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희는 다시 한번 비관적인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우리 부모님은 사촌 오빠가 잘 돌봐주실 거야. 난 부모님을 신경 쓸 필요 없어, 세희 씨, 나 너무 힘들어...”신세희는 침묵에 잠겼다.“......”그녀가 어떻게 엄선희를 달래야 할지 고민일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신세희는 보지도 않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소경 씨, 결제 다 했어요? 밖에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 좀 사 와요. 꼭 부드러운 음식이어야 해요, 선희 씨가 방금 전 수술을 마치고 위험에서 벗어난 거니까 딱딱한 건 먹을 수 없어요. 빨리 좀 사 와요!”마음이 너무 급했다.게다가 타지에 있었으니, 전화를 건 사람은 분명 부소경일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핸드폰 너머로 서준명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세희야, 너 방금 뭐하고 했어? 선희 씨가 병원에서 방금 전에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선희 씨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 빨리 알려줘! 신세희!”핸드폰 너머로 서준명의 목소리는 몹시 다급해 보였다.신세희가 말했다.“준명 오빠예요?”“빨리 알려줘, 선희 씨한테 무슨 일 있냐고!”서준명은 분노해서 물었다.병상에 누워있던 엄선희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거즈로 감싸져 있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여전히 보아낼 수 있었다.엄선희가 헉헉거리며 입을 열었다.“세희 씨, 세희 씨 말하지 마... 내 친구라면 날 해치지 말아 줘, 세희 씨... 제발 부탁이야... 세희 씨!”신세희는 엄선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서준명에게 담담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준명 오빠. 그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그러자 서준명이 차갑게 웃었다.“신세희, 넌 내가 수년 동안 허수아비 노릇만 하는 줄 알아? 비록 네 남편만큼 세력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나, 서준명의 능력으로, 서씨 가문의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인맥으로 내 아내를 찾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이만 끊을게!”신세희는 침묵에 잠겼다.“......”“준명
신세희의 말에 서준명은 멍해졌다.한참이나 멍해 있던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물었다.“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선희 씨가 실종됐다니?”신세희는 서준명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착잡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준명 오빠, 솔직히 말해봐요. 이렇게 수년 동안 절 친구로 생각하긴 했어요?”“친구?”서준명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는 내 여동생이야! 여동생이라고! 우린 가족이야, 친구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라고. 세희야, 부탁할게, 우리 지금 이런 얘기 할 때가 아니야, 세희야 나한테 말해줘, 선희 씨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실종됐어? 선희 씨한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데? 나 급해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서준명은 이렇게 지나치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신세희도 서준명의 표정에서 일말의 가식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사실 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서준명은 가식적인 사람이 아니라는걸.하지만 엄선희가 봤다는 그녀를 친 사람은 분명 서준명이었고 서준명과 오랫동안 함께한 엄선희가 잘못 봤을 리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런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엄선희를 찾는 게 우선이었다.그녀는 아직 허약하기 그지없었다.근데 왜 사라진 걸까?신세희는 침울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준명 오빠, 저도 선희 씨가 실종됐다는 걸 방금 전에야 알았고 지금 찾는 중이에요. 선희 씨 상처가 심해서 혼자 떠났든, 누군가 납치했든 선희 씨에겐 모두 위험한 일이에요. 왜냐하면 아직 치료가 필요하거든요. 저도 이틀 동안 잠을 자지 못해서 너무 피곤했나 봐요, 하지만 잠깐 눈을 붙인 거라 아마 멀리 못 갔을 거예요. 우리 흩어져서 찾아볼까요? 일단 선희 씨를 찾고 다시 얘기해요.”상황도 상황인지라 서준명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쏜살같이 뛰쳐나가 병원 구석구석 찾아보았다.신세희의 뒤에 있던 부소경도 이와 동시에 전화를 걸었다.“도시 출입구역 모두 철저하게 검사해. 의심스러운 곳은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만약 수상한 사람이
