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서준의 품에 안긴 민정아는 그리움이 가득했고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그녀의 말은 더 깊은 감정을 쏟아내고 있었다.“서준 씨, 전 당신을 사랑해요.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요. 그래서 당신과 이혼하기 너무 아쉬워요.”구서준은 민정아를 꽉 껴안았다.“바보,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 거죠. 생각해 봐요, 툭하면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괴롭히는 정아 씨를 어느 남자가 다 받아주겠어요, 나 말고는 그런 사람 없어요. 당신의 남자이자 아이의 아빠인 난 당신의 모든 걸 감싸줄 수 있어요. 정아 씨는 옳은 선택을 한 거예요. 이제 저랑 집에 가요, 용서해 주고 다 감싸줄게요. 제일 중요한 건 저도 사랑해요, 한평생 당신만 사랑한다고요.”그는 정말 민정아를 사랑했다.다른 여자를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드디어 구서준도 안심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사이가 틀어지는 건 늘 있는 일이었고 그저 그와 함께 돌아가려 한다면 모든 건 작은 일이나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민정아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근데 서준 씨, 전 당신과 함께 돌아갈 수 없어요.”구서준이 당황한다.“뭐라고요?”“당신을 많이 사랑해요. 그래도 당신과 돌아가는 건 싫어요. 당신과 이혼은 하지 않을 테지만 더 이상 당신에게 기대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독립적으로 나답게 살 거예요. 전 당신의 부속품이 아니에요, 구 씨 집안의 부속품은 더더욱 아니고요. 그리고 상류사회의 실험 품도 되지 않을 거예요. 전 저 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구서준이 입을 열었다.“정아 씨, 방금... 저를 사랑한다고 떠나지 않는다고, 이혼하지 않을 거라면서요.”“네, 사랑해요. 떠나지 않을게요. 서준 씨가 먼저 이혼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전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면 전 평생 당신만을 사랑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과 구씨 집안의 저택에서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에요. 전 일을 하고 싶어요. 경성에 제 자리가 없다면 남성에서 일할 거예요. 사실 지금 건축사업이 아주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서준 씨, 사랑해요.”“너무 오글거려요!”구서준이 민정아의 코를 비볐다.민정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두 사람은 그렇게 화해했다.원래 큰일도 아니었으니.하루빨리 돌아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구서준은 남성에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경성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그는 집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가끔은 두 사람의 결정이 부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는걸.“뭐라고? 너희들! 너와 정아가 입을 맞춰 나와 네 아빠를 벗어나려고 하는 게야?”구서준의 엄마 조문희는 이내 화를 내며 꾸짖었다.“엄마...”구서준은 난감했다.화가 치밀어 오른 조문희의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서준아, 네가 직접 말해, 네가 직접 말해보란 말이야! 엄마가 처음에 받아주지 않은 거 빼고 며느리한테 얼마나 잘해줬니? 무엇이든 걔 말대로 했어. 지금까지 몇 년 동안 내가 걔한테 준 금은보화만 해도 금고를 가득 채울 수 있을 거다. 난 늘 딸처럼 대해왔어! 직접 상류사회에 대해 이해하도록 가르쳤고 식사부터 옷차림까지 일거수일투족 다 알려줬어! 이 세상에 어느 시어머니가 나처럼 할 수 있겠어, 말해봐, 어느 시어머니가 나처럼 할 수 있냐고! 근데 정아는 어떻게 했니! 걔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고 늘 대충 해왔어! 정아는 내 친구나 우리 집안 지인들 앞에서 자주 망신당했어! 그래도 난 한 번도 걔를 미워한 적 없다고! 구 씨 집안에서 쫓아낸다고 한 적도 없단 말이다! 근데 정아는 받아들이지도 않고 우리와 한마음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 씨 집안의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지! 어디 그뿐이더냐, 심지어는 내 하나뿐인 아들까지 데려가려고 하잖니! 거칠고 모진 년! 다 우리 구 씨 집안에서 버릇 나빠지게 대해서 이렇게 된 거다! 오냐오냐하니까 점점 더 기어오르려 하는 것 봐! 이젠 안돼!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순 없어! 나 조문희는 이제 본때를 보여줄 거다, 정말 내 머리 위에서 노는 걸 내가 참아줄 거로 생각
