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모르는 거야?신세희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녀는 의사의 손을 잡고, 두서없이 얘기했다. “선생님, 제발, 제발 알려주세요. 제 동생……상태가 어떻습니까? 많이 다쳤습니까?제발 부탁입니다. 알려주세요.”의사는 머리를 저었다. “전……진짜로 모릅니다.”한숨을 쉬더니, 이어서 얘기했다. “하지만,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간 지 6시간이 거의 되어 가지만,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6시간이 되어가다니?그럼, 신세희가 처음 엄선희에게 전화를 한 시간과 같은 시간이 아닌가?그러면, 그녀가 엄선희에게 전화를 걸 때, 엄선희가 사고를 당했다는 얘기인가?“아니!” 신세희는 의사를 붙잡고 얘기했다.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그녀가 사고가 난 시점은 아침이어야 맞습니다. 그때 제가 제 동생이랑 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기는 꺼져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궁금한 점은, 동생이 사고가 났는데, 누가 그녀의 전화를 껐을까요?그리고 또 누가 다시 전화기를 켰을까요?”엄선희 생사가 달린 문제인 만큼, 신세희는 누구든 의심했다.하지만 의사는 신세희의 말에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차분하게 얘기를 이어갔다. “당신의 심정 잘 이해합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환자의 전화는 꺼져 있었습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휴대폰이 고장 났습니다. 구급요원이 그녀를 이송할 때, 중간에 환자가 잠깐 깨어난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계속 휴대폰, 휴대폰 했지요.하지만 그녀의 휴대폰은 더 이상 사용이 불가했습니다.우리 역시, 환자의 가족을 찾아야 하고, 또한 병원비 역시 받아야 하기에, 다른 전화에 환자의 심 카드를 넣었습니다.하지만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몰랐고, 행여 가족으로 저장된 사람이 있나 찾으려던 찰나에, 당신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가씨, 주민등록증을 한번 확인할 수 있을까요? 저희도 환자의 가족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걱정되시면, 경찰에 신고하셔도 좋습니다. 경찰 앞에서 처리하는 편이 저희도 더 좋
“그리고... 환자분은 이미...”의사의 말이 반쯤 끝나자, 수술대에 누워있던 엄선희가 갑자기 깨어났다.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신세희를 보자마자 눈물이 흘러나와 얼굴을 감싸고 있던 거즈를 적셨다. 엄선희의 목소리는 더없이 허약했다.“신... 신세희, 세희 씨... 맞지?”“맞아, 나야 선희 씨, 나 맞아!”신세희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선희 씨 어떻게 된 거야, 교통사고는 어쩌다 난 거고 이 남쪽 작은 도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가 선희 씨를 이렇게 한 거야?”신세희가 잇따라 물었다.엄선희의 눈물이 더 세차게 흘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허약하기 그지없었지만, 절망과 비통함이 묻어났다.“세희 씨, 난... 난 정말 바보야... 내 사... 사랑은 결국 잘못된 거였어...”“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무슨 일인데?”신세희가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엄선희가 씁쓸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무슨 일이 있었기에 달콤하기 그지없던 그녀의 인생이 꼭대기에서 순식간에 수만 미터 절벽 아래로 떨어졌단 말인가?엄선희는 서씨 가문의 일이 모두 해결된 줄 알았다.시부모님과 처음처럼 사이가 좋아졌고 준명도 그녀에게 특별한 생일파티를 준비해 줄 생각이었다.생일을 위해 준명은 홍콩까지 가서 그녀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서준명은 그녀에게 선물이 무엇인지 알려주려고 했지만, 엄선희는 일단은 알려주지 않는 걸 택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생일날 자신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길 원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어젯밤, 이 도시의 한 주얼리 맞춤 제작 회사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애인분께서 손님을 위해 다이아 반지를 주문했습니다. 손님분 사이즈를 알려주시긴 했는데 저희가 제작 중에 다이아를 넣을 때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걸 발견했고 서씨 사모님을 뵌 적이 없으니, 사모님께서 직접 방문하셔서 저희가 직접 손가락 사이즈를 측정해 봐야 할 것 같아요.”“우와, 다이아 반지요?”여자라면 모두 다이아에 대해 어느 정도
