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어이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진상희."조의찬은 순간 깜짝 놀랐다.진상희.진상희였다니.진상희는 진문옥의 본가 쪽 조카인 데다 친하지도 않았다. 그해 진씨 가문이 몰락하면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먼 친척인 그녀가 부씨 가문에 얹혀살게 된 것이다.신세희가 돌아온 지 2년이 되던 해 진문옥은 줄곧 진상희를 부소경에게 시집보낼 각오로 부소경을 억압해 오곤 했다.진상희도 부소경에게 시집가길 무척 바랐다.그리고 임서아와 부소경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머리채를 뜯고 싸웠다.그해 진문옥이 세상을 뜬 뒤로 진상희는 자취를 감추었다.진상희가 떠날 때도 부소경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나는 못생긴 그녀가 부씨 가문에 위협적인 존재로 남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다른 하나는 진문옥도 세상을 떠났는데 유일하게 남은 친척을 모질게 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부소경의 예상을 뛰어넘은 건 7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진상희가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이다.부소경이 철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않았더라면 진상희와의 싸움에서 질 가능성도 있었다.만약 이겼다면 진상희는 남성에서 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을 무너뜨린 새 왕이 될 수도 있었다.놀라웠다."진상희가 여자인 걸 떠나 그 성격으로 대체 어떻게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킨 거지?"조의찬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부소경을 보며 물었다.부소경은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말했잖아. 조상이 남긴 보물을 팔아 번 돈으로 일을 벌인 거야.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남자보다 더 지독할 때가 있어. 게다가 그녀의 손에는 성욱이라는 카드가 있잖아."말을 마친 부소경은 성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성욱, 당신이 말한 보스가 바로 진상희지?""그..."성욱은 깜짝 놀란 나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걸... 알고 계셨어요?""당연히 알고 있었지!"부소경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들이 엄선희를 차로 치고 나서 나는 샅샅이 조사해 봤지. 단지 당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진짜 소굴을 찾아낼 수 없으니
확실히 그 생각은 했었다.그는 타고난 인재였다. 오기, 충성심도 있고 재물을 탐내지도 않으며 자율적인 사람이다.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 피해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 이처럼 착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 때문에 성욱은 부소경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줄 거로 생각했다.게다가 부소경도 성욱과 비슷한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다."성욱, 다년간 내가 손에 든 칼을 내려놓고 산 건 사실이야..."부소경이 느긋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성욱은 순간 기쁨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부 대표님...""하지만!"부소경은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성욱, 당신이 엄선희를 차로 친 다음 뺑소니친 걸 보고 나는 다시 살기가 피어올랐어. 내가 이토록 평온한 말투로 당신과 얘기하는 건 당신이 죽기 전 공포를 고스란히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야. 당신은 죽는 게 두렵지 않겠지만 난 두려워. 이 세상에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죽는 게 두렵지 않았다면 당신은 나한테 기대조차 품지 않았어. 나에 대해 잘 안다면서 왜 내가 당신을 절대 살려둘 리 없다는 사실을 몰랐지?"성욱은 단번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부... 부 대표님, 그... 아시잖아요. 제가 벌인 일 때문에 피해를 보진 않으셨잖아요. 저는 최선을 다해...""성욱!"부소경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이토록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오랜만이었다.부소경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성욱! 당신이 엄선희에게 훌륭한 주치의를 붙여 치료받게 하고 배 속의 아이까지 돌봐준 것도 맞고 명선의 손가락을 이어 붙여준 것도 맞아. 하지만 그들이 감당한 두려움까지 지울 수 있을 것 같아? 이것으로 명선이 받은 고통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아? 지우기는커녕 이차 고통까지 받게 되었는데 이게 당신이 말한 멀쩡한 거야? 엄선희는 두말할 것도 없어! 남편을 사랑하는 그녀를 당신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했어. 당신이 아무리 훌륭한 주치의를 찾아줬다고