말을 마친 구서준은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솔직히 그도 엄마의 말을 이렇게 거역하고 싶진 않았다. 엄마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몇 년간 엄마도 많이 변한 건 사실이다. 적어도 정아를 경멸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던 태도로부터 이젠 정아를 받아들였고 많이 아꼈다. 하지만 트집을 잡는 건 여전했다.이것저것 민정아가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았다.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정아를 쫓아낸다던가 이혼이라던가 하는 말은 입 밖에 낸 적이 없었다.맛있는 음식, 예쁜 보석과 액세서리를 보면 여전히 정아 생각을 먼저 했다.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구서준은 엄마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엄마는 이혼을 강요했다.그게 가능한 일인가?민정아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민정아를 사랑했다.그는 절대 이혼할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는 무조건 확고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했다. 이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그는 이런 상황에 강경할 수밖에 없었다.고개를 돌려서도 안 된다.뒷모습을 바라보는 조문희의 말투는 더없이 쓸쓸했다.“서준아, 너, 너는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이야. 엄마가 너를 위해 며느리에게 얼마나 많이 양보했는지 몰라서 그러니? 장가를 가더니 엄마는 잊은 게냐,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말을 마치기도 전에 조문희는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문희 씨! 문희 씨!”서재에서 나오던 구경훈이 달려오더니 조급한 목소리로 아내를 불렀다.문 앞으로 걸어가던 구서준이 깜짝 놀라 뒤돌아섰다.엄마는 땅에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경련을 일으킬 것 같았다.“엄마!”구서준이 달려오더니 엄마를 품에 안았다.“엄마! 왜 그래요, 절 놀라게 하지 말아요, 엄마!”“얼른, 얼른 구급차를 불러! 며칠 전 네 엄마가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의사가 절대 화를 내지 말라고 경고했었어, 뇌졸중 증상이 있다고 했어! 얼른!”구경훈이 구서준을 밀치며 말했다.구서준은 허겁지겁 구급차에 전화를 걸었다.구씨 저택은 병원에서 그
“방금 엄마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 거니?”조문희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네.”구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젠 화 안 낼 거야?”“네, 이젠 화 안 낼게요.”구서준이 대답했다.“아들...”조문희는 눈물을 흘렸고 구서준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그 순간에도 그의 핸드폰은 진동하고 있었지만, 그는 받을 시간이 없었다. 그는 심지어 누가 전화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엄마의 손을 잡고서 후회하고 있었다.“서준아, 엄마 잘 보살펴 드리고, 난 네 숙모랑 먼저 들어갈게. 내일 또 네 엄마 병문안 올게.”구경민이 뒤에서 말했다.구서준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저 머리만 끄덕일 뿐이었다.구경민은 또 구경훈에게 말했다.“형, 저희는 부모님을 집에 모셔다드릴게요. 집안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병원에서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저한테 바로 전화 주세요. 형수님이 빨리 회복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구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먼저 들어가렴.”구경민은 그제야 아내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나섰다.엄마를 집에 모셔다드린 구경민 부부는 구 씨 본가에 오래 머물지 않고 운전해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가 아이들을 재웠다.고윤희는 뒤늦게 시간을 내어 구경민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경민 씨, 제 생각엔 이 일은 형님도 잘못한 건 없지만 정아 씨도 너무 억울한 것 같아...”구경민은 아내를 품에 안더니 부드럽게 말했다.“무슨 뜻인지 알아요. 서준인 나와 달라요. 구 씨 집안에서는 모두 당신 남편인 내 말을 따르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은 구 씨 집안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고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거잖아요. 심지어 시부모님도 당신을 건드릴 수 없어요. 그리고 당신은 원래 부드럽고 효도하는 마음으로 시부모님이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잘하고 당신은 구 씨 집안을 위해 이미 많은 걸 희생했어요. 하지만 정아 씨는 달라요. 정아 씨는 원래 다루기 힘든 성격을 가졌고 원래도 구속 없이
