그는 늘 이렇게 자신만만하고 침착했다.하지만 이 시각, 성욱이 엄선희를 처음 목표로 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부소경의 내외우환을 목표로 한 얘기를 듣자, 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근 사십 년 살아온 그는, 다시 느끼게 되었다. 하늘 천하에 자신처럼 강인하고, 자신처럼 직진하는 타입이, 자신처럼 계략이 많고, 독한 사람이 많고도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단지 부소경이 상대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사람들이 자주 하는 ‘산외유산, 인외유인’ 이 얘기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얘기 같았다.예전에 이십 세 갓 넘은 젊은 나이였던 부소경은, 성욱 같은 상대를 실로 만나본 적이 없었다. 성욱처럼 치밀하고 매사 면밀하게 계획하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었다.만약 만났다면, 부소경 역시 무조건 이긴다고 장담하지 못한다.백 퍼센트는 고사하고 절반의 확률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이 시각, 부소경은 승인 안 할 수가 없었다. 성욱이라는 남자는, 계략이든, 마음이든 침착하고 치밀했다. 각 방면에 부소경 못지않았다.심지어 부소경 보다 한 수 위라
성욱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부소경은 등골이 오싹해 났다.“제가 엄선희 씨를 데려다 안전한 곳에 잘 모셨고, 좋은 의사를 찾아서 그녀를 돌봐주게 했습니다. 지금 엄선희 씨는 회복이 다 되었고, 아주 건강합니다……”성욱이 얘기를 채 끝내기도 전에 부소경은 그의 말을 중단했다. “엄선희 지금 어디 있어? 잔말 말고, 엄선희 어디 있는지 말해!”엄선희를 찾을 수만 있다면, 또한 건강하다면, 서준명에겐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현재 남성에 병들어 있는 서준명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이번 일로 서씨 가문은 자칫 부도가 날 뻔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서준명은 엄선희를 잃었다.엄선희가 없으면, 서준명은 이런 고통 속에서 쉽사리 빠져나올 수가 없다.“죽기 싫으면, 엄선희 있는 곳으로 안내 해! 어서!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부소경은 이를 갈면서 얘기했다.그는 성욱이 다른 얘기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성욱의 모든 해명은 자신에게 길을 트려고 하는 얘기인 것을 부소경은 잘 알고 있다.성욱 “……”그가 입을 열고 뭐라고 얘기하려다, 부소경이 총을 자기 머리에 겨눈 것을 보았다. “또 헛소리하면, 당신 다리부터 분질러 주지. 그리고 천천히 당신을 산채로 찢어서 죽일 거야!”“좋습니다.” 성욱은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부소경과 조의찬과 함께 초원에서 나와 넓은 도로로 올라갔다. 그들은 성욱의 인솔하에 성욱의 집에서 대략 200km 떨어진 도시로 운전하고 갔다.성욱은 그들을 평화롭고 조용한 사설 재활센터로 안내했다.재활센터라는 글자를 보자, 부소경은 역시나 조금 놀랐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엄선희는 떠날 당시 중상을 입었고, 생각해 보면 고작 몇 달간의 짧은 시간이고, 엄선희는 임신한 몸이니, 재활센터에 있는 것이 당연했다.재활센터에 들어가 보니, 센터 내에 시설이나 서비스로 보아, 괜찮은 센터 같아 보였고, 꽤 고급스럽고, 간호를 잘해주는 센터 같았다. 이 모든 것을 직접 보니,
성욱이 물었다."제가요?"그 순간 성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엄선희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성욱은 그녀에게 가장 훌륭한 주치의를 모시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녀의 리스크를 최소로 낮추었다.몇 달 동안의 치료를 거쳐 곧 엄선희가 퇴원할 수 있을 때쯤.엄선희는 갑자기 사라졌다.그 순간 성욱의 표정은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부소경에게 다시 한번 잡히면 더 이상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도 살아남길 바라고 있던 건 아니었다.하지만 미련 때문에 며칠 동안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성욱은 부소경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부 대표님,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난 할 말이 없어요. 단지 이것 하나만은 진심으로 부탁할게요...""말해!""제발... 제발 내 와이프와... 아이는 살려줘요..."성욱이 어렵게 입을 뗐다.부소경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한참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당신한테... 당신한테 와이프랑 아이가 있었어?"성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다년간 제 와이프와 아들과 함께 나날을 보내지 못했어요. 특히 제 아들은 이때까지 함께 놀아준 횟수도 손에 꼽힐 정도예요. 혼자 방목에만 집중하느라 아들이 이곳까지 찾아와준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하지만 이 타이밍에 저를 잡으러 오셨네요. 부 대표님, 저는 죽어도 상관없지만 제 와이프와 아들은 살려주세요. 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성욱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부소경은 차갑게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난 원래 죄 없는 사람은 잡지 않아, 가!""정말인가요?"성욱이 물었다."엄선우! 끌고 가!"부소경은 성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짜고짜 엄선우에게 명령을 내렸다."네! 대표님!"엄선우가 곧바로 대답했다.끌고 가라고 했지만, 엄선우는 성욱을 매우 공손한 태도로 대했다.그를 차에 올려 태우고 직접 도시까지 데려갔다가 공항까지 갔다.부소경과 조의찬 및 그 부하들이 뒤를 따르자, 성욱도 공항을 드나드는 것은 물론 티켓을
