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희는 다시 한번 비관적인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우리 부모님은 사촌 오빠가 잘 돌봐주실 거야. 난 부모님을 신경 쓸 필요 없어, 세희 씨, 나 너무 힘들어...”신세희는 침묵에 잠겼다.“......”그녀가 어떻게 엄선희를 달래야 할지 고민일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신세희는 보지도 않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소경 씨, 결제 다 했어요? 밖에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 좀 사 와요. 꼭 부드러운 음식이어야 해요, 선희 씨가 방금 전 수술을 마치고 위험에서 벗어난 거니까 딱딱한 건 먹을 수 없어요. 빨리 좀 사 와요!”마음이 너무 급했다.게다가 타지에 있었으니, 전화를 건 사람은 분명 부소경일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핸드폰 너머로 서준명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세희야, 너 방금 뭐하고 했어? 선희 씨가 병원에서 방금 전에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선희 씨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 빨리 알려줘! 신세희!”핸드폰 너머로 서준명의 목소리는 몹시 다급해 보였다.신세희가 말했다.“준명 오빠예요?”“빨리 알려줘, 선희 씨한테 무슨 일 있냐고!”서준명은 분노해서 물었다.병상에 누워있던 엄선희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거즈로 감싸져 있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여전히 보아낼 수 있었다.엄선희가 헉헉거리며 입을 열었다.“세희 씨, 세희 씨 말하지 마... 내 친구라면 날 해치지 말아 줘, 세희 씨... 제발 부탁이야... 세희 씨!”신세희는 엄선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서준명에게 담담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준명 오빠. 그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그러자 서준명이 차갑게 웃었다.“신세희, 넌 내가 수년 동안 허수아비 노릇만 하는 줄 알아? 비록 네 남편만큼 세력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나, 서준명의 능력으로, 서씨 가문의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인맥으로 내 아내를 찾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이만 끊을게!”신세희는 침묵에 잠겼다.“......”“준명
신세희의 말에 서준명은 멍해졌다.한참이나 멍해 있던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물었다.“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선희 씨가 실종됐다니?”신세희는 서준명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착잡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준명 오빠, 솔직히 말해봐요. 이렇게 수년 동안 절 친구로 생각하긴 했어요?”“친구?”서준명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는 내 여동생이야! 여동생이라고! 우린 가족이야, 친구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라고. 세희야, 부탁할게, 우리 지금 이런 얘기 할 때가 아니야, 세희야 나한테 말해줘, 선희 씨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실종됐어? 선희 씨한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데? 나 급해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서준명은 이렇게 지나치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신세희도 서준명의 표정에서 일말의 가식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사실 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서준명은 가식적인 사람이 아니라는걸.하지만 엄선희가 봤다는 그녀를 친 사람은 분명 서준명이었고 서준명과 오랫동안 함께한 엄선희가 잘못 봤을 리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런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엄선희를 찾는 게 우선이었다.그녀는 아직 허약하기 그지없었다.근데 왜 사라진 걸까?신세희는 침울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준명 오빠, 저도 선희 씨가 실종됐다는 걸 방금 전에야 알았고 지금 찾는 중이에요. 선희 씨 상처가 심해서 혼자 떠났든, 누군가 납치했든 선희 씨에겐 모두 위험한 일이에요. 왜냐하면 아직 치료가 필요하거든요. 저도 이틀 동안 잠을 자지 못해서 너무 피곤했나 봐요, 하지만 잠깐 눈을 붙인 거라 아마 멀리 못 갔을 거예요. 우리 흩어져서 찾아볼까요? 일단 선희 씨를 찾고 다시 얘기해요.”상황도 상황인지라 서준명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쏜살같이 뛰쳐나가 병원 구석구석 찾아보았다.신세희의 뒤에 있던 부소경도 이와 동시에 전화를 걸었다.“도시 출입구역 모두 철저하게 검사해. 의심스러운 곳은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만약 수상한 사람이