"성빈아!"성욱은 아들을 보자마자 절망에 휩싸였다.그는 괴로운 표정을 지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성빈아, 여긴 무슨 일로 왔어! 빨리 돌아가! 아빠 말 들어, 빨리 도망가! 빨리!"바로 그때 부소경은 몸을 돌려 그 남자아이를 발견했다.남자아이는 이미 어른처럼 170센티미터를 넘나드는 큰 키를 가지고 있었는데 열네 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남자아이는 성욱과 똑 닮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누가 봐도 성욱의 아들이었다.부소경은 전에 성욱의 과거를 조사할 때 유독 그의 와이프와 아들에 대한 사항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부소경은 성욱이 미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성욱이 직접 그에게 와이프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나서야 부소경은 그가 비밀을 얼마나 철저하게 숨기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깜짝 놀랐다.성욱의 치밀함은 부소경의 예상을 잔뜩 뛰어넘었다.부소경도 성욱과 억울한 사람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와 성욱 사이에 아주 큰 원한이 있어도 부소경은 억울한 사람을 잡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부소경이 이 아이를 보기 전의 일이었다.아이가 눈앞에 서 있는 건 또 다른 경우였다.특히 아이는 앳된 얼굴에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죽는 게 두렵지 않은 얼굴이었다.그 표정에 세 아이의 아빠인 부소경은 누구보다 가슴이 저릿했다."아저씨!"남자아이는 갑자기 부소경을 아저씨라고 불렀다.부소경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우리 아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아빠는 줄곧 보스에게 충성을 다했어요. 아빠는 그저 보스가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고요. 우리 아빠가 아저씨 가족을 다치게 했다는 거 알아요. 그럼, 제가 대신 벌 받아도 될까요? 우리 엄마가 우리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저씨는 모를 거예요. 만약 우리 아빠가 죽는다면 우리 엄마는 살 수 없어요. 그럼 난 부모를 잃은 고아가 될 거예요. 하지만 내가 죽는다면 우리 엄마,아빠는 다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
그도 지금 눈앞의 소년처럼 누군가 자신의 엄마를 살려주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어느 누가 그들 둘을 거들떠보겠는가?결국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헌혈하여 받은 돈으로 어머니를 진료소로 옮겨 겨우 목숨을 건졌다.하지만 어머니의 병세가 호전되자마자 되레 그가 병으로 드러눕게 된 것이다.그도 엄마처럼 고열로 앓게 되었다.어렴풋한 기억 속 그의 엄마는 그처럼 누군가에게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다.두 모자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나날이 얼마나 힘들고 고되면서도 소중한지 부소경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때 부소경도 지금의 소년처럼 자신의 목숨을 가져다 바쳐서라도 어머니를 살리고 싶었다.그들의 마음은 똑같았다.그 때문에 이순간 소년이 그의 아버지 대신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부소경은 마음이 복잡해졌다.부소경은 물론 뒤에 서 있던 조의찬도 한숨을 내쉬었다.조의찬은 부소경의 앞으로 걸어와서 말을 꺼냈다."형, 지금까지 형이 눈 깜짝하지 않고 죽인 사람이 수두룩하단 거 알아. 한번 마음먹은 일은 다시 물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형,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건 이제 지나지 않았어? 명선은 내 여자 친구야. 명선을 대신하여 형한테 얘기할게. 명선의 원수는 더 이상 갚고 싶지 않아. 난 그저 남은 생은 C그룹을 운영하며 명선과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어. 우리가 밑지는 상황이라도 더 이상 원수를 갚는 데 정신을 팔고 싶지 않아."조의찬의 뜻은 분명했다.그는 더 이상 성욱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게 모두 성빈의 구원 때문인 것도 아니었다.성욱이 잔인한 짓을 벌이긴 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될 피해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성욱은 사실 속으로는 지키는 선도 있고 억울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조의찬은 이런 사람을 계속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눈앞에는 나어린 소년이 그의 아버지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구걸하고 있다.부소경은 그윽한