신세희는 믿을 수 없는 눈빛이었고, 한 마디 묻고 싶었다.“내 사촌 오빠? 준명 오빠를 말하는 거야?”하지만 엄선희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환자분이 많이 힘드신가 봐요. 중상을 입어 몇 시간 동안이나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일단 좀 쉬게 하시죠.”의사가 정색하며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인다.“네.”보호실 안으로 들어간 후 신세희는 밖에서 기다렸다. 신세희는 핸드폰을 꺼내 서준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서준명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세희야, 너 나한테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던데 무슨 일 있어?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나한테 말해, 난 사촌 오빠잖아.”“준명 오빠.”신세희는 또박또박 물었다.“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서준명은 의아해하며 대답했다.“지금 외지에 있어. 곧 남성으로 돌아갈 거야.”“어느 도시에 있는데요?”신세희가 물었다.“홍콩.”신세희는 침묵에 잠겼다.“...”“왜 그래, 세희야?”서준명은 여전히 난해한 목소리로 물었다.“준명 오빠, 저... 저한테 말해주세요, 오빠는... 선희 씨한테 어떤 감정이에요?”신세희가 또 물었다.“세희야,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내가 선희 씨한테 무슨 감정인지를 물어봐야 알아? 우린 6, 7년 동안 함께했어, 그동안 난 한 번도 다른 여자와 놀아난 적도 없고 늘 선희 씨에게 진심이었어. 세희야, 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야?”서준명은 진지하게 물었다.그 말에 신세희도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엄선희는 혼수상태였고 그녀 또한 이 도시에서 혼자였다.그녀는 자신이 위기에 처해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이런 순간에 엄선희를 위해서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도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아무 일도 아니에요. 준명 오빠.”신세희가 말했다.“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나한테 알려주면 안 될까, 세희야?”서준명이 물었다.하지만 전화는 이미 끊긴 상태였다.서준명은 의아해하며 핸드폰을 바
최근 몇 년 동안, 그녀가 우는 횟수는 매우 적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엄선희 때문에 신세희가 슬프고 괴로워하며 눈물을 흘린다.부소경의 얼굴에 짙은 살기가 어려있다!누구든!진상이 밝혀지기만 한다면 그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부소경은 오랫동안 이렇게 독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엔 살기가 느껴졌다.“지금은 울 때가 아니야. 우린 선희 씨가 깨어나길 기다려야 해.”부소경은 아내를 위로했다.신세희는 여전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선희 씨... 선희 씨 얼굴이 진짜 망가진 거면 어떡해요?”부소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세희 씨. 얼굴이 정말 망가졌다 하더라도 전국에 있는 의료진들을 동원해서 선희 씨 얼굴을 고쳐줄 거야.”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모두 중환자실을 바라보았다.시간은 너무나 천천히 흘러갔다. 신세희와 부소경 두 사람은 밤새도록 눈을 붙이지 못한 채 날이 밝도록 중환자실 밖에 앉아서 기다렸다. 의사가 놀람과 기쁨을 금치 못한 채 신세희와 부소경에게 말했다.“환자가 깨어났습니다, 환자가 깨어났다고요.”신세희와 부소경은 흥분한 듯 벌떡 일어나 중환자실을 빤히 쳐다봤다.잠시 후 보호실 문이 열렸다.엄선희가 온몸이 꽁꽁 싸매진 채 실려 나왔다.“환자 가족분들,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어 더 이상 중환자실에 머물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일반 병동에 들어갈 수 있으세요.”의사가 부소경과 신세희에게 말했다.“우리는 최고의 VIP 병실을 원합니다.”부소경이 다급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의사가 흔쾌히 대답했다.“가족분들께서는 비용을 결제해 주세요.”의사는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매우 긴장한 상태였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환자는 아직 돈도 내지 않았기에 병원 측으로서는 당연히 돈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신세희는 환자 이송 차를 따라 VIP 병실로 갔고 부소경은 결제하러 갔다.병실에 도착하였고 모든 것이 해결되자 병실에는 신세희와 엄선희, 그리고 부소경만이 남아있었다.