“왜냐하면 나는 살면서 한 번도 고난을 겪은 적 없었거든. 하지만 이젠 믿어, 정말 믿어. 30년 동안 살면서 난 약간의 고생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달콤함을 맛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큰아버지, 큰어머니, 그리고 오빠는 나를 금이야 옥이야 대했어. 매번 생일이 되면 부모님과 큰아버지, 큰어머니는 늘 나에게 특별한 생일선물을 줬어. 나중에 사촌 오빠가 어른이 되어 일을 하게 되자 오빠도 생일 선물을 줬어. 내 대학 생활도 순조로웠지, 나중에 일을 할 때도 매우 순조로웠어, 자그마한 장애물도 없었어. 세희 씨, 내가 세희 씨를 처음 보자마자 왜 그렇게 좋아하고 친구 하자고 했는지 알아? 왜냐면 처음 봤을 때 세희 씨의 우울한 분위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 나는 고난을 경험해 본 적 없었기에 세희 씨의 우울한 분위기는 나에게 너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 나는 세희 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많았어. 하지만 난 그렇게 훌륭한 품행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세희 씨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어, 그래서 난 세희 씨와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어. 그러다 오늘에서야 난 알았어, 그 어떤 우울의 아름다움도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그리고 그 대가는 어마어마하다는 걸. 마음 깊은 곳에서 웃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마음 깊은 곳에 끝없는 고통과 무거움만이 있을 정도로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그래야만 우울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가질 수 있는 거였어. 우울의 아름다움은 그저 보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일 뿐,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것이지. 세희 씨, 난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아픔을 느꼈어. 난 그런 우울한 분위기를 원하지 않아, 계속 달콤한 삶을 살고 싶어. 난 정말 이렇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견딜 수 없어. 세희 씨는 내가 나약하다고 했잖아, 사실 나를 뭐라 하든 상관없어. 난 부모님의 일도 감당할 수 있고 서씨 가문 사람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하더라도, 심지어는 세희 씨처럼 어떤 고생이든지 다
엄선희가 임신?소식을 들은 신세희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엄선희는 늘 임신을 거부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아이를 갖길 원했고 그러다 쌍둥이를 임신했다.얼마나 기쁜 일인가?하지만 지금 엄선희의 행방은 묘연했다.“선희 씨가 임신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신세희는 의사를 붙들고 눈이 시뻘겋게 된 채 의사를 노려보았다.그러자 의사가 어쩔 수 없는 듯 말했다.“어제 말하려고 했는데 제가 말하려는 찰나 환자가 깨어났고 여러분들이 모두 환자와 급히 얘기하시느라 제 말을 끊어버렸던 겁니다.”신세희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어제 의사가 확실히 그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에 의해 말이 끊어졌었다.이제 와서 의사 탓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의사들은 그저 병을 치료하고 목숨을 구하는 데에만 책임을 졌고 가족 간의 원한에는 참견하지 않았다. 신세희는 이내 손에 힘을 풀고 한숨을 내쉬며 진심으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의사도 신세희를 탓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가버렸다.신세희는 엄선희의 임신 진단서를 들고 부소경과 함께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부소경의 부하들에게 반드시 구석구석 수색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그러나 엄선희는 마치 증발한 듯 신세희와 부소경, 그리고 서준명이 일주일 동안이나 찾았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엄선희의 생사는 감감무소식이었다.일주일 동안 엄선희의 부모님은 엄선희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아빠 엄위민은 서준명에게 전화를 걸어 매번 부드럽게 말했다.“준명아, 그동안 너희들은 일이 너무 많았어,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시련을 겪느라 힘들었겠어. 이젠 모든 게 다 끝났으니, 둘이서 오붓하게 잘 놀다 와, 돌아오는 건 너무 서두르지 말고. 준명아, 선희 옆에서 잘 챙겨주렴.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사랑만 받아 고생한 적이 없어, 그러니 많이 감싸줘야 한단다, 잘 보호해 줘.”엄선희 아빠의 말투에서 알다시피 엄선희가 실종되