고윤희는 부드럽게 말했다.“정아 씨, 시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입원하셨어요.”민정아는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어머님이 편찮으시다고요? 그럼... 저, 저 지금 당장 돌아가서 어머님 뵈러 갈게요. 제가 가서 돌봐드릴게요.”사실 그녀도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었다.그저 시어머님의 미움 가득한 눈빛과 속박하는 행동들이 싫었을 뿐.어머님이 아프시다는 말에 그녀는 당장이라도 가서 효도하려고 했다.고윤희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정아 씨, 이 숙모 말 잘 들어봐요. 시어머님은 지금 화가 많이 나 계셔요. 화가 나면 안 되는 병이래요, 화를 내면 뇌혈관이 손상될 거고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정아 씨는 착한 사람이라는 걸 저와 숙부 모두 알아요. 서준 씨도 알고요. 서준 씨의 입장은 확고했어요, 정아 씨와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잠깐은 여기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정아 씨는 일단 돌아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숙모 말 무슨 뜻인지 알죠?”조문희가 지금 민정아를 보면 화가 나 구서준과 민정아를 이혼시킬 것이라는 의미였다.더 중요한 건 민정아와 구서준 두 사람 모두 궁지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하지만 조문희가 구서준을 강요하여 민정아와 이혼하라고 한 사실을 고윤희는 말할 수 없었다. 민정아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됐다.평소 고윤희의 말이라면 잘 따르던 민정아는 정중하게 말했다.“숙모,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럼, 어머님 화가 가라앉으실 때까지 뵈러 가지 않을게요. 그리고 저도 이미 결정했어요, 앞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살지 않겠다고요. 전 세희 씨처럼 독립적인 여자가 되어 아들에게 좋은 엄마가 될 겁니다. 어머님 화가 가라앉으시면 직접 뵙고 말씀드릴게요. 서준 씨도 일단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래요.”고윤희가 말했다.“정아 씨, 남성에서도 잘 지내요. 무슨 일 있으면 세희 씨한테 연락해요, 그리고 지영주 씨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정아 씨와 지영주 씨 서로 챙기면서 아이들도 잘 돌보면 좋겠네요. 며칠 뒤에 어머님 병
“엄마, 뭣 때문에 속상해요?”큰아이가 묻는다.작은 아이도 손을 들어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서글픈 감정에 잠겼던 민정아는 웃음을 지었다.그녀는 두 아들을 껴안고 감격스럽게 말했다.“엄마는... 엄마는 기댈 곳이 없어, 친정 식구도 없고 서민이기도 하고. 그 큰집에서도 엄마는 외로웠어, 엄마에게는 너희 둘뿐이야. 이번 생에 가장 가까운 혈육은 너희들뿐이란다, 내 아가들. 앞으로 죽기 살기로 자립할 수 있도록, 강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 거야.”“엄마, 전 엄마를 사랑해요.”“저도 엄마 사랑해요.”두 아이는 고사리 같은 네 손이 민정아를 안고 있었다.민정아의 눈물은 소리 없이 흘렀다.그녀의 슬픔과 서글픔은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그날 밤 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냈다.그 어린이집은 민정아가 찾은 작은 규모의 어린이집이었다.출근하는 곳까지 몇 분밖에 되지 않는 거리였다.어린이집에서 두 아이들을 봐주는 건 40대의 젊은 아주머니였고, 이름은 은희령이었다.은희령은 비록 타지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이었지만 옷차림은 늘 깔끔했고 아이들을 돌보는데도 꽤 능숙했다. 일주일 동안 그녀와 함께한 아이들은 예의 바르게 변했고 장난감도 놀고 나면 스스로 정리했다.그리고 은희령은 아이들에 대해 인내심이 넘쳤다.은희령과 함께 한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아이들 모두 그녀를 잘 따랐다.민정아도 그녀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희령 언니, 정말 너무 감사해요. 어린이집에서 언니 같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너무 다행이에요. 앞으로 제가 하는 일이 안정되고 급여가 높아지면 특별히 월급을 더 드릴게요.”민정아가 말했다.“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정아 아가씨. 저희처럼 외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죠. 제 아들이 곧 결혼이라 예물 할 돈을 준비 중이에요. 정아 아가씨는 아시는 분도 많으신데 혹시 아르바이트 구하는 거 좀 도와주시겠어요? 전 아이들도