“왜냐하면 나는 살면서 한 번도 고난을 겪은 적 없었거든. 하지만 이젠 믿어, 정말 믿어. 30년 동안 살면서 난 약간의 고생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달콤함을 맛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큰아버지, 큰어머니, 그리고 오빠는 나를 금이야 옥이야 대했어. 매번 생일이 되면 부모님과 큰아버지, 큰어머니는 늘 나에게 특별한 생일선물을 줬어. 나중에 사촌 오빠가 어른이 되어 일을 하게 되자 오빠도 생일 선물을 줬어. 내 대학 생활도 순조로웠지, 나중에 일을 할 때도 매우 순조로웠어, 자그마한 장애물도 없었어. 세희 씨, 내가 세희 씨를 처음 보자마자 왜 그렇게 좋아하고 친구 하자고 했는지 알아? 왜냐면 처음 봤을 때 세희 씨의 우울한 분위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 나는 고난을 경험해 본 적 없었기에 세희 씨의 우울한 분위기는 나에게 너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 나는 세희 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많았어. 하지만 난 그렇게 훌륭한 품행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세희 씨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어, 그래서 난 세희 씨와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어. 그러다 오늘에서야 난 알았어, 그 어떤 우울의 아름다움도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그리고 그 대가는 어마어마하다는 걸. 마음 깊은 곳에서 웃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마음 깊은 곳에 끝없는 고통과 무거움만이 있을 정도로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그래야만 우울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가질 수 있는 거였어. 우울의 아름다움은 그저 보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일 뿐,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것이지. 세희 씨, 난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아픔을 느꼈어. 난 그런 우울한 분위기를 원하지 않아, 계속 달콤한 삶을 살고 싶어. 난 정말 이렇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견딜 수 없어. 세희 씨는 내가 나약하다고 했잖아, 사실 나를 뭐라 하든 상관없어. 난 부모님의 일도 감당할 수 있고 서씨 가문 사람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하더라도, 심지어는 세희 씨처럼 어떤 고생이든지 다
엄선희가 임신?소식을 들은 신세희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엄선희는 늘 임신을 거부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아이를 갖길 원했고 그러다 쌍둥이를 임신했다.얼마나 기쁜 일인가?하지만 지금 엄선희의 행방은 묘연했다.“선희 씨가 임신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신세희는 의사를 붙들고 눈이 시뻘겋게 된 채 의사를 노려보았다.그러자 의사가 어쩔 수 없는 듯 말했다.“어제 말하려고 했는데 제가 말하려는 찰나 환자가 깨어났고 여러분들이 모두 환자와 급히 얘기하시느라 제 말을 끊어버렸던 겁니다.”신세희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어제 의사가 확실히 그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에 의해 말이 끊어졌었다.이제 와서 의사 탓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의사들은 그저 병을 치료하고 목숨을 구하는 데에만 책임을 졌고 가족 간의 원한에는 참견하지 않았다. 신세희는 이내 손에 힘을 풀고 한숨을 내쉬며 진심으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의사도 신세희를 탓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가버렸다.신세희는 엄선희의 임신 진단서를 들고 부소경과 함께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부소경의 부하들에게 반드시 구석구석 수색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그러나 엄선희는 마치 증발한 듯 신세희와 부소경, 그리고 서준명이 일주일 동안이나 찾았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엄선희의 생사는 감감무소식이었다.일주일 동안 엄선희의 부모님은 엄선희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아빠 엄위민은 서준명에게 전화를 걸어 매번 부드럽게 말했다.“준명아, 그동안 너희들은 일이 너무 많았어,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시련을 겪느라 힘들었겠어. 이젠 모든 게 다 끝났으니, 둘이서 오붓하게 잘 놀다 와, 돌아오는 건 너무 서두르지 말고. 준명아, 선희 옆에서 잘 챙겨주렴.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사랑만 받아 고생한 적이 없어, 그러니 많이 감싸줘야 한단다, 잘 보호해 줘.”엄선희 아빠의 말투에서 알다시피 엄선희가 실종되