신세희가 말했다.“선희 씨, 어쩌면 오해가 아닐까?”엄선희는 고개를 저었다. 허약하고 쉰 목소리에 절망과 속세를 달관한 듯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세희 씨, 난 늘 세희 씨가 6년 동안이나 도피 생활을 한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해 왔어. 그리고 권력 있는 남편이 있는데도 한 번도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는 걸 택한 것도 더욱더 대단했어. 예전에 내가 세희 씨를 가장 존경했던 부분은 소경 씨가 세희 씨를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데도 세희 씨는 결코 소경 씨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점이었어. 난 이제야 깨달았어, 세희 씨는 사실 재벌가 며느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걸. 왜냐하면 세희 씨는 어릴 적 임씨 집안에서 생활하면서 고생했었고 임씨 집안이 재벌가는 아니었지만 서로 음해할 정도로 자주 다퉜으니. 그러니 진정한 재벌가는 더 했겠지? 예로부터 재벌가는 옹졸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난 이제야 깨달았어.”엄선희가 이렇게나 슬프게 해석하는 말에 신세희는 매우 속상했다.“선희 씨, 내 생각엔 아마 오해인 것 같아. 준명 오빠는 7,8년 동안 선희 씨를 사랑했어, 선희 씨는 준명 오빠 아내잖아. 오빠가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겠어? 만약 오빠와 선희 씨 사이가 누군가에 의해 모함을 받고 이용당하고 있는 거라면?”신세희는 엄선희와 서준명이 이용당하는 걸 정말 원치 않았다.그러나 엄선희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세희 씨, 세희 씨가 좋은 마음으로 이런 얘길 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아무리 다정하고 마음 넓은 남자였다 하더라도 가까운 가족인 세 형과 비교한다면 아내가 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나는 사실 남이나 다름없어. 심지어 원래 조건도 맞지 않았으니까. 서씨 가문은 남성에서 인정받는 재벌가이지만 우리 엄씨 집안은 전형적인 평민 집안이야, 준명 씨의 세 형은 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서씨 가문이 산산조각이 난 건 다 나 때문이니 준명 씨는 날 미워했을 거야. 준명 씨는 홍콩에서 생일 선물을 사준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저 대
엄선희는 다시 한번 비관적인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우리 부모님은 사촌 오빠가 잘 돌봐주실 거야. 난 부모님을 신경 쓸 필요 없어, 세희 씨, 나 너무 힘들어...”신세희는 침묵에 잠겼다.“......”그녀가 어떻게 엄선희를 달래야 할지 고민일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신세희는 보지도 않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소경 씨, 결제 다 했어요? 밖에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 좀 사 와요. 꼭 부드러운 음식이어야 해요, 선희 씨가 방금 전 수술을 마치고 위험에서 벗어난 거니까 딱딱한 건 먹을 수 없어요. 빨리 좀 사 와요!”마음이 너무 급했다.게다가 타지에 있었으니, 전화를 건 사람은 분명 부소경일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핸드폰 너머로 서준명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세희야, 너 방금 뭐하고 했어? 선희 씨가 병원에서 방금 전에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선희 씨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 빨리 알려줘! 신세희!”핸드폰 너머로 서준명의 목소리는 몹시 다급해 보였다.신세희가 말했다.“준명 오빠예요?”“빨리 알려줘, 선희 씨한테 무슨 일 있냐고!”서준명은 분노해서 물었다.병상에 누워있던 엄선희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거즈로 감싸져 있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여전히 보아낼 수 있었다.엄선희가 헉헉거리며 입을 열었다.“세희 씨, 세희 씨 말하지 마... 내 친구라면 날 해치지 말아 줘, 세희 씨... 제발 부탁이야... 세희 씨!”신세희는 엄선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서준명에게 담담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준명 오빠. 그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그러자 서준명이 차갑게 웃었다.“신세희, 넌 내가 수년 동안 허수아비 노릇만 하는 줄 알아? 비록 네 남편만큼 세력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나, 서준명의 능력으로, 서씨 가문의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인맥으로 내 아내를 찾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이만 끊을게!”신세희는 침묵에 잠겼다.“......”“준명