그 말에 신세희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신세희는 울며 서준명에게 말했다.“준명 오빠,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선희 씨가 그날 차에 치이는 순간 차에 있던 사람이 분명 오빠였다고 했어요. 만약 선희 씨가 직접 오빠를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중상을 입고 임신까지 한 채 갑자기 사라졌을 리 없어요. 요 며칠 동안, 이 도시에 흩어져있는 소경 씨의 부하들은 아무도 선희 씨를 납치한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해왔어요. 그 말인즉 선희 씨는 본인 스스로 병원에서 도망쳤다는 거잖아요. 선희 씨는 오빠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자기 부모님한테도 숨길 정도로 슬퍼했어요.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사랑하는 남자에 의해 사지로 내몰리는 감정이 어떤 건지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살아 숨 쉬는 게 죽기보다 못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고요.”“세희야!”서준명이 갑자기 신세희의 팔을 붙잡았다.“세희야, 말해봐, 선희 씨... 선희 씨 설마 이미 죽은 건 아니겠지?”신세희의 마음도 쿵 내려앉았다.엄선희가 죽은 건 아닐까?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일주일 동안 그녀를 찾지 못했을까?하지만 다시 돌이켜 생각하던 그녀는 스스로를, 서준명을 위로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준명 오빠, 그럴 리 없어요! 만약 선희 씨가 정말 죽은 거라면 오빠와 소경 씨 두 사람의 도시에 널려있는 수색을 통해 분명 선희 씨의 시신을 찾았을 거예요. 근데 우린 지금 아무것도 찾지 못했잖아요, 안 그래요?”서준명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울부짖었다.“선희 씨, 선희 씨 대체 어디 있어요! 선희 씨...”신세희는 서준명의 등을 토닥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준명 오빠, 지금 상황이 급해요. 우린 원인을 찾아야 해요, 어쩌면 원인을 찾으면 엄선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차 안에 있다던 오빠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이건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였다.엄선희는 직접 서준명을 목격했다고 했다.하지만 서준명의 평소 행동으로 보면 그 사람은 서준명이 아닐 것 같았다.이
“이게 어떻게 나란 말인가?”서준명은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옆에 있던 신세희와 부소경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분 동안이나 중얼거리는 서준명을 보며 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씨, 기술 감식은 했어요?”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현지의 기술 수준으로는 준명이라는 것밖에 감식 못해, 화질이 더 높다 해도 구분이 안 돼.”“준명 씨라고 믿어요?”신세희가 물었다.부소경이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믿지 않지.”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한 번도 믿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이 사건의 배후에 더 큰 음모가 있을 거라고 단정했다. 다만 며칠 동안 신세희를 따라 이 도시에 엄선희를 보러 왔기에 남성 쪽에 있는 조회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러나 부소경이 없더라도 이미 분부한 일은 남성 쪽에서도 최선을 다해 조회할 것이다.그는 반드시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소경 형, 소경 형도 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죠?”부소경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준명아, 전국에 사람들을 보내서 선희 씨를 찾도록 할 거야. 선희 씨가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꼭 찾을 거야, 세희 씨처럼. 난 세희 씨를 6년 동안이나 찾았고 결국 찾아냈어, 나는 최선을 다해 네가 선희 씨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거야.”아직 확실치 않은 일이 많았기에 부소경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서준명을 위로할 뿐이었다.“준명아, 우리 먼저 남성으로 돌아가자, 선희 씨 쪽엔 사람을 보내서 찾아볼게.”“소경 형, 고마워요.”서준명은 부소경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서씨 가문은 남성에서 힘이 있는 편이었지만 서준명 세대에는 부소경과 비할 수 없는 정도였다. 하지만 부소경은 늘 서씨 가문을 잘 돌봐주었다.할아버지의 장례식도 부소경이 손을 써주었고 현재 또 부소경과 신세희 두 사람이 힘을 써주고 있었다.서준명의 마음속에는 말로 이룰 수 없는 고마움이 일렁였다.“소경 형, 선희 씨를 찾을 수 있든 없든소경 형의