그 말에 신세희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신세희는 울며 서준명에게 말했다.“준명 오빠,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선희 씨가 그날 차에 치이는 순간 차에 있던 사람이 분명 오빠였다고 했어요. 만약 선희 씨가 직접 오빠를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중상을 입고 임신까지 한 채 갑자기 사라졌을 리 없어요. 요 며칠 동안, 이 도시에 흩어져있는 소경 씨의 부하들은 아무도 선희 씨를 납치한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해왔어요. 그 말인즉 선희 씨는 본인 스스로 병원에서 도망쳤다는 거잖아요. 선희 씨는 오빠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자기 부모님한테도 숨길 정도로 슬퍼했어요.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사랑하는 남자에 의해 사지로 내몰리는 감정이 어떤 건지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살아 숨 쉬는 게 죽기보다 못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고요.”“세희야!”서준명이 갑자기 신세희의 팔을 붙잡았다.“세희야, 말해봐, 선희 씨... 선희 씨 설마 이미 죽은 건 아니겠지?”신세희의 마음도 쿵 내려앉았다.엄선희가 죽은 건 아닐까?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일주일 동안 그녀를 찾지 못했을까?하지만 다시 돌이켜 생각하던 그녀는 스스로를, 서준명을 위로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준명 오빠, 그럴 리 없어요! 만약 선희 씨가 정말 죽은 거라면 오빠와 소경 씨 두 사람의 도시에 널려있는 수색을 통해 분명 선희 씨의 시신을 찾았을 거예요. 근데 우린 지금 아무것도 찾지 못했잖아요, 안 그래요?”서준명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울부짖었다.“선희 씨, 선희 씨 대체 어디 있어요! 선희 씨...”신세희는 서준명의 등을 토닥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준명 오빠, 지금 상황이 급해요. 우린 원인을 찾아야 해요, 어쩌면 원인을 찾으면 엄선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차 안에 있다던 오빠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이건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였다.엄선희는 직접 서준명을 목격했다고 했다.하지만 서준명의 평소 행동으로 보면 그 사람은 서준명이 아닐 것 같았다.이
“이게 어떻게 나란 말인가?”서준명은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옆에 있던 신세희와 부소경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분 동안이나 중얼거리는 서준명을 보며 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씨, 기술 감식은 했어요?”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현지의 기술 수준으로는 준명이라는 것밖에 감식 못해, 화질이 더 높다 해도 구분이 안 돼.”“준명 씨라고 믿어요?”신세희가 물었다.부소경이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믿지 않지.”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한 번도 믿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이 사건의 배후에 더 큰 음모가 있을 거라고 단정했다. 다만 며칠 동안 신세희를 따라 이 도시에 엄선희를 보러 왔기에 남성 쪽에 있는 조회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러나 부소경이 없더라도 이미 분부한 일은 남성 쪽에서도 최선을 다해 조회할 것이다.그는 반드시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소경 형, 소경 형도 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죠?”부소경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준명아, 전국에 사람들을 보내서 선희 씨를 찾도록 할 거야. 선희 씨가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꼭 찾을 거야, 세희 씨처럼. 난 세희 씨를 6년 동안이나 찾았고 결국 찾아냈어, 나는 최선을 다해 네가 선희 씨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거야.”아직 확실치 않은 일이 많았기에 부소경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서준명을 위로할 뿐이었다.“준명아, 우리 먼저 남성으로 돌아가자, 선희 씨 쪽엔 사람을 보내서 찾아볼게.”“소경 형, 고마워요.”서준명은 부소경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서씨 가문은 남성에서 힘이 있는 편이었지만 서준명 세대에는 부소경과 비할 수 없는 정도였다. 하지만 부소경은 늘 서씨 가문을 잘 돌봐주었다.할아버지의 장례식도 부소경이 손을 써주었고 현재 또 부소경과 신세희 두 사람이 힘을 써주고 있었다.서준명의 마음속에는 말로 이룰 수 없는 고마움이 일렁였다.“소경 형, 선희 씨를 찾을 수 있든 없든소경 형의