나무에 묶여있던 성욱은 깜짝 놀랐다."부, 부 대표님, 정말이세요?""꺼져!"부소경은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러자 성욱이 말했다."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 대표님."자유를 되찾은 성욱은 기쁜 마음에 아들을 데리고 줄행랑을 놓았다.멀리 도망가면서도 그는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이 조금 전 했던 말을 다시 무를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부소경은 제 자리에 선 채 큰소리로 외쳤다."젠장! 개자식..."아무도 그가 욕설을 퍼부은 상대가 누군지 몰랐다.혼자만의 머뭇거림이었을까?아니면 성욱을 개자식이라고 했던 걸까?아무도 몰랐다.뒤따르던 부하들은 감히 그의 옆으로 다가가지 못했고 오직 조의찬만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조의찬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형, 구... 구레나룻에 흰머리 생겼어."그렇다.부소경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제 구레나룻에 흰머리가 생기는 나이가 되었다."나 늙었어? 의찬아."부소경이 씁쓸한 말투로 물었다.조의찬이 말했다."형..."부소경은 털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갖은 고생을 겪고 지금 이 자리에 앉기까지 20년이나 걸렸어. 20년. 아이도 많이 컸지. 그럼 나도 늙잖아? 원래는 망설임 없이 단칼에 결정 내렸었는데 이젠 아니야. 나도 늙었어."조의찬은 할 말을 잃었다."..."조의찬은 그제야 부소경은 더 이상 예전의 아무도 감히 넘보지 못하던 부소경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지금의 부소경은 사람을 사랑할 줄 안다."형, 늙으면 또 늙어서 좋은 점이 있어. 봐, 유리도 이젠 거의 13살이고 한이와 민희도 많이 컸잖아. 눈 깜짝할 사이에 이젠 아이들도 컸으니, 우리도 늙는 게 당연하지. 생각해 봐, 형도 10대부터 분투했잖아. 보아하니 유리도 성격과 능력만 보면 형이랑 똑 닮았어. 좀 지나면 유리가 형 뒤를 이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때가 되면 형이랑 형수는 세계여행 하면서 요양하면 돼."신유리와 두 아들을 생각하니 부소경은 짙은 안도의 미
조의찬은 그제야 이 세상에서 정이 가장 많은 사람이 부소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응! 알겠어, 형! 피곤할 텐데 차에서 좀 쉬어. 연락은 내가 할게."조의찬이 흥분에 겨워 말했다."응, 알겠어."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차에 올라탄 뒤 조의찬은 앞에서 운전을 담당했다."형, 기억해? 어릴 때... 형이 열다섯 살쯤 되고 내가 열 살쯤 되었을 때 형을 때리기는커녕 멍투성이가 될 때까지 맞았잖아. 그때의 형은 누구보다 용감했어. 할아버지, 할머니, 큰어머니랑 삼촌이 보는 앞에서 때렸잖아. 그들이 불공평한 태도로 형을 대해도 형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날 정신없이 때렸었지, 하하..."뒷좌석에 앉아있던 부소경도 웃음을 터뜨렸다.그의 청춘이었다.온갖 불공평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그에 맞설 용기가 있었다. 그는 조의찬뿐만 아니라 그의 형들과도 싸워 이길 수 있었다.그해 그의 나이는?겨우 열다섯 살 좌우였다.올해 성빈의 나이와 비슷했다.오늘 부소경이 성욱을 풀어준 건 그 소년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부소경은 소년의 눈빛에서 과거 자기 모습을 발견했다.그해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던 자신의 당당한 모습을 발견했다.그 아이의 눈빛은 맑고 용맹했다.게다가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져 그가 성욱의 아들만 아니었으면 부소경이 홀라당 넘어갈 정도였다.그 때문에 그는 성욱을 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차에 올라탄 뒤로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 뒤 남성은 누구의 손으로 넘어갈까?"조의찬은 의아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힐끗 쳐다보았다."형, 그게 무슨 뜻이야? 30년 뒤엔 당연히 유리, 한이, 민희 세 남매의 세상이지."부소경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내 자식들이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인생은 너무 쓸쓸해. 난 그저 우리 유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난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민희와 한이는. 서준명처럼 인사성 바르고 매사에 책임감을 지니며 결혼함에 있어서 신중한 사