"두 달 만에 당신은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완독했고 또 두 달 만에 초등학교 2학년 수업을 완독했어.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당신은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초등학교 3학년 수업을 받을 수 있었지. 게다가 당신 성적은 여전히 앞자리를 차지했어. 그 사람들은 착한 마음에 당신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 당신도 열심히 공부하여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줄곧 우등생으로 살아왔지. 그 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해외 대학에 입학했고 해마다 지급하는 전액 장학금으로 생활비를 해결하는데 충분했어. 성욱, 당신이 해외에 있는 동안 줄곧 우등생 자리를 지켜왔다는 건 타고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설명해. 심지어 나도 당신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 그뿐만 아니라 당신은 은혜도 갚을 줄 아는 사람이었지. 당신의 장래가 얼마나 밝든 당신은 당신을 키워준 그 사람들에 대한 은혜를 절대 잊지 않았어. 그 사람들이 당신을 집에 데려온 이유가 단지 당신의 피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도 말이야. 그리고 그들이 당신을 계속 집에 남겨둔 이유도 그들의 자식이 피가 수요될 때 제때 공급해 주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지니고 있지. 당신은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우려고 했어. 대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당신은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지만, 그들 가문과 산업은 여전히 몰락되어 가고 있었지. 몰락하게 된 이유는 그 가문 사업이 대대손손 망하는 추세로 내려왔기 때문이야. 그들 손에 쥐어졌을 때는 이미 빈 껍데기만 남은 뒤였지. 게다가 하나같이 멍청했어. 어린 나이에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시작해 병들어 죽어 나가고 마지막에 남은 건 여자아이 한 명밖에 없었어. 이 여자아이는 학업에도 흥미가 없고 허영심도 많았지. 여자아이의 가문은 비록 몰락되었지만, 좋은 친척을 뒀지. 그 친척이 바로 남성에서 이름난 부씨 가문이야. 그리하여 그 여자아이는 부씨 가문에 발을 들여 좋은 생활을 누리곤 했어. 그동안 그 여자아이는 당신과 자주 연락했
부소경은 어이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진상희."조의찬은 순간 깜짝 놀랐다.진상희.진상희였다니.진상희는 진문옥의 본가 쪽 조카인 데다 친하지도 않았다. 그해 진씨 가문이 몰락하면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먼 친척인 그녀가 부씨 가문에 얹혀살게 된 것이다.신세희가 돌아온 지 2년이 되던 해 진문옥은 줄곧 진상희를 부소경에게 시집보낼 각오로 부소경을 억압해 오곤 했다.진상희도 부소경에게 시집가길 무척 바랐다.그리고 임서아와 부소경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머리채를 뜯고 싸웠다.그해 진문옥이 세상을 뜬 뒤로 진상희는 자취를 감추었다.진상희가 떠날 때도 부소경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나는 못생긴 그녀가 부씨 가문에 위협적인 존재로 남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다른 하나는 진문옥도 세상을 떠났는데 유일하게 남은 친척을 모질게 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부소경의 예상을 뛰어넘은 건 7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진상희가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이다.부소경이 철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않았더라면 진상희와의 싸움에서 질 가능성도 있었다.만약 이겼다면 진상희는 남성에서 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을 무너뜨린 새 왕이 될 수도 있었다.놀라웠다."진상희가 여자인 걸 떠나 그 성격으로 대체 어떻게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킨 거지?"조의찬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부소경을 보며 물었다.부소경은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말했잖아. 조상이 남긴 보물을 팔아 번 돈으로 일을 벌인 거야.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남자보다 더 지독할 때가 있어. 게다가 그녀의 손에는 성욱이라는 카드가 있잖아."말을 마친 부소경은 성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성욱, 당신이 말한 보스가 바로 진상희지?""그..."성욱은 깜짝 놀란 나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걸... 알고 계셨어요?""당연히 알고 있었지!"부소경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들이 엄선희를 차로 치고 나서 나는 샅샅이 조사해 봤지. 단지 당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진짜 소굴을 찾아낼 수 없으니
확실히 그 생각은 했었다.그는 타고난 인재였다. 오기, 충성심도 있고 재물을 탐내지도 않으며 자율적인 사람이다.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 피해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 이처럼 착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 때문에 성욱은 부소경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줄 거로 생각했다.게다가 부소경도 성욱과 비슷한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다."성욱, 다년간 내가 손에 든 칼을 내려놓고 산 건 사실이야..."부소경이 느긋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성욱은 순간 기쁨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부 대표님...""하지만!"부소경은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성욱, 당신이 엄선희를 차로 친 다음 뺑소니친 걸 보고 나는 다시 살기가 피어올랐어. 내가 이토록 평온한 말투로 당신과 얘기하는 건 당신이 죽기 전 공포를 고스란히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야. 당신은 죽는 게 두렵지 않겠지만 난 두려워. 