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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3화

“하지만 정아 씨도 나의 사촌 동생인 셈이니.”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예요?”

“내 생각엔 구씨 집안사람들이 잊어버린 것 같아서. 정아 씨는 가난한 일반인도 아니고 뒷배가 있고 서 씨 집안 전체가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는걸. 정아 씨가 무지하고 막돼먹은 여자도 아니고 정아 씨의 아버님도 한때는 수준 높은 인재였는데 다만...”

“다만 일이 잘못되어 어릴 때부터 삼촌과 숙모에게 당하기만 한 거죠. 이모와 이모부가 돌아가신 그날부터 정아 씨 인생은 바뀌었어요. 어릴 때부터 이웃들과 함께 모여 사는 생활을 하며 식사조차 함께하고 웃고 떠들며 한 가족처럼 가깝게 지냈죠. 하지만 이웃집의 닭이 다른 집으로 도망가 알을 낳기라도 하면 두 집안은 달걀 하나 때문에 한솥밥을 먹던 사이가 망가지게 되죠. 그들은 아마 저녁 9시에 야채 시장에서 할인하는 것 때문에 5시 반부터 호텔까지 줄을 서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새치기하려고 했을 거예요. 또 아침 시장에 일찍 가면 도매가로 야채를 살 수 있기에 개벽 3시 반부터 일어나 줄을 섰을 거고 집에서 들고 온 걸상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어요. 그 누구라도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았다면 크게 싸우곤 했죠. 하지만 오빠, 이건 그들의 삶이에요. 정아 씨뿐만 아니라 제가 어렸을 때도 그런 삶을 살았는걸요. 정아 씨는 태어나서부터 스물다섯 살까지 늘 그렇게 살아왔어요. 뼛속 깊이 뿌리박힌 습관이나 다름없다고요. 비록 정아 씨가 서 씨 집안의 사촌이 아니라 서 씨 집안의 큰 아가씨였다고 해도 태어나서부터 서 씨 집안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명문 규수가 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이미 뼛속 깊이 뿌리박힌 거니까. 정아 씨도 변하려고 노력했지만 고통스러워했어요. 이젠 그만 노력하고 정아 씨 자기 모습으로 살고 싶어 해요. 왜냐고요? 왜 꼭 정아 씨가 구 씨 집안사람들 때문에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죠? 구 씨 집안사람들이 정아 씨를 위해 변할 수는 없는 걸까요?”

그 말에 서준명은 말문이 막혔다.

서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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