왜!미친 듯이 울던 부부는 그렇게 병원에서 여러 차례 의식을 잃고 말았다.줄곧 신세희, 민정아, 엄선우 그리고 엄선우의 부모님이 엄위민 나금희 부부를 보살피고 있었다.신세희는 그런 그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저씨 아주머니, 소경 씨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선희를 찾을 거예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요. 두 분 꼭 건강 잘 챙기셔야 해요.”“선희가 쌍둥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날에는 두 분이 아이들을 보살펴 주셔야 하잖아요. 두 분이 무너지시면 선희가 누굴 믿고 살겠어요?”한바탕의 말들이 두 사람의 기분을 많이 진정시켜 주었다.심지어 밥을 자발적으로 찾기까지 했다.엄위민이 왕성한 의욕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세희 말이 맞아! 건강 챙겨야지. 그래야 나중에 손주들도 돌봐주지.”그의 말에 나금희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이것이 바로 희망이다.사람은 의지만 있으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게 된다.설사 그 희망이 아주 희박하더라도 그것은 모든 것을 지탱해 주는 신념이 된다.이런 노부부의 모습에 신세희는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신세희는 지나가는 개미 하나 감히 못 죽이는 착한 여자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음속으로 강렬한 살인 충동을 느꼈다.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나금희를 끌어안더니 웃는 얼굴로 위로를 건네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밥 많이 드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셔야 해요. 나중에 손자 돌보실 때 엄청 바쁘실 거예요. 장난꾸러기 둘이 아주머니 숨을 가쁘게 할 거니까요.”그녀의 말에 나금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아가. 알겠어.”두 사람의 상태를 진정시킨 후, 신세희는 며칠이나 병원에 남아 그들 옆에 있어 주었다. 엄위민, 나금희 부부가 퇴원한 후에야 신세희의 시름이 일단락을 맞게 되었다.다행히도 신세희의 아이들은 말을 아주 잘 들었다.유리의 자립심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어린 친구 둘도 신사처럼 철이 들어 신세희가 딱히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신세희는 출근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 외
”오빠! 그만 해요!” 신세희는 빠른 속도로 부소경의 앞을 막아섰지만 부소경은 여전히 서준명의 주먹에 맞았다.근 20년 동안 이렇게 부소경을 때린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부소경은 반격하지 않았다.신세희는 마음 아파하며 부소경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소경 씨, 괜찮아요?”“한 대 맞은 것뿐인데 뭐. 괜찮아.” 부소경이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오히려 서준명이 원한이 가득 찬 두 눈을 부라리며 부소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이 서려 있었다. “부소경, 네가 그동안 남성에서 대가리 짓 좀 했다고, 우리 집안이 네 체면 좀 살려줬다고 우리가 진짜 널 두려워하는 줄 알았나 보지?”“맞아! 우리 가문이 너희 가문보다 못나긴 하지!”“그렇다고 나 서준명을 물로 보진 마! 아무리 우리 서씨 가문이 너희 가문보다 못하다고 해도, 죽은 물고기가 어떻게 그물을 뚫는지 너한테 보여줄 테니까! 한번 같이 죽어보자고!”“자식도 아내도 없이 혼자인데 뭐! 마침 형들도 이미 해외로 나갔겠다, 설마 내가 가족 있는 널 무서워할까!”“오빠!” 그의 말은 신세희도 화나게 했다.서준명은 항상 온순하고 우아했다. 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그런 사람이 오늘 왜 이렇게 독하게 나오는지… 아이까지 내세워서 말이다!신세희가 유일하게 참을 수 없는 일이 바로 자신의 아이를 협박하는 일이었다.설사 그 사람이 서준명이라고 해도 말이다.“오빠! 선이라는 건 지켜야죠! 설령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해도, 그 불똥이 아이한테까지 튀어서는 안 되죠! 오빠만 목숨 걸 줄 아나 봐요? 나도 할 줄 알아요!”“같이 죽어보자고요? 누가 무서워할 줄 알았나 봐요!”그녀의 말에 서준명은 냉소를 뿜어냈다. “세희야, 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널 무고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너의 고독한 무력감과 강인함은 연기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거든. 나도 알아. 네가 이 사건이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 그래서 무고한 너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네 아이는 달라. 그 아이들도 결국은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