이 세상에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죽는 게 두렵지 않았다면 당신은 나한테 기대조차 품지 않았어. 나에 대해 잘 안다면서 왜 내가 당신을 절대 살려둘 리 없다는 사실을 몰랐지?"성욱은 단번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부... 부 대표님, 그... 아시잖아요. 제가 벌인 일 때문에 피해를 보진 않으셨잖아요. 저는 최선을 다해...""성욱!"부소경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이토록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오랜만이었다.부소경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성욱! 당신이 엄선희에게 훌륭한 주치의를 붙여 치료받게 하고 배 속의 아이까지 돌봐준 것도 맞고 명선의 손가락을 이어 붙여준 것도 맞아. 하지만 그들이 감당한 두려움까지 지울 수 있을 것 같아? 이것으로 명선이 받은 고통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아? 지우기는커녕 이차 고통까지 받게 되었는데 이게 당신이 말한 멀쩡한 거야? 엄선희는 두말할 것도 없어! 남편을 사랑하는 그녀를 당신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했어. 당신이 아무리 훌륭한 주치의를 찾아줬다고
"성빈아!"성욱은 아들을 보자마자 절망에 휩싸였다.그는 괴로운 표정을 지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성빈아, 여긴 무슨 일로 왔어! 빨리 돌아가! 아빠 말 들어, 빨리 도망가! 빨리!"바로 그때 부소경은 몸을 돌려 그 남자아이를 발견했다.남자아이는 이미 어른처럼 170센티미터를 넘나드는 큰 키를 가지고 있었는데 열네 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남자아이는 성욱과 똑 닮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누가 봐도 성욱의 아들이었다.부소경은 전에 성욱의 과거를 조사할 때 유독 그의 와이프와 아들에 대한 사항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부소경은 성욱이 미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성욱이 직접 그에게 와이프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나서야 부소경은 그가 비밀을 얼마나 철저하게 숨기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깜짝 놀랐다.성욱의 치밀함은 부소경의 예상을 잔뜩 뛰어넘었다.부소경도 성욱과 억울한 사람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와 성욱 사이에 아주 큰 원한이 있어도 부소경은 억울한 사람을 잡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부소경이 이 아이를 보기 전의 일이었다.아이가 눈앞에 서 있는 건 또 다른 경우였다.특히 아이는 앳된 얼굴에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죽는 게 두렵지 않은 얼굴이었다.그 표정에 세 아이의 아빠인 부소경은 누구보다 가슴이 저릿했다."아저씨!"남자아이는 갑자기 부소경을 아저씨라고 불렀다.부소경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우리 아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아빠는 줄곧 보스에게 충성을 다했어요. 아빠는 그저 보스가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고요. 우리 아빠가 아저씨 가족을 다치게 했다는 거 알아요. 그럼, 제가 대신 벌 받아도 될까요? 우리 엄마가 우리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저씨는 모를 거예요. 만약 우리 아빠가 죽는다면 우리 엄마는 살 수 없어요. 그럼 난 부모를 잃은 고아가 될 거예요. 하지만 내가 죽는다면 우리 엄마,아빠는 다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
그도 지금 눈앞의 소년처럼 누군가 자신의 엄마를 살려주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어느 누가 그들 둘을 거들떠보겠는가?결국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헌혈하여 받은 돈으로 어머니를 진료소로 옮겨 겨우 목숨을 건졌다.하지만 어머니의 병세가 호전되자마자 되레 그가 병으로 드러눕게 된 것이다.그도 엄마처럼 고열로 앓게 되었다.어렴풋한 기억 속 그의 엄마는 그처럼 누군가에게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다.두 모자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나날이 얼마나 힘들고 고되면서도 소중한지 부소경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때 부소경도 지금의 소년처럼 자신의 목숨을 가져다 바쳐서라도 어머니를 살리고 싶었다.그들의 마음은 똑같았다.그 때문에 이순간 소년이 그의 아버지 대신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부소경은 마음이 복잡해졌다.부소경은 물론 뒤에 서 있던 조의찬도 한숨을 내쉬었다.조의찬은 부소경의 앞으로 걸어와서 말을 꺼냈다."형, 지금까지 형이 눈 깜짝하지 않고 죽인 사람이 수두룩하단 거 알아. 한번 마음먹은 일은 다시 물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형,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건 이제 지나지 않았어? 명선은 내 여자 친구야. 명선을 대신하여 형한테 얘기할게. 명선의 원수는 더 이상 갚고 싶지 않아. 난 그저 남은 생은 C그룹을 운영하며 명선과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어. 우리가 밑지는 상황이라도 더 이상 원수를 갚는 데 정신을 팔고 싶지 않아."조의찬의 뜻은 분명했다.그는 더 이상 성욱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게 모두 성빈의 구원 때문인 것도 아니었다.성욱이 잔인한 짓을 벌이긴 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될 피해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성욱은 사실 속으로는 지키는 선도 있고 억울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조의찬은 이런 사람을 계속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눈앞에는 나어린 소년이 그의 아버지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구걸하고 있다.부소경은 그윽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