왜!미친 듯이 울던 부부는 그렇게 병원에서 여러 차례 의식을 잃고 말았다.줄곧 신세희, 민정아, 엄선우 그리고 엄선우의 부모님이 엄위민 나금희 부부를 보살피고 있었다.신세희는 그런 그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저씨 아주머니, 소경 씨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선희를 찾을 거예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요. 두 분 꼭 건강 잘 챙기셔야 해요.”“선희가 쌍둥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날에는 두 분이 아이들을 보살펴 주셔야 하잖아요. 두 분이 무너지시면 선희가 누굴 믿고 살겠어요?”한바탕의 말들이 두 사람의 기분을 많이 진정시켜 주었다.심지어 밥을 자발적으로 찾기까지 했다.엄위민이 왕성한 의욕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세희 말이 맞아! 건강 챙겨야지. 그래야 나중에 손주들도 돌봐주지.”그의 말에 나금희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이것이 바로 희망이다.사람은 의지만 있으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게 된다.설사 그 희망이 아주 희박하더라도 그것은 모든 것을 지탱해 주는 신념이 된다.이런 노부부의 모습에 신세희는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신세희는 지나가는 개미 하나 감히 못 죽이는 착한 여자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음속으로 강렬한 살인 충동을 느꼈다.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나금희를 끌어안더니 웃는 얼굴로 위로를 건네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밥 많이 드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셔야 해요. 나중에 손자 돌보실 때 엄청 바쁘실 거예요. 장난꾸러기 둘이 아주머니 숨을 가쁘게 할 거니까요.”그녀의 말에 나금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아가. 알겠어.”두 사람의 상태를 진정시킨 후, 신세희는 며칠이나 병원에 남아 그들 옆에 있어 주었다. 엄위민, 나금희 부부가 퇴원한 후에야 신세희의 시름이 일단락을 맞게 되었다.다행히도 신세희의 아이들은 말을 아주 잘 들었다.유리의 자립심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어린 친구 둘도 신사처럼 철이 들어 신세희가 딱히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신세희는 출근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 외
”오빠! 그만 해요!” 신세희는 빠른 속도로 부소경의 앞을 막아섰지만 부소경은 여전히 서준명의 주먹에 맞았다.근 20년 동안 이렇게 부소경을 때린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부소경은 반격하지 않았다.신세희는 마음 아파하며 부소경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소경 씨, 괜찮아요?”“한 대 맞은 것뿐인데 뭐. 괜찮아.” 부소경이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오히려 서준명이 원한이 가득 찬 두 눈을 부라리며 부소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이 서려 있었다. “부소경, 네가 그동안 남성에서 대가리 짓 좀 했다고, 우리 집안이 네 체면 좀 살려줬다고 우리가 진짜 널 두려워하는 줄 알았나 보지?”“맞아! 우리 가문이 너희 가문보다 못나긴 하지!”“그렇다고 나 서준명을 물로 보진 마! 아무리 우리 서씨 가문이 너희 가문보다 못하다고 해도, 죽은 물고기가 어떻게 그물을 뚫는지 너한테 보여줄 테니까! 한번 같이 죽어보자고!”“자식도 아내도 없이 혼자인데 뭐! 마침 형들도 이미 해외로 나갔겠다, 설마 내가 가족 있는 널 무서워할까!”“오빠!” 그의 말은 신세희도 화나게 했다.서준명은 항상 온순하고 우아했다. 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그런 사람이 오늘 왜 이렇게 독하게 나오는지… 아이까지 내세워서 말이다!신세희가 유일하게 참을 수 없는 일이 바로 자신의 아이를 협박하는 일이었다.설사 그 사람이 서준명이라고 해도 말이다.“오빠! 선이라는 건 지켜야죠! 설령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해도, 그 불똥이 아이한테까지 튀어서는 안 되죠! 오빠만 목숨 걸 줄 아나 봐요? 나도 할 줄 알아요!”“같이 죽어보자고요? 누가 무서워할 줄 알았나 봐요!”그녀의 말에 서준명은 냉소를 뿜어냈다. “세희야, 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널 무고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너의 고독한 무력감과 강인함은 연기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거든. 나도 알아. 네가 이 사건이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 그래서 무고한 너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네 아이는 달라. 그 아이들도 결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