아무도 성욱이 그들 앞에서 죽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조의찬과 부소경은 성욱의 시신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의 머리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두 눈 똑똑히 확인했다.누구지?이 타이밍에 성욱을 죽인 사람이?부소경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자 숲을 비껴가는 그림자 하나를 발견했다."형, 범인이야, 범인 저기에 있어, 도망치게 내버려두면 안 돼!"조의찬이 외쳤다.부소경은 침착하게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이 숲 봉쇄해! 새 한 마리도 빠져나가선 안 돼!"통화를 마친 부소경과 조의찬은 그림자의 뒤를 쫓았다.그 그림자는 비록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지만, 달리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달릴 때 발을 절뚝거리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부소경이 부른 사람들이 포위하기도 전에 조의찬과 부소경이 먼저 범인을 잡았다.확실히 말하면 범인이 자기절로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두 사람이 그에게 가까이 갔을 때 범인이 손에 든 총은 이미 내동댕이쳐졌다. 부소경과 조의찬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그 순간 조의찬은 다짜고짜 범인의 두건과 선글라스를 벗겼다.조의찬은 깜짝 놀랐다."진, 진상희?"진상희였다.어쩐지 뒷모습이 여자 같더라니.정말 여자였다.더 이상 도망칠 길이 없는 진상희는 불쌍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빠, 오빠라고 불러야죠. 내 사촌오빠잖아요. 오빠, 이 사람... 성욱은 그저 우리 집 도우미일 뿐이에요.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서 살았거든요. 우리 할아버지께서 성욱이 공부할 수 있도록 챙겨주기까지 하셨어요. 원래는 마음을 다잡고 살길 바랐지만 글쎄 욕심에 눈이 멀어 우리 진씨 가문 사업을 노린 것도 모자라... 남성을 통째로 집어삼킬 생각까지 하더라고요. 성욱이 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을 몽땅 집어삼키려고 했다고요. 오빠, 이게 다... 우리 진씨 가문이 도우미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탓이에요. 봐요, 그래서 내... 내가 성욱이 부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게 피해를 줬다는 소식을 듣
하지만 진상희는 마지막 순간에 부소경이 성욱을 풀어줄 줄은 몰랐다.성욱이 살아있는 한 부소경은 언젠가 성욱의 뒤에 숨은 보스가 그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안전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다니.잔인한 사람!진상희!성욱은 그녀를 비롯한 진씨 가문에게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되돌아온 건 그를 향해 겨눈 총이었다."너 그건 몰랐지, 진상희?"부소경이 쌀쌀맞은 말투로 물었다.진상희는 곧바로 부소경 앞에 무릎 꿇고 말했다."오빠, 오빠, 난 몰라요, 진짜 몰라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 난 그저 성욱이 야심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밖에 몰라요.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이에요. 난 그저 성욱이... 부씨 가문을 해치기라도 할까 봐 종일 따라다닌 거예요. 성욱이 부씨 가문을 해칠 때까지 지켜볼 바엔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이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거죠. 어찌 됐든 우리 진씨 가문의 도우미니 진씨 가문 사람인 내가 처리하는 게 맞잖아요."부소경은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상희, 성욱이 지금까지 한 짓이 죄다 네 사주를 받고 한 짓이라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성욱은 해외에서 아주 잘살고 있었어. 앞길이 창창한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넌 그를 찾아 진씨 가문이 키워준 은혜를 빌미로 그를 협박했어. 넌 성욱에게 남성을 통째로 손에 넣고 싶다고 얘기했어. 그러고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눈엣가시들을 몽땅 없애라고 사주했지."진상희가 말했다."나... 난, 성욱이 거짓말한 거예요.""성욱이 얘기해준 게 아니야. 성욱은 끝까지 널 지켜주려고 했어. 끝까지 보스가 누군지 얘기하지 않았어. 내가 직접 알아낸 거야."부소경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진상희는 넋을 잃은 사람처럼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말했다."날... 죽이지 말아요... 안돼요...""당분간은 죽이지 않을게!"부소경이 말했다."의찬아, 묶어. 그리고 성욱의 시신 옆으로 옮겨서 고개 숙여 사과하게 해!""알겠어, 형!"조의찬은 재빨리 휴대용 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