신세희도 많이 속상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민정아의 친구였지만 그렇다고 민정아의 혼인에 개입할 권리는 없었다.“정아 씨, 강해져야 해.”민정아는 담담하게 웃었다.“그래도 뭐 괜찮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기도 하지. 나보다 더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많은데 난 두 아이도 있으니까. 내 두 쌍둥이에게 아빠도 되어주고 엄마도 되어줄 거야. 한 가지 기쁜 점은 앞으로 자유롭게 세희 씨와 친구들과 놀 수 있다는 거야. 세희 씨, 난 세희 씨와 선희 씨 두 친구뿐이야. 유부녀라고 나랑 안 놀아주면 안 돼.”신세희는 마음 아파하며 민정아를 바라보았다.“바보! 정아 씨와 안 놀아주면 어떻게 할 건데!”민정아가 대답했다.“아마 나랑 안 놀긴 아쉬울걸!”“네, 네, 네. 너무 아쉽네요. 이번 주말 다 같이 피크닉 가자.”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민정아가 이내 물었다.“유리도 같이 가?”신세희는 의아했다.“그건 왜?”그녀가 말을 이었다.“유리 이젠 많이 컸어. 곧 13살 소녀가 되는걸. 친구들도 이젠 많이 사귀어서 엄마 아빠랑 같이 놀러 안 간대. 특히 주말엔 스케줄이 꽉 차 있더라고, 우리랑 놀기 싫어해. 그래도 민희와 한이는 정아 씨 아이들도 오는 걸 알면 아주 좋아할 거야.”민정아가 눈을 희번덕거렸다.“근데 난 유리와 놀고 싶은데. 고작 13살인 유리가 영어를 그렇게 잘한다며? 저번 여름방학에 혼자 유럽을 돌아다녔다는 게 사실이야? 정말 대단해! 나 진짜 유리한테서 배우고 싶은데. 어린아이한테서 배우다 보면 나도 젊어질 것 같은데.”신세희도 눈을 희번덕거렸다.“문제는 정아 씨가 같이 놀고 싶어 해도 유리가 놀고 싶어 할까?”민정아가 물었다.“내가 아니면 누구랑 놀고 싶대?”“명선이.”신세희가 민정아를 힐끔 보더니 말을 이었다.“유리가 명선이 뒤만 따라다녀. 요즘 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요즘 명선이가 공부 때문에 많이 바쁘대, 유리도 많이 컸고. 그래서 이젠 명선이를 따라다니지 않더라고. 그래도 친구들을 많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 시절까지 모두 고통스러웠다.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어도 그녀는 아빠 엄마만 옆에 있으면 그녀는 행복했었다.하지만 12살 때 그녀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산골 마을에서 여기 친부에게 보냈다.그 뒤로, 그녀는 다시는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녀는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았다.친부로부터 받은 학대이다.12살짜리 아이가.얼마나 온화한 가정을 바라고, 아빠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얼마나 아빠가 자신을 보호해주기를 바랐을까?하지만 신세희는 그러지 않았다.12살인 그녀가 이 모든 서러움을, 임씨 집안으로부터 받는 경멸감을 그녀 혼자 다 감당해야 한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유리의 12살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엄마가 있고, 보호해 주는 아빠가 있고, 최고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생활했다. 그녀는 아주 행복했다.신세희는 다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12살인 여자아이가 엄마처럼 그렇게 고통받는 삶은 살지 않으니까.고통을 생각하니, 신세희는 갑자기 자신은 엄마가 생각났다.그녀는 일주일 넘게 엄마랑 그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신세희는 납득이 되었다.엄마는 50세 조금 넘은 나이다.그녀 역시 연애할 권리는 있는 법,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서 연애하는 것은 잘못이 없다.심지어 피 터지게 싸우고 그렇게 생활해도, 그것은 그녀의 삶이다.신세희는 다음 주는 꼭 엄마를 찾아가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왜 그래요, 세희씨?” 엄선희는 신세희가 멍을 때리고 있자 물었다.신세희는 미안한 듯 웃었다.”선희씨, 우리 사실은 다소 제 멋대로 아니, 이기적이 었지. 우리는 소년 시절에 하는 철없는 행동은 받아들이면서 나이 들어 하는 똑같은 행동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예를 들면 그녀의 엄마처럼.엄마는 평생 달콤한 사랑 한번 받아 본 적이 없었다.50살이 넘어서야 이제 겨우 남자가 좋다고 따라다니는데, 나는 이렇게나 엄마를 난처하게 만들다니.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지 말았어