신세희의 말에 서준명은 멍해졌다.한참이나 멍해 있던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물었다.“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선희 씨가 실종됐다니?”신세희는 서준명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착잡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준명 오빠, 솔직히 말해봐요. 이렇게 수년 동안 절 친구로 생각하긴 했어요?”“친구?”서준명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는 내 여동생이야! 여동생이라고! 우린 가족이야, 친구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라고. 세희야, 부탁할게, 우리 지금 이런 얘기 할 때가 아니야, 세희야 나한테 말해줘, 선희 씨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실종됐어? 선희 씨한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데? 나 급해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서준명은 이렇게 지나치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신세희도 서준명의 표정에서 일말의 가식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사실 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서준명은 가식적인 사람이 아니라는걸.하지만 엄선희가 봤다는 그녀를 친 사람은 분명 서준명이었고 서준명과 오랫동안 함께한 엄선희가 잘못 봤을 리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런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엄선희를 찾는 게 우선이었다.그녀는 아직 허약하기 그지없었다.근데 왜 사라진 걸까?신세희는 침울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준명 오빠, 저도 선희 씨가 실종됐다는 걸 방금 전에야 알았고 지금 찾는 중이에요. 선희 씨 상처가 심해서 혼자 떠났든, 누군가 납치했든 선희 씨에겐 모두 위험한 일이에요. 왜냐하면 아직 치료가 필요하거든요. 저도 이틀 동안 잠을 자지 못해서 너무 피곤했나 봐요, 하지만 잠깐 눈을 붙인 거라 아마 멀리 못 갔을 거예요. 우리 흩어져서 찾아볼까요? 일단 선희 씨를 찾고 다시 얘기해요.”상황도 상황인지라 서준명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쏜살같이 뛰쳐나가 병원 구석구석 찾아보았다.신세희의 뒤에 있던 부소경도 이와 동시에 전화를 걸었다.“도시 출입구역 모두 철저하게 검사해. 의심스러운 곳은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만약 수상한 사람이
“왜냐하면 나는 살면서 한 번도 고난을 겪은 적 없었거든. 하지만 이젠 믿어, 정말 믿어. 30년 동안 살면서 난 약간의 고생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달콤함을 맛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큰아버지, 큰어머니, 그리고 오빠는 나를 금이야 옥이야 대했어. 매번 생일이 되면 부모님과 큰아버지, 큰어머니는 늘 나에게 특별한 생일선물을 줬어. 나중에 사촌 오빠가 어른이 되어 일을 하게 되자 오빠도 생일 선물을 줬어. 내 대학 생활도 순조로웠지, 나중에 일을 할 때도 매우 순조로웠어, 자그마한 장애물도 없었어. 세희 씨, 내가 세희 씨를 처음 보자마자 왜 그렇게 좋아하고 친구 하자고 했는지 알아? 왜냐면 처음 봤을 때 세희 씨의 우울한 분위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 나는 고난을 경험해 본 적 없었기에 세희 씨의 우울한 분위기는 나에게 너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 나는 세희 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많았어. 하지만 난 그렇게 훌륭한 품행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세희 씨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어, 그래서 난 세희 씨와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어. 그러다 오늘에서야 난 알았어, 그 어떤 우울의 아름다움도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그리고 그 대가는 어마어마하다는 걸. 마음 깊은 곳에서 웃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마음 깊은 곳에 끝없는 고통과 무거움만이 있을 정도로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그래야만 우울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가질 수 있는 거였어. 우울의 아름다움은 그저 보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일 뿐,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것이지. 세희 씨, 난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아픔을 느꼈어. 난 그런 우울한 분위기를 원하지 않아, 계속 달콤한 삶을 살고 싶어. 난 정말 이렇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견딜 수 없어. 세희 씨는 내가 나약하다고 했잖아, 사실 나를 뭐라 하든 상관없어. 난 부모님의 일도 감당할 수 있고 서씨 가문 사람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하더라도, 심지어는 세희 씨처럼 어떤 고